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용감한 엄마 ‘청소녀미혼모’ 지원 대안학교, ‘자오나학교’

“학교는 마치 엄마가 있는 친정집 같아요.” 지난 5월,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의 ‘자오나학교’에서 만난 이선민(가명‧18)씨가 웃으며 말했다. 자오나학교는 청소녀미혼모(25세 미만) 및 위기청소녀를 위해 주거 및 교육을 무료로 제공하는 국내 최초 대안학교다. 이씨는 2년 전 이곳에 왔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 쉼터를 떠돌며 과자와 음료수로 허기를 채우다 이가 온통 썩기도 했다는 그녀.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기뻤다’며 아이를 지키고 싶었지만, ‘미혼모’라는 세상의 편견은 홀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따가웠다고 한다. 그 용기를 유일하게 받아준 게 자오나학교였다. 아이와 함께 있을 곳을 수없이 찾다 출산 직전 알게 된 이곳에서 이씨는 ‘인생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선생님들과 함께 지내며 아이를 키우고 양육법을 배우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최근엔 회계공부도 시작했어요.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끝까지 도전할거예요.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돼야죠(웃음).” ◇피보다 진한 ‘나눔’으로 미혼모‧위기청소녀들의 부모 돼주는 ‘자오나학교’ 자오나학교에 들어서자 교실 문밖에서부터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오전 국‧영‧수 검정고시 대비 수업을 마친 뒤, 아이와 놀아주는 법에 대해 배우는 미혼모 학생들이 둘러앉아 색종이 접기가 한창이었다. 아직 앳된 모습이지만, 모두 육아 베테랑들이다. 이날 오후 수업도 학생들 스스로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고민해 선생님과 논의 끝에 정한 커리큘럼이란다. 이 외에 중국어, 일본어 등 제2외국어부터 인문학까지 자오나학교는 중‧고등 과정 각 2년씩 총 4년 간 이뤄진다. 교실 반대편으로 몇 걸음 걸어가자 침실, 거실부터 부엌까지 갖춘 기숙사에 도착했다.

대학생이 바꿉니다, 미화원 어머니의 삶

달라진 대학가 풍경 서강대 인기 주점 ‘어머니 손맛’93명 미화원 모여 축제 때 운영… 매년 수익 절반 장학금으로 기부숙명여대 커뮤니티 ‘대나무숲’교내 비정규직 처우 개선 위해 4500명 학생 서명운동 동참도 “부침개 하나 주세요!” 지난달 20일 저녁, 서강대 축제 현장. 빨간 앞치마를 두른 50~60대 여성들은 전과 계란말이를 부치느라 분주했다. 음식을 주문하는 수십명의 학생들로 주점 부스는 북새통을 이뤘다. 서강대 여성 환경미화원들이 봄 축제 때마다 여는 ‘어머니 손맛’ 주점 풍경이다. 축제가 열리는 이틀간 93명의 미화원들은 두 조로 나눠 역할 분담을 하고, 시장조사와 메뉴 구성에만 일주일을 투자한다. 학교 측에선 축제 기간에 퇴근시간을 30분씩 앞당겨주고,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나서서 서빙 및 뒷정리를 돕고 있다. ‘어머니 손맛’이 7년 넘게 서강대 최고 인기 주점으로 자리매김한 비결이다. 2012년부터는 수익금의 절반을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김민희(가명·61) 분회장은 “2010년 서강대 개교 50주년을 맞아 미화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민들레장학금을 마련했는데, 매년 주점 수익금을 이에 보태 기부하고 있다”면서 “사실 수익금 기부는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시작한 것”이라며 웃었다. 실제로 서강대 학생들은 학내 미화원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2007년부터 동아리 연합회는 미화원을 위한 정기 풍물교실을 진행해왔고, 2011년엔 사회과학대 학생들이 ‘맑음 교실’을 열었다. 컴퓨터·영어 교실, 네일 아트, 팔찌 만들기, 춤·노래 교실 등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미화원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다. 매주 열리는 맑음 교실엔 최소 학생 10명과 미화원 20명이 참여할 만큼 인기가 높다. 미화원들은 ‘어머니

“출입문 통과도 어려워”….학습권 침해받는 장애인 대학생

“먼저 가세요.” 6월 2일 오전 10시, 서강대학교 로욜라 도서관(중앙도서관). 휠체어를 탄 기자의 뒤로 기다리는 줄이 늘어섰다. 양보를 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로욜라 도서관 출입구 폭은 83cm로 휠체어의 폭(68cm)을 고려하면 여유 공간은 고작 15cm에 불과했다. 좁은 입구에 맞도록 휠체어의 각도를 조정할 때 마다 바퀴를 굴리는 손이 계속 문에 부딪혔다. 설상가상으로 휠체어에 걸어놨던 가방까지 문에 걸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출입문을 온전히 빠져나오려면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했다. 앞서 서강대는 368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 평가(국립특수교육원, 2015)’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두 시간 동안 활동보조인과 함께 휠체어를 굴리며 이동체험을 한 기자에게 교정은 험난한 장애물 코스와 같았다. ◇장애인 이동권 제약, 학습권 침해로까지 이어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편의증진법)’에 따르면 장애인이 출입 가능한 문의 유효폭은 80cm다. 대부분의 대학이 설계도면상으로는 이 편의증진법을 준수했다. 하지만 더나은미래 청년기자들이 취재한 결과, 기자재이나 벽의 위치 때문에 실제 출입문의 폭은 그보다 좁은 경우가 허다했다. 서강대 도서관 화장실은 문 뒤에 청소도구함이 있어 최대한 열어도 79cm밖에 되지 않았다. 대형교양강의가 많이 열리는 김대건관 역시 문에 걸린 걸쇠 때문에 실제 폭은 77cm에 불과했다.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학 중인 지체장애인 박지원(가명·27)씨는 “도서관 출입구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대학 엘리베이터 등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입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건물 설계가 아직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강대학교와 함께 최우수 등급을 받은 서울대학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휠체어를

“이야기 담은 물건 팝니다” 에코백 300개 두시간에 동나

성수동 ‘서울숲마켓’ 가보니 지난 1일, 서울 성수동의 코워킹(Co-Work ing) 공간인 카우앤독(CoW&DoG)에서 ‘특별한’ 마켓이 열렸다. 소셜벤처 제품을 한곳에서 만나는 ‘서울숲마켓’이 주인공. 카우앤독·Sopoong(소풍)·루트임팩트(ROOT IM PACT)·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카카오, 쏘카의 후원으로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참여한 셀러는 총 45개팀. 육포나 식혜, 잼 등의 먹을거리에서부터 팔찌, 가방 등의 패션 소품, 업사이클링 제품 등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제품들이 쏟아졌다. “주로 온라인으로 판매가 되다 보니 판매자들끼리나 소비자와의 교류가 쉽지 않아요. 서로 연결하는 동시에 좋은 취지로 사업을 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 브랜드가 많다는 걸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서울숲마켓을 총괄한 이은진 카우앤독 매니저가 행사 취지를 소개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방문객 선물용으로 준비한 300개의 에코백은 두 시간이 채 되기 전에 동났고, 움직이기 힘들 만큼 사람들로 북적였다. 점자를 새긴 디자인 소품을 판매하는 도트윈 박재성(23) 대표는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소비자에게 직접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고, 올 3월 위기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의류 브랜드 아코밋(Acomet)을 론칭한 온상현(21)대표는 “선배 소셜벤처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올해는 시민들이 체험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이 추가됐다. 꽃을 통해 소외 계층의 자활을 돕는 ‘꽃그리다봄’은 꽃꽂이 클래스를, 폐자전거 부품으로 시계, 조명 등을 만드는 ‘리브리스’는 부품을 활용해 탁상, 벽시계를 만드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행사에 방문한 시민은 1000여명. 수원, 부천 등에서 일부러 찾아온 시민들도 늘었다. 박경태(32)씨는 ‘불룩한’ 에코백을 보여주며 “생필품과 부모님 선물 모두 서울숲마켓에서 마련했다”며 웃어 보였다. 서울숲마켓은

[2016 서울숲마켓] 성수동에서 일어난 작은 소란

지난 5월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코워킹 스페이스 카우앤독에서 제2회 ‘서울숲마켓’이 열렸습니다. 소셜벤처 등 45개의 팀이 셀러로 참여해 ‘공익적’ 의미를 담은 특별한 제품들을 선보였습니다. 그 특별한 행사에 더나은미래가 빠질 수 있나요? 더나은미래 청년기자들이 담아온 현장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1 김리은 청년기자가 담아온 현장 이야기이야기가 담긴 제품을 판매하는 ‘특별한’ 마켓 “무설탕인데 어쩜 이렇게 달아요?”“이거 살게요! 얼마예요?” “두 개 사면 1000원 깎아서 9000원에 드릴게요!” “이게 점자라고요? 어머 정말 예쁘다. 의미도 좋고요!”” 만남은 항상 소리와 함께 찾아온다. 발 디딜 틈이 좁아질수록 상인과 손님들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졌다. 지난 1일, 서울 성수동의 코워킹공간인 카우앤독에서 ‘특별한’ 마켓이 열렸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카카오‧쏘카의 후원과 카우앤독‧Sopoong(소풍)‧루트임팩트‧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의 공동 주최로 진행된 서울숲마켓이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소셜벤쳐들의 제품이 쏟아졌다. 현장은 손님 맞을 준비로 아침부터 분주했다. 책상과 테이블을 건물 양쪽으로 길게 배치하고, 테이블 위에는 색색깔의 식탁보가 깔렸다.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서다. 제품이 담긴 상자를 든 사람들이 바쁘게 발길을 옮겼다. 브랜드 콘셉트 별로 구역을 나눠 입구로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오른쪽은 먹거리를 판매하는 셀러, 왼쪽에는 업사이클링 브랜드와 팔찌나 드림캐쳐 등의 패션소품과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셀러가 자리잡았다. 오전 11시, 마켓이 개장되자마자 시민들이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개정한 지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100여명이 찾았고, 방문객 선물용으로 준비한 에코백 300개는 금새 바닥을 보였다. 문상진(34)씨는 ”조용하던 동네에 무슨 일인가 싶어 지나가다 들렀다”며 “신기하고 재미있는 제품이 많은 것 같다”는 말을 전한

[서울숲마켓 D-1] 지구촌의 가난을 해결하는 착한 딜러들

  오는 8일은 ‘세계 공정 무역의 날’이다. 공정무역(Fair Trade)은 제3세계의 가난한 생산자를 ‘시장’에서 돕기 위한 사회적 운동이다.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주고 물건을 사고, 소비자에게는 유통 과정을 최대한 생략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도록 노력한다.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는 ‘비극적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다. 지구촌의 가난을 해결하는 한국의 공정무역 기업은 어떤 곳들이 있을까.  ◇지구마을의 보부상을 꿈꾼다, 어스맨 “대기업에서 3년을 근무하고 나니 개인적으로 회의감이 밀려왔습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가. 철학적인 고민도 하게됐고요.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 ‘오래된 미래’ 속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어요. 이런 세상이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라다크행을 결심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라다크로 떠난 최희진씨. 그녀는 인도의 라다크와 라오스를 방문하면서, 삶의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공정무역은 더 이상 이상이 아닌 목표가 됐다. 공정무역 기업 ‘어스맨’을 설립한지 어느덧 5년. 최희진 대표는 “라오스를 한국에서 돕기 위해 회사를 창업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의 철학은 ‘어스맨’이라는 사명(社名)에서부터 드러났다. 어스맨은 Earth(지구)와 Man(사람)의 합성어로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 “어스맨의 모든 물건은 사람과 자연으로만 만들어진다는 의미가 하나, 다른 하나는 지구사람, 즉 지구와 사람은 공존한다는 의미죠.” 그녀는 공정무역은 “어느 일방에만 공정한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공정한 윈-윈(Win-Win)무역”이라고 강조했다. 양질의 물품을 얻을 뿐 아니라, 생산지의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면서 소비자들의 심신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어스맨의 대표 상품은 수공예 패브릭 제품이다. 원료 생산부터 제조까지 전 과정이

[서울숲마켓 D-1] 업사이클링계의 ‘어벤저스’가 등장했다!

스위스의 ‘국민 브랜드’는 장인이 만든 명품 브랜드가 아니다. 폐(廢)방수천을 활용해 만든 가방을 파는 ‘프라이타크(Freitag)’다. 연매출은 700억원, 역사도 20년이 넘는다. 국내에도 ‘제2의 프라이타크’를 꿈꾸는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아이템도 청바지, 폐현수막에 그치지 않는다. 버려지는 물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이들, 업사이클링계의 떠오르는 ‘어벤저스’를 소개한다.  ◇ 폐자전거를 시계로 만드는 21세기 연금술사, 리브리스 좁은 문래동 골목가를 지나 찾아간 한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벽면에 걸려있는 파란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책상 위에 놓인 자전거 바퀴에는 시계의 분침과초침이 째깍째깍 돌아갔다. 이 작업실의 주인공은 폐자전거 부품을 활용해 시계, 전구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브리스(Rebreis)’다.   “제가 자전거 타는 걸 참 좋아하는데, 우연히 자전거 바퀴를 이용해 시계를 만드는 외국 작가의 사진을 봤어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시작했습니다.” 리브리스 장민수 대표가 멋쩍게 웃었다. 리브리스(Rebris)는 다시를 의미하는 ‘re’와 파편, 폐기물을 의미하는 ’debris’의 합성어다. 버려졌던 자전거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킨다는 뜻이다. 장 대표는 주로 자전거 체인링(앞 기어)과 스프라켓(뒤 기어)을 사용해 제품을 제작한다. 먼저 세척을 통해 기어의 녹을 제거한 후, 도색과 건조의 과정을 거친다. 도색된 기어와 아크릴 판, 시계 바늘 등을 조립하면 독특한 디자인을 가진 시계가 탄생한다. 한 제품을 제작하는 데 보통 8시간 정도가 걸린다. “차상위 계층 등 어려운 삶을 사는 분들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리브리스를 키우고 싶어요.” 새 생명을 얻은 자전거처럼, 힘든 삶을 겪고

[서울숲마켓 D-2] 특별한 사람들이 만든 특별한 물건이 있습니다

제품의 가치는 ‘누가’ 만드냐에 달려있다. 기계보다는 ‘사람’의 손을 탄 ‘핸드메이드’ 제품이 비싼 이유도 그 때문이다. 5월 1일 열리는 서울숲마켓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만드는 특별한 물건들이 있다. 제품 속에 담긴 그 스토리를 소개한다.  ◊인생의 겨울을 겪는 이들이 만드는 꽃, ‘꽃그리다봄’ 길거리에 꽃이 만개하면 완연한 봄을 느낀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꽃이 피어내는 과정은 실패 후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삶과도 비슷하다. 꽃을 통해 인생의 겨울을 겪는 사람들과 다시 봄을 찾아 나서고 싶다는 ‘꽃그리다봄’의 양순모(29) 대표를 만났다. ‘꽃그리다봄’은 단순한 꽃집이 아니다. 소외계층의 자활을 돕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쪽방촌 주민, 어르신,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주요 미션이다. 양 대표의 원래 꿈은  NGO 활동가였다. 영국으로 유학을 하러, 아프리카행 티켓까지 구입했지만, 국제 이슈와 관련한 실전 경험을 한국에서 쌓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사업이 됐다.  ‘꽃그리다봄’은 보통의 꽃집과 달리 온라인 판매에 중점을 둔다. 고정비를 절감해 ,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따뜻한 글귀가 적혀있는 ‘드라이플라워 액자’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꽃그리다봄은 사회적기업임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어요. 제품으로 승부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자활 사업일수록 수익구조가 탄탄해야 해요. 소외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돕는 것이 아니라 ‘동업’의 개념이거든요. 수익 구조가 탄탄할수록 더 많은 분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요.” 양 대표는 “5월 1일에 열리는 서울숲마켓에서 특별한 꽃다발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드라이플라워 액자와 카드, 다육식물, 장바구니형 꽃다발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또한 5월 중에는 네이버

[2016 서울숲마켓⑩] 나는 패션 생태계 치유사입니다

윤리적 패션 브랜드 오르그닷 “돈 많이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이 가야 하잖아요.” ‘오르그닷’은 윤리적 패션을 지향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버려진 빈 페트병과 폐어망을 이용해 실을 뽑아내고, 무표백‧무형광 면으로 만든 옷, 가방, 앞치마 등을 판매한다. 올해로 8년째에 접어든 오르그닷의 목표는 간단하다. 만드는 사람들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 오르그닷 김방호 대표(사진)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굵직한 국내 포털 회사를 뛰쳐나왔다. 그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윤리적 패 션’이란 단어에 대해 2가지로 정의했다. “하나는 노동, 다른 하나는 환경이에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을 존중하는게 우선이고, 그렇게 만든 물건이 최대한 지구 환경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패션 산업은 전 세계에서 식량 다음으로 큰 산업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지만, 환경 오염과 노동 착취도 심각했다. 그렇다면, 친환경 생산 활동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지 않을까. 오르그닷의 대표 제품은 바로 ‘무가공면’ 티셔츠이다. 탈색, 염색 등을 전혀 하지 않고 100% 면으로 만들었다. 단점이라면 아이보리색 하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입는 새하얀 옷들은 모두 형광증백제를 사용한 제품이다. 형광증백제는 장기간 인체에 사용될 경우 피부염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심하면 암까지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이다. 오르그닷에서만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건강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13년 매출은 14억원. 홈페이지로 단체복 제작 의뢰를 받아 판매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다.   최근에는 좀 더 본질적인 사회적 역할을 위해 ‘디자이너스앤메이커스(Designers & Makers)’라는 사업을

우리가 슬로우 패션을 고집하는 이유

패션 브랜드 공공공간  특별함은 언제나 눈길을 끈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시장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OOO간(이하 ‘공공공간’) 브랜드는 다르다. 공공공간은 봉제 공장이 가득찬 ‘창신동’에서 ‘공유, 공감, 공생’을 모토로 잡은 슬로우 패션 브랜드다. 이들은 빠르게 입고, 쉽게 버려지는 것은 거부한다. 모든 디자인은 ‘제로 웨이스트(자투리 원단을 최소화하거나 남는 원단이 없도록 옷을 제작하는 방식)’를 기반으로 한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디자인이 많아요. 저희는 단순히 멋있는 것이 아니라 이유가 있는, 궁극적으로 사회적 가치가 담긴 디자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2011년, 순수예술을 전공한 미대생이었던 신윤예(31)·홍성재(34)씨는 창신동에 ‘공공공간’이라는 조그만 의류 브랜드 샵을 열었다. 동대문과 가까운 창신동은 한때, 봉제 산업의 메카였다. 하지만, 봉제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며 소외 산업 지역으로 변해갔다. 이들은 공동화된 지역에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며, 창신동 재생 산업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지역에서 어떤 임팩트를 만드는 게 도움이 될까 고민을 많이했습니다. 결국은 제품을 잘 만드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옷을 만드는 방식뿐 아니라, 소외 산업 지역을 재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어요.” 셔츠를 시작으로, 가방, 앞치마까지 제품의 영역을 확대했다. 이 제품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은 ‘슬로우 패션’. 소비자들이 제품을 오래 쓰길 바라면서 화려하지 않은 색을 사용했고, 제품에 기능을 더해 쓰임새가 많도록 만들었다.  공공공간은 제품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삶의 태도를 제안하고자 한다. “브랜드라는 건 멋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뭘 지향한다’와 같은 방향성인 것 같아요. 결국, 좋은 디자인이라는 게 지금 시대에 어떤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