2024년 4월 24일(수)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④] 일자리 2편 : 이제 갑질은 그만!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생각하다

최근 국내 최대 피자업계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자신의 프랜차이즈를 탈퇴한 업주를 상대로 보복 영업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위성지도를 활용해 가장 가까운 위치에 보복 매장을 열고 해당 업주의 사업이 실패할 때까지 할인 판매 및 사업을 진행했다. 이뿐만 아니다. 가족 명의로 치즈 회사를 만들어 비싼 가격에 치즈를 구매하도록 한 행위도 적발됐다. 본인의 친인척과 관련된 업체에 실제 가격에 배가 넘는 가격으로 간판 제작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횡포 속에 한 점주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이 사회적 이슈다. 프랜차이즈란 무엇일까. 프랜차이즈란 상호, 특허 상표, 기술 등을 보유한 제조업자나 판매업자(프랜차이즈 본사)가 소매점(프랜차이즈 가맹점)과의 계약을 통해 상표의 사용권, 제품의 판매권, 기술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시스템을 말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들에게 상권 분석, 인테리어, 제품 개발, 교육 및 훈련, 마케팅, 물류, 조리매뉴얼 등을 자세히 제공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일정액의 투자만 한다면 고숙련의 기술이나 경영적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심지어 투자금액에 따라 예상 월매출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믿을 수 있는 브랜드에 돈만 투자하면 알아서 해준다니, 은퇴자나 기존의 자영업자들의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편의점, 치킨집, 카페 등의 업종이 대표적이다.

프랜차이즈 시장의 현황

프랜차이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시장의 총 매출액은 2012년 35.4조원에서 2015년 50.3조원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가맹점 수 18만1000개, 종사자수 66만명이다. 2012년 조사에 비해 가맹점 수는 22.9%, 종사자 수는 35.9% 가량 증가했다.

가맹점 당 평균 매출액은 2억7840만원이다. 주요 업종별로 살펴보면 편의점은 4억 2천970만원(3만 여개)으로 비교적 높은 매출액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커피전문점 1억 6120만원, 치킨집 1억 3580만원(2만 5000여개) 등은 평균 매출액 대비 낮은 수준의 매출을 보이고 있다.

평균영업이익률은 9.9%로 평균영업이익은 2700여만원에 불과하다. 직장인 평균 연봉 3198만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평균 12시간 이상, 주 6일 근무. 프랜차이즈 시장의 업무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짐작할 수 있다.

낮은 영업이익율의 원인으로 높은 임대료, 인건비도 있겠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의 부당한 갑질영업도 크다. 모델링 당시 책정되는 높은 설계 감리비, 가맹점 수수료 외 각종 마케팅 비용은 가맹점주 부담이다. 원재료 구매시 해당 프랜차이즈와 관련 업체만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법도 대표적인 갑질행위다. 여기에 먹튀논란도 있다. 본점을 운영한지 한 달도 안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판매하거나, 심지어 매장의 운영도 하지 않은채 가맹비를 받고 판매하기도 한다.

물론 동반성장의 방법으로도 프랜차이즈 본사는 높은 매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더욱 치열해지는 프랜차이즈 경쟁 속에서 본사는 더 간편한 방식을 택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버는 모양새다.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의 등장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문제를 해결하고자 협동조합 방식의 프랜차이즈가 등장했다. 빵집, 커피전문점, 치킨, 고깃집, 피자집 등 분야도 다양하다.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프랜차이즈 본사 내부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고, 가맹점과는 기존의 계약관계를 유지하는 협동조합이 있다. 다른 하나는 가맹점주들이 모여 본사를 만드는 형태로 본사와 가맹점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협동조합이다.

유형1 : 프랜차이즈 본사 내부가 협동조합인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유형1>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의 경우, 본사 내부가 협동조합일뿐 가맹점주와의 관계는 일반 프랜차이즈와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프랜차이즈 본사가 협동조합인 구조에서는 언제든지 회사의 대표 및 경영진(이사장, 이사, 감사)을 직원조합원이 교체할 수 있다. 이사장의 임기도 제한된다. 임기는 4년까지 2차에 한해 연임가능하며 최대 12년까지다. 거버넌스 구조상, 호식이 두마리 치킨 오너의 비도덕적 행위와 권력 독점 문제를 사전에 방지 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적극적인 방식으로 징계위원회를 열고 문제를 개선할 수도 있다.

기존 주식회사가 대주주의 높은 이윤추구를 경영목표로 한다면, 직원협동조합은 소속 직원의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다. 단기간의 수익창출 보다 장기적인 경영을 중요시하는 이유다. 이는 단기간의 수익창출을 위해 가맹점주를 착취하는 경영 방식보다 가맹점주의 경영 안정과 성장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경영에 초점을 둘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이다. 이곳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직원이 조합원인 직원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된다. 직원 조합원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며 1인1표를 행사한다. 직원조합원은 이사장, 이사, 감사 등의 경영진을 선출한다. 총회를 통해 전년도 사업을 평가하며, 올해 예산을 심의하고 사업계획을 승인한다. 그러나 가맹점과 협동조합 본사는 계약관계다. 일반 프랜차이즈와 마찬가지로 가맹점주가 되기위해선 가맹비를 납부하고 계약관계에 따라 프랜차이즈를 운영한다.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이 설립된 배경이 궁금하시다면?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의 대표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국수나무, 필자의 자취방 근처 매장은 항상 손님으로 붐빈다. ⓒ황명연

다만, 경쟁보다는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적정한 가맹비 및 수수료를 책정하고 정기적으로 가맹점주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한다. 실제 90%에 가까운 가맹점주가 간담회에 참여할 정도로 많은 소통이 오간다. 청년 협동조합 창업도 지원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운영 경험을 살려 더파이브(The five)라는 청년협동조합 프랜차이즈를 개발해 인큐베이팅도 진행하고 있다. 

유형2 : 가맹점주가 조합원인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유형2>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가맹점주가 곧 프랜차이즈 본사의 주인인 구조다. 가맹점주가 본사의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사업 자체만 본다면 일반 프랜차이즈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의사결정과 이윤분배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협동조합의 이사장과 이사는 조합원인 가맹점주가 모여 선출하며, 본사의 운영방침 역시 가맹점주들이 함께 결정한다. 본사는 사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영비를 제외하고 별도의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다. 해당되는 수익은 가맹점주 이윤으로 분배된다. 그 결과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갑질문제 및 독점경영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여기에 협동조합 방식의 프랜차이즈는 본사의 이윤 일부를 소비자의 편익으로 환원한다(협동조합 경영 원칙에 따라). 즉,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기존의 프랜차이즈 사업보다도 가맹점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편익이 돌아가는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로 동네빵네협동조합을 들 수 있다. 지난 2013년 서대문구와 은평구 지역의 10개 빵집 주인은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대기업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의 진출로 폐업을 하거나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동네빵네협동조합은 원재료 공동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마케팅 홍보비용을 줄인다. 예를 들어 동네빵네 협동조합의 BI, CI 만들고 빵집의 간판이나 포장지 등을 공동제작하며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원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공동구매하면서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 

동네빵네협동조합 내부에서는 공동 협업도 일어난다. 동네빵집에 소속된 베이커리에서 인기있는 메뉴는 일부 레시피를 공유한다. 또한 새로운 레시피도 함께 개발해 판매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동네빵네협동조합에 속한 동네빵집의 경쟁력이 상승한다.

동네빵네협동조합 조합원 중 한 곳인 황성욱 빠띠시에 간판. ⓒ황명연

이와 동시에 각자 빵집의 고유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다. 동네빵네협동조합이라는 정체성은 공유하지만, 각자 베이커리의 이름을 사용한다. 또한 각각 자신의 레시피대로 제조되는 빵을 판매한다. 단순히 수익만을 생각한다면 모든 메뉴와 운영을 통일시키겠지만,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다르다. 조합원의 필요에 따라 협업할 부분과 그렇지 않을 부분을 정한다. 협동조합이기에 가능한 의사결정이다.

이와는 달리 브랜드부터 상품 및 서비스까지 일반 프랜차이즈와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공급하는 협동조합도 있다. 피자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인 피자연합이 대표적이다. 흰색 바탕의 깔끔한 인테리어. 매장 안 분위기도 통일돼있다. 내부 벽면에는 피자연합의 대표 메뉴 소개와 방송 출연 사진들도 붙어있었다.

피자연합 매장 내부 사진. ⓒ황명연

피자연합은 대형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피하고자, 기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모여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강제 인테리어 교체 및 높은 감리비 청구, 과도한 광고비 부담, 가맹점이 부담하는 할인이벤트 비용, 특정업체의 부재료 구매 강요까지… 프랜차이즈의 본사의 갑질은 끝이 없었다. 이런 갑질을 참지 못한 이사장은 가맹점주들과 함께 시위를 하며 문제해결과 대화를 요구했지만, 해당 프랜차이즈는 의견을 무시한 채 갑질을 지속했다.

결국 이사장은 프랜차이즈를 탈퇴하고 새롭게 피자 가게를 열었다. 그리고 갑과 을의 관계를 청산하고 함께 연합하자는 의미에서 피자연합이라 이름을 지었다.

2016년 협동조합 설립신고를 마친 피자연합은 2017년 5월 기준 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막 출범한 프랜차이즈인만큼 매장 수가 많지 않지만 서울, 인천, 이천, 세종,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매장을 운영 하고 있다. 협동조합 조합원으로는 가맹점주 외에도 원부재료를 납부하는 업체의 직원 및 대표가 참여하고 있다.

피자연합은 공동브랜드에서부터 모든 사업을 일반 프랜차이즈와 같은 방식을 취한다. 재료 구매부터 홈페이지 운영 및 브랜드 운영까지 공동으로 한다. 또한 서로의 매장 운영 경험을 함께 나누고 서로 돕는다. 다만 매장을 운영하는 점장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주인인만큼 별도의 본사 직원이 없다. 이에 조합원들이 모여 함께 역할을 결정하고 협의한다. 이 과정에서 영업 및 경영방침이 결정되고, 신규메뉴 및 개발 사업도 진행된다.

피자연합의 대표 메뉴인 피자한상. 주문한 피자에 일정 금액을 추가하면 치킨+샐러드+감자튀김+마늘빵+콜라까지 포함한 한상 세트가 나온다. ⓒ황명연

 

피자연합의 조합원은 실제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 운영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필자가 주문한 피자연합의 대표 메뉴인 피자한상은 푸짐한 양은 물론, 일반 프랜차이즈 피자보다도 훌륭한 품질이었다. 

이외에도 카페전문점 프랜차이즈와 경쟁하기 위해 마을카페들의 모여 함께 만든 소셜카페협동조합, 대형 치킨집 프랜차이즈의 틈새 속에서 치킨집 가맹점주를 위해 만든 을살리기협동조합 등 다양한 방식의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 등장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갑을 관계에서 비롯되는 프랜차이즈 시장의 문제를 극복하고, 가맹점주의 이권을 보호하고자 한다. 동시에 소비자에게 더 큰 편익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의 성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좀 더 고민할 이야기가 있다.

지난 3월 14일, 피자연합 이사장은 41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매장운영을 하며 생긴 빚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그리고 세 달 후… 국내 최대규모의 피자브랜드인 미스터피자의 보복 영업 사태와 함께 피자연합 이사장의 죽음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미스터피자 보복영업의 피해자는 다름아닌 피자연합 이사장이었다.

검찰 수사에 들어가서야 해당 프랜차이즈의 대표는 회장직에 물러나겠다는 기자회견으로 사과를 대신했다. 하지만, 사과문에서도 피자연합 이사장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힘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하기에는 이미 기울어질만큼 기울어진 운동장 같기도 하다.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갑을관계의 프랜차이즈를 공존과 상생 관계로 변화시키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다만,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의 가지는 의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끝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질 않길 바라며 삼가 故이종윤 이사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 프로젝트는 팟캐스트 공존공생에서도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 팟캐스트

[협동조합으로 한달살기] 프롤로그 : “협동조합으로 한 달을 살아보려고요.”

美 버거킹, 협동조합으로 ‘甲乙갈등’ 풀다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연구원으로 첫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협동조합을 컨설팅하고 교육하는 쿱비즈협동조합의 이사로 활동하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난 3월 사표를 던졌습니다. 지금은 쿱비즈협동조합의 조합원입니다. 협동하는 청년에서 협동하는 노년이 되고 싶은, 협동조합과 사랑에 빠진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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