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지키면 기업도 산다”…유한킴벌리가 보여준 상생의 답

상생의 경제학, 새로운 비즈니스 질서 <2>
문국현 “기술보다 사람, 갈등보다 신뢰… 상생 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

“기업의 진정한 사회적 책임은 사회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는 데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2025 EoM-한양대 넥스트 임팩트 포럼’에서 문국현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전 유한킴벌리 대표)는 유한킴벌리가 경제적 성장과 함께 환경과 사람을 고려하는 경영 전략을 실천해 왔다고 강조했다.

6일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2025 EoM-한양대 넥스트 임팩트 포럼’에서 문국현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는 유한킴벌리가 환경을 복원하고 인적 자본에 투자한 것은 오늘날 상생의 경제학과 맞닿아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이 성장했다고 짚었다. /채예빈 기자

이번 포럼의 주제인 EoM(Economics of Mutuality·상생의 경제학)은 기업이 고객·근로자·공급망·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와 가치를 공유하며 성장하는 경영 패러다임으로, 글로벌 기업 마즈(Mars)와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이 공동 제시했다. 재무성과 중심의 ESG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통합하는 모델로 평가받는다.

문 대표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유한킴벌리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40년 전부터 숲을 가꾸고 사람에 투자한 유한킴벌리의 행보는 상생의 경제학(EoM)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사례가 1984년 시작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다. 당시만 해도 기업이 산림 복원을 핵심 전략에 두는 것은 ‘비용’으로 여겨졌지만, 유한킴벌리는 일제강점기와 전쟁으로 황폐해진 숲을 되살리는 데 꾸준히 나섰다. 그 결과 국내외 약 1만6500ha(여의도 56배 규모)에 5700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심어졌다.

그는 “IMF 외환위기 시기에는 실직자에게 생태·기술 교육을 제공하며 30만 개 이상 일자리를 만들었다”며 “정부 지원도 있었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공감이 캠페인을 확장시킨 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모델은 이후 17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사업으로 확장됐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유한킴벌리는 구조조정 대신 ‘사람을 남기고 기계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문 대표는 “노사는 협의를 통해 근로 시간을 30% 이상 줄이는 대신 정년을 55세에서 65세, 이후 75세까지 확대했다”며 “근로자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평생학습 체계도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1996년 16% 수준이던 사고율은 2007년 1%로 줄었고, 생산성과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사람 중심 경영은 재무 성과로도 이어졌다. 유한킴벌리의 당기순이익은 1995년 105억 원에서 2004년 약 904억 원으로 9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도 20%에서 57%로 확대됐다. 문 대표는 이를 두고 “사람(People), 목적(Purpose), 공유가치(Shared Value), 즉 PPS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임을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AI를 도입하든 위기를 돌파하든 결국 핵심은 ‘사람’”이라며 “합의와 신뢰 없이 상생의 경제는 뿌리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리더는 기술과 수치뿐 아니라 고객과 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때 그 안에 가장 큰 혁신의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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