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충격…비영리단체도 타격받나 [글로벌 이슈]

경기침체 60% 전망…비영리단체 재정 빨간불
“기존 기부자와의 관계 유지가 위기 대응의 핵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고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키우면서, 비영리단체들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각) ‘해방의 날’을 선포하며,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무역정책을 발표했다.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145%의 관세가 부과됐고, 이에 대응해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최대 125%의 보복 관세를 예고했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주요국에도 90일 유예기간 이후 최소 10% 이상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산 철강·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는 25%의 고관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미국 경기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비영리단체 또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AFP

미 경제 전반에는 벌써부터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JP모건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60%로 전망했고,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번 관세정책은 자해 행위”라고 직격했다. 그는 “최대 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가구당 연평균 소득이 5000달러(한화 약 713만원)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기부 여력 뚝뚝…미 경기불안, 비영리단체에 ‘직격탄’

기부 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의 비영리 전문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는 지난 8일(현지시각)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부 위축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지난 40년간 미국 사회를 강타한 걸프전(1990), 닷컴버블 붕괴(2001), 글로벌 금융위기(2007), 코로나 팬데믹(2020) 등 4차례의 경제 충격 이후 기부 감소 추이를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기부자들은 경제적 불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특히 중산층의 기부 여력은 침체가 반복될수록 하락해왔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부 총액은 2년간 14% 감소했고,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 기부금 수준이 위기 이전(2007년)으로 회복되기까지 5년이 걸렸다.

기부 참여율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2000년에는 미국 가구의 66%가 자선단체에 기부했지만, 2024년 현재는 46.9%까지 내려앉았다. 종교적 영향력 약화, 제도 불신 등도 배경이지만,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는 무엇보다도 중산층의 경제적 여유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우나 오실리 인디애나대 릴리패밀리필란트로피스쿨 부학장은 “세금과 정책, 국제 정세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은 기부 결정을 미루게 만든다”며 “중산층이 ‘넉넉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기부”라고 말했다.

이미 미국의 많은 비영리단체들은 타격을 받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상당수 단체가 구조조정과 프로그램 폐쇄를 겪고 있으며, 재정 압박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긴급지원 종료로 기부금 유입이 줄고, 급등한 물가는 운영비 부담을 키웠다. 여기에 올해부터 연방정부 예산 삭감까지 본격화되며, 단체들의 재정 위기는 한층 심화되고 있다. 비영리 재정지원기관 논프로핏 파이낸스 펀드(NFF)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비영리단체의 약 3분의 1이 2024년 회계를 적자로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기부시장에 켜진 ‘불확실성 경보’

경기침체 국면에서도 일부 대형 기부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어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 리스트 시카고대 교수는 “대형 기부는 수년 전부터 계획된 경우가 많아 단기간에 중단되기 어렵다”면서도 “모금 담당자들이 ‘기존 수준 유지를 부탁한다’며 압박을 가하는 경우, 기부자들이 애초 의도보다 더 많이 기부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비영리단체는 기존 기부자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연합뉴스 AFP

그러나 이번 위기는 과거와는 결이 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데다, 경제의 회복 흐름도 불안정하다는 점에서다. 맷 내시 블랙보드 기빙펀드 대표는 “시장이 조정을 거쳐 반등한다면 기부 시즌에 긍정적인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불안정한 국면이 이어질 경우,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 기부는 법적 의무 덕분에 당장은 크게 줄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재단들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조6000억 달러(약 2282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방법상 매년 최소 5%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장기 침체가 이어질 경우 그 여파는 1~2년 후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 존 자이츠 파운데이션마크 설립자는 “재단 자산이 올해 평균 7%가량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부 여력이 줄어들면 결국 수년 뒤 보조금 축소라는 연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기존 기부자’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시 대표는 “불황기에는 신규 기부자를 유치하는 것보다 기존 기부자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나 오실리 인디애나대 릴리패밀리필란트로피스쿨 부학장도 “예산이 빠듯하더라도 모금 활동을 멈춰선 안 된다”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많은 단체들이 기부자 행사, 유산 기부 캠페인을 축소했다가 이후 관계 회복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경고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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