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지하철 택배에 IT 접목…이동 거리 7.2km 줄었다

[인터뷰] 이다인 두드림퀵 대표 평일 오전 지하철을 타면 꽃바구니를 든 노인들을 만날 수 있다. 노인 지하철 택배 기사들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지하철 무료 승차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생겨난 일자리로, 오토바이를 이용한 퀵 배송보다는 느려도 배달 비용이 더 저렴하다. 꽃이나 케이크 등 외부 충격에 예민하고 당일 전달이 필요한 물품들이 주로 노인 지하철 택배를 통해 배송된다. 택배 기사는 배송 출발지로 이동해 물품을 수령한 후 고객이 요청한 배송지에 전달한다. 하지만 택배 기사가 집에서 가까운 거리의 주문을 두고도 먼 곳까지 찾아가 물품을 받아오는 식의 동선 낭비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택배 주문 배정 과정에서 기사의 거주지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드림퀵’은 노인 지하철 택배의 동선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소셜벤처다. 위치 기반 자동 배정 기술을 도입해 주문이 들어오면 물품 픽업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의 시니어클럽 혹은 노인 택배 기사에게 주문을 전달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이다인(21) 두드림퀵 대표를 인터뷰했다. 위치 자동 배정과 길 찾기 앱으로 비효율 개선 “노인 지하철 택배는 기사들이 한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출발하는 구조였습니다. 예를 들어 관악구에 거주하는 택배기사가 노원구에서 출발하는 주문을 수행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1시간 이상을 이동하는 식이었죠. 택배기사도 지치고 주문 수행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회 동아리인 ‘인액터스’ 학생들은 지하철 노인 택배의 동선 비효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9년 10월 ‘두드림퀵’을 설립했다. 서울 지역 9개의 시니어클럽 및 어르신 일자리 기관과 협업을 맺고 IT를 접목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했다. 택배 주문이 들어오면 픽업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의 시니어클럽 혹은 택배 기사에게 주문이 도달하게 하는 방식이다. 관악구에서 출발하는 주문은 관악시니어클럽에, 노원구에서 출발하는 주문은 노원시니어클럽에 자동으로 배정된다. 배송이 완료되면 요금의 5%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다인 대표는 “위치 기반 자동 배정 기술 덕분에 택배 기사들의 이동 거리가 평균 7.2km 단축됐고, 픽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3분가량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두드림퀵이 개발한 앱은 주문 정보와 동선이 큰 글씨로 제공돼 노인 택배 기사의 업무를 돕는다. 택배 기사는 앱을 통해 주문을 확인한 후 수락 혹은 거절을 선택할 수 있으며, 앱에 내장된 지도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환경(API)을 활용해 터치 한 번만으로 이동 경로를

“오늘의 운세 대신 오늘의 행동 어떠세요?”

[인터뷰] 김서린·서경원·정경훈 오늘의행동 생활학자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이 할 수 있는 건 기부, 좋아요(Like), 굿즈 구매밖에 없는데, 이 방향이 맞을까요? 기부금은 늘었는데, 왜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각박할까요?” 사회적협동조합 ‘오늘의행동’을 설립하기 전 서경원(44), 정경훈(45) 공동창립자가 평소 나눠온 고민이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재단 등 비영리단체에서 17년간 일해온 베테랑 활동가다. 그 시간 동안 기부문화의 양적인 성장을 일궜지만, 한편으론 갈증을 느꼈다. 시민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가가 답을 제시하면, 시민은 따라가는 객체 역할에 그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이들은 지난해 7월 비영리스타트업 ‘오늘의행동’을 설립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서경원, 정경훈 공동창립자와 김서린(34) 조합원은 오늘의행동을 ‘좋아요(Like)가 아닌 행동을 원하는 단체’라고 소개했다.  “오늘의행동은 시민끼리 생활 속 실천을 제안하고 공유하는 커뮤니티예요. 오늘의행동의 제안들은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밥을 먹든 운동을 하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쉬운 실천들이죠. 일상 속 실천이 가장 오래가는 사회운동이라고 생각해요.”(서경원) 오늘의행동 구성원들은 서로를 ‘생활학자’라고 부른다. 생활학자는 행동을 제안하는 사람을 칭하는 표현이다. 오늘의행동 사이트에서 신청만 하면 시민 누구나 생활학자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생활학자 1호’인 박혜윤씨는 오늘의행동 사이트를 통해 ‘옷 꿰매 입기’, ‘식재료 오래 먹기’ 등의 행동을 제안하고 있다. 오늘의행동의 지향점은 ‘일상에 스며든 행동’이다. 이들의 주요 활동인 ‘행동을 돕는 도구’와 ‘생활소비재매거진’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다. 행동을 돕는 도구는 말 그대로 실천을 돕는 제품이다. 이를테면, 손수건 ‘사용하면’은 일회용품 사용빈도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생활소비재매거진은 행동을 간접적으로 돕는 제품으로, 메시지 전달 역할이 크다. 서 생활학자는 “생활소비재매거진은 제품이자 사회문제를 다루는 오브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중 ‘비누매거진’은 서 생활학자가 아이를 씻기다 떠오른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하루에도 비누를 이렇게 자주 쓰는데, 이 비누에 사회문제를 담아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바쁜 현대인도 손을 씻을 때마다, 사회문제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비누매거진을 통해 물 불균형 문제를 담은 거죠. 비누매거진 제품에는 물 문제와 관련된 사례와 통계가 적혀 있어요. 비누는 사회적기업 ‘천향’과 협력해 제작했고, 비누매거진 수익은 물 문제를 다루는 NGO 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서경원) 지난 5월엔 언론사와 함께 미얀마 민주주의 운동을 지지하는 ‘#WatchingMyanmar 프로젝트’도 펼쳤다. 쿠데타 항의

“기후 위기 시대, 에코 스마트시티가 해답입니다”

[인터뷰] 김유민 녹색도시연구소장 “우리는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탄소중립은 생명이 달린 문제가 됐죠. 이를 앞당기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가 됐습니다. 도시 조성과 건축 분야에서도 탄소중립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어요. 지금은 시행사와 시공사, 공공, 민간 모두 도시 전반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녹색도시연구소는 도시 재생을 포함한 도시 계획과 디자인을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한다. 김유민(54) 연구소장은 에코 스마트시티, 제로 에너지빌딩, 녹색 건축, BF(무장애 환경), CPTED(범죄예방 환경설계)에 관해서 국책과제나 공공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자’이자 ‘마스터 플래너’다. 지난달 18일 만난 김 소장은 “도시와 건축, 시설 공간 분야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의 연구가 제도나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가이드가 돼주고,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를 도왔으면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이 녹색도시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가 건강 악화로 휠체어를 타게 되면서부터다. 휠체어가 다니기 쉽지 않은 경사와 울퉁불퉁한 길이 많았고 진입조차 쉽지 않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면서 도시와 건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경사가 있더라도 누구나 다닐 수 있는 평평한 길과 밤에도 걱정 없이 외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게 됐어요. 도시 공간을 전공했기에 이 분야에서 이바지할 수 있으면 했죠. BF, CPTED에 대한 해외, 유럽 등 선진 도시를 연구하면서 기후 위기 시대의 문제와 탄소 저감 필요성도 깨닫게 됐어요.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를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녹색도시’와 누구에게나 편리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녹색도시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김 소장은 ‘에코 스마트시티’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한다. 에코 스마트시티는 녹색도시에서 한 단계 확장된 개념이다.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녹색 도시에 고도로 발전한 IT 기술이 도입돼 더욱 큰 시너지를 내는 도시를 의미한다. 도시 조성에 첨단기술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만들어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식이다. 에코 스마트시티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부산 에코델타시티 사업이 있다. 에코 델타도시에선 가정에서 소비되는 전기 모두를 태양광 발전과 수열, 지열로 자체 충당한다. 스마트 기술을 적용돼 에너지 자립률 100%를 달성하는 ‘제로 에너지 도시’가 되는 것이다. “최첨단 기술을 통해 자원의 효율적인 생산과 활용으로 도시 재생의 가치를 높일

“재밌는 점자 교육으로 점자 문맹 확 줄입니다”

[인터뷰] 이경황 오파테크 대표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읽고 쓰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수단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점자를 사용할 줄 아는 시각장애인 비율은 5%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점자 교육을 위한 인프라와 콘텐츠가 부족한 탓이죠. 그러다 보니 점자를 배우기 시작해도 지루한 교육과정 때문에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경황(41) 오파테크 대표는 시각장애인이 쉽고 재밌게 점자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자학습기기 ‘탭틸로(Taptilo)’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 점자 학습기로, 시각장애인 혼자서도 점자를 읽고 쓰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오파테크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성동구 소셜벤처 혁신경영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H-온드림’의 지원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5억원 정도다. 해외에서는 더 유명하다. 미국·영국·독일·포르투갈·브라질 등 국가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성수동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기존 점자 교육 문제 해결 “기존 점자 교육은 점자 책을 읽거나, 식판처럼 생긴 여섯 개 구멍에 테니스공을 넣어서 읽어보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하지만 책의 점자는 너무 작아서 처음 배우는 사람은 읽기가 어려웠어요. 테니스공을 활용하면 공이 너무 커서 정확한 점자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방식이 재미있을 리도 없죠. 그러다 보니 점자를 배우다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탭틸로는 작은 피아노처럼 생겼다. 점자의 모양(점형)을 느낄 수 있는 하얀 부분과 점자 쓰기(점필)를 할 수 있는 파란색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얀 부분을 만지며 점자를 읽고, 파란 블록에 있는 점자를 눌러 점자 쓰는 법을 익힐 수 있다. 블록 한 개는 스마트폰의 4분의 1 정도 크기로 한 손에 쥐어진다. 무료로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에는 16주짜리 점자 학습 프로그램도 있다. 이 대표는 “커리큘럼을 마치면 천천히 점자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학습하려는 단어를 선택하면 음성 안내가 나오고 탭틸로 하얀 부분에는 해당 단어가 점자로 튀어나온다. 학습자는 하얀 부분의 점자를 손으로 읽고 파란 블록에 점자를 눌러 입력하면서 읽기와 쓰기를 배운다. 틀리면 “한 번만 더 해보죠”, 정답을 맞히면 “정답입니다”라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집중력이 부족해 점자 학습을 포기했던 학생이 탭틸로를 이용하니 놀라울 만큼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실제 탭틸로로 점자를 배운 시각장애 아동을 분석하니 학습 기간이 6분의 1수준으로

“농인이 농인으로서 존중받는 사회, 교육으로 만들어갑니다”

[인터뷰] 김주희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 대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어느덧 2년, ‘비대면 교육’은 필수가 됐다. 하지만 발생 초기부터 요구됐던 청각장애 학생의 학습권 보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북구에 있는 대안학교 소리를보여주는사람들(이하 소보사)에서 만난 김주희 대표는 “그동안 숨겨왔던 문제가 단지 코로나 19로 가시화됐을 뿐”이라며 “단순한 수단의 정비가 아닌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의 본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 콘텐츠가 대폭 늘었는데 수어 통역을 지원하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자막도 없는 게 대부분이었죠. 중요한 건 단지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자막만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애초에 ‘수어를 사용하는 농학생들이 어떻게 학습할까?’에 대한 고민이 없었거든요.” 소보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어로 모든 교육이 이뤄지는 대안학교다. 농아동∙청소년들이 ‘나의 언어’인 수어로 공부하며 농정체성과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철학을 갖고 지난 2006년 공부방으로 출발해 2017년 대안학교로 전환했다. 김주희 대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우연히 만난 농인 친구들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동아리에서 수어를 배우면서 농인 친구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수어를 쓰는 걸 부끄러워하고, 장애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데 어떤 친구들은 정반대인 거예요.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계속 고민하다가 ‘정체성’에 집중하게 됐어요. 우리가 청소년기에 해야 하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들을 농인 아이들은 하지 못해서 꽤 오래 방황하는 거예요. 내가 겪는 부당한 일의 원인이 나의 장애인지, 준비되지 못한 사회인지 구분하는 힘은 정체성에서 시작된다는 거죠.” 인공와우(달팽이관) 이식술의 등장으로 농학생들은 수어가 아닌 구화를 쓰도록 권유받으면서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구화도 완전하지 않고, 수어도 쓸 수 없어 무엇으로도 자기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김 대표는 농학생들이 자기 언어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고, 농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게 됐다. “농학생들이 자기 언어로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에 대한 흥미가 많이 떨어지게 돼요. 그런데 수어로 공부를 하니까 재미를 느끼는 거예요. ‘내가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장애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그런데 왜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그렇게 힘들었지?’라는 질문을 통해 농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는 거죠. 자연스럽게 농공동체를 경험하면서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언어재활 대상자들의 일상과 사회 복귀를 꿈꿉니다”

[인터뷰] 윤슬기 언어발전소 대표 “국내 19세 이상 성인 뇌졸중 환자가 70만명 정도예요. 이 가운데 60%가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있다고 해요. 성인의 언어장애는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사회적 손실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적절한 언어치료가 필요해요. 그런데 국내 언어치료는 아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죠. 언어발전소는 성인 언어치료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전통적인 대면치료 방식이 아닌 비대면으로 전환해 뇌손상으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대상자와 성인 전문 언어재활사를 원격으로 연결합니다.” 윤슬기 대표가 이끄는 언어발전소는 1대1 원격 언어재활 플랫폼을 운영하는 소셜벤처다. 언어발전소가 주목한 문제점은 국내 언어치료기관이 아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국내 언어치료기관의 90% 이상이 아동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점차 증가하는 성인 언어치료의 수요를 뒷받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성인 전문 언어재활사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아동 대상 언어치료기관이 대부분이어서 성인 전문 언어재활사가 양성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높은 치료비용도 언어치료에 대한 성인 대상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윤 대표는 “누구에게나 뇌졸중이 올 수 있지만 개인의 소득수준, 직업, 나이 등에 따라 재활의 빈도나 강도가 천차만별”이라며 “언어재활사가 상주하는 병원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제약으로 연속적인 언어치료를 받기 어려운 분들도 계시다”고 설명했다. 이에 언어발전소는 성인 언어재활 대상자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꾸준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원격 언어재활을 진행하고 있다. “법인 설립 이후 1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치료해 보았더니 효과가 대면치료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검증됐어요. 사실상 대상자 분들에게는 발병 후 골든 타임 기간에 얼마나 자주, 얼마나 강도 높게 치료를 받는 지가 중요한 부분이었던 거죠. 대면·비대면 여부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1대1 화상 언어치료는 화상 언어치료와의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상담, 정확한 진단을 위한 언어검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수업, 그리고 복습 순으로 진행된다. 복습 단계에서는 수업 영상을 대상자에게 공유함으로써 반복적인 연습이 이루어지도록 돕는다. 일정 수업 횟수가 쌓인 대상자는 진전검사를 진행해 초기 검사결과와 비교하고 이후의 치료 목표를 조정한다. “처음에는 환자 가족들이 노트북을 세팅하는 것부터 재활 치료를 위한 화상프로그램을 켜기까지 모든 수업 준비를 대신해줬어요. 하지만 1년 동안 이 과정들이 매일 반복되면서 환자가 플랫폼에 접속, 로그인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죠. 어느 순간 본인의 노트북을 갖게 되는 거예요. 아프고 나서는 혼자서 못하셨던 분들이 스스로 할

“배달 음식도 도시락도 다회용기에 담으세요”

[인터뷰] 이준형 잇그린 대표 “폐기물은 Reduce(감축),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로 없애 나가야 합니다. 국제연합(UN)에서는 이를 ‘3R’이라고 하죠. 잇그린은 재사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옛날에 짜장면을 다회용기에 배달했던 문화를 다시 부활시키는 겁니다. 그때는 단순한 문화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기후위기 대응책이 될 수 있어요.” 이준형 잇그린 대표(39)는 식음료 산업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방법은 ‘쓰레기 줄이기’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잇그린은 다회용기 대여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일회용품 대신 도시락통, 반찬 통, 수저 등 스테인리스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다시 수거해서 세척한다. 다회용기 사용을 확산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감축하는 게 목표다. 아직 설립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롯데액셀러레이터 L-Camp에도 선정되며 시드 투자를 받았다. 삼성웰스토리, CJ, 신한은행, 산업은행 등과는 이미 협업을 진행하며 도시락 등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여나가고 있다. 잇그린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16만7306개의 일회용품을 줄였고, 1만6131㎏의 폐기물을 감축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Return’하면 탄소가 줄어요 잇그린의 ‘리턴잇’ 서비스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와 배달 음식을 시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딜리버리’로 나뉘어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주력 사업인 리턴잇 비즈니스는 단체급식 업체나 영화관 등 많은 용기를 요구하는 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웰스토리는 일부 도시락을 잇그린의 스테인리스 용기로 대체해서 제공하고 있다. “우리 사업에서는 기업과 협업하는 비즈니스가 아주 중요합니다. 몇백개의 용기를 한꺼번에 대여해주고, 다시 일괄 수거하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으니까요. 이 돈으로 다른 사업으로 확장도 할 수 있고요. 다만 롯데시네마 같은 영화관 사업자의 경우는 팝콘 용기 같은 특수한 형태를 원합니다. 새로운 종류의 용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숙제로 남아있죠.” 딜리버리는 배달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꾸는 사업이다. 음식점에선 다회용기로 배달하고, 배달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가 용기 배달에 쓰인 가방에 붙어 있는 QR 코드를 찍어 수거를 신청하는 방식이다. 협약을 맺은 택배회사, 배달 대행업체 등 생활 물류업체가 용기를 회수해 오면 잇그린이 세척공장에서 용기를 씻는다. 비용은 대여하는 음식점과 소비자 양쪽에 부과한다. 소비자가 내는 돈은 1000원이다. 이준형 대표는 “소비자에게 추가요금을 부과하면 이용률이 떨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2개월간 진행한 시범 사업의 결과는 정반대였다. 다회용기 배달을 시킨 소비자들의 약 76%가

세 살 입맛 여든까지…지속가능한 식생활 교육이 필요한 이유

[인터뷰] 노민영 푸드포체인지 대표 “지속 가능한 식생활이란 말 그대로 지금 끼니를 해결하고, 당장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보다는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를 생각하며 음식을 소비하는 태도를 말해요. 지금의 먹거리를 다음 세대도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환경과 공동체 문제를 빼놓을 수 없잖아요. 지역과 나라의 고유한 식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식생활 교육을 통한 점진적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푸드포체인지의 목표입니다.” 대학에서 외식산업경영을 복수 전공한 노민영(42) 푸드포체인지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레 ‘푸드스타일리스트’ 직업에 흥미를 갖게 됐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외식업체 마케팅 일을 했고, 음식전문잡지에 근무하며 음식산업 분야의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음식 산업은 노 대표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지난달 19일 만난 노민영 대표는 “상업적인 음식들은 이윤 추구를 위해 과장되고 자극적인 맛을 내세우면서 환경과 비윤리적 문제를 동반했다”면서 “국내에도 식문화 교육을 전담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비영리 사단법인을 설립하게 됐다”고 했다. “푸드스타일링에서는 건강한 재료보다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예쁜 음식을 주로 다뤘어요. 외식업체에서도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자극적인 음식을 대량 생산하는 구조를 따랐고요. 매뉴얼 대로 만들어져야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맛도 획일적으로 변하게 돼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생산 원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재료도 좋은 걸 쓰기 어렵겠죠. 음식의 맛과 품질이 모두 무너지다 보니 자연스레 건강한 음식에 대한 갈증이 생겼어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을 모두 생각하는 식생활 교육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게 노 대표의 신념이다. 노 대표의 신념은 유학길로 이어졌다. 내가 먹는 음식이 사회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슬로 푸드(Slow Food)’ 개념을 알게 된 후, 식생활 교육의 본고장 이탈리아 미식과학대학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주제로 식생활 교육을 연구했다. “인상 깊었던 건 이탈리아에서는 식생활 문화를 바꾸기 위해 생산방식이나, 생산자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전에 소비자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거예요. 소비자들이 제철 음식, 유기농,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면서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다음 세대로 연결한다고 생각하죠. 그중에서도 미래의 음식 소비자가 될 어린이를 대상으로 식생활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노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배운 음식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학생들이 식생활 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이를 위해 2011년 서울 마포구에서 식생활

“중고 옷 입기, MZ세대의 재미있는 문화로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정주연 다시입다 대표 ‘패션 산업’은 전 세계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다. 정주연 대표가 이끄는 ‘다시입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트업이다. 중고 옷 입기 문화를 확산하고 의류 쓰레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지난해 서울시 NPO지원센터의 4기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 온·오프라인 활동을 확대해가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 대표는 “최근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옷 과소비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무지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과거 번역가로 일하며 유럽에서 일어나는 환경과 관련된 사례들을 접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젊은 세대가 의류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환경운동을 주도하고 있었다. 감명을 받은 정 대표는 사람들이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직접 나섰다. 특히 환경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뜻이 맞는 사람들과 ‘다시입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다시입다 연구소는 의류교환 행사 ’21%파티’를 개최하고 의류 제로 웨이스트 관련 포스터 관람, 교환한 옷을 리폼하는 업사이클링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이 행사 참가자 대부분이 20~30대 여성이었어요. 다시입다 인스타그램 팔로어의 90%도 2030세대죠. 처음에는 그냥 안 입는 옷을 처리하러 오는 분이 많았어요. 물론 환경적 가치에 큰 뜻을 두고 오신 분도 꽤 계셨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환경의 가치를 넘어서 의류 교환 자체가 재밌는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가자들은 의류교환 행위에 순수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어요. 더 예쁘고 마음에 드는 옷과 교환하려고 몇 시간씩 기다리기도 했죠. 별생각 없이 참여한 행사였는데, 의류 쓰레기가 이렇게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하시는 분도 많았어요.” 21% 파티에서는 옷을 내놓으면서 입은 횟수, 언제 이 옷을 만나게 됐는지 등을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류소비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정 대표는 “기존 중고의류에 대한 선입견도 많이 줄어든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돈을 쓰지 않고도 물건을 가져가는 ‘교환’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제게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다시 입다 연구소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의류의 생산·유통·처리 과정에서 얼마나 환경이 파괴되는지, 그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다. 오프라인 행사 개최 외에도 지속가능한 의생활 패션과 환경의 상관관계 구체적인 의류 제로웨이스트 실천 방법 활용할 수 있는 어플이나 서비스 소개 관련 서적·영화를 다루는

“네 번 입고 버려지는 웨딩드레스에 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인터뷰] 박소영 코햄체 대표 “사랑을 상징하는 웨딩드레스는 신부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하지만, 단 4번만 입고 버려지죠. 순백의 아름다움을 잃고 땅속에서 마지막을 맞이해요. 웨딩드레스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썩는 데만 수백 년이 걸립니다. 짧은 수명에 길고 긴 마지막을 겪는 거죠.” 박소영(26) 코햄체 대표는 버려지는 웨딩드레스의 쓸모를 찾았다. 웨딩드레스는 고가인 만큼 소재도 좋다. 이 고급 소재를 업사이클하면 질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다. 2018년에 설립된 코햄체는 수명이 다 된 웨딩드레스로 가방·귀걸이 등 패션잡화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소셜벤처다. 201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대한민국친환경대전에서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달 9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사무실에서 박소영 대표를 만났다. “웨딩드레스 한 벌로 약 20~30개의 파우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했던 MEANING BAG처럼 큰 제품의 경우엔 한 벌로 가방 5개 정도를 만들 수 있더라고요. 게다가 화이트 색감인데도 오염에 강해서 더럽혀지지 않아요. 세탁도 쉽죠. 업사이클에 최적의 소재입니다.” 박 대표는 웨딩숍에서 버려지는 웨딩드레스를 10만원 정도에 사온다. 웨딩드레스에서 자잘한 비즈를 떼어내고 레이스를 분해한다. 손으로 세탁하고 제품 생산도 수공예로 진행한다. 웨딩드레스 중에는 똑같은 제품이 없다. 원단도 가지각색이다. 웨딩드레스의 원단과 특징에 맞춰 제품을 만든다. 가령 실크와 비슷한 새틴 원단은 가방을, 레이스는 귀걸이를 만드는 데 쓴다. 원단 두께에 따라 파우치, 클러치백, 스크런치 등 제품도 만들 수 있다. 업사이클 수공예 사업 4년차에 접어들면서 박 대표는 다른 의류 쓰레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바로 ‘해녀복’이다. 그는 “해녀복은 해녀의 체온을 지켜주는 실용적인 옷이지만 버려지는 순간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해녀복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제주를 찾아갔지만, 해녀들을 설득하긴 쉽지 않았다. 박 대표는 ‘해녀연구’로 유명한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를 찾아가 “해녀복으로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어 해녀에 대해 알리고 싶다”고 설득했다. 박 대표는 교수의 도움을 받아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다. ‘제주형 융복합 문화 콘텐츠 상품 제작 지원’ 사업에도 선정되면서 해녀복을 텀블러 백과 지갑 등으로 변신시켰다. 이 제품들은 박 대표도 예상 못 한 큰 호응을 받았다. “영국의 한 기념품 매장에서 입점 문의가 오기도 했어요. 단가가 맞지 않아 수출 계약으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때 외국 진출의 가능성을 엿봤죠. 서울의 한 단체에서 텀블러 백 500개를

“버려진 종이컵이 사진 인화지로 재탄생합니다”

[인터뷰] 오승호 테오아 대표 “종이컵 소각을 막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출발했어요. 버려진 종이컵의 약 95%는 내부 코팅지 탓에 소각됩니다. 그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로 이어지죠. 테오아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려진 종이컵을 사진인화지로 재활용하고 감각적인 제품으로 만들어요. 종이컵 예술은 종이컵의 가치를 아는 소비자로부터 시작됩니다.” 오승호(32) 테오아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소셜미션에 관심이 많았다.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한 각종 국내외 공모전에서 상을 휩쓸었다. 유기견, 쓰레기, 여성 등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다루면서 세상의 변화를 꿈꿨다. 아이디어를 실천하고자 반려견 비문(콧구멍) 인식 기술로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기술개발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상용화에 실패했다. 이후 사진인화서비스 스타트업을 설립한 오 대표는 무심히 버려지던 종이컵에 주목하게 됐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오승호 대표는 “테오아는 지구를 위한 사진 브랜드로 환경적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일상 속에서 버려진 수많은 종이컵을 보게 됐어요. 국내에서 매년 버려지는 종이컵이 ‘257억 개’예요. 그중 재활용률은 단 ‘5%’에 불과해요. 내부가 코팅된 종이컵은 일반 종이와 재활용할 수 없어요. 별도로 수거해서 처리해야 합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종이컵은 소각되죠. 이 과정에서 16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환경오염을 유발합니다. 종이컵의 환경문제를 깨닫고 해결방법을 고민했어요. 사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던 터라 기존에 사용하던 비닐 인화지를 전면 중단하고 종이컵 소재로 사업 아이템을 전환하게 됐습니다.” 2017년에 설립된 테오아는 세계 최초로 ‘종이컵 사진 인화지’를 개발했다. 2018년 출시했던 사진인화서비스 ‘필라로이드’에 지난해 1월부터 ‘종이컵 사진 인화지’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38만 개’의 종이컵이 재활용됐고 인화된 사진은 90만 장이 넘는다. “국내에 종이컵만 재활용하는 곳이 없어요. 종이류를 전부 다루기 때문에 종이컵만 맡기기 위해 협의가 필요했죠. 프린팅 시장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요. 테오아는 환경가치를 우선시하지만, 제조산업은 수익을 중요시하죠. 재활용된 종이컵 제지가 다양한 상품으로 소비가 일어나도록 내부적인 사업전략을 체계화했습니다.” 사진인화지에 적합한 프린팅 환경도 중요했다. 종이컵 재생지의 조건은 여러모로 까다롭다. 일반적인 재생지는 거칠어서 사진인화지에 적합하지 않다. 프린트의 종류부터 종이의 색감, 밝기, 재질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했다. 여러 종류의 재생지 중에서 제품에 맞는 종이를 찾기까지 순탄치 않았다. 수많은 시도 끝에 사진에 맞는 종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종이컵 사진인화지는 국·내외에서 생산을 병행 중이다. 종이컵 한 개(13oz)는 사진인화지 3개가 된다.

“발달 장애 학생의 ‘학교 가는 길’을 위한 ‘길동무’가 돼주세요”

[인터뷰] 영화 ‘학교 가는 길’ 김정인 감독 특수학교 설립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어려운 과제다. 2017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서울시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21년 현재 7개 자치구에는 아직도 특수학교가 없다. 설립 논의 중인 동진학교를 제외하면 서울엔 2017년 이후 단 한 곳의 특수학교도 추가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부지 확보의 어려움, 지역 주민의 반대 때문이다. 지난 5월 서울 강서구 서진학교 건립 과정의 갈등을 다룬 영화 ‘학교 가는 길’이 개봉했다. 서진학교는 2017년 장애아동 학부모들이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주목받은 곳이다. ‘학교 가는 길’의 김정인 감독을 18일 만났다. 아빠의 책임감으로 만든 ‘학교 가는 길’ “영화는 ‘마로와 마로의 친구들에게’라는 자막으로 시작해요. 마로는 제 딸이에요. 제가 아빠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을 안 했을 겁니다. 기성세대로서의 반성과 아이들이 자랄 세상은 다르기를 바라는 기대를 담았어요. 딸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죠.” 영화는 발달 장애인 학생과 부모의 일상부터 보여준다. 그들의 일상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리고서 서진학교 토론회 등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을 보여준다. 김 감독이 처음부터 장애인 학교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그는 자신도 원래 장애인 인권에 무지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이번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도 우연에 가깝다.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는데,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무산됐다는 기사를 봤어요. 제가 아이 교육에 한창 관심이 있을 때여서 인상 깊게 읽었죠. 기사 끝에 2차 토론회가 다시 열릴 거라고 적혀 있었어요. 날짜에 맞춰 토론회 현장에 직접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장애인 부모님이 혼란한 상황에도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습에 이끌려 영화를 만들게 됐어요.” 영화는 촬영부터 개봉까지 5년이 걸렸다. 찍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생각보다 촬영이 길어져 포기할 위기도 있었지만, 그를 끝까지 버티게 한 원동력은 학부모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어느 쪽도 악마가 아니다 김 감독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균형 감각’이었다. 그는 서진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나타난 갈등이 ‘선악의 대결’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어느 한 쪽도 무조건 틀리거나 나쁜 게 아니었다. 김 감독은 주민들이 반대하는 현상 이면에는 ‘주거 정책의 실패’가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서진학교 부지 주변에 있던 공진초등학교, 공진중학교 폐교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