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성공 요인이요? ‘나만의 것’으로 꿋꿋이 밀고 나가세요”

1인 창조기업가들의 재능기부 클래스

지난 19일 일요일 오후, 직장인이 전부 빠져나가 조용해진 여의도의 한 카페에 ‘초대받은’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였다. 중소기업청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마련한 ‘1인 창조기업가들의 재능기부 클래스’를 듣기 위해서다. 이날 ‘재능기부’의 주인공은 스타벅스, 커피빈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 커피숍 틈에서 맛과 품질을 무기로 성공한 ‘주빈커피’의 송주빈(51) 대표였다. 1999년 대방동의 한 작은 가게에서 종업원 1명과 시작한 그의 커피 인생은 현재 3개의 커피숍과 1개의 로스팅 공장, 종업원 22명을 거느리며 월 매출 2억원을 기록할 만큼 성장했다.

“저는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해외 출장 기회가 많아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커피를 마셨죠. 마시면 마실수록 매력있는 게 커피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사업을 해보고 싶다 생각했었죠.”

송주빈 대표가 그의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송주빈 대표가 그의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과장 진급에서 떨어졌다. 그는 그 길로 사표를 쓰고 커피숍을 준비했다.

“건물 2층인 이 자리에 커피숍을 열기로 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공사 시작 이틀 후, 1층에 스타벅스가 들어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주변에서는 다들 공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접으라며 뜯어말렸다.

“하지만 상관없었어요. 저는 제 커피에 자신이 있었거든요.”

하루 4시간씩 가게 앞 테니스장에서 커피콩을 볶았다. 좋은 커피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생두를 볶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기가 많이 나서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생두를 볶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너무 쳐다봐 민망했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재능기부 클래스의 또 다른 강사였던 홍대 앞 생면국수 전문점 ‘요기’의 배태진(44) 대표 역시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을 해서 성공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홍익대 미대 졸업생으로 모교 앞에서 18년 동안 아동 대상 미술학원을 했다. 그러다 문득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음식점 창업을 결심했다.

“주방장에게 휘둘리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평소 아내와 자주 해먹던 국수를 떠올렸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 낸 국수 2종류와 어묵, 떡볶이 등으로 시작한 ‘요기’는 6개월 만에 ‘대박’이 났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나만의 음식’을 가지고 창업했다는 것과 20년 넘게 살며 그 누구보다 홍대 상권을 잘 알았다는 점이 성공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재능기부 클래스에 강사로 나선 '요기'의 배태진 대표.
재능기부 클래스에 강사로 나선 ‘요기’의 배태진 대표.

재능기부 클래스에 참가한 참석자들은 이미 성공한 창조기업가들의 노하우를 놓칠세라 펜과 수첩을 준비해 필기를 해가며 수업에 집중했다. 1년 동안의 대기업 회사원 생활을 정리하고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경민(28)씨는 배태진 대표의 수업을 들으며 누구보다 공감했다.

“군 제대 후 영어공부 겸 해외여행을 2년 동안 다녔습니다. 이후 대기업에 취직해 남부럽지 않게 생활했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은 관광업 쪽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배태진 대표가 어떤 준비를 해서 창업하고, 어떤 실수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라왔는지에 대해 들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 외국인 배낭여행객을 상대로 한국 여행정보와 숙박, 음식 등을 제공하는 종합 관광업을 준비하고 있다.

슈거크래프터(설탕공예가) 이민선씨의 수업을 들었던 박문정(27)씨는 “전에도 취미로 설탕공예 수업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설탕공예의 기술적인 부분과 함께 창업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며 1인 창조기업가의 창업 성공노하우를 알게 된 것에 만족해했다. 슈거크래프터 이민선씨는 이번 수업을 통해 평범한 주부에서 안정적인 수입을 내는 ‘1인 창조기업가’가 어떻게 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전수했다.

슈거크래프터 이민선씨의 수업을 듣고 있는 수강생.
슈거크래프터 이민선씨의 수업을 듣고 있는 수강생.

‘1인 창조기업’은 어느새 20여만개, 우리나라 전체 경제 인구의 1%를 넘어섰다. 점점 힘들어지는 청년취업과 늘어나는 조기퇴직을 생각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시작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재능기부 클래스의 마지막 강사로 나섰던 출판 디자이너 임경아씨는 “1인 출판업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만 기획하면 절대 수익이 날 수 없다”며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만큼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철저한 시장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틀에 걸친 ‘재능기부 클래스’는 1인 창조기업가들과 창업 도전자들의 만남으로 뜨거웠다. 4명의 창조기업가들은 한결같이 “나만의 것을 꿋꿋이 그리고 열심히 밀고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도 있는 토론을 위해 참석자 수를 제한한 탓에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강의를 듣고 창업 준비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청과 더나은미래가 자주 기회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더 많은 창조기업가들이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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