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8일(수)
“외롭지만 꼭 필요한 사업에 도전… 또 다른 기적이 꽃필 겁니다”

신인숙 하트하트재단 이사장
발달장애 아동 ‘윈드 오케스트라’부모·공무원… 모두 불가능이라 말해5년 동안 연주회만 50~60회 열어

발달장애 아이들로 구성된 ‘윈드 오케스트라’ 얘기를 들은 건 4년 전이었다. 낯선 사람들과 있으면 극도로 예민해지고, 눈조차 마주치기 힘든 아이들이 모여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이었다. ‘정말 가능해?’라는 혼잣말 후엔, 곧바로 그 사실을 잊었다. 그 후 2년. 그때 들었던 아이들이 미국에서 공연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대에 선 아이들의 모습을 동영상을 통해 보곤, 목이 메었다. 훌륭한 공연 뒤에는 눈물 없이는 듣기 힘든 이야기와 고통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곤 또 그 감동을 잊었다. 그리고 두 달 전, ‘윈드 오케스트라’를 만든 하트하트재단의 식구들을 만났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아파도 병원을 갈 수 없고, 배우고 싶어도 책을 읽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태양광 램프를 보내는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감각은 누구한테서 나오는 걸까. 하트하트재단의 신인숙(61) 이사장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상_사진_윈드오케스트라_신인숙_2010―처음엔 복지관 운영부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하트하트재단이 설립된 지 22년이 넘었습니다.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종합 사회복지관에 대한 욕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재단 사업이 다른 복지관이나 백화점 문화센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만 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의료 사각지대에 집중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기억납니다. 청각환자 지원 사업이었지요

“청각 환자에게 인공 달팽이관을 지원하는 것과 화상 환자에게 피부 이식 수술비를 지원하는 것, 미숙아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의료 보험에 해당되지 않아 저소득층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지요. 요즘은 의료보험 혜택이 넓어져서 해외 복지 부분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윈드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운영하시게 됐습니까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은 복지관 운영 때부터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운동 치료, 음악 치료뿐만 아니라 가게에서 쇼핑하기, 음식 주문해보기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훈련하는 프로그램도 계속 했지요. 사진 찍는 동아리 활동을 진행해보기도 했는데 아이들이 정말 많이 좋아했습니다. 소질 있는 아이들도 발견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음악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내게 됐습니다.”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엔 모두 안된다고 했습니다. 돈도 많이 들고, 열정있는 선생님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어머니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얘기였지요. 돌이켜보면 우리가 너무 몰라서 용감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성호(강남오케스트라 단원) 선생님이 지휘자를 맡아주셔서 열정만으로 시작했습니다.”

미상_사진_윈드오케스트라_연주회_2010―가장 감동적인 변화는 무엇인가요

“5년째 크고 작은 연주회를 50~60회 했습니다. 그 과정 중에 아이들이 음악성뿐만 아니라 사회성도 길러지고, 대학에 진학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대학생활을 잘한다는 것은 정말 이 아이들이 사회에 편입됐다는 것이지요. 스스로 통학하고 수업을 듣고 친구를 사귑니다. 아이들이 바뀌니까 어머니, 아버지 관계도 회복되고 가정이 새로워집니다. 우리 집만 이런 고통을 겪는 건 아니구나 이해하기도 하고, 그동안 상처받고 눌려 있던 자존심도 연주를 보면서 많이 회복됩니다. 지난 4월 중국으로 연주 여행을 갔을 때는 아이들 연주에 맞춰 엄마들도 무대에서 노래를 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 감격스러워했습니다.”

―윈드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최근 ‘엘 시스테마’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베네수엘라 젊은이들이 총기와 마약 대신 음악을 접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이었지요. 국가의 지원으로 엘 시스테마는 훌륭한 지휘자도 배출하고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시작할 때 그런 관심이나 긍정적인 반응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복지담당 공무원조차 우리 아이도 못 가르치는데, 장애아이들에게 무슨 음악이냐고 했습니다. 최근엔 의식주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돕고 나누는 것에 대한 인식이 생긴 것 같아 기쁩니다.”

▶발달장애 아이들로 구성된'윈드 오케스트라'
▶발달장애 아이들로 구성된’윈드 오케스트라’

―이사장님이 윈드 오케스트라를 통해 꿈꾸셨던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연주를 하도록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싸움입니다. 저희가 목표하는 것은 최고의 연주자가 아닙니다. 장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아이들에게 소망을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 생각을 바꾸기 위해, 요즘은 연주를 더 잘하는 오케스트라로 발전시켜야겠다 결심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말씀을 듣다 보니, 하트하트재단의 사업은 쉽게 시작하기 어려운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제일 어려운 일은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는 일입니다. 아무도 안 하지만, 앞을 내다보고 꼭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우리만 할 수 있고, 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일. 그 일을 찾으면 도와줄 사람과 돈은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 후원하는 손길은 따라올 거라고 얘기했지만, 어쩌면 그 얘기는 스스로의 마음을 굳건하게 만들려는 다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하트하트재단이 해 왔던, 그리고 하려는 여러 사업들은 일반 후원자들을 이해시키기에는 너무 이른 프로그램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문화 복지’, 제3세계 의료 개선을 위한 의사 육성 프로젝트(방글라데시), 전기도 없는 국가를 위한 태양광 램프 보급사업(캄보디아) 등,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사업들이다.

하지만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발달장애 아이들의 ‘윈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낸 기적처럼, 마음을 다하면 또 다른 기적이 꽃필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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