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ESG경영 제대로 하려면 구성원부터 달라져야”

[인터뷰] ESG생활연구소 만든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

기업 모든 구성원의 ESG 가치 체화 도울 것
핵심 인력 마인드 교육, 전문가 미팅 등 제공

임팩트 있는 작은 기업과 대기업·공공기관 연계도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 특별한 연구소가 출범했다. 13년 동안 청소년을 대상으로 환경 교육을 해 온 하지원(53) 에코맘코리아 대표가 설립한 ‘ESG생활연구소’다. 2009년 설립된 에코맘코리아는 국내 NGO 중 유일하게 유엔환경계획(UNEP)과 양해각서를 맺고 청소년 환경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UN청소년환경총회, 글로벌에코리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요즘 어딜 가나 ESG 이야기가 들립니다. ESG 경영이 본래 목적에 맞게 실현되려면 구성원의 의식 변화가 선행돼야 하죠. ESG생활연구소는 기업 구성원들이 ESG의 가치를 내재화하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지난달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하지원 대표를 만났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지난 4월 'ESG생활연구소'를 만들었다. 지난 13년 동안 청소년 환경교육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임직원이 ESG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지난 4월 ‘ESG생활연구소’를 만들었다. 지난 13년 동안 청소년 환경교육을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임직원이 ESG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오랫동안 환경 교육을 해온 사람으로서 최근 ESG 열풍을 어떻게 보는지.

“한 용어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전 세계에 퍼지고 온 국민에게 각인된 적이 있었나 싶다. ESG라는 개념이 많은 사람에게 인식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문제는 취지에 맞게 제대로 구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라는 말에 뼈가 있는 듯한데.

“기업 차원에서는 ESG ‘등급’을 올리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다. 하지만 성적이 높다고 실력이 있는 건 아니다. 기업에서 열심히 비용과 시간을 쓰면서 ESG 경영을 해도 실제 지구와 미래 세대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또 기업 관계자들과 이야기해보면 ESG 경영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ESG를 왜 해야 하는지 ‘와이(Why)’는 알지만 ‘하우(How)’는 모르는 거다. 이런 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ESG생활연구소를 설립했다.”

―ESG생활연구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모든 임직원이 ESG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연구소 이름에 ‘생활’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ESG가 원래 목적에 맞게 성공하려면 기업의 모든 구성원 일상에 ESG 가치가 녹아들어야 한다. 그래야 회사 제품과 서비스에도 ESG가 구현될 수 있다. 지금은 ESG 담당자가 관련 부서에 협조를 구해도 요청받은 쪽은 이걸 왜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핵심 인력을 위한 마인드 교육, 전문가 그룹과의 정기 미팅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다. 둘째, 유명하지는 않지만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작은 기업이 많다. 이런 작은 기업들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 연결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돕고 싶다.”

―작지만 임팩트가 있는 기업이란 어떤 기업인가.

“지난달 지방선거가 끝나고 폐현수막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서울시에 업사이클링 전문 업체 ‘젠니클로젯’을 소개해줬다. 덕분에 폐현수막이 예쁜 에코백과 앞치마로 재탄생했다. 다회용기 순환서비스 업체 ‘트레쉬버스터즈’를 기업의 사내 카페와 연결해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캠페인을 진행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이번 캠페인이 쓰레기와 온실가스 감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인 리포트를 기업에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직원들이 자신이 참여한 캠페인이 얼마나 환경적 가치가 있는 일이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MZ세대 자문단’도 꾸린다고 들었다.

“ESG의 큰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투자자와 정부가 원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사회 주축이 될 MZ세대가 ESG의 가치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MZ세대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에코맘코리아에서 MZ세대를 23만명 이상 교육했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문성 있는 청년 자문단을 구성해 ESG생활연구소 멤버십 기업에 ‘MZ세대 리포트’를 제공하려고 한다. MZ가 보는 문제점, 바라는 점, 외국의 동향까지 다룰 계획이다.”

―환경 교육 NGO로서 정체성이나 지향점에 변화가 생긴 건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지구의 역사를 1년으로 환산하면 인간은 마지막 0.2초 동안 살면서 지구 전체 천연자원의 3분의 1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인간이 짧은 시간에 많은 자원을 사용해 지구는 스스로 자정할 힘을 잃었고 결국 기후변화라는 위기까지 맞았다. 심각한 상황이지만 ‘세상은 사람이 바꾸고, 사람은 교육이 바꾼다’는 신념을 가지고 희망을 본다. 에코맘코리아가 환경교육을 시작한 지 13년이 됐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 온 것과 같이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는 NGO가 되려고 한다. 다만 이번 교육의 대상은 기업이다. 진정성 있는 ESG 경영이 실현될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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