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8일(수)
“장애인도 배우로서 인정받고 자신감 찾아갑니다”

장애인 배우 길러낸 ‘메자닌 극단’

미상_사진_장애인배우_콜빙거-라이너_2010지난 8일 서울 대방동에 있는 여성플라자 아트홀 ‘봄’의 무대에선 노란 머리에 갈색 눈을 가진 아버지와 아들이 초콜릿 파이를 굽고 있었다. 아버지가 뒤돌아선 사이 계란을 껍질째 넣고, 설탕과 밀가루를 들이붓는 아들의 모습에 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발달 장애 아동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한국어 단어가 적힌 ‘커닝페이퍼’를 보며 내뱉는 아버지의 어설픈 대사엔 박수까지 치며 깔깔댔다.

제8회 장애어린이축제 해외 초청작으로 올려진 오스트리아 메자닌 극단의 연극 ‘초콜릿 파이’는 비장애인 배우 한 명과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인 배우 한 명이 초콜릿파이를 구우며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 극이다. 비장애인 관객은 다운증후군을 앓는 배우가 상대방의 연기에 시의적절하게 반응하며 능숙하게 극을 이끌어가는 모습에 놀라워했고, 장애 아동들은 외국 배우가 어설픈 한국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연극이 끝나고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함께 연극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긴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바로 이 무대를 기획하고 만든 연극배우이자 연출자인 마르티나 콜빙거-라이너(Martina Kolbinger-Reiner·46·사진) 씨를 찾아 나섰다.

“독일 국경도시 파사우(Passau)와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에서 총 5년 동안 연극과 영화를 배우고 극단을 세우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러다 공동대표를 맡기로 한 파트너의 아들을 만났습니다.” 파트너의 아들은 발달 장애 아동이었다. “그 친구가 연극을 보면서 무척 좋아하는 거예요. 잘만 하면 장애인이라도 연기를 하며 극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극단 메자닌(Mezzanin)은 1989년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메자닌 극단을 운영해 온 21년은 쉽지 않은 세월이었다.

“저는 배우입니다. 하지만 극단을 운영하면서 경영적인 부분에 신경을 써야 했어요. 관객을 모으고, 연극 홍보를 하고, 후원자를 찾고, 돈을 벌어야 했죠. 너무 힘들고 지쳤어요.”

그런 그녀에게 가장 큰 의지처는 그라츠시와 슈타이어마르크(Steiermark)주였다. “정부가 일정 지원을 해줘 장애인 배우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극단 운영비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오히려 ‘장애인’ 배우와 연극을 하는 것은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가진 배우들은 대사를 외우는 것에는 서툴러도 오래 기다려주고 반복 연습을 하면 감정 표현은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자닌 극단의 연극‘초콜릿 파이’의 한 장면.
메자닌 극단의 연극‘초콜릿 파이’의 한 장면.

그녀가 태어난 독일과 지금 활동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에서는 지적 장애나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이들이 직업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림을 그리거나 과자와 케이크를 만드는 수공예 활동뿐만 아니라 카페나 상점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서비스업도 한다.

“우리는 나치시대에 장애인 대량 학살을 했고, 40~50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존재를 부끄러워하며 집에 숨겼어요. 하지만 점차 사람들은 우리가 저질렀던 잘못을 반성하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장애인을 만나면 여전히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라이너씨는 그런 사람을 아직 ‘장애인과 함께 있는 것에 적응을 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지적 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이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랍니다.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장애인이 사회에서 여러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을 보고도 어색해하지 않지요.”

그녀는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는 것만큼 장애인 배우들이 발전하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다고 말했다.

“장애인 배우들은 관객들이 자신을 한 명의 ‘사람’으로, 그리고 ‘배우’로 존중한다는 걸 느끼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더 큰 자신감을 가집니다.”

미래 계획을 묻자 그녀는 “전 예술가이기 때문에 10년 후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며 살지 않아요”라고 웃으면서도 “앞으로도 장애인들과 계속해서 같이 일하며, 비장애인에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연극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