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7일(수)

[모두의 칼럼] 기후변화 저감시키는 ‘유통의 힘’

[모두의 칼럼] 기후변화 저감시키는 ‘유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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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지난 9 24,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기후서약 응원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4 5000개의 취급제품 중, 생산과정이 기후변화 저감에 기여하는 제품들을 선별해 온라인상에서 아마존의 특별 배지를 부여했다. 온라인 쇼퍼들은 이 배지를 식별함으로써 환경과 미래를 위한 소비에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아마존은 밝혔다.

아마존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은 갑작스런 이벤트가 아니다. 2019년 그들은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선언을 통해 “파리협약보다 10년 먼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후서약(Climate Pledge)에 가장 먼저 서명한 뒤 ▲숲 재조림을 위한 1억 달러 투자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발전소 프로젝트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전기배송차량 10만대 구입 등 거대 기업다운 광폭 행보를 선보였다.

아마존은 이번 응원 프로그램 론칭을 위해 시중에서 통용되던 수백 개의 인증마크를 재평가해 환경적으로 기후변화 저감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19개의 마크를 최종 선정했다. 이 마크들은 생물다양성 지원, 유기농법 시행, 공정한 가격과 노동인권 보호, 유해 화학물질사용 최소화, 탄소배출 저감, 재생에너지 사용 등을 보증한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선보인콤팩트 바이 디자인(Compact by Design)’ 인증이다. 일반 유통 매대에서 필요한 화려하고 눈에 띄는 비규격 포장을 지양하고, 가급적이면 단순한 육면체 포장, 내용물 포장 시 빈 곳 최소화, 내용물을 최대로 담을 수 있는 포장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아마존의 두 가지 관점이 보인다. 하나는 기후변화를 이유로 자사의 물류비용을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이다. 실리도 챙기면서 이런 명분을 등에 업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보다 주요한 관점은 전통적 공급사슬에서 힘의 관계를 명확하게 전복시킨 승자의 자신감이다.

근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매대의 앞자리는 제조의 혁신을 이룬 제품들이었다. 새롭거나, 값이 싸거나, 기능이 뛰어나거나. 시장은 제조업과 브랜드 운영사가 주도해 왔다. 그러나 도시의 발전과 대형마트의 등장 이후, 주도권은 유통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고가 부동산을 기지로 한 유통이 매대에서 얼만큼의 이익을 뽑아낼지 먼저 결정하면, 매대의 제품 적재량이 뒤이어 결정되고, 하루에 판매해야 할 목표가 뿌려진다. 개별 제품이 유통사에 보장해야 할 이익은 제조업체의 책임이 된다.

그래서 대형마트오프라인 유통에서는 이 질서를 거스르는 제조사의 제품은 입점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이 매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유통사에 최대의 이익을 보장하는 제품이어야 매대에 오를 수 있었다. (자본이 당신의 건강과 안녕을 불철주야 고민하여 제품을 선정하고 물건을 진열했을 거라 믿지 마시길!) 제한된 매대의 제한된 홍보공간에서 제품의 가치를 세세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온라인 유통사 아마존은 기존의 유통질서와는 다른 계산법을 누릴 수 있다. 마트의 입점수수료와 광고비 제약이 많았던 윤리적 제품 생산업체에도 마찬가지 기회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바로 만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제조업체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마음껏 뽐내며, 소비자들은 얼마든지 제품에 대해 탐색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다. 이 힘을 바탕으로 아마존은 제조사의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비용이 든다면 그것은 플랫폼의 소비자가 나누어지면 되는 것이니 힘이 있다고 제조사에 납품단가에 대한 갑질을 할 필요도 없다.

아마존의 기후변화 저감 노력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영리기업인 이상, 이런 개혁이 아니고서는 더 이상의 사업 영위가 불가능하다는 확실한 판단은 있었던 것 같다. 기후변화의 문제란 우리가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이런 수준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유통사에서는 누가 이 바통을 이어갈까. 새벽배송으로 온라인 유통질서를 재편하는 K사일까? 아니면 메신저로 성장하여 코로나 커머스 특수를 누리는 또 다른 K? 한국 온라인 유통사들의 야심찬 비전, 우리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행보를 기대해 본다. 4차 혁명시대 유통이 창출할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전범을 창출이 K-커머스에서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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