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SF 작가 아서 C. 클라크(Arthur C. Clarke)가 1953년 출판한 ‘유년기의 끝’이라는 책이 있다. SF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갑작스러운 외계인 ‘오버로드’의 출현으로 급속도로 진화하는 인류 문명과 그 끝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70년 전에 썼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물질적 풍요에 따른 정신과 문화의 권태, 그에 대응하기 위한 예술, 철학 공동체의 노력 등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다른 작품들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부분은 결국 인류 문명의 종말을 바라보는 관점이 아닐까 싶다. 혹시 책을 안 본 독자들을 위해 최대한 안전하게 표현하자면, 이 작품에서 인류가 맞이하는 운명은 어떤 이들에게는 공포스러운 종말일 것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종교에서 표현하는 영적 부활에 가까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소설 제목에 쓴 ‘유년기’란 말 그대로, 어떤 의미로든 인류는 한 단계를 넘어갔다는 점이다. 현실의 인류는 지금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무게감으로 ‘한 시대의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1972년 지구의 미래를 연구하는 기관인 ‘로마클럽’이 MIT에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예측하는 프로젝트를 의뢰했는데, 인류가 자연에 존재하는 비재생 가용 자원을 과잉 개발하고 낭비한 끝에 21세기 중반에 정점을 찍고 쇠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그리고 최근 국제 회계 컨설팅 업체 KPMG 연구진이 50년 전 로마클럽의 분석에 최신 데이터를 반영해 검증한 결과, 당시의 분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구체적으로는 2040년경 급격한 쇠퇴가 시작될 것으로 드러났다. 인류 문명의 급격한 쇠퇴가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