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30일(수)
“시각장애인이 버스 타는 세상을 꿈꿉니다”

[인터뷰] ‘버스스로’ 개발한 송지은·윤주연·이현동

버스는 시각장애인이 가장 꺼리는 교통수단이다. 2020년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가 시각장애인 1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2%는 버스를 가장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수단으로 꼽았다. 정류장에 버스 여러 대가 도착할 경우 소리만으로 탑승 차량을 찾기 어렵고, 승차문 위치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문제를 인공지능(AI) 기술로 해결하기 위해 대학생 3명이 실험에 나섰다. 이들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버스스로’에는 시각장애인 스스로 근처 버스 정류장을 찾고 차량에 탑승하도록 돕는 기능이 탑재됐다.

지난 6일 시각장애인의 버스 탑승을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버스스로'를 개발자한 대학생 (왼쪽부터)송지은, 윤주연, 이현동씨를 만났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6일 시각장애인의 버스 탑승을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버스스로’를 개발한 (왼쪽부터)송지은, 윤주연, 이현동씨를 만났다. /이건송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버스스로 개발팀 ‘유얼아이’를 만났다. 시각디자인 전공자 송지은(25)씨와 컴퓨터공학 전공자 윤주연(23)·이현동(22)씨로 구성된 팀이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간 현대오토에버가 주관한 ‘배리어프리 앱 개발 콘테스트’에 참여해 버스스로를 개발했고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 1월에는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했다. 송지은씨는 “이번 도전이 시각장애인의 버스 이용률을 높이는 하나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눈 대신하는 AI·GPS

-앱만 있으면 시각장애인도 버스를 탈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송지은=버스스로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활용해 사용자의 위치에서 가까운 버스정류장을 파악하고, 버스 도착 시각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정류소에서는 머신러닝 기반의 AI 기술로 버스 번호를 식별한다. 버스 안에서 하차벨 위치를 찾아주는 기능도 있다.

-비장애인도 버스 여러 대가 한꺼번에 도착하면 혼란스럽다.

이현동=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면 앱에 탑재된 카메라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카메라를 차도 방향으로 비추면 AI가 번호를 인식하고, 탑승하려는 버스가 사용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진동 횟수로 알려준다. 가까워질수록 진동이 빨라진다.

-어두운 밤에도 카메라가 버스 번호를 잘 인식할 수 있을까.

윤주연=빛이 적은 야간이나 역광 등에 대비해 ‘버스 번호판 기능’을 탑재했다. 탑승하려는 버스 번호를 휴대전화 화면에 크게 띄우면 기사님이 확인 후 승차를 돕는다.

송지은=시내버스 업체인 북부운수에 소속된 버스 기사님들께 도움을 구했다. 당시 기사님들도 실제로 사용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줬다.

-버스에서 내리는 일도 쉽지 않다.

송지은=맞는다. 시각장애인들은 버스를 이용할 때 앞문 근처에 있는 기둥만 꼭 잡고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좌석을 찾아가기도 어렵고, 하차벨을 찾아 누르고 내리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현동=버스스로는 차량 내 하차벨을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승차할 때 버스 번호를 인식하는 것처럼 카메라가 타원형의 빨간 하차벨을 인식하면 거리에 따라 진동의 세기가 달라진다. 또 정확한 위치를 ‘상하좌우’식으로 알려주는 음성 서비스를 제공해 팔을 어디로 움직여야 하차벨과 가까워지는지 알려준다.

“반드시 비영리로 풀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주변에 시각장애인이 있었나?

송지은=가족이나 친구 중에 시각장애인은 없다. 지난해부터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이 대중교통 이용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을 자주 봤다. 해결 방안이 딱히 없었다. 그래서 직접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앱 개발에 도움을 준 사람들은 없었나?

이현동=시각장애인 유튜버인 ‘원샷한솔’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했다. 또 장애인복지관도 수차례 방문해 장애 당사자들에게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뭐라고 하던가?

송지은=초기 버전을 보여줬을 때는 ‘버튼이 너무 작다’ ‘인식이 잘 안 된다’ ‘기능이 추가됐으면 좋겠다’ 등의 지적을 많이 받았다. 의견을 반영해 계속 수정하다 보니 ‘사용하기 편하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많아졌다.

-수익은 어떻게 만드나?

윤주연=버스스로는 100% 비영리로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영리를 목적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다. 장애인 이동권은 비영리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운영비는 마련해야 할 텐데.

이현동=어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이용자 수가 계속 늘면 운영비도 덩달아 오르는데, 팀원 세 명이 사비로 감당하긴 버겁다.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고민이 많다.

송지은=서버도 확장해야 하고, 기능도 추가로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원금이나 수익이 별도로 없으니 현재로서는 개인 돈을 넣고 있다.

-아직 협력하는 기관은 없나?

이현동=지자체 몇 곳에서 연락 온 적은 있었다. 그런데 무료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달라고만 했다.

윤주연=앱을 꾸준히 운영하면서 확장할 수 있게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모델을 확립한 이후에는 투자사의 지원을 받아보고 싶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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