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세계 Top 10 사회적 기업가를 찾아서] ⑦ 美 ‘컬리지 서밋’ 창업자 JB슈람

저소득층 대학 진학 돕는 ‘내비게이터’ “가난하다고 꿈까지 가난할 순 없다”

1993년 화창한 어느 봄날. 네 명의 학생이 ‘요벨청소년센터’를 찾았다. 미국 워싱턴DC의 주택단지에 위치한 이 센터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위한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당시 원장을 맡고 있던 JB슈람(JBSchramm·47) 씨를 찾아온 아이들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본받을 역할 모델(role model)과 멘토의 부재, ‘대학’에 대한 정보 부족과 자신감 부족 등으로 센터 아이들 대부분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것에 안타까워하던 때였다.

JB슈람씨는 사회적 기업가의 성공 노하우로 주저 없이 "큰 꿈을 위해 함께 일하는 동료"를 들었다.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했던 수많은 청소년들에게는 슈람씨가 바로 그 꿈을 이루도록 함께 해주는 첫 번째 동료인 셈이다.
JB슈람씨는 사회적 기업가의 성공 노하우로 주저 없이 “큰 꿈을 위해 함께 일하는 동료”를 들었다.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했던 수많은 청소년들에게는 슈람씨가 바로 그 꿈을 이루도록 함께 해주는 첫 번째 동료인 셈이다.

“모처럼 용기를 내 찾아온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는 슈람씨는 하버드 신학대학원 재학 시절 신입생 학업 상담 조교로 일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모두 쏟았다. 대학에서 작문을 가르치는 친구, 학교에서 멘토로 봉사하는 친구에게 도움도 청했다. 한걸음에 달려와 준 고마운 친구들과 함께 그는 네 아이들의 에세이를 비롯한 입학서류 작성을 도왔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네 명의 아이들은 각각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브라운대학교를 비롯해 코네티컷대학교, 몽고메리카운티 커뮤니티칼리지에 입학했다. 교육 분야의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인 ‘컬리지 서밋(College Summit)’의 출발을 만든 첫 결실이었다.

친구들은 한 번의 봉사로 여기고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슈람씨는 대학 진학의 ‘시장 격차’ 문제를 고민하며 그 문제 해결을 자신의 삶으로 만들었다. 그의 노력에 아쇼카재단과 스콜재단, 슈밥재단은 각각 2000년, 2006년, 2007년 ‘올해의 사회적 기업가’로 선정하며 화답해줬다. 2010년엔 미국의 국가 봉사 프로그램 조직인 CNCS(Corporate for National and Community Service)로부터 사회혁신펀드를 지원받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상금 중 12만5000달러(약 1억5000만원)를 이 사회적 기업에 기부했다.

슈람씨는 컬리지 서밋을 시작할 용기를 낸 것은 친구 덕분이었다고 고백했다.

“고등학교 때 농구팀과 학생위원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장학금을 받던 친구가 있었는데, 대학 진학 때가 되자 인생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주변의 도움으로 예일대에 진학할 수 있었죠. 하지만 친구는 가정형편이 어려웠어요. 가족 중 대학을 나온 사람도 없었고, 어느 누구도 친구에게 대학이 ‘가능한 꿈’이라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대학을 진학한 후에도 슈람씨는 ‘왜 아이비리그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별로 없는가’에 대해 궁금증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신입생 입학 상담 조교로 일하면서는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대학 진학의 시장 격차를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로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를 해결할 수 없어요. 대학을 나와야 대체로 더 높은 월급, 더 많은 기회와 네트워크 등 보다 나은 삶을 선물 받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이 때문에 컬리지 서밋은 저소득층의 대학 진학률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1993년 네 명의 학생으로 시작했던 워크숍이 대표적인 경우다. 매년 여름방학이면 전국의 저소득층 밀집 학교에서 대표 학생들을 모아 에세이 등 대학 지원 서류 작성을 가르친다.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등의 에세이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장학금이나 학자금을 신청할 수 있는 기관을 탐색하는 법, 신청 서류를 작성하는 법 등도 배운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나가기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대학 지원 서류 작성과 함께 워크숍의 또 하나의 큰 축을 이루는 것은 바로 리더십 훈련이다. 자신의 학교로 돌아가 ‘워크숍에서 배운 내용’을 친구들,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코칭할 수 있도록 리더십 또한 훈련한다. 컬리지 서밋 덕분에 일리노이주립대에 입학한 샨태(Shantae J Edwards·24)씨는 “제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또 조언해준 것은 컬리지 서밋이 처음이었다”며 “덕분에 친척들 중에 처음으로 대학에 갔다”고 말했다.

컬리지 서밋의 또 하나의 주요 사업은 대학 진학 수업을 학교에 공급하는 것이다. 컬리지 서밋의 대학 진학 수업인 ‘내비게이터(Navigator)’는 인생 사명 선언서 작성, 고등학교 졸업 후 인생 계획 세우기, 대학교 리스트 만들기, 이력서 작성 등 다양한 주제들을 1년간 매주 1시간씩 배우며 직접 고민하고 작성하도록 한다.

현재까지 컬리지 서밋에 참여한 학생은 약 3만5000명. 1200명의 교사와 상담교사가 연수를 받았으며, 160개 학교가 컬리지 서밋과 협력하고 있다. 컬리지 서밋에 참여한 학생들의 평균 대학 진학률은 79%로저소득층 청소년의 평균 대학 진학률(46%)을 훌쩍 뛰어넘는다. 슈람씨는 “저소득층 지역의 아이들 대부분은 대학에 관심도 없고 자신이 알아서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드물다”며 “학교가 정규 수업 시간표에 과정을 넣고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난하다고 꿈까지 작게 꿀 수는 없습니다. 학교가, 선생님이, 사회가 조금씩만 더 도와준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작은 승리들이 계속 만들어지도록 응원하겠습니다.” 슈람씨의 당부가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워싱턴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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