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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갈 곳 잃은 여행자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많은 시련을 주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궤멸적인 피해를 본 산업 중 하나가 여행·관광 산업이다. 2019년 전 세계 GDP의 10.4%를 차지하던 여행·관광 산업은 2020년 5.5%로 약 49.1%(약 4조5000억달러)나 감소했고, 관련 일자리도 18.5%가량 감소했다. 정부의 긴급 보조금을 가장 많이 수혈받은 업계 중 하나였는데도 이 정도라면 실제 여행·관광 업체 종사자들이 느낄 고통은 얼마큼인지 상상하기 힘들다. ‘무착륙 비행’이라는, 기후변화 시대에 상상하기 어려운 고탄소 배출 상품이 인기를 끈 것도 결국 이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리라.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코로나에 해외여행 욕구가 커진 고객들과, 당장 현금이 없어 피가 마르는 관광 업계와 항공 업계의 수요가 맞아 도착지도 없이 면세점 쇼핑과 비행만 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이래저래 씁쓸하다. 설령 갈 곳이 없어도 훌쩍 떠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인류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점점 발목이 묶일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여행이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장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여행 산업을 위한 비영리 민간단체 ‘서스테이너블 트래블 인터내셔널(Sustainable Travel International)’에 따르면 관광 산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하며, 그중 절반이 이동 수단에 의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까지 중국, 인도 등 최근 경제 성장이 가파른 국가의 해외여행 수요가 폭증하고, 저가 항공들이 대거 생겨나면서 1990년 5억t 수준의 항공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8년 10억4000만t이 돼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차치하더라도 관광은 해당 지역에 큰 사회적, 환경적 부담을 준다. 수용

사회문제 해결하는 스타트업 돕는다… ‘ESG 코리아’ 얼라이언스 출범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한 대기업·임팩트투자사·교육기관 연합체가 출범했다. 29일 SK텔레콤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스타트업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는 ‘ESG 코리아 2021’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연합체에는 SK텔레콤, 마이크로소프트, SAP, 소풍벤처스, HGI, 벤처스퀘어, SK사회적기업가센터, SBA성수허브 등 8개사가 참여했다. 이들은 국내 스타트업을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뜻을 모았다. ESG 코리아 2021 얼라이언스는 전문가 집단과 임팩트투자사, ESG 성과측정 기관 등과 연결해 스타트업들이 ESG 목표 설정부터 서비스 개발, 시장 진입, 글로벌 확장까지 할 수 있도록 돕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SK텔레콤은 ICT 인프라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투자 유치, 사업 연계 등을 지원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ESG 관련 기업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기업 SAP는 B2B 소프트웨어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에 대한 기술 지원을 맡기로 했다. 임팩트투자사인 소풍벤처스와 HGI는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해 조언하고, SBA성수허브는 사무공간을 제공할 계획이다. ESG 코리아 2021 얼라이언스는 오는 6월 6일까지 SK텔레콤 트루 이노베이션 홈페이지(www.true-inno.com/ESG)를 통해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업을 최대 15팀 선발한다. 프로그램은 하반기부터 6개월간 진행된다. 남보현 HGI 대표는 “임팩트 전문 투자기관으로서 창업팀의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육성해 온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소셜벤처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여지영 SK텔레콤 오픈콜라보담당은 “ESG 코리아 2021은 국내외에서 스타트업 ESG 경영 관련해서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갖춘 기업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ICT 분야 스타트업들이 ESG 경영을 도입해 건강한 성장을 이루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할 수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인류에게 던져진 不和의 황금사과

어린 시절 열심히 읽던 그리스 신화 세계관의 시작은 바로 트로이 전쟁에 대해 다룬 ‘일리아스’였다. 올림푸스의 신들이 아카이아인과 트로이인들을 통해 대리전을 펼치는 이 중요한 이야기가 ‘에리스’라는, 그리스어로 ‘불화(不和)’를 뜻하는 여신에게서 시작됐다는 건 꽤나 흥미로운 포인트였다. 불화와 이간질의 여신인 에리스는 인간들뿐만 아니라 신들 사이도 이간질하며 불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로 인해 벌어진 전쟁터를 전쟁의 신 ‘아레스’와 함께 누비며 자신이 일으킨 파괴의 흔적을 즐기는 존재로 묘사된다. 아마도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에리스가 열심히 가꾸는 ‘불화의 황금사과 과수원’쯤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팬데믹, 시시각각 닥쳐오는 기후변화 등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는 문제가 산적한 상황인데도 인류는 대동단결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서로 갈라져 다투느라 여념이 없다. 이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극단주의다. 정치, 종교, 사회적 이슈 전반에 걸쳐 극단주의가 세계적으로 범람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극단주의는 자신이 믿는 이데올로기를 ‘극단적’으로 내세워 자신과 타인 모두의 이익을 짓밟는 비합리적 행동으로 치닫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었던 백인 우월주의 단체 프라우드보이스나 음모론을 신봉하는 큐어넌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현재 이러한 극단주의가 자라날 최적 상황이 조성됐다는 점이다. 2000년대 이후 자본의 세계화와 반복된 경제 위기는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한 국가들의 중산층을 붕괴시켰고, 빠른 속도로 양극화가 진행됐다. 실업률 증가, 정부 복지 재정 고갈은 일본·영국·미국 등 선진국들의 급격한 우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과 미국의 패권 정치와 아프리카, 중동 정세 악화로 인한 대규모 난민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팔열팔한지구(八熱八寒地球)

대부분의 종교는 사람들에게 선악을 가르치기 위해 각자의 문화권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누리는 ‘천국’과 가장 고통스러운 ‘지옥’의 모습을 상상했다. 흥미로운 것은 천국의 모습은 문화권별로 차이가 있는 데 비해, 지옥은 대부분 묘사가 겹친다는 것이다. 그곳은 불타거나, 얼어붙어 있는, 고통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고대의 종교인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에 신음하고 있는 오늘날 지구의 풍경을 보게 된다면, 아마도 종말이 다가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2020년은 지구 기온 사상 최고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 지역은 관측을 시작한 이후 2010년까지의 평균기온에 비해 2020년 기온이 2.2도나 높았다. 겨울철 온도가 영하 50도까지 내려가는 시베리아 북동부 북극권 인접 지역 베르호얀스크는 6월 평균기온이 평소 20도에 불과한 곳이었으나 작년 6월에는 38도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2월에는 30년 만의 최악의 한파가 미국 중부, 남부를 덮치면서 세계 최강 대국 미국에서 수도와 전기가 끊기고 석유 시설의 생산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시기보다 1.1도 이상 증가하면서 열대 폭풍의 빈도와 강도는 올라가고, 제트기류의 약화로 인해 극지방에 갇힌 차가운 공기 덩어리인 극소용돌이(Polar Vortex)가 남하하면서 폭한 사태를 발생, 전 세계적인 폭염과 가뭄, 그로 인한 산불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상기후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서, 인류 사회에 실존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독일의 비영리 민간기후연구소 저먼워치는 21세기에 들어서 20년간 1만1000건이 넘는 이상기후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사망자가 47만5000명, 피해액은 2조5600억달러(약 28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역신의 시대

인류가 누리는 삶의 질을 드라마틱하게 개선한 것을 꼽자면, 무엇보다도 공중위생과 의료보건 영역일 것이다. ‘등불을 든 여인’ 나이팅게일이 이름을 남긴 것도 크림전쟁에서 위생정책 개선을 통해 부상병들의 사망률을 40%에서 2%로 감소시켰기 때문이고, 때만 되면 기승을 부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던 천연두, 장티푸스. 콜레라의 사망률을 급격히 낮춘 것은 백신과 항생제의 개발이었다. 아마도 인류는, 적어도 선진국이라고 할 만한 국가에서는 고령화와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인한 대사질환 증가 이외에는 의료보건 영역에서는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하고 있던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자만하던 인류에게 코로나19는 우리의 의료보건 대응 능력이 한참 부족하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함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최신 정보가 온 사방에 업데이트되고 있으니 굳이 다시 다루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인류는 역신이 날뛰는 시대로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 이후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신종 인플루엔자,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COVID-19 등 주요 신종 감염병만 30여개 이상 발견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책동향에 따르면 한때 소멸했던 감염병이 새롭게 만연하거나 재출현하는 동향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인간의 행동과, 그 행동으로 인해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결과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밀림 개발과 삼림 파괴로 인해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증가하고, 동물에게만 존재하던 새로운 감염병이 퍼지게 될 뿐 아니라, 대기 기온이 상승하고 그로 인한 기상 이변으로 질병을 매개하는 진드기와 모기가 증가하게 된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기상청의 예측대로 2040년 제주 해안의 겨울철 평균 기온이 섭씨

“망해가는 세상 바꾸는 비즈니스 위해, 우리가 뭉쳤습니다”

[인터뷰]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 정경선 HGI 의장 ‘가능한 최선의 우주’. 도현명(37) 임팩트스퀘어 대표와 정경선(35) HGI 의장 겸 루트임팩트 CIO를 만나고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말을 떠올렸다. 칼 세이건은 “인류가 우주를 전부 이해하는 건 영영 불가능하지만, 아직 더 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발견이 있기 때문”에 “인류는 가능한 최선의 우주에 살고 있다”고 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고통의 바다’란 말이 있을 정도니, 어떤 문제도 없는 완벽한 세상은 누구도 만들 수 없다. 그 때문에 ‘소셜 섹터’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마음 한편에 크고 작은 패배감을 안고 산다.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애초부터 달성 불가능한 일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도현명 대표와 정경선 의장은 10년 전부터 불가능의 세계에 뛰어들어 ‘가능한 최선의 현실’을 만들어온 사람들이다. 정경선 의장은 2012년 체인지메이커 지원 기관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고 서울 성수동에 혁신가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인 ‘헤이그라운드’를, 2014년엔 임팩트투자사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를 만들며 성수동 소셜밸리를 일궜다. 도 대표 역시 소셜 섹터에서는 명성이 자자한 실력자다. 네이버 출신으로 2010년 임팩트스퀘어를 창업했다. 당초 임팩트 비즈니스 컨설팅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투자·액셀러레이팅까지 보폭을 넓혔다. 대기업 임원, 정부 고위직까지 임팩트 비즈니스가 막힐 때마다 그를 찾는다. 그런 두 사람이 새로운 ‘작당 모의’를 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내년부터 HGI와 재밌는 일을 벌일 건데, 한번 만나시죠.” 지난 연말, 도 대표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 얘기를 하려면 경선 대표도 꼭 같이 만나야 해요. 그런데 경선 대표가 지금 이 건으로 싱가포르에 있습니다.” 두 사람이 새로 시작한 일에서도 싱가포르가 아주 중요하다고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멀지 않은 아틀란티스

현대 인류에게 지도란 20세기 중반 이후로 꽤나 안정적이었다. 아주 드물게 새로운 정부와 함께 국가명이 변경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그게 아닌 이상 국경선이나 대륙의 해안선 등은 매년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 주요 거점 도시가 낮은 해발고도에 있는 국가,즉 싱가포르·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이 큰 고민에 빠진 것은 이 ‘당연한 일’이 더는 당연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한민국에도 위험한 상황임을 뜻한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과 그린란드의 빙하가 급속도로 녹으면서, 전체 담수의 75%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게다가 해온 자체가 상승하면서 부피가 커져 전 세계적인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NASA와 유럽 인공위성 데이터를 분석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연평균 2.5mm씩 상승하던 해수면은 2010년대 말에 연평균 3.4mm씩 상승하고 있다. 해빙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것을 고려해보면 앞으로 해수면 상승은 점점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과학 비영리 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해수면이 10cm 상승할 때마다 해안 지역에 홍수와 범람이 일어날 확률이 2배씩 상승한다. 현재 추세대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 악화하면, 2050년에는 아시아에서만 1억명 가까운 인구가 거주하는 지역이 매년 만성적인 침수 피해를 당하게 된다. 광저우·셴젠이 위치한 주강 삼각지 지역, 베트남 남부,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거점 도시들, 방콕 등이 대표적인 피해 지역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고지대에 위치해 있지만, 이러한 침수 피해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공단들과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악마는 맨투맨과 롱패딩을 입는다

개인적으로 ‘패션’은 내게 무척이나 험난한 영역이었다. 편하게 입는 것만 추구하던 내게 ‘전체적인 색상 톤은 통일하고 신발 같은 아이템으로 포인트를 줘야 한다’ ‘질 좋은 소재의 운동복으로 캐주얼하면서도 럭셔리한 느낌을 연출하라’ 등의 조언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옷장을 갈아엎으며 진지하게 패션의 변화를 시도할 만큼 요즘 세상에서 ‘패션’이 갖는 위상은 전과 비교할 수 없다. 시장에 쏟아져나오는 신상품과 새로운 브랜드들, 그리고 그걸 선도적으로 골라내 멋진 스타일로 보여주는 SNS의 인플루언서들, 그들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패션 커머스들은 ‘모두가 패션 리더’가 되는 유례없는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트렌드를 일 단위로 읽어내 생산-유통-판매에 반영하는 유니클로, 자라, H&M 등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의 폭발적인 성장과, 항상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고 수집욕을 자극하는 샤넬이나 LVMH 같은 기존 패션 왕국들의 끊임없는 변화는 ‘자산에 대한 투자’보다 ‘본인을 위한 소비’를 선호하는 밀레니얼과 Z 제너레이션의 성향과 맞물려 2019년 전 세계 총 규모 6723억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뱀이 독성이 강한 것처럼, 우리 모두를 아름답고 멋지게 만들어주는 패션 산업은 인류와 지구에 강력한 독성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인류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하며, 매년 930억 큐빅미터라는 어마어마한 담수 자원을 소모한다. UN인권위에서 최소한의 인권을 위해 인당 연간 20큐빅미터 정도 물이 필요하다고 했던 걸 생각해보면, 우리는 패션업의 수자원 소모만 조금 줄여도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는 11억명을 단숨에 구할 수 있는 셈이다. 패션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고기가 사라진 미래

한국 맛집 탐방가들의 포스트에 언젠가부터 빈번하게 등장하는 식당들이 있다. 바로 ‘한우 오마카세’. 고급 스시집처럼 한우의 각종 특수 부위들을 다양한 양념과 곁들여 순서에 맞춰 서빙하는 초고급 고깃집이다. 저녁 한 끼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데도 문전성시인 걸 보면 그야말로 현대판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 할 수 있겠다. 한우 오마카세는 일부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한국인들이 고기를 좋아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기 무한 리필 뷔페들이 호황이고, 아이돌이 곱창을 먹는 장면이 TV를 타면서 한때 전국 곱창집이 사람들로 붐볐다. 바야흐로 ‘고기테리언’ 전성시대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자료에 따르면, 95년 한국인은 1인당 평균 6.72㎏의 소고기와 14.75㎏의 돼지고기, 5.98㎏의 닭고기를 먹었는데, 23년 후인 2018년에는 평균 12.7㎏의 소고기와 27㎏의 돼지고기, 14.1㎏의 닭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거의 두 배에 가깝게 증가한 수치다. 한국인들의 식성은 이미 바뀌었고 앞으로 더 많은 고기를 찾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우리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고기 사랑이 큰 대가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축산업(사료 재배부터 육류 가공까지)의 탄소 배출은 전체 배출의 14.5%에 해당하며, 이는 에너지 섹터 다음으로 막대한 배출량이다. 지금도 남미에서는 소를 키우거나, 소를 먹이기 위한 목초지를 확보하기 위해 엄청난 면적의 밀림을 불태우고 있고 이는 기후온난화를 부추기고 있다. 어디 이뿐일까. 더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먹기 위해서 도입한 공장식 축산은 동물 복지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효율화를 위해 고안한 밀집 사육장. 그로 인해 벌어지는 폐사를 막기 위해 남용되는 항생제는 치명적인 인수 공통 감염병의 우려를 낳는다.

넥스트임팩트-세션2
[2020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 ②컬렉티브 임팩트 관점에서 본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

“우리 조직이 선두에서 이끌고, 나머지는 따라온다는 태도를 먼저 버려야 합니다.” 지난 29일 열린 ‘2020 넥스트 임팩트 콘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에 참여한 연사들은 컬렉티브 임팩트를 만들기 위해선 타조직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세션의 주제는 ‘컬렉티브 임팩트 관점에서 본 아시아 임팩트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강에나 AVPN 한국대표부 매니저가 모더레이터로 참여했고, 정경선 HGI 의장, 김광욱 아시아재단 한국지부 대표, 최재호 현대자동차 책임매니저, 크리스티 데이비스 싱가포르 경영대학교 리엔 사회혁신센터장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각자 경험한 컬렉티브 임팩트 사례를 공유하면서 진정성 있는 컬렉티브 임팩트의 필요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정경선 의장은 “‘선두 조직’이라는 개념을 버리자”라고 했다. 그는 “내가 이끌고 남이 따라온다는 식의 접근은 협력을 어렵게 한다”며 “비영리와 영리가 협력할 때 각자 자신의 언어와 기준만 고집하는 탓에 같은 언어로 소통하면서도 통역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내 방식에 상대 조직이 맞추기를 강요하지 말고,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같은 목표를 가진 파트너로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면서 “데이터를 통해 객관적으로 성과를 측정해나가면서, 우리 조직이 해당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조직이 맞는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호 현대차그룹 사회문화팀 책임매니저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H-점프스쿨’ 베트남 사례를 들어 파트너에 대한 존중과 정확한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그는 “H-점프스쿨은 현대차가 꾸준히 자동차 판매량 1위인 베트남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사회적기업 점프를 중추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인류의 마지막 보험, 임팩트 비즈니스

보험업에 종사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보험업’이라는 비즈니스가 어려서부터 내겐 무척 익숙했다. 자세한 사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만약 우리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안전망의 역할을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언뜻 보면 보험은 낭비처럼 보일 수 있다. 대한민국 운전자의 연평균 주행거리는 1만5000km. 주행거리당 교통사고 확률은 10만km당 1회 정도라고 한다. 확률상 6~7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난다는 얘기다. 그조차 가벼운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 확률이라는 것 때문에 우리는 연간 수십만원, 혹은 1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보험료로 지급하고 있다. 확률의 함정 때문이다. 누군가는 100만km를 달려도 사고가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주행 10km 만에 대형 교통사고에 휩쓸릴 수 있다. 불필요한 비용이라 여겼던 보험이 그 어떤 것보다 간절해지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인류가 처한 상황이 딱 이렇다는 생각이 든다. 교통사고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만취한 음주운전자가 폭우가 쏟아지는 산길 고속도로를 달리는 꼴이다.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전염병과 환경 파괴, 자원 고갈, 극단주의와 혐오주의 세력의 난립 등을 헤쳐나가야 한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에 ‘최적화 인류’라는 이름으로 글을 연재하게 된 건 이런 현실 인식 때문이다. 90년대, 심지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인류는 무한히 성장하는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지금은 생존을 위해 발전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다. 여태껏 지불하지 않았던 환경 비용과 사회 비용을 뒤늦게 어마어마한 ‘추가 비용’을 납부하면서 갚아야 한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간 반짝했던 성장과 번영의 서사는 끝났다. 이제는 우리 모두의 삶을 ‘최적화’해야 한다. 이번 연재를 통해 우리가 누리는 일상이 2050년까지 다음 한 세대에 걸쳐

“아름다운 미래는 끝났다… 웰컴 투 디스토피아!”

[Cover Story] ‘디스토피아 빌런’으로 돌아온 정경선 HGI 의장 정경선(34)은 전기면도기를 못 찾아서 수염을 깎지 못했다고 했다. 까칠하게 자란 수염 때문인지 인상이 좀 변한 것 같았다. 예전과 느낌이 좀 달라진 것 같다고 했더니 “가르마를 바꿔서 그런가” 하며 웃었다. “한쪽으로만 가르마를 타면 탈모가 올 수도 있다고 해서 얼마 전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르마를 바꿨다”며 딴소리를 늘어놓는다. 현대가(家)의 일원인 정경선은 그간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선하고 스마트한 재벌 3세’ 이미지로 그려졌다. 지난 2012년 비영리단체인 ‘루트임팩트’를 만들 때부터 남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4년에는 임팩트투자사 ‘HGI’를 설립해 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셜벤처들에 투자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에 2017년 오픈한 혁신가들의 공간 ‘헤이그라운드’도 그의 작품이다. 지상 8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에는 60곳이 넘는 소셜벤처가 입주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런 선한 이미지가 이제 지겨워진 걸까. 지난달 21일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정경선은 작심한 사람처럼 ‘센’ 이야기를 쏟아냈다. “8년 전 루트임팩트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꿈에 부풀어 있었어요. 세상에 수많은 사회문제가 존재하지만 우리 모두가 ‘체인지메이커’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 모든 게 해결되는 날이 오리라 믿었어요. 참 순진했죠.” 가르마만 바뀐 게 아니었다. 정경선이 딴사람이 돼서 돌아왔다. 체인지메이커들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 입으로 암흑의 시대 ‘디스토피아(dystopia)’를 선언했다. “네, 맞아요. 세상은 망했어요. 성장과 번영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암울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거예요. 웰컴 투 디스토피아!” 디스토피아 빌런 ―충격 받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갑자기 세계관이 뒤집힌 이유가 뭔가요. “인류에게 남은

더나은미래 특별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