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6일(목)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역신의 시대

[정경선의 최적화 인류] 역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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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선 루트임팩트 최고상상책임자 겸 HGI 의장

인류가 누리는 삶의 질을 드라마틱하게 개선한 것을 꼽자면, 무엇보다도 공중위생과 의료보건 영역일 것이다. ‘등불을 든 여인’ 나이팅게일이 이름을 남긴 것도 크림전쟁에서 위생정책 개선을 통해 부상병들의 사망률을 40%에서 2%로 감소시켰기 때문이고, 때만 되면 기승을 부려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던 천연두, 장티푸스. 콜레라의 사망률을 급격히 낮춘 것은 백신과 항생제의 개발이었다.

아마도 인류는, 적어도 선진국이라고 할 만한 국가에서는 고령화와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인한 대사질환 증가 이외에는 의료보건 영역에서는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하고 있던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자만하던 인류에게 코로나19는 우리의 의료보건 대응 능력이 한참 부족하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함을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최신 정보가 온 사방에 업데이트되고 있으니 굳이 다시 다루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인류는 역신이 날뛰는 시대로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대 이후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신종 인플루엔자, 메르스, 에볼라 바이러스, COVID-19 등 주요 신종 감염병만 30여개 이상 발견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정책동향에 따르면 한때 소멸했던 감염병이 새롭게 만연하거나 재출현하는 동향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인간의 행동과, 그 행동으로 인해 나타나는 기후변화의 결과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밀림 개발과 삼림 파괴로 인해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증가하고, 동물에게만 존재하던 새로운 감염병이 퍼지게 될 뿐 아니라, 대기 기온이 상승하고 그로 인한 기상 이변으로 질병을 매개하는 진드기와 모기가 증가하게 된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기상청의 예측대로 2040년 제주 해안의 겨울철 평균 기온이 섭씨 10도에 달할 경우 뎅기열이 한국의 풍토병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의료보건 관련 전선은 넓어지고 있는데, 인류가 대응할 수 있는 탄약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바로 항생제 내성 이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이미 미국에서만 280만명이 항생제 내성 세균에 감염됐고, 이 중 3만 5000명이 사망했다. 급기야 2016년에 시판되는 모든 항생제에 내성인 세균 감염 사례가 미국 네바다에서 등장하면서 많은 의료진을 긴장시켰다. 영국 정부는 지금처럼 항생제가 남용되면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에 의해 사망할 것이란 경고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사용량이 다시 폭증하고 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다만 코로나19는 아직 인류가 의료보건, 특히 전염병과 관련해서는 아직 멀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전열을 대비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단백질 백신에 비해 개발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하고, 효과와 안정성도 뛰어난 mRNA 백신 발명은 노벨의학상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예전부터 항생제 내성을 극복할 방안으로 기대됐던, 세균 먹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s)’는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2차 세균 감염 위협에 대응하고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생성을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예상보다 빠른 원격진료 시스템의 도입 및 감염병 진단 방법의 발전 등 전례 없는 팬데믹 시대가 혁신적인 치료 및 진단법의 도입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HGI가 투자한 회사 중에서도 이러한 역병의 시대를 대비하는 곳을 찾을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 증가하고 인체와 외부 환경 간의 온도 차 감소로 진균 감염 증가가 예측되는데, 신약 개발이 거의 없었던 항진균제 시장을 선도하고자 독성을 줄이고 효능을 높인 항진균제를 개발하는 ‘앰틱스바이오’다. 또 환자에서 유래한 인체장기칩을 통한 질병 모델링 플랫폼으로 신약 개발 과정을 단축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큐리오칩스’도 있다.

사실 지난 수세기에 걸쳐 축적한 인류의 생물학,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각국 정부 및 기업들이 아낌없이 예산을 쏟는다면 역신이라는 보스는 생각보다 잡을 만 할지도 모른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전 세계에 1억명에 가까운 와중에도 개인의 자유를 부르짖으며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고, 백신의 효능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내부의 적으로 활동한다면 우리의 싸움은 마냥 길어질 것이다.

정경선 루트임팩트 최고상상책임자 겸 HGI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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