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되었다.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소비자는 생산자의 지속가능한 생산을’ 책임지는 도농 상생의 직거래 사업이 출발한 것이다.
친환경 농업을 지지하며 수도권에 집중되었던 생협은 2000년대 들어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일상의 먹거리에 든 첨가물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주부들은 직접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해 줄 생협을 설립하고 협동조합 사업체를 운영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생협은 조합원 규모로는 130만 가구에 이르며, 1조가 넘는 친환경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아 시작한 자발적인 소비자운동은 식품안전을 넘어 친환경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협동조합 사업을 이끄는 직원들의 고용으로 이어졌다.
반면 성장과 개발의 시대였던 20세기의 일반 농업은 부족한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수확 재배기술을 보급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비료와 농약이 대량으로 사용되면서 산 좋고 물 맑던 우리나라의 토양은 오염되었고, 농약이 잔류한 농산물은 건강에 해가 되기도 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오염은 생협 조합원들에게 큰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2020년 세계 인류는 무한 욕망의 산업화가 가져올 미래라고 생각했던 기후 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화석 에너지의 고갈, 한계에 다다른 지구온난화와 긴 장마는 이미 재앙의 시대에 들어섰음을 실감하게 했다. 여기에 팬데믹의 영향으로 건강을 챙기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친환경 매장에 물품이 바닥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이런 현실을 가장 두렵게 느끼는 사람은 농민일 것이다. 이상기후는 농작물 재배 지역과 생산 지도를 바꾸면서 작황에 문제를 일으켰고, 해마다 거듭되는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도 계속되고 있다.
2008년 사라져가는 지구의 습지와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 람사르환경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현재까지 제방 건설이나 갯벌 매립으로 세계 습지의 50%가 손실되었다. 창원에서 열린 2008년 총회에서는 동북아 환경생태와 건강한 인간의 삶을 위해 농업과 논의 습지 기능을 보존해야 한다는 결의문이 채택되었다. 생협 소비자들은 국내외 환경운동가들과 연대하며 생물다양성을 살리는 농업의 중요성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논습지결의문’은 채택되었으나 농업기술의 변화나 소비자 인식의 전환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생각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농업이 국민의 먹을거리와 환경을 지키는 파수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새해를 맞아 세이프넷은 ‘소비자들의 생활 속 실천으로 지구를 구하자’는 취지의 ‘소비자기후행동’을 시작했다. 올해는 깨어있는 소비자 캠페이너 300명이 기후행동 실천 회원을 3만 명 조직하고, 1000개의 모임을 만들어 기후행동을 확산해 갈 계획이다. 주요 활동 방향은 내 몸과 지구를 위해 채식 문화를 확산하고 친환경 물품 이용을 늘리는 것이다. 또한, 플라스틱을 줄이고 대체 상품을 사용하며, 지구의 힐링을 위한 혁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려고 한다.
지구온난화를 되돌리기 위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시한 ‘플랜 드로다운’ 속 연구 내용도 ‘소비자기후행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저자 ‘폴 호건’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80개 솔루션을 제시했는데 그 중 ‘채식 위주의 식사’와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습관’을 소비자가 실천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다. 또 육식을 위해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산을 불태우고 광대한 토지에서 사료를 재배하고, 분뇨를 배출하는 일련의 시스템이 기후 위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지적했다.
생협의 조합원들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이웃과 협력하며 지구를 살리는 윤리적소비를 통해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왔다. 우리의 필요와 선한 영향력이 사회로 퍼져 나가 지구를 살리는 해법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인류의 소비가 현재와 미래의 삶을 지키는 행동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 방법으로 연대하자.
박인자 아이쿱생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