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경제학, 새로운 비즈니스 질서 <1>
이익공유제·정부조달 직접발주 제안…“자본과 기회가 아래로 흘러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전 국무총리)은 “한국 경제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이중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를 끊어낼 해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익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상생성장(shared growth)”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6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2025 EoM-한양대 넥스트 임팩트 포럼’ 기조연설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며 “양극화 심화와 고용 불안 문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2025년 현재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0%대 초반(약 0.8~0.9%)에 머물고 있다. 소득 분포 역시 한쪽으로 기울었다. 2021년 기준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약 15%, 상위 10%가 47%를 차지하는 등 부는 상층부에 집중돼 있다. 정 이사장은 “1980년대 초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약 20% 수준이었지만, 수십 년 사이 두 배 이상 치솟았다”며 “경제의 활력이 특정 집단에 쏠리면서 사회 전체의 에너지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한때 ‘다이내믹 코리아’라 불리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경제 활력 저하의 근본 원인으로 1960년대 이후 이어진 ‘재벌 중심 수출주도형 성장 모델’을 짚었다. 그는 “이 전략은 산업화 초기 성장의 동력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부의 편중과 산업 집중을 심화시켰다”며 “전체 기업의 99%, 고용의 84%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납품단가 인하와 기술 탈취 등 불공정 거래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 성장의 과실이 기업에 집중되며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크게 늘고, 가계부채는 1900조원을 넘어섰다”며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위축되는 악순환이 굳어졌다”고 진단했다.
해법으로 그는 이익공유제 제도화를 첫 번째로 제시했다. 정 이사장은 “대기업이 일정 기준 이상의 초과이익을 얻을 경우, 그 일부를 협력 중소기업에 배분해 기술개발·해외진출·고용 확대를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의 높은 수익 뒤에는 중소기업의 희생이 있었던 만큼, 이는 시장 원리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왜곡을 바로잡는 조정장치”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정부조달의 중소기업 직접발주 확대다. 그는 “공공 프로젝트가 대기업 중심으로 발주되는 구조에서는 자본·인력·기술이 중소기업에 축적될 수 없다”며 “정부 발주분의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해 자금과 기회가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으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중소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과 소득이 확대되면 내수 활력이 살아나고, 이는 다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며 “상생성장은 자본주의의 부정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제 기능을 되찾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애덤 스미스를 인용하며 “개인의 이익 추구가 사회적 도덕 규범 안에서 조화될 때 진정한 자본주의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글로벌 식품기업 마즈(Mars)와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이 제시한 경영 패러다임 ‘상생의 경제학(EoM·Economics of Mutuality)’을 주제로 국내외 학계·비즈니스 분야 리더들이 모여 아시아 비즈니스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로 열렸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