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배우 길러낸 ‘메자닌 극단’ 지난 8일 서울 대방동에 있는 여성플라자 아트홀 ‘봄’의 무대에선 노란 머리에 갈색 눈을 가진 아버지와 아들이 초콜릿 파이를 굽고 있었다. 아버지가 뒤돌아선 사이 계란을 껍질째 넣고, 설탕과 밀가루를 들이붓는 아들의 모습에 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발달 장애 아동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한국어 단어가 적힌 ‘커닝페이퍼’를 보며 내뱉는 아버지의 어설픈 대사엔 박수까지 치며 깔깔댔다. 제8회 장애어린이축제 해외 초청작으로 올려진 오스트리아 메자닌 극단의 연극 ‘초콜릿 파이’는 비장애인 배우 한 명과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인 배우 한 명이 초콜릿파이를 구우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 극이다. 비장애인 관객은 다운증후군을 앓는 배우가 상대방의 연기에 시의적절하게 반응하며 능숙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모습에 놀라워했고, 장애 아동들은 외국 배우가 어설픈 한국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연극이 끝나고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연극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바로 이 무대를 기획하고 만든 연극배우이자 연출자인 마르티나 콜빙거-라이너(Martina Kolbinger-Reiner·46·사진) 씨를 찾아 나섰다. “독일 국경도시 파사우(Passau)와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에서 총 5년 동안 연극과 영화를 배우고 극단을 세우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러다 공동대표를 맡기로 한 파트너의 아들을 만났습니다.” 파트너의 아들은 발달 장애 아동이었다. “그 친구가 연극을 보면서 무척 좋아하는 거예요. 잘만 하면 장애인이라도 연기를 하며 극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극단 메자닌(Mezzanin)은 1989년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메자닌 극단을 운영해 온 21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