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2일(토)
[모두의 칼럼] 워킹(working)과 워싱(washing) 사이, 노플라스틱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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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아이쿱생협연합회 회장
김정희 아이쿱생협연합회 회장

매월 22일에는 자동차를 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또 그날 저녁 8시에서 9시에는 전등을 끈다. 에너지를 적게 사용해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여보자는 것이다. 고기 없는 월요일(Green Monday)을 시도하는 공공기관과 기업도 많아졌다. 더 나아가 다양한 층위의 채식주의에 도전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메탄을 줄이는 방법이자 동물복지를 고려한 소비다. 상품 포장과 분리배출에 관한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플라스틱을 사용한 물건과 포장재의 재활용은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발생과 관련이 있다. 플라스틱 생수병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다회용기를 쓰지만 어쩔 수 없을 경우에는 종이팩 생수와 같은 대안적인 물품을 찾는다.

환경에 관한 이슈만이 아니다. 매일 마시는 커피와 차에도 공정함을 담고 싶고 마스코바도로 요리를 하면서 멀리 필리핀의 노동자와 연대감을 느낀다. 장애인들이 만드는 쿠키와 콩나물을 구매하는 것도 소비에 사회적 가치를 더하고 싶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소비생활에 의미를 담으려는 시도들은 기업들이 이에 걸맞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

기후위기 시대에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놀랍게도 항상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공정무역에 관심이 많으면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의 상품을 소비하는 노력에 대해 ‘유별나다’는 말을 듣기 쉽다. 혹은 ‘너 혼자 그래 봐야 세상 안 변한다’라는 말이 덧붙는다. 완전한 비건이 아닌 경우, 특히 채식을 하되 상황에 따라 육식을 허용하는 아주 낮은 단계의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선택적 비건이냐’하는 비아냥이 따르기도 한다.

기업의 경우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있다. 그래서 생겨난 용어들이 이른바 ‘워싱(washing)’이다. 친환경 물품을 표방하지만 그 이면은 친환경적이지 않을 때 그린 워싱(green washing)이라고 한다. 공정무역 제품을 소량 사용하거나 극히 일부 제품만을 취급하면서 공정무역 기업이라고 내세우는 경우는 페어 워싱(fair washing)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공익성과 사회적 임팩트에 대한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애매한 경우 소셜 워싱(social washing), 임팩트 워싱(impact washing)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

이러한 워싱 사례는 가치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점에서 비난받을 만하다. 특히 요즘은 기후위기와 맞물려 환경 제품이 늘어나고 있기에 위장 환경주의, 즉 그린 워싱이 아닌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며 일률적으로 워싱의 낙인을 찍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쿱생협에서는 플라스틱 생수병을 대체하는 종이팩 물을 개발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대체하자는 노플라스틱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이 캠페인에서 플라스틱 생수병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사람은 12월 현재 25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약속은 개인용 컵을 사용하는 것을 우선하되 어쩔 수 없이 1회 용기에 담긴 생수를 마실 때는 종이팩과 같은 대안 물품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약속은 종이팩을 모아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자원순환에 함께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실제로 12월 초에 열린 세계협동조합대회에서는 플라스틱 생수가 아닌 종이팩 물을 행사 내내 공급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정수기와 같은 공공급수대를 두기 어려운 상황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 12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회수된 종이팩은 약 4천 개로, 참석인 당 평균 3~4회의 자원순환 활동에 참여한 셈이다. 수거율이 높았던 이유는 행사장 곳곳에 종이팩과 뚜껑 수거함을 두어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종이팩도 일회용이므로 근본적인 환경대책이 될 수 없으며 멸균팩 재활용률이 낮다는 점에서 이 또한 그린 워싱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환경에 전혀 부담 없는 ‘근본적인 대책’을 단시일에 마련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한 진정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아이쿱생협은 기후위기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환경에 끼치는 위해를 줄이며 가능한 자원순환으로 이끌어가려는 여러 가지 시도에 대해 그린 워킹(green working)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다분히 워싱을 경계하겠다는 조어이다. 여기에는 조합원 개개인의 실천과 함께 조합 차원의 대안 물품개발과 공익캠페인이 함께한다.

지구를 치유하려는 당신의 행동이 너무 작고 하찮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때로는 별나게 쳐다보는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하찮고 유별난 소비 실천이 기업의 생산을 이끌고 지구 환경을 보다 더 잘 작동(working)하게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워싱과 워킹의 경계는 집단적 소비의 힘을 믿고 실천하는 개별 소비자들의 의지가 가른다.

김정희 아이쿱생협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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