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운영 사례 협동조합이 체인점 열거나 식자재 구입 비용 줄고 매출 올라 가맹점 수 늘자 본사도 로열티 수입 증가해 모두 윈윈 韓, 로열티보다 재료 공급 마진서 수익 저작권 인식 개선되면 적용 가능할 수도
지난 1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갑(甲) 횡포’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고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고시는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하위 규정으로 ▲제품 물량 강제 구매(일명 ‘밀어내기’) ▲판매 목표 미달성 시 계약 중도 해지 ▲제품 공급 중단의 불이익 등 본사와 대리점 간 불공정 거래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관련 사업자가 해당 고시를 위반할 경우, 매출액의 2% 이내의 과징금 등 행정적 제재와 2년 이하의 징역,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남양유업 사태에 이어, CU 편의점주 3명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정책 외에 또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수십 년 전 우리와 똑같은 ‘갑을(甲乙)’ 논란을 겪은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버거킹 등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했을까. 문제 해결에는 공교롭게도 ‘협동조합’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편집자 주
20년 전, 미스터도넛은 던킨도너츠 모(母)회사인 엘라이드 라이온스(Allied Lyons)에 인수되면서 550개 북미 점포가 ‘던킨도너츠’로 상호를 바꿔야 했다. 그 과정에서 70%에 달하는 375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이에 당시 미스터도넛 운영본부장이던 제임스 모턴(James Morton)은 45명의 사람과 함께 ‘도넛 커넥션(Donut Connection)’이라는 협동조합 체인점을 시작했고, 이는 미 전역 185개 매장으로 확대됐다(2012년 말 기준).
배스킨라빈스(Baskin Robbins) 체인도 비슷하다. 지난 1999년, 배스킨라빈스 체인점을 운영하던 제리 메릴(Jerry Merrill)은 본사로부터 “가맹점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그를 포함한 600명의 다른 가맹주는 배스킨라빈스를 불공정 행위로 고소했고, 더 나아가 40명의 점주는 ‘카레이도스쿱스(KaleidoScoops)’ 아이스크림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첫해에는 20%가량 매출이 하락했지만, 아이스크림 품질 개발과 불필요한 비용 절감 등에 힘쓴 결과 2003년에는 조합원 매장도 2배로 늘었다. 현재 미국 20개 주에 60개가 넘는 카레이도스쿱스 매장이 운영 중이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이윤을 양보하며, 가맹주와 본사 모두 윈윈(win-win)하는 시스템도 마련됐다. 1980년 미국 대법원이 ‘본사가 아닌 다른 곳으로부터 식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며 ‘구매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분위기가 점차 조성된 것이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처음엔 반대했지만, 현재 미국의 버거킹, 맥도날드, KFC, 피자헛 등 대형 프랜차이즈는 가맹주들이 조합원인 구매협동조합과 거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버거킹이 대표적이다. 버거킹의 구매협동조합인 ‘RSI’는 모든 가맹주가 조합원이다. 1991년 설립될 당시, 가맹주 18명이 공동 출자했고 1인 1표씩 권리를 행사했다. 버거킹 본사도 1표의 의결권을 가졌다. RSI가 메뉴 구성, 식자재 조달뿐만 아니라 포장지, 인테리어 공사까지 모든 구매 업무를 수행한다. 경영 전문가들은 “버거킹의 성공은 RSI가 크게 좌우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가맹주들은 가격을 낮출 합리적인 방법을 주도적으로 찾게 되면서 매출도 늘어났고, 가맹주들의 자발적인 비용 절감 및 소득 증대에 따라 체인점이 늘면서 본사 또한 ‘로열티 수입’이 증대됐다(1997년에는 가맹주의 소득이 연평균 7000달러가량 늘어났다). 2012년 말 기준 미국·캐나다 내 버거킹 체인점은 7496개이며, 이 중 98%를 가맹주가 소유하고 있다.
2012년부터 던킨도너츠는 가맹주들이 소유한 협동조합인 ‘NDCP’를 통해 독점적으로 식자재, 포장지, 소비재 등을 공급하고 있다. 던킨도너츠 본사는 “공급망 내 가맹주들의 역할이 더 확대될 것이며, 비용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NDCP는 미국 전역 가맹주들을 연결하는 IT 전산망을 구축해 효율적인 경영 방식을 도입했고, 가맹주들과 종업원이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인 복지법(MEWA·Multiple Employee Welfare Act)’까지 개발했다. 현재 7000개 가맹점을 가진 던킨도너츠는 구매협동조합의 성공에 힘입어 20년 후, 매장을 2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미국의 프랜차이즈 수익 구조는 가맹 본부가 노하우를 제공하고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얻는 로열티가 높은 편”이라면 “한국은 로열티 수익보다 고가의 재료 공급을 통해 이익을 얻는 구조”라고 분석한다. 송인창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이사장은 “한국은 로열티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라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모델이 한국에 바로 적용되긴 쉽지 않을 것”이지만,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확대된다면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갑을 관계’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