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모두의 칼럼] MZ세대 ‘엄빠’가 온다

MZ세대에게 워라밸은 그저 ‘노야근’이나 ‘칼퇴근’의 의미가 아니다. MZ세대가 워라밸을 중시하게 된 데는 한 회사에 자신의 미래를 걸 수 없다고 믿는 불확실성 속에서 퇴근 이후 언제든 다른 직장과 직업으로 옮길 수 있는 실력과 브랜드를 쌓으며 스스로 안전망을 만들려는 욕구가 숨겨져 있다. 또한 이들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통해 인정받고 선한 영향력을 펼치려는 욕구가 강한 세대이기도 하다. 즉 MZ세대에게 워라밸은 수면 위로 드러난 필요 또는 조건일 뿐이지,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내가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믿는 일을 통해 스스로와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것’인 셈이다. 대표나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꽤 반가운 소리일지 모른다. 구성원들이 자신이 일하는 의미를 찾고 내 일의 가치와 영향력을 충분히 느낄 수만 있다면 더욱더 높은 몰입도를 갖게 될 테니까. 이런 배경에서 실제로 ‘채용-입사-교육-성장-퇴사’로 이어지는 구성원의 생애주기(Employee Life Cycle)를 고려한 구성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다시 설계하는 조직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소셜 임팩트를 지향하는 조직이라면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면 어떨까? 우리 조직의 핵심 인력이자 중추인 MZ세대 구성원의 다수가 곧 일하면서 육아도 하는 엄마·아빠가 된다. 이들이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맞이할 때 즉,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환경의 핵심에는 구성원의 일-생활 균형을 지원하는 제도와 문화가 있다. 위커넥트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1000여 명의 재직자와 휴직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에 따르면,

[모두의 칼럼] 세상을 바꾸는 소비자의 힘

우리나라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되었다.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소비자는 생산자의 지속가능한 생산을’ 책임지는 도농 상생의 직거래 사업이 출발한 것이다. 친환경 농업을 지지하며 수도권에 집중되었던 생협은 2000년대 들어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일상의 먹거리에 든 첨가물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주부들은 직접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해 줄 생협을 설립하고 협동조합 사업체를 운영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생협은 조합원 규모로는 130만 가구에 이르며, 1조가 넘는 친환경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아 시작한 자발적인 소비자운동은 식품안전을 넘어 친환경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협동조합 사업을 이끄는 직원들의 고용으로 이어졌다. 반면 성장과 개발의 시대였던 20세기의 일반 농업은 부족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수확 재배기술을 보급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비료와 농약이 대량으로 사용되면서 산 좋고 물 맑던 우리나라의 토양은 오염되었고, 농약이 잔류한 농산물은 건강에 해가 되기도 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은 생협 조합원들에게 큰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2020년 세계 인류는 무한 욕망의 산업화가 가져올 미래라고 생각했던 기후 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화석 에너지의 고갈, 한계에 다다른 지구온난화와 긴 장마는 이미 재앙의 시대에 들어섰음을 실감하게 했다. 여기에 팬데믹의 영향으로 건강을 챙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친환경 매장에 물품이 바닥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이런 현실을 가장 두렵게 느끼는 사람은 농민일 것이다. 이상기후는 농작물 재배 지역과 생산 지도를 바꾸면서 작황에 문제를 일으켰고, 해마다 거듭되는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도 계속되고 있다.

[모두의 칼럼]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안, 피해자 양산이 우려된다

이 칼럼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과분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마땅히 목소리를 내야 할 사람들의 기회를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가로채는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에서 권리를 침해당한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공간은 제한적이다. 특히 난민신청자들의 목소리가 일반 대중에 닿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들은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출입국·외국인청의 ‘선처’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 처지다. 부당한 대우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어렵다. 외국인의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출입국관리법은 난민신청자들의 집단행동을 제약한다. 참다못해 나오는 이들의 호소는 극단적인 단식 농성을 할 때나 간간이 우리의 귀까지 미치고, 가뭄에 콩 나듯 그들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의 판결문에 흔적을 남길 뿐이다. 지난해 10월 15일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문(18진정0572400)을 읽다 보면 그동안 눌려 왔던 난민신청자들의 목소리들이 뾰족하게 튀어나온다. “제가 첫 번째 난민면접에서 ‘단지 일자리를 찾을 목적으로 한국에 왔으며 이집트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진술을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치 머리 위로 폭탄이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제 난민면접조서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절망감이 듭니다. 저는 한국을 믿었습니다. 한국 같은 문명국은 (본국인) 수단과 달리 정당한 대우를 해줄 줄 알았습니다.” 법무부가 설명하는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지난 2015~2017년 일부 아랍어권 난민신청자들의 난민면접 과정에서 진술하지 않은 내용이 면접조서로 작성됐고, 이에 근거해 난민지위가 인정되지 않았지만 극히 일부의 일탈로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다르다. 법무부는 당시 시행 중이던 ‘난민심사 적체 해소방안’에 따라 매달 할당된 목표 건수를 채우기 위해 다수의 난민신청자를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모두의 칼럼] 내가 걷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나에게 비장애인들이 덕담 혹은 격려라며 하는 말이 있다. “네가 빨리 걸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어릴 땐 그저 감사하다고 대답했지만 점점 커가며 이 말에 대한 반감이 들었다. 지난 몇 년간의 생각과 방황 끝에 나 스스로 결정한, ‘내가 걷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걸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 소아암으로 인한 선천적 장애인이라 평생을 못 걷는 상태로 살아왔는데, 굳이 걸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많은 비장애인이 오해하는 것이 있는데, 장애인에게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장애는 병이 아니다. 이 때문에 ‘낫는다’는 개념이 성립할 수 없다. 나는 걷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있을 뿐, 감기처럼 치료하고 나아야 하는 불완전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잘 걸어 다니던 비장애인이 모종의 이유로 휠체어를 타게 되면 적응하기도 쉽지 않고 험난한 재활과정을 거치며 체력적, 정신적으로 부담이 생긴다. 나는 그 과정을 견디며 걷고 싶은 마음이 없다. 두 번째, 걷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장애인을 동정과 도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 장애인도 있겠지만, 알아서 제 갈 길 가는 장애인에게 괜히 오지랖 부리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는 까닭이다. 여기는 또 다른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비장애인들 상당수가 장애인을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모두의 칼럼] ‘인재상’ 대신 ‘조직상’을 생각하라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하는 풍경이 크게 달라졌다. ‘정말 일이 될까?’ 하며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재택 근무도 어느덧 일상화되고, 감염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구성원의 자율에 맡기거나 제도로 정착시킨 회사들이 하나둘 늘었다. 우리 회사도 거주지나 업무 성격에 따라 시행하던 단시간·재택 근무를 전격 도입했다. 구성원들은 “출퇴근에 드는 시간이 줄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고 업무 생산성과 삶의 질 모두 높아진 것 같다”며 만족했다. 그러나 이런 꽃놀이도 잠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려왔다. 내가 만난 한 소셜벤처 대표 A는 “처음에는 재택 근무가 직원들을 위한 혜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면서 “같은 공간에서 일할 땐 소통도 편하고 속도도 빨랐는데 재택 근무를 시작하니 쉽지 않더라”며 초반의 고생을 털어놨다. 중간 지원 조직에서 이사로 근무하는 B는 “당연히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집이 비좁거나 도저히 재택 근무를 할 수 없는 환경의 직원에게까지 재택 근무를 강제할 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직원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면 소통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요하는 비대면 소통에 피로감을 느끼고, 업무의 양은 같거나 되레 늘어났는데 맥락에 대한 이해나 상호작용 없이 진행된 업무 결과에 좌절해 번아웃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가 한창 극성일 때 입사한 어느 신입 직원은 동료들과 만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 극도의 고립감과 피로감을 느꼈는지 한 달도 안 돼 퇴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못 가는 아이를 돌보며 동시에 일해야 하는 워킹맘들에게선 ‘곡소리’가 들려왔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모두의 칼럼] 기후변화 저감시키는 ‘유통의 힘’

지난 9월 24일,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기후서약 응원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4억 5000개의 취급제품 중, 생산과정이 기후변화 저감에 기여하는 제품들을 선별해 온라인상에서 아마존의 특별 배지를 부여했다. 온라인 쇼퍼들은 이 배지를 식별함으로써 환경과 미래를 위한 소비에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아마존은 밝혔다. 아마존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갑작스런 이벤트가 아니다. 2019년 그들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선언’을 통해 “파리협약보다 10년 먼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후서약(Climate Pledge)에 가장 먼저 서명한 뒤 ▲숲 재–조림을 위한 1억 달러 투자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발전소 프로젝트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전기배송차량 10만대 구입 등 거대 기업다운 광폭 행보를 선보였다. 아마존은 이번 응원 프로그램 론칭을 위해 시중에서 통용되던 수백 개의 인증마크를 재평가해 환경적으로 기후변화 저감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19개의 마크를 최종 선정했다. 이 마크들은 생물다양성 지원, 유기농법 시행, 공정한 가격과 노동인권 보호, 유해 화학물질사용 최소화, 탄소배출 저감, 재생에너지 사용 등을 보증한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선보인 ‘콤팩트 바이 디자인(Compact by Design)’ 인증이다. 일반 유통 매대에서 필요한 화려하고 눈에 띄는 비규격 포장을 지양하고, 가급적이면 단순한 육면체 포장, 내용물 포장 시 빈 곳 최소화, 내용물을 최대로 담을 수 있는 포장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아마존의 두 가지 관점이 보인다. 하나는 기후변화를 이유로 자사의 물류비용을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이다. 실리도 챙기면서 이런 명분을 등에 업는 것은

유지민(거꾸로캠퍼스 재학생)
[모두의 칼럼] 휠체어 탄 패셔니스타를 꿈꾸다

사람은 누구나 멋 부리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계절별로 옷을 사서 예쁘게 옷을 입고 싶지만, 내 몸과 휠체어 때문에 불가능할 때가 많다.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입고 싶어도 입기 어려운 옷을 세 가지 꼽자면 롱스커트, 청바지, 니트류다. 첫 번째 롱스커트. 지체장애인인 나는 치마를 입기 곤란하다. 하반신 마비 때문에 다리가 쉽게 차가워지고, 손상을 입어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게다가 롱스커트는 휠체어 바퀴에 걸리고 바닥에 쓸린다. 이런 이유로 여름에만 아주 가끔 치마를 입는다. 두 번째는 청바지다. 청바지처럼 신축성이 없고 몸에 딱 붙는 옷, 특히 하의는 스스로 입고 벗기가 너무 어렵다. 집에서는 바닥에 누울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가능하지만, 밖에서 화장실에 갔다가 바지를 올려야 하는 경우에는 팔로 몸무게를 지탱하며 바지까지 끌어올리긴 거의 불가능하다. 외출할 때 도와줄 친구나 어른이 없는 날에는 청바지를 입지 않는다. 꼭 입고 싶을 때는 허리 부분이 고무줄로 된 청바지를 입는다. 마지막으로 니트류. 요즘에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지만, 수동으로 바퀴를 밀 때 니트류의 옷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소매가 모두 더러워지고 해지기 때문이다. 니트를 포함해 겨울옷 대부분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내게는 불편하다. 두꺼운 옷 때문에 몸이 무거워지는 것도 싫고, 휠체어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앉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탱하는 게 힘들다. 옷의 종류뿐 아니라 사이즈를 고를 때도 문제가 있다. 어릴 때부터 휠체어를 타서 상체와 하체의 비율이 달라 상체는 성인 코너, 하체는 키즈 코너에서 골라야 한다. 미리 입어보는

[모두의 칼럼] 오래된 역설의 재발견

올해 노벨평화상을 UN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이 수상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1960년대 대한민국 보릿고개 시절을 살아온 세대들은 학교에서 나누어주던 옥수수죽 원조물자에서 WFP를 처음 만났던 기억이 남아있을 것이다. WFP는 그동안 지구촌의 기아퇴치를 위해 노력했고, 굶주림이 전쟁과 갈등의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막았으며, 이를 통해 평화를 견인해나가는 업적들을 이루어왔다. ‘제로헝거(Zero Hunger, 기아 없는 세상)’를 지향해 온 WFP는 1995년부터 북한 여성, 어린이,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도 주도해왔다. 우리 정부는 물론 대한민국 무상원조 대표기관인 코이카(KOICA)도 WFP와 손을 잡고 다양한 지원을 함께해온 터라 그 기쁨도 남달랐다. 그렇다면 지구촌 전역이 코로나 팬데믹에 휩싸인 2020년. 왜 WFP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것일까? 재난이 일상화된 코로나 시대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단어가 바로 ‘리질리언스(resilience)’다. 우리말로는 회복력, 회복탄력성, 복원력으로 번역된다. 한 국가와 공동체의 리질리언스는 가장 강한 부분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부분 아래로부터 평가된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의 민낯을 보게 했다. 사회의 맹점과 사각지대를 여지없이 드러내 주었다. 타인의 희생을 전제로 한 치열한 경제성장과 시장의 논리가 생명과 안전가치보다는 우선할 수 없음을 목도하면서 익숙했던 상식과 고정관념, 우선순위에 대해 근본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경쟁에 맞선 협동. 이윤에 맞선 공공성. 지배에 맞선 연대. 경제를 통제하는 민주주의.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튼실한 고용안전망을 짜는 일로부터 대한민국의 리질리언스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재난에 맞서는 우리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 운명공동체가 됐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삶의 전제 조건들을

[모두의 칼럼] 연휴가 끝나고 플라스틱이 남았다

긴 추석과 한글날 연휴가 끝났다. 팬데믹으로 가족 간 이동량이 줄었지만 선물 택배가 비대면의 아쉬움을 달래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로 물동량이 증가한 상황에 연휴 간 온라인 소비가 더해져 택배 대란이 예상되고 있다. 택배 내용물은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완충재부터 비닐커버, 상품포장지, 내용물까지 모조리 플라스틱 소재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년보다 약 16% 증가했다. 혹자는 철저한 플라스틱 분리수거가 해결책이라고 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열심히 분리수거한 플라스틱이 다시 이리저리 뒤섞여 수거되는 현장은 허탈감마저 들게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소재별로 분류되고 세척, 분쇄, 재성형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막대한 환경·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대부분 15단계 내외의 단계를 거치는데 소각·세척하는 과정에서 대기와 해양 오염을 일으킨다. 또 플라스틱을 분류하고, 운반,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물류비 등의 총 비용은 재활용 플라스틱 판매 수입의 4배를 넘어선다. 현재 재활용 시스템으로는 지구 마을에 쌓이는 플라스틱 총량을 줄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플라스틱의 ‘생산 감량’이다. 애초부터 만들지 않으면 재활용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편리와 효율’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플라스틱의 역사를 과거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거나 효율적으로 플라스틱 요소를 줄여나가는 것이 인류의 숙제가 됐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해결책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소비와 생산’의 연결고리 때문이다. 편리함과 저렴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플라스틱 소비가 기업과 정책의 변화를 늦추고 있다. 2018년 아이쿱자연드림에 ‘김‘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김공방 ‘수미김‘(괴산자연드림파크 소재)은 도시락 김에 들어간 플라스틱

[모두의 칼럼] 인신매매 퇴치와 근절을 위해

2020년 한국에는 여전히 인신매매 피해자가 존재한다. 유엔이 2000년 채택하고 한국이 2015년 비준한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따르면, 현대적 의미의 ‘인신매매’는 사람을 물건처럼 사고 파는 경우뿐 아니라 착취를 목적으로, 납치, 속임수 등 사람의 취약한 지위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모집, 운송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이 정의에 따라 사실상 노예상태에서 놓여 있었던 ‘염전 노예 사건’의 피해자는 물론이고, 여권과 통장을 압수당해 선상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 외국인 어선원들도 인신매매 피해자로 분류된다. 그 외에도 인신매매 피해가 가장 문제되는 집단 중 하나는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는 이주여성들이다. 이들은 무대에서 공연하리라는 기대를 갖고 ‘예술흥행비자’로 입국했지만, 실제로는 업주의 강압으로 유흥업소에서 성매매 등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사례는 1990년대말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발생해 왔다. 초기에는 러시아, 이후에는 주로 필리핀 국적 여성들이 예술흥행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후 피해 사례가 발생했다. 몇 년 전부터는 관광비자로 입국해 마사지업소 등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태국 여성들의 숫자가 부쩍 증가하고 있다. 작년에는 여러 명의 브라질 여성들에게 ‘한국에서 연예인을 하게 해주겠다’라고 속여 한국에 입국하게 한 다음 성매매를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 국적이 달라도 피해사실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업주가 바로 인계해 여권을 압수하기도 하고, 자신이 출입국 공무원들과 친하고 지역의 ‘마피아’들과도 잘 아는 사이라 도망쳐도 소용 없다는 협박을 한다. 성매매를 직접적으로 강요하지 않더라도 비자를 받기 위해 많은 돈을 썼으니 빚을 빨리 갚아야 한다고 한다고 윽박지른다. 또 업주가 정한 일일 매출 기준을 채울 때까지 퇴근하지 말고 일하라는 식의 강압적인 분위기를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모두의 칼럼] 조직 문화 설계, 가치 있는 경험 선사하라

어쩌다 창업을 하게 되셨어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마다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가 있었고 적당히 무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답하곤 한다. 진심이다. 만약 창업자의 일과 삶이 어떤 건지 미리 알았더라면 “창업? 패스!”를 외쳤을 것이다. 스스로 일은 꽤 잘한다고 자부했으니 ‘해오던 대로 하면 큰 문제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게 패착이었다. 창업 첫해, 나의 무식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대표라면 다음의 다섯 가지에 유능해야 함을 배우게 됐다. 첫째, 사업을 잘 벌이고 기회를 만들어 쟁취해야 한다. 둘째, 회사 살림을 꼼꼼히 해야 하며 셋째, 고유한 리더십을 활용해 팀 관리를 잘해야 한다. 넷째, 사업 초기엔 대표도 실무를 많이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의 삶을 건강하고 윤리적으로 살며 일과 삶을 서로 강화시켜야 한다. 창업자의 ‘기본 스펙’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일을 시작했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해가 지날수록 방법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도 해도 어렵고 정답이 없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조직 문화’다. 위커넥트는 소셜벤처나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를 연결하는 채용 컨설팅과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수백 개 회사의 대표와 경영진을 만나 왔다. 한 가지 확실하게 느낀 건, 채용은 그저 시작일 뿐 구성원의 몰입과 근속, 조직 전체의 성과는 결국 조직 문화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언젠가 “문화에 비하면 전략은 아침 식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는데, 그만큼 조직 문화를 일궈가는 일은 무척 어렵고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조직 문화의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대표이사
[모두의 칼럼] 기후변화와 공정무역

지난 8월, 유래 없는 긴 장마가 한국을 덮쳤다. 가옥이 물에 잠기고, 제방이 터져나갔다. 소떼와 자동차가 뒤섞여 떠내려가는 풍경은 여기가 21세기 초일류국가 한국인지를 의심하게 했다. “이 비의 이름은 기후변화입니다”라는 한 장의 카드뉴스를 보며, 우리 삶 깊숙이 다가온 기후변화의 위기를 비로소 알아차린 한 철이었다. 사실, 도시의 삶은 기후변화를 체감하기 매우 어렵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출근해 에어컨 나오는 사무실에 들어 앉는다. 점심 먹는 잠깐 사이의 더위를 참지 못해 일회용 컵에 아이스커피를 마신 후, 집에 돌아와 냉장고와 선풍기의 도움을 받으며 잠에 든다. 높은 습도에 매일 하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다고 열 건조기 사용량도 늘어난다. 냉방병에 걸리지 않으면 다행인 여름철을 보내는 도시인들에게 기후변화는 8월 장마철의 잠깐 이야기일 뿐이다. 추석 즈음 과일 값이 폭등하게 된다면, 기상관측사상 가장 길었다던 장마와 기후변화를 혹시 떠올릴 수 있을는지. 기후변화의 아이러니는, 기후변화에 가장 적은 책임을 진 사람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고, 가장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종일 바깥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 몸 하나를 무기로 삼는 일용직 노동자, 그리고, 전 지구의 80% 먹거리를 길어 올리는 소농들의 이야기다. 대표적인 소농의 작물인 커피. 커피 생산국 에티오피아는 1960년에서 2006년 사이 평균온도 1.3도가 오르며 지난 몇 년 명성대비 낮은 품질로 커피인들의 애를 태웠다. 멕시코, 콰테말라, 온두라스의 강수량은 1980년대 이후 15%나 줄었다. 2050년까지 현존하는 커피경작지 50%는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실증하는 사례들이다. 커피섹터에서의 기후변화는 ‘병해충의 세계화’다. 콩고에서 시작한 커피천공충(Coffee berry borer)은 보통 재배고도 1500m 아래에서만 발견됐다. 그러나 커피산지 기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1500m 이상 고도에서도 발견되며, 연간 5억 달러의 피해를 발생시킨다. 천공충 발생 초기, 기온이 낮은 높은 고도로 점진적으로 경작지를 옮겼던 세계 각지의 농부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2014년 엘살바도르 커피의 70%를 날려버린 커피녹병(coffee leaf rust)은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