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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투자 1세대가 내다본 향후 10년, ‘기후테크’에 주목하라

[인터뷰] 창립 10주년 맞은 임팩트투자사 ‘D3’ 국내에 임팩트투자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지난 2011년. 임팩트투자를 제1의 사업 목적으로 정관에 명시한 최초의 투자사가 설립됐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이하 D3)’는 국내 임팩트투자의 지평을 연 ‘개척자’ 같은 존재다. 창업 초기 국내 투자자와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셜벤처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했고, 국내 소셜벤처들을 발굴하며 10년째 재무적 수익과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D3의 주축인 이덕준, 윤훈섭, 임성훈 등 세 파트너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났다. 이덕준 대표는 “벤처캐피털이 혁신에 모험 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면 임팩트투자사는 그 혁신이 인간을 포함한 자연 생태계 전반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일한다”고 했다. 임팩트투자 10년, 변방에서 주류로 ―임팩트투자 불모지던 한국에서 10년을 버텼다. 이덕준=지난 10년간 임팩트투자 생태계 전체가 발전했다. 그간 임팩트투자를 표방하는 투자사도 속속 등장했고, 사회 혁신 스타트업도 양적·질적으로 성장했다. 일반 투자자나 금융업계에서도 임팩트투자에 자금을 투입하는 사실이 가장 큰 변화다. D3는 사회 혁신 분야의 여러 개척자 중 하나일 뿐이다. ―사회 혁신에 투자한다는 개념이 조금 어렵게 들린다. 이덕준=혁신은 사회를 바꾼다. 임팩트투자사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혁신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한 가지 예로 ‘토도웍스’는 아동 전용 휠체어를 제작하는 스타트업이다. 제품 우수성을 해외에서 인정받아 조만간 수출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안다. 장애인의 불편함은 별안간 발생한 사회 이슈가 아니다. 전 세계 자본이 모빌리티 산업에 몰리는 중에도 장애인의 모빌리티에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았던 거다. 토도웍스는 휠체어 동력

“나를 선택해준 고마운 아이 바오, 정말 귀엽지 않나요?”

[초즌: 아이의 선택] 후원 아동 바오가 선택한 후원자 이한탁씨 이야기 오랜만에 사진 정리를 했습니다. 베트남에 사진 한 장을 보내야 했거든요. 수년간 보관해온 사진첩에는 수백 장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사진 한 장 고르는 게 왜 이렇게 어렵던지…. 풍경이 좋으면 구도가 별로고, 구도가 좋은 사진은 표정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다는 게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혹시 아무도 날 선택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됐습니다. 한 시간 넘게 고심하다 결국 한 장을 골랐습니다.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전신이 나온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얼마 뒤 제 사진은 베트남의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옌뚜이’의 작은 마을에 전시됐습니다. 그리고 한 아이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름은 딘 바오 응우옌.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후원자와 후원 아동의 인연을 맺었습니다. 저 말고도 여러 명의 후원자 사진이 마을에 걸렸다고 합니다. 후원받은 아동이 후원자의 사진을 보고 직접 선택을 하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내심 궁금했습니다. 바오는 왜 저를 선택했을까요? 바오가 알려준 이유는 뜻밖이었습니다. “제가 후원자님을 선택한 이유는 후원자님이 정말 잘생겼기 때문이에요.”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솔직히 몹시 기분이 좋더군요. 제 사진을 들고 있는 바오의 귀여운 미소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저는 바오를 위해 정기 후원금과는 별도로 125달러의 ‘선물금’을 보냈습니다. 바오와 가족을 위해 94달러, 지역사회에 31달러가 쓰였다고 합니다. 제가 보낸 선물금으로 바오는 하늘색 자전거 한 대와 책상 하나를 샀습니다. 사진도 찍어 보내줬습니다.

장애인 이용률 0.1%, 의사 참여율 0.5%… 시스템 개선 시급

유명무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 거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A씨는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동네 의사가 주기적으로 건강을 관리해주고 집으로 왕진도 나온다는 설명에 신청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해봤지만 집 근처에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병·의원이 없었다. 조금 멀리 있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방문 진료가 가능한지 물었지만 모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중증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지난 2018년 5월 시작한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 사업이 유명무실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1차 시범 사업 결과에 따르면, 2018년 5월부터 2년간 이 서비스를 이용한 장애인은 1146명에 불과했다. 2020년 등록 중증장애인 98만4965명 가운데 약 0.1%가 이용한 셈이다. 2차 시범 사업 기간인 지금도 이용률 변화는 거의 없다. 서비스를 원하는 장애인이 있어도 주변에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병·의원을 찾기 어렵고 그나마도 방문 진료가 안 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위한 주치의 사업… 방문 진료 거의 없고 비용도 비싸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당뇨, 뇌혈관 질환, 암 등 만성 질환 유병률이 높고 평균 수명도 9년가량 짧다. 건강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하지만 이동 불편,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병원을 자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상급종합병원과 요양병원 근무자를 제외한 모든 의사가 장애인 건강주치의가 될 수 있다. 주치의 등록을 원하는 의사는 ▲만성 질환 등 일반적인 건강 상태를 관리해주는 일반 건강관리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성장하는 ‘의류 대여’ 산업… 운송 과정의 탄소는 어쩌나?

의류 운송 때 온실가스 발생지역 넓어지면 환경 악영향포장·드라이크리닝도 문제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르는 ‘의류 대여 서비스’가 환경에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운송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때문이다. 환경평가 수행기관 콴티스 인터내셔널(Quantis International)에 따르면, 의류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은 2016년 기준 32억9000만t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6.7%를 차지한다. 의류 대여 서비스는 옷의 사용 횟수를 늘려 자원 낭비를 막고, 옷을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 의류 대여 업체 ‘렌트더런웨이’는 설립 10년 만인 2019년에 기업 가치 1조원을 넘기며 ‘유니콘 기업’이 됐다. 시장조사 기업 베러파이드 마켓리서치는 2019년 약 11억달러(약 1조2550억원)이던 전 세계 의류 대여 시장 규모가 2027년 약 22억달러로 두 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환경적이라고 알려졌던 의류 대여 서비스에서 운송 과정의 온실가스 발생 문제가 간과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5월 핀란드 LUT대학 연구원은 청바지를 여러 명이 대여해서 입을 경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청바지를 폐기 전까지 평균 200번 착용할 수 있다고 가정한 뒤, 20명의 고객이 청바지를 10번씩 빌려 입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을 계산했다. 그 결과 청바지 한 벌이 대여 서비스를 거쳐 폐기될 때까지 약 41㎏의 온실가스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약 7㎏이 대여를 위한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핀란드 의류 대여 업체의 모델을 참고해 소비자가 거주지에서 2㎞ 떨어진

‘소셜벤처 판별제’ 도입… 생태계 활성화 기대

인증제, 신생 기업엔 큰 진입 장벽기준 완화·절차 간소화한 판별제더 많은 소셜벤처 성장 기회 될 것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셜벤처 판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소셜벤처 판별제는 중기부와 기술보증기금이 마련한 기준에 부합하면 소셜벤처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소셜벤처로 인정받은 기업들은 ‘소셜벤처 판별확인서’를 발급받게 되고, 정부의 지원 사업에 참가할 자격을 얻게 된다. 중기부는 오는 21일 판별 기준을 공시하고 기업들로부터 신청받을 예정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판별 기준은 중기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실태 조사를 위해 지난 2019년 1월 마련한 항목을 개정한 것으로 기업들의 진입 문턱을 낮췄다. 기존 실태 조사에 쓰이는 판별 항목은 크게 사회성 분야(12개 항목)와 혁신성장성 분야(14개 항목) 등 두 가지로 구분된다. 두 분야에서 항목별 배정된 점수의 합이 각각 70점을 넘으면 소셜벤처로 분류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소셜벤처로 집계된 기업은 총 1509개다. 사회성 항목은 ▲법령 또는 민간의 사회적 경제조직 인증 ▲정부·민간의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 유치 기업 ▲사회적 가치 실현 네트워크 확보 기업 등이며, 혁신성장성 항목으로는 ▲정부의 기술력 인정 기업 ▲정부·민간의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 유치 기업 ▲기업의 지속 가능성 등이 있다. 중기부는 “기존 항목을 활용하는 대신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기업이 소셜벤처로 판별받아 정부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변화는 투자 유치 기준 완화다. 기존에는 5000만원 이상의 임팩트투자를 유치한 기업에 100점을 부과하는 방식이었지만, 투자 금액과 점수를 세분화해 투자 유치 규모가 작은 기업도 배점을 얻을 수 있게 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 교육 이수 항목에서는 정부·지자체·공공기관 교육으로 한정하던 것에서

저탄소 농산물, ‘진짜’ 저탄소는 아니었네

탄소발자국 계산해보니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농업 분야에서 2130만t의 탄소가 배출됐다. 승용차 약 4910만대가 연간 발생시키는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대부분 비료나 농약 등 농자재를 사용하거나 온풍기와 경운기 등 기계를 작동할 때 발생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4년부터 농산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자체 개발한 ‘탄소 저감 기술’을 이용해 재배한 농산물에 인증 마크를 달아주는 제도다. 사과·배·포도·감자·고구마·옥수수 등 51개 품목이 인증 대상이다. 최근 저탄소 농산물 인증제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줄였지만 유통·소비 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는 주장이다.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산물들은 소비자들에게 고급 농산물로 인식된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는 저탄소 인증 농산물에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마케팅을 벌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 포장재로 낱개 포장한 저탄소 농산물의 모습은 환경을 위한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농지에서 도시로 농작물을 운송할 때 발생하는 탄소량도 만만치 않다. 저탄소 농산물, 진짜 저탄소가 맞을까. 탄소로 포장되는 저탄소 농산물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952개 저탄소 인증 농가가 총 7만7769t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했다. 저탄소 농가 인증을 가장 많이 받은 품목은 ‘사과’다. 1414개 사과 농가가 저탄소 인증을 받았다. 저탄소 농법을 사용하지 않는 일반 농가의 경우 사과 1㎏을 생산할 때 평균 400g의 탄소를 발생시킨다. 반면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가는 같은 양을 생산할 때 약 284g의 탄소를 발생시킨다. 3㎏짜리 사과 한 박스를 기준으로 보면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월간 성수동] 낭만의 시대는 저물었는가?

“이제 낭만이 없어졌군요.” 성수동의 과거 분위기를 잘 아는 어느 지인이 대화 중에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최근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성수동도 그 파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사회적·경제적으로 스스로를 증명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한 소셜벤처들과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낭만의 시대가 저문 거죠’라고 말했지만 속으로 적잖이 당황했다. 성수동을, 우리가 하는 일을, 낭만이라 생각한 적이 었었던가를 떠올리면서. 낭만.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처음으로 인터넷에서 낭만이라는 단어 뜻을 검색해봤다. 임팩트투자사와 소셜벤처, 시민사회단체 등 사회 혁신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들이 성수동에 터를 잡은 지 7년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성수동은 현대식 마천루가 즐비하고 각기 다른 디자인과 매력을 뽐내는 크고 작은 식당과 편집 매장이 골목마다 들어선 곳이 되었다. 나날이 높이를 더해가는 성수동 빌딩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이상은 얼마나 쌓여가는지를 생각한다. 성수동을 대표하는 기관 중 상당수는 설립 10주년을 맞이하거나 이미 2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2008년에 설립한 소풍 역시 성수동에 터 잡은 지 7년째이자, 설립 13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그간 텀블벅, 스페이스클라우드, 동구밭, 비플러스, 자란다, 스티비, 뉴닉 등 국내를 대표하는 소셜벤처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임팩트투자 생태계도 몰라보게 커졌다. 2018년도부터 연간 2000억원 규모의 투자 조합을 계속 결성해내며 총액만 해도 1조원을 내다보는 시대가 되었다. 그 사이 협력보다는 경쟁이, 연대보다는 자기 증명이 더 중요해졌다. 축적하는 경험, 양적 규모는

[아무튼 로컬] 로컬의 세계관

개그맨 이창호씨가 지난 2월 유튜브 개그 채널에서 자신이 시가총액 500조원의 김 만드는 대기업 ‘김갑생할머니김’의 미래전략본부장 이호창이라며 너스레를 떨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러려니 웃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호창 본부장’의 활약상을 담은 후속 영상들이 이어지고 정부의 요청으로 그가 출연한 P4G 서울정상회의 홍보영상이 100만 회 넘게 재생되면서 ‘김갑생할머니김’은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믿어지는, 아니 모두가 그렇게 믿기로 해주는 진짜 기업이 되어갔다. ‘김갑생할머니김’을 실제로 생산해 판매하는 곳까지 나타났다. 지상파 개그 코너가 점차 사라지면서 설 곳이 줄어든 방송사 개그맨 몇몇이 만든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13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과시하는 피식대학의 상황극들은 종래의 개그 코너처럼 1회적 웃음으로 끝나지 않고 서로 스토리가 연결되어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해 간다. 요즘은 이걸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롤플레이 모놀로그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가고 있는 개그우먼 강유미씨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은 80만명이 넘는다. 구독자들은 이들이 만들어 가는 세계관에 몰입하고 참여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현실과 허구의 구분 자체가 애매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마블 스튜디오가 만드는 수퍼히어로 영화 시리즈가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연결돼 있는 것과 비슷하다. 유튜브는 최근 발표한 트렌드 리포트에서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적극적인 연결과 소통에 활용하는 이런 현상을 한국 콘텐츠 소비자들의 새로운 특징으로 꼽았다.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기존의 게임들은 제작사가 만든 세계관을 사용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시민 300명 3년 만에 33억 건물주 됐다

[Cover Story] 시민자산화 이룬 ‘해빗투게더협동조합’ ‘조물주 위에 건물주.’ 건물 소유주가 신(神)을 뛰어넘는다는 말이 나오는 시대에 ‘서울 건물주’가 된 사람들이 있다. 매입가 33억원. 위치는 최근 몇 년 새 강남권만큼 몸값이 치솟은 ‘마포’다. 지상 5층짜리 빌딩의 소유주는 ‘해빗투게더협동조합’(이하 해빗투게더). 임차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한 주민들이 모여 설립한 단체다.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날마다 치솟는 임차료를 견디지 못하고 마포 이곳저곳을 떠돌던 주민들이 어느 날 한자리에 모여 ‘우리가 건물주가 되자’는 맹세를 한다. 조금씩 돈을 내서 건물을 사버리자는 계획을 세우고 조합을 세웠다. 건물을 사유(私有)하지 않고 공유(共有)하겠다는 해빗투게더의 약속에 시민 303명과 단체 39곳이 힘을 보탰다. 2020년 11월 27일. 잔금을 치르고 건물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받은 날이다. 건물에는 ‘모두의놀이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조합원뿐 아니라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높은 임차료에 내몰린 마포구 주민들, 건물주 되다 해빗투게더는 대표적인 ‘시민자산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시민자산화는 지역 주민들이 함께 투자해서 토지나 건물 등 지역사회에 필요한 자산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15일 내부 단장을 마치고 공식 개방한 모두의놀이터에는 이미 마포 주민들이 그들의 자산을 누리고 있었다. 해빗투게더 조합원들은 출자금과 크라우드펀딩으로 3억원을 모았다. 여기에 지난해 행정안전부 ‘지역자산화 지원사업’과 서울시 ‘민간자산 클러스터 융자지원사업’에 잇달아 선정되면서 대출 보증 지원을 받아 나머지 30억원을 채울 수 있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시민들의 힘으로 건물을 마련하겠다는 고집 때문이다. 박영민 해빗투게더협동조합 상무이사는 “시민자산화의 핵심은 최대한 많은

폐방화복이 가방으로… 수익 절반은 암투병 소방관에 기부

[인터뷰] 이승우 119REO 대표 “암 또는 희귀 질병을 앓는 소방관이 많습니다. 현장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직업 특성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까지 공무상 상해로 인정받은 소방관은 두 명에 불과해요.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지 못한 암 투병 소방관들은 치료 비용을 자비로 해결해야 합니다.” 폐방화복 업사이클 스타트업 ‘119REO(레오)’의 이승우(28) 대표는 소방관들이 입던 방화복을 재활용해 가방 등 패션잡화를 만들어 판매한다. 수익금 일부는 다시 소방관들에게 기부한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 119레오 팝업스토어 현장에 자사 주력 상품인 ‘레오백’을 매고 등장한 이승우 대표와 마주 앉았다. “소방관은 우리를 구하는데, 우리는 소방관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16년 119레오를 설립했습니다. 화마(火魔)로부터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대표적인 장비는 방화복입니다. 수명을 다한 폐방화복을 활용해 상품을 만들면 119레오의 핵심 가치를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현장에서 소방관을 지켰던 방화복은 업사이클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지역별 소방서에서 수거된 폐방화복은 지역 재활센터에 모여 세탁과 분해 과정을 거친다. 이후 전문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튼튼하고 개성 있는 업사이클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제품은 온라인몰과 백화점의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통해 판매된다. 119레오는 1년에 두 번, 영업 이익의 50%를 공무상 상해를 인정받지 못한 암 투병 소방관과 희귀질환 소방관에게 기부한다. 이승우 대표는 제품의 가치를 넘어 생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회·환경적 가치도 챙긴다. “근로 취약 계층의 고용 기회를 넓히기 위해 세탁과 분해 과정에서 지역 자활센터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또 제품의 안감은 리사이클

“대학생이, 대학생을, 대학생에게 알립니다.”

[인터뷰] 차종관 대학알리 대표 즐거움, 그리고 성장. 국내 유일 대학생 ‘비영리 독립언론’을 이끄는 차종관(27) 대학알리 대표는 두 개의 핵심 가치를 강조했다. 구성원이 즐겁게 어울리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대학생 기자들이 계속 유입되고, 조직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차 대표는 “비영리 독립언론이라 돈도 없고 가진 건 사람이 전부”라고 했다. 대학알리는 학교 소속의 학보사라는 한계를 넘어 대학본부로부터 자유로운 편집권을 행사하는 비영리 독립언론이다. 지난 2013년부터 6년간 외대알리, 단대알리 등 학교 이름을 내건 ‘N대알리’를 발행한 대학언론협동조합 해체 이후 이를 이어받아 2019년 5월 출범했다. 올해로 5년째 대학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학생들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노력하는 차종관 대표를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동락가(同樂家)에서 만났다. “대학알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사회는 자주적이고 건강한 대학 공동체입니다. 이를 위해 대학생들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곳에서 함께 성장하며 대학생의 알 권리와 목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차 대표는 대학본부의 편집권 침해와 대학 공동체의 폐쇄성으로 기존 대학언론과 기성 언론이 보도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대학알리는 당사자가 직접 기자가 돼 자유롭게 대학사회의 문제와 그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데 집중한다. 현재 회원은 약 80명 규모. 특히 올해는 건국대와 중부대가 새롭게 N대알리를 창간했다. 캠퍼스 울타리를 넘어 여러 N대알리가 서로 협업해 공동취재를 진행하기도 한다. “대학알리를 중심으로 공동취재를 한 기사들은 깊이가 학보사나 학내 언론이 낼 수 있는 기사와는 다르죠. 똑같은 등록금 문제를 지적하더라도 대학마다 다양한 관점이 제기돼 함께 취재할 때 시너지가

“생태교란종에 사회적가치를 불어넣습니다”

[인터뷰] 강민준 밸리스 공동대표 토종 생물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 이른바 ‘생태계 교란종’으로 불리는 동물은 총 18종이다. 그중에서도 배스(Bass)는 산란기에 치어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토종어류 개체 수를 감소시킨다. 지방자치단체는 퇴치사업을 통해 포획한 배스를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만 생태계 교란 어종으로 분류될 뿐 해외에선 일반 어종이다. 사회적기업 밸리스의 강민준 공동대표는 이 점에 주목했다. 지난 17일 만난 강민준 대표는 “배스를 비롯한 생태 교란종은 풍부한 영양소를 갖고 있지만, 부정적인 인식 탓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배스에서 추출한 기능성 원료로 반려동물 식품을 만들면 어민 고통을 줄이고 퇴치사업에 투입되는 세금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대학생 시절 뉴스에서 배스라는 어종을 처음 접했어요. 영양가가 풍부해 해외에서 식용으로 들여왔는데, 생태계를 어지럽히면서 정부에서 다시 잡아들인다고 하더라고요. 영양가 높은 생선을 왜 안 먹을까 해서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어요. 다들 ‘맛이 없다’고만 해요. 배스를 업사이클하면 팔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강민준 대표는 2016년 8월부터 연구에 돌입했다. 이듬해 2월 배스가 영양학적으로 충분하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배스에는 고양이에게 필수 영양소인 ‘타우린(Taurine)’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면서 “고양이는 타우린을 체내에서 만들지 못해서 반드시 식품으로 채워야 하는데 배스에서 천연 타우린을 추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연 타우린은 굴이나 낙지 등에서도 추출할 수 있다. 다만 100g당 10만원 수준으로 배스에서 추출한 천연 타우린(100g당 8000원)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강 대표는 “포획되고 버려지던 배스의 재발견”이라고 했다. “제품의 상품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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