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자동차를 줄이면 도시가 달라진다…네덜란드·독일의 선택

행정안전부가 2023년 공개한 자전거 이용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1.53%에 불과하다. 이는 2007년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에서 제시한 목표치 1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중장기 계획으로 ‘국가자전거정책 기본계획(2022~2031)’을 수립했지만, 자전거를 실질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게 할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이 절실한 시대, 자전거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더욱 주목받아야 한다. 특히 단거리 이동량이 많은 도심에서는 교통 혼잡을 줄이고, 대중교통과 연계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중심의 도로 인프라와 계속 혼잡해지는 교통환경 속에서 자전거 이용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민 참여 기반의 자전거 활성화 프로젝트를 위해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메이크웨이브(MakeWave)’는 자전거 선진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정부와 독일 베를린의 시민단체 ‘체인징시티(Changing Cities)’를 방문해 성공 사례를 탐구했다. ◇ 암스테르담이 자전거 도시로 거듭난 이유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국가로 평가받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당시 자동차 증가로 인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3000명을 넘었고, 이 중 어린이 사망자가 약 500명에 달했다. 이에 시민들은 ‘어린이들을 그만 죽여라(Stop de Kindermoord)’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자동차 중심의 도시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시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결국 정책 변화를 이끌어냈고, 암스테르담은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로 거듭났다. 암스테르담 시정부의 교통 및 공공공간 담당 부서의 정책자문을 맡고 있는 앤 호빙(Anne Hovings)은 “자전거 중심의 변화 자체가 도시 계획의 목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전거뿐만 아니라 교통, 건물, 공공시설 등

외로움은 ‘개인 탓’이 아니다…영국에서 찾은 해법

한국인의 57%가 외로움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적 불편함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교류 단절 등 복합적 요인이 얽힌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정부부처’를 신설하며 이 문제에 정면 대응했다.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대화와 연결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처방’ 모델을 만들어 외로움 해소에 접근했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 13기의 사회혁신 프로젝트 팀 ‘사이시옷(ConnectorS)’은 영국의 외로움 해소 정책을 직접 취재했다. 정부기관부터 대학 연구소, 민간단체까지 영국의 종합적인 해결책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 세계 최초 ‘외로움부’ 신설한 영국 정부 “외로움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영국 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외로움부의 엠마 배로우(Emma Barrow)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 정부는 2017년 조사에서 전체 인구의 14%인 900만 명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 중 3분의 2는 이를 털어놓을 곳조차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 콕스(Joanne Cox) 하원의원의 뜻을 이어 설립된 DCMS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전담 부처로 지정된 정부기관이다. 현재 60개 정부기관과 150개 민간단체와 협력하며,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낙인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유도하며, 증거 기반 정책을 구축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엠마 배로우는 “통계뿐 아니라 변화된 삶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며, 진정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외로움 해소, 단기 처방 아닌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에는 외로움을 전문적으로

비영리 단체의 AI 혁명, 독일·스위스에서 배운다

한국의 비영리 단체들은 예산과 기술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AI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규모 단체의 IT 예산은 평균 1.7%에 불과해, 홍보와 커뮤니티 관리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제약이 크다. 그러나 최근 급부상한 생성형 AI 기술은 적은 예산으로도 홍보 콘텐츠 제작과 모금 캠페인을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필자는 생성형 AI 기술의 가능성을 직접 탐구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글로벌 스터디를 진행했다. 8일간의 현장 방문을 통해 AI가 사회혁신 분야에 도입된 사례와 윤리적 가이드라인 구축 방안을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비영리 단체들이 기술과 윤리를 조화롭게 활용해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 베를린에서 찾은 AI 혁신: 기술과 인간 중심 원칙의 조화 독일 베를린의 ‘임팩트허브 베를린(ImpactHub Berlin)’은 중소규모 비영리 기관과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혁신 공간이다. 고풍스러운 벽돌 건축과 현대적 디자인이 어우러진 이곳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공간 구성과 효율적인 업무 환경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는 ‘키론(KIRON)’이다. 키론은 난민과 난민 출신 학생을 위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학습 자료를 추천하고 가상 멘토링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고,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AI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은 조직마다 차이가 있었다. 같은 베를린에 위치한 독일 협동조합 ‘라이파이젠 연맹(DGRV)’은 5400개 협동조합을 관리하며, 2000만 명이 회원으로 가입된 대규모 조직이다. 당초 필자는 협동조합에서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와 생성형 AI를 어떻게

“뛰고, 걷고, 탐방하고”…몸으로 하는 기부가 뜬다 [2025 기부트렌드]

경험하는 기부, 움직이는 기부자 스스로 참여하는 ‘체험형 기부’ 인기 기부 문화가 변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내는 것을 넘어, 몸을 움직이며 기부를 ‘체험’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마라톤, 하이킹, 봉사활동 등 기부자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제 기부는 매달 자동이체되는 기부금을 넘어,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6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세대학교에서 연 ‘기부트렌드 2025 컨퍼런스’에서도 이런 흐름이 강조됐다. 박미희 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기부 마라톤이 급증하면서, 사람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기부를 체험하고 있다”며 “함께 뛰는 기부자들과 현장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기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직접 체험하는 기부가 뜬다 나눔문화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뚜렷했다. 기부트렌드 조사에 참여한 시민 패널 18명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기부 방식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68.8%가 ‘참여형 기부’를 꼽았다. ‘기부런’(기부+마라톤) 열풍이 대표적이다. 최근 2년간 인스타그램에서 ‘기부’ 관련 해시태그와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도 ‘기부런’과 ‘기부하이킹’이었다. 특히 기부마라톤은 기부단체의 전통적 모금행사를 넘어 사회적 유행으로 확산했다. 한국해비타트의 815런, 월드비전의 글로벌 6K, 굿피플의 에너지 히어로 레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기부 참여 모델로 주목을 받은 소규모 비영리 단체도 있다. 사단법인 ‘계단뿌셔클럽’은 이동 약자를 위한 배리어프리 정보를 제공하는 ‘계단정복지도’ 앱을 운영한다. 시민들이 직접 계단과 경사로 정보를 수집해 등록하는 방식이다. 매주 주말마다 2시간씩 산책하며 데이터를 모으는 이 활동에 지금까지 2500여 명이 참여했고, 수집된 장소 정보는 5만 8000곳에

공익법인 투자 길 넓힌다…사회적 금융 새 판 짜나 [공익법인 NEXT]

윤호중 의원, 공익법인 투자 활성화 상증세법 개정안 발의 공익법인이 사회적 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된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달 23일, 공익목적투자를 공익법인의 고유목적사업에 포함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공익법인이 투자활동을 통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를 법적으로 인정해, 사회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데 있다. 현재 한국의 사회적 금융 규모는 6000억 원에 달하지만, 이 중 비영리 민간기금의 융자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공익목적투자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고, 주무관청마다 해석이 달라 혼란을 초래해왔다. 반면, 미국은 1969년부터 프로그램 연계 투자(Program-Related Investment·PRI) 제도를 도입해 공익법인의 사회투자를 장려하고 있으며, 영국도 2012년부터 자선단체의 사회투자를 허용해왔다. 현행법상 공익법인은 출연재산을 활용해 얻은 운용소득의 80%를 직접 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공익목적투자가 법인의 정관상 고유목적사업에 포함되지 않으면, 운용소득을 다시 공익목적투자에 활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정관을 변경하면 가능하지만,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해 기관별 판단 차이에 따른 혼선이 발생해왔다. 윤호중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공익목적투자를 ‘직접 공익목적사업 사용’으로 규정해 정관 개정 없이도 공익법인이 사회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공익목적투자는 공익법인에 대한 대출, 중소기업의 주식·지분 투자 및 대출을 포함하며, 총출연재산의 의무 지출 대상에도 포함된다. 즉, 공익법인이 출연가액의 1%, 주식 10% 초과 보유 시 3%를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해야 하는 현행 규정에 따라, 공익목적투자가 명확히 인정되면 공익법인의 사회투자 확대가 기대된다. 아울러 개정안은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공익활동가가 본 ‘좋은 사회공헌’…첫 기준이 나왔다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이노소셜랩 보고서 발간 #1. 러쉬에는 특별한 뚜껑을 가진 로션이 있다. 바로 ‘채러티 팟(Charity Pot)’이다. 해당 제품군의 판매수익은 인권보호, 동물복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소규모 비영리 단체에 후원된다. 2013년 출시 이후 러쉬코리아는 약 24억 원을 160여 개 국내 캠페인에 지원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현장이 만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던 채러티 팟은 지난해 9월, 기부금 1억 파운드(한화 약 1767억)를 돌파하며 단종됐다. 그러나 러쉬는 더 적극적인 후원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2. 나이키는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초록우산과 협력해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에 두 번째 ‘모두의 운동장’을 조성했다. 이 공간은 성별, 나이, 신체 능력과 관계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은퇴 여성 선수들이 설립한 사회적기업 ‘위밋업스포츠’와 협력한 이 프로그램은 나이키의 ‘저스트두잇(Just Do It)’ 캠페인과 맞물려 사회공헌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 사례들은 지난달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가 발간한 ‘공익활동가 중심의 좋은 사회공헌 사례 조사 보고서’에 수록됐다. 이 보고서는 기업 사회공헌을 공익활동가의 시각에서 분석한 첫 시도로, 추천위원회가 선정한 우수 사례를 담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은 기업의 입장뿐만 아니라 협력 관계에 있는 공익활동가의 관점에서도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보고서는 러쉬의 ‘채러티 팟’과 나이키의 ‘모두의 운동장’ 외에도 유한킴벌리의 ‘여성NGO 장학사업’, 카카오모빌리티의 ‘기브셔틀’, 한국에자이의 ‘기업사회혁신’ 등 다섯 가지 우수 사례를 소개했다. 좋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특징으로는 ▲사회적 가치와 기업 가치사슬을 결합한 이중중대성 추구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 ▲(사회공헌 영역으로 여겨지지 않던) 비전통적 영역에서의 새로운 시도 ▲기업의 철학

무안국제공항에 ‘놀이쉼터’가 들어선 이유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마련된 ‘아동친화공간’ 재난사회복지전문기관 더프라미스 “재난 약자 위한 ‘맞춤형 구호’ 필요해” 무안국제공항 2층 4번 게이트. 아기자기한 그림 옆으로 색연필로 쓴 듯한 ‘아이들과 함께 오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곳은 지난달 29일 벌어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공항에 머무르는 유가족 아동들을 위해 마련된 ‘아이돌봄 놀이쉼터’다. 1월 2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 쉼터는 보호자를 위한 휴식 공간과 함께 아동의 정서 안정을 위한 놀이 도구를 제공하며, 재난 속 돌봄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공간을 마련한 곳은 재난사회복지전문기관인 더프라미스(The Promise)다. 쉼터가 설치된 계기는 지난달 3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사 발생 사흘째였던 이날, 더프라미스는 공항 내 유가족 중 아동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로 다음 날,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과 소통하며 아동을 위한 쉼터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김동훈 더프라미스 상임이사는 “공항에는 이미 수많은 재난구호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아동을 위한 부스는 단 하나도 없었다”며 “재난 현장에서 아동이 얼마나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지 다시금 실감했다”고 말했다. ◇ 재난현장의 약자, 아동을 위한 ‘친화공간’이 필요하다 쉼터를 위한 공간 확보는 쉽지 않았다. 참사 발생 직후 공항은 이미 200여 개의 재난구호 텐트로 가득 찬 상황이었다. 접근성이 좋은 실내 공간을 우선적으로 찾아야 했지만, 여유 공간이 없었다. 김 이사는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전라남도자원봉사센터 등 여러 단체와 협의하며 공간 마련 방안을 논의했다”며 “결국 공항 측이 관광홍보코너를 내어주며 쉼터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간이 확보되자마자 쉼터 준비 작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놀이

기부하고 운용 수익도 얻는 ‘기부신탁’ 본격화 [2024 기부 트렌드 결산③]

2024 기부 트렌드 결산<3·끝>기부신탁, 새로운 기부 트렌드로 자리 잡다 기부신탁이 새로운 기부 트렌드로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0월 말 기부신탁 상품 ‘기브유트러스트(Give you Trust)’를 출시하며, 국내 대형 비영리법인(NPO) 6곳과 동시 협약을 맺었다. 금융사가 다수의 NPO와 공동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NPO들은 “이번 협약으로 기부 문화의 확산을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부신탁은 기부자가 자산을 특정 기관에 맡겨 운용하며, 원금과 수익을 공익적 용도로 활용하는 제도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객이 신탁에 기부금을 넣고 만기 시 공익법인으로 원금을 전달하는 기존 형태는 동일하다”면서도 “가입 기간 중 발생한 투자 이익은 고객이 자유롭게 인출해 개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으며, 최초 가입 시 기부금 영수증 발급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상품과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홍정은 월드비전 ESG사회공헌본부 고액후원팀 책임매니저는 “고객이 기부금으로 세액공제를 받고, 일정 기간 후에 공익법인에 기부 자금을 이전할 수 있는 구조가 기부자와 공익법인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상품을 가입하기 위해선 유의해야 할 조건이 있다. 최소 가입금은 1억원으로, 현금 기부만 가능하다. 계약 기간 도중에 취소나 수정은 불가하다. 삼성증권의 기부신탁 출시는 고객의 요구에서 출발했다. 2년 전 한 고객이 “계약 만기 시 기부할 수 있고, 가입 기간 동안 운용 수익도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삼성증권은 이후 기부신탁 상품 출시를 위해 국세청 유권해석과 법적 검토를 거쳤으며, 상품 설계에만 1년 반이 소요됐다. 결과적으로 삼성증권은 금융과 기부를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게 됐다. 삼성증권은 기부신탁 활성화를 위해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밀알복지재단, 월드비전, 초록우산, 컴패션 등 국내 대표 공익법인 6곳과 협약을 맺었다. 공익법인들은

기부의 진화, 동정심을 넘어 투명성과 책임으로 [2024 기부 트렌드 결산②]

2024 기부 트렌드 결산<2>모금의 틀을 바꾸는 비영리 단체들 2024년, 기부 문화는 더 이상 동정심에 머물지 않았다. 올해 기빙코리아 발표에 따르면 사람들이 기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사회적 책임감(32.1%)’이 꼽혔다. 기부를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임으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2017년 이후 꾸준히 기부 동기 1위를 기록하며 전통적 기부 관념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모금 분야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동정심 유발에 의존하지 않고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임팩트 기부’가 주목받았으며, 빈곤 포르노로 대표되는 전통적 모금 광고의 관행을 거절하는 캠페인도 이어졌다. ◇ ‘우는 아이’ 없는 아름다운재단 모금 캠페인 지난 11월 말, 아름다운재단은 ‘아름다운재단에는 우는 아이가 없습니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동정심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거부하고, 기부의 본질을 되짚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가상의 모금 광고에서는 찬밥과 김치로 한 끼를 해결하는 할머니의 뒷모습부터 갓난아이를 업고 학교에 가지 못한다는 어린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는 전통적인 모금 광고에서 흔히 쓰이는 장면이다. 아름다운재단은 이와 같은 전통적인 모금 광고의 관성을 거부하고 있다. 동정심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기부 대상을 묘사하는 광고는 이웃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기부 대상을 단순히 동정의 대상으로 고정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름다운재단은 2001년 설립 당시 정관에 자선적 시혜 대신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만드는 올바른 나눔문화를 확산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번 ‘아름다운재단에는 우는아이가 없습니다’ 캠페인 게시글에 한 시민은 “인위적으로 동정심을 유도하는 우는 아기보다, 동등한 입장에서 타자를 바라보는 웃는 아기 모습이 더 마음에

비영리단체 ‘해산’ 막고, 하루 만에 ‘3억’ 기부한 시민들 [2024 기부 트렌드 결산①]

2024 기부 트렌드 결산<1> 위기에 응답한 시민들의 기부 2024년은 기부 문화가 책임과 연대를 기반으로 성장하며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해였습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나눔과 협력의 움직임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9일 일어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도 전국 곳곳에서 유가족을 위한 구호 물품이 전달되며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나은미래는 연말 특집으로 올해의 기부 트렌드를 돌아보며, 그 안에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을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22일,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추진위원회 홈페이지가 시민들의 기부로 인해 접속 불가 상태에 빠졌다. 남태령에서 경찰이 농민들의 ‘트랙터 행진’을 가로막은 사건이 벌어진 직후, SNS를 중심으로 노동자와 약자를 돕자는 메시지가 퍼지며 기부 열기가 폭발한 것이다.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단체에 힘을 보태자”는 글이 퍼지면서, 농민·노동·사회단체 후원 움직임이 급속히 확산됐다. ◇ “5억 넘게 모였다”… 전태일의료센터 기부 행렬 다음 날인 23일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태일의료센터 홈페이지가 접속 용량 초과로 다운됐다”며 “자정을 넘겨 초기화되면서 복구됐는데 어제 하루에만 2727건, 총 2억7800만 원의 기부금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후 23일 밤까지 집계된 모금 건수는 5522건, 금액은 5억7613만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태일의료센터는 노동자를 위한 전담 병동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을 포함하는 국내 최초의 노동자 병원으로, 지난해 9월 녹색병원이 건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하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일하다 다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위해 한국 최초의 노동자 병원을 만들겠다는 목적에서였다. 전태일의료센터에는 노동자 전담 병동,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모두의 1층x서울' 프로젝트로 파리바게뜨 매장 앞에 경사로가 설치됐다. /모두의 1층 홈페이지 갈무리
법에 막힌 문턱, 민간이 열었다…모두를 위한 경사로

19일 장애인 접근권 미비, 대법 ‘정부 책임’ 인정 법 사각지대 메운 ‘모두의 1층’ 프로젝트 12월 19일, 대법원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1층 매장에 접근할 권리가 헌법상 기본권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2018년 A씨 등 3명의 원고가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의 미비점을 지적하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비롯된 판결이다. 당시 원고는 해당 법률이 편의점 등 소규모 소매점에 경사로와 같은 편의시설 의무 설치 기준을 지나치게 완화해 장애인 차별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24년 동안 개정하지 않은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였다. 1998년 제정된 구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바닥 면적 합계가 300㎡(약 90평) 이상인 소매점에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 기준에 해당되는 편의점은 2019년 기준 전국 매장 중 1.8%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가가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 원심 판결을 뒤집고 장애인 원고 2명에게 각각 1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 20년 묵은 법의 벽, 여전히 높은 현실의 문턱 이 같은 판결은 장애인의 접근권 보장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특히 이 판결에 앞서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모두의 1층x서울 언컨퍼런스’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논의 주제로 다뤄졌다. 당시 임성택 공익법단체 두루 이사장은 “1998년에 제정된 장애인등편의법은 공중이용시설과 공공건물에 동등하게 접근할 권리를 명시했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편의시설

배우 김남길의 특별한 선물… 청년 창작가 4인의 ‘함께나길’

‘함께나길 : 예술로 연결되는 다정함’ 전시회, 오는 22일까지 더나은미래가 직접 만난 창작가 4人4色 이야기 “이곳에서 만난 네 명의 청년 창작가들처럼 더 많은 청년들이 예술이라는 무한한 캔버스 위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배우 김남길 서울 홍대 인근에 위치한 KB청춘마루. 지난 13일 오후, 전시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 따뜻한 메시지와 함께 배우 김남길씨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의 진심 어린 응원처럼 이 공간은 예술을 통해 연결된 다정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자 작품들이 빛나는 전시 공간, 이어폰을 끼고 창작가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청음 공간, 그리고 돋보기로 작은 디테일까지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드로잉까지. 전시회는 단순히 관람이 아닌, 창작가들의 세계를 공유하는 경험으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회는 ‘함께나길: 예술로 연결되는 다정함’이라는 제목으로, KB청춘마루에서 지난 11일부터 운영되고 있다. 배우 김남길 씨가 설립한 문화예술 NGO 길스토리가 주최하고 KB국민은행이 후원하는 이 전시는 자립준비청년 창작가들에게 창작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노재옥 길스토리 본부장은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은 많지만, 창작가에게 초점을 맞춘 지원은 드물다”며,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김남길 씨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캠페인은 창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특별한 프로젝트다. ◇ 각자의 색으로 빛나는 네 명의 창작가 이야기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창작가는 공오일(도예가), 박강빈(디지털드로잉 작가), 이요한(싱어송라이터), BM(뮤지션)이다. 이들은 창작 프로젝트 지원금과 6개월 간의 전문 멘토링, 전시와 공연 기회 등을 통해 자신의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