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2030년까지 가장 빠른 속도로 종사자가 늘어날 직업은 뭘까. 최근 미국 노동통계국(The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이 관련 리포트를 발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1위는 풍력발전 기술자, 2위는 숙련 간호사, 3위는 태양광 설치 기술자, 4위는 통계학자, 5위는 물리치료 보조사였다. 다음 순위로는 정보 보안 애널리스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가정 및 개인 간호 보조사, 의료 및 건강 서비스 매니저, 의사 보조사 등이 언급되었다. 에너지 분야, 데이터 및 보안 분야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헬스케어 분야가 10위권에서 무려 네 자리나 차지한 점이 퍽 놀라웠다.
기후위기로 인류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자동화와 디지털화 덕분에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동시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노동 수요가 창출되는 것도 당연하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특히 가정 및 개인 간호 서비스 종사자가 2030년까지 100만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아갈 거라며 걱정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여전히 많고 심지어 새로운 직업도 다수 생길 거란 전망에 조금 희망적인 마음을 갖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미래의 직업, 일자리, 노동을 이야기할 때 개인이 마주하는 진짜 문제는 일자리 수 감소가 아니다. 기존의 일과 새로운 일 사이의 ‘기술 격차(Skill Gap)’를 줄이는 것이다. 우리가 일하는 사람으로 존재하는 동안은 내가 보유한 기술과 최신 기술 사이의 갭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메워야 하는 갭은 점점 넓어진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가 아쇼카 독일(Ashoka Germany)과 함께 지난 2018년 발간한 리포트 ‘The Skilling Challenge’에서 이 기술 격차를 메우는 3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첫째는 오래 숙련된 직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최신의 기술을 배우는 ‘업스킬링(Up-skilling)’이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새로운 직업을 갖기 위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거나 온라인 서비스를 직접 만드는 등 디지털 기술을 습득하는 ‘디지털 리스킬링(Digital Re-skilling)’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에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 도구로 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자동화와 디지털화가 가속화될수록 인간적인 소프트스킬이 중요해지는 분야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휴먼 리스킬링(Human Re-skilling이다.
이 3가지 방법론 중 더 좋은 것도 더 나쁜 것도 없다. 직업마다 요구하는 기술의 진입 장벽이나 난이도가 다르고 또 사람마다 추구하는 커리어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기술의 습득과 커리어 전환이 매끄럽게 이뤄지려면 공통으로 요구되는 필수 기술이 있는데 바로 ‘메타 기술(Meta Skill)’이다. 메타 기술은 유연함과 변화적응력, 자기주도력과 자기확신, 리더십과 책임의식, 그리고 기업가정신 등을 포함하는 말이다. 문제는 이 중요한 기술을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고 회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 여기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앞으로 더 큰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가질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예측 가능하고 반복적인 것이 아니라 유연하고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메타 기술이 더 중요해진다. 혼자 공부하고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라 속성상 오직 동료와의 협업과 피드백을 통해서만 늘려나갈 수 있다.
창업가가 비즈니스를 만들고 조직을 꾸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 우리 조직에서 영원히 일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함께 일할 때 구성원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살려 기여 해야 하고, 조직은 그의 성장의 발판이 되는 환경과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성장은 오롯이 개인만의 몫은 아니다. 좋은 리더라면 구성원의 유연함과 변화적응력, 자기주도력과 자기확신, 리더십과 책임의식, 기업가정신을 익히고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사업의 성장만큼 사람의 성장에 투자하지 않는가?
언젠가 심사를 받는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마주한 적이 있다. “미래의 일자리 문제는 어떤 모습일까요?” 내가 미래학자도 아니고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식으로 얼버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많이 부족했다. 미래를 선명하게 그릴 순 없어도 우리만의 전망을 가지고 조직도 구성원도 변화의 속도에 발걸음을 맞춰 성장할 수 있도록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게 내 역할이자 미션이다. 그땐 미처 깨닫지 못했다.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노하우만으로 멋진 미래를 모색할 수 없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만큼 곧 미래가 된다. 자, 우리는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사람들에게 얼마나 투자하고 있나?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