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가지 핵심과제] ⑪ ODA<국제개발원조>

도움 주는 나라 20년… 해외 지원하는 한국의 현주소 국내 단체 해외 원조 규모 빠른 속도로 성장 중 시민 참여도 늘면서 정부보다 개인 후원 많아 사업비 규모 늘어났지만 전담 인력 여전히 부족 지난 20년간 우리나라가 ‘도움받던 나라’에서 ‘도움 주는 나라’로 탈바꿈하는 동안, 한국의 국제개발협력 시민사회단체(CSO·Civil Society Organizaion)들은 얼마나 성장했을까. 한국 국제개발협력 NGO들의 협의체인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이하 KCOC)’는 최근 전 세계 91개국에서 지구촌 이웃을 돕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이하 CSO)의 현황을 담은 ‘한국 국제개발협력 CSO 편람’을 발간했다. 이번 편람은 지난 3월 22일부터 한 달 동안 조사대상 168개 기관 중 설문에 응한 87개 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해외사업 규모 5년 새 4배 증가 지난해 한국 개발협력 시민사회단체들의 총 사업실적은 약 1조1649억원이다. 이 중 절반가량이 국내사업에 쓰이고, 28% 정도가 해외사업(현금+물자)에 쓰였다. 해외사업 규모는 2006년 703억원에서 2009년 1425억원, 2011년에는 2835억원으로, 5년 사이 무려 4배가량 늘었다. 이는 2011년 정부의 무상원조액(약 4518억원)의 60%에 해당하는 액수로, 정부 못지않게 시민사회단체들의 국제개발협력 활동 규모가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해외사업비 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단체는 4곳이었다. 반면 3억~5억원 규모의 단체는 20곳(25%)으로 가장 많았고, 1억~3억원 규모도 16곳(20%)으로 다수였다. 1억원 미만의 사업비로 운영되는 소규모 단체도 9곳이나 됐다. 규모가 커진 만큼 사업의 영역도 전문화·세분화되고 있다. 사업비가 가장 많이 투자된 분야는 보건·의료사업으로, 전체 규모의 26%(약 240억원)였다. 교육(21.3%)과 지역사회개발(15.4%)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애드보커시 사업은 2009년 4건이었는데 반해 지난해엔 25건으로 대폭

[100만개의 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③ 가난에 가려졌던 꿈… 이제 미래를 연주합니다

절대음감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유예은’ 유튜브로 색소폰 독학한 프랑스 음대 장학생 ‘허민’ 소외계층 아동 지원하는 ‘초록우산드림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소속감 느끼고 사회성 기르게 도와줘 한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세 살 때, 엄마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에 피아노로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한 번 들은 곡은 피아노로 그대로 칠 수 있는 ‘절대음감’의 소유자였다. 2010년에는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함께 합동 무대를 열었다. 부모님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의 지원으로 재능을 계발해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고 있는 유예은(11)양의 이야기다. ‘한국의 폴 포츠’ 최성봉(22)씨의 인생도 음악으로 빛을 발했다. 보육원 생활, 보육 시설에서의 구타, 유흥가 껌팔이 생활…. 길거리 인생이던 최씨는 인터넷으로 레슨 광고를 낸 박정소(당시 배재대 음대생)씨를 통해 성악을 배웠다. 대전 예술고 재학 중에는 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으면서 공부를 지속했다. 지난해 8월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준우승하며 인생 역전 드라마를 썼다.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질 수 없을까. 1시간에 몇십만원씩 하는 레슨비, 고가의 악기 구입비 등 음악에 재능을 가진 저소득층 아이들의 경우 꿈도 꾸지 못하게하는 현실이다. 대학 예체능 계열의 1년 등록금은 평균 932만원이다. 어린이재단은 예은양과 같이 재능이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지원하는 인재 양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고급 악기를 접하기 어려운 소외 계층 아이들에게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를 통해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키워나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음악으로 소통을 배워요, 우리는 ‘초록우산 드림오케스트라’ “자, 모두 한마디씩 하면 50마디가 됩니다. 쉿, 주목!” 박광(41) 지휘자의 한마디에 마천종합사회복지관(이하 마천복지관) 지하 1층 강당에

“색안경 끼고 보지 마세요”… 삶의 주인이 된 그들의 외침

지적장애 당사자 대회 – 지난 5일 서울서 열려 지적장애인 120명 참여 준비·진행 직접하는 것에 대회의 큰 의미 부여 “첫째!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지 말아라. 다 같은 사람이다!” 상기된 목소리로 선언문을 선창하는 김전준(23)씨는 2급 발달 장애인이다. 객석을 가득 채운 120여명의 지적장애인이 “다 같은 사람이다”라고 선포한다. “우리는 감정이없는 동물이 아니다. 사랑도 할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다”라는 선언에는 목소리가 더 높아진다. 고함을 지르는 이도 있다. 지난 5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 1층 국제회의장에서 ‘2012 서울지적장애 당사자 대회’가 열렸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장애인 보호 작업장이나 장애인 학교 등의 지적장애인 120명이 함께했다. 대회를 주관한 서울 장애인 자립생활 센터의 박찬오 소장은 “신체 장애인들의 경우, 지난 2000년대부터 주체성을 갖기 위한 운동을 하며 필요한 지원 제도를 스스로 만들어왔다”며 “지적장애인들도 자립해보자는 취지로 대회를 기획했다”고 했다. 대회의 기본 이념은 ‘피플 퍼스트(People First)’다. ‘피플 퍼스트’는 “장애인이 아닌, 먼저 인간으로 대접받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운동으로 1973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경우, 1994년부터 매년 피플 퍼스트 전국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10월 ‘송파 지적장애 당사자 대회’를 개최한 게 그 시작이다. 양원태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상임이사는 “장애인 중 가장 소외받아왔던 지적장애인들이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권리 실현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당사자가 중심이 되는 장애인 운동의 커다란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직업”사랑”차별’ 등 세 가지 주제 발표에서는 다양한 얘기가 쏟아졌다. 우체국에서 일해 번 돈으로 자기 스마트폰의

상상력이 만드는 축제 ‘어린이창의페스타’

한국 암웨이 “칵테일 먹다가 죽은 사나이!” 무대 뒤 외침과 동시에 시커먼 커튼 사이로 보라색 옷을 입은 아이가 등장한다. 관객을 향해 오른손을 뻗어 보인다. 빈손이지만 무언가를 잡은 듯 동그란 모양이다. 아이가 위아래로 손을 세차게 흔든다. 칵테일을 섞는 듯한 모양새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시는 연기는 “꿀꺽”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실감 난다. 아이는 이내 목을 부여잡고 쓰러진다.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에 관객들은 박수갈채를 보낸다. 아이가 무대 밖으로 나가자 이번에는 “시소 타기” 라는 외침이 들린다. 여자아이 두 명은 서로 마주 보며 시소 타는 몸짓을 표현한다. 호흡이 척척 맞는다. 객석에서 신기한 듯 감탄사가 나온다.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열린 ‘어린이창의페스타’에서는 총 16개의 창의 교육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예술기획자 제이미 부르노(Jamie Bruno)가 진행하는 창작 워크숍 ‘도시야 놀자’, 사회적기업 (주)노리단이 맡은 ‘몸벌레 워크숍’, 창작 그룹 ‘뿔난 돌고래’가 진행하는 ‘빛으로 그리는 그림’ 등 국내외 창의 교육 및 문화 예술 전문가가 대거 참여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마임 워크숍’이었다. ‘마임’을 통해 삶의 다양한 모습을 창의적으로 표현해 보는 예술 창작 워크숍이다. 실험극과 마임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제프와 리사(Jeff Glassman & Lisa Fay)’씨가 일주일 동안 25명의 아이를 직접 지도했다. 제프 글래스만씨는 “처음에는 단순한 놀이로만 여겼던 아이들이 점점 놀이에 의미를 담기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마임 워크숍에 참여했던 소지훈(가명·12·신월초6)군은 “몸을 유연하게 하는 것과 마임의 기본동작부터 시작했다”며 “나중에는 선생님들이 하고 싶은 것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환경·사진·과학 교육

소니 코리아 에코 사이언스 스쿨 에코 사이언스 스쿨에 직원들이 일일 교사 맡아 “재능 나눔에 큰 보람” 카메라 무료 기증도 “이 식물은 ‘고마리’라는 건데, 이 습지에서 가장 예쁜 꽃을 가지고 있어요.” 일일 생태 교육을 맡은 김수호 난지 수변학습센터 팀장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식물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민다. 방금 전 선물 받은 카메라다. 더 자세히 찍고 싶은 마음에 꽃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가는 아이도 있다. 강아지풀, 부들, 좀작살나무, 며느리배꼽 등의 습지 식물을 배워가며, 사진도 찍느라 분주하다. “볼 게 많으니 다음 장소로 가자”며 김수호 팀장이 아이들을 재촉해야 할 정도다. “잠자리를 찍었다”고 자랑하는 아이도, “대왕 거미를 봤다”고 수선을 떠는 아이도 있다. 김하원(가명·10)군은 “처음으로 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봤는데, 다양한 꽃과 풀, 곤충들을 구경하는 것도 신기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전, 한강난지공원 내 위치한 수변학습센터에 60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소니 코리아가 진행하는 ‘에코 사이언스 스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환경과 사진, 과학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소니 코리아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과 기관에 초보자용 사이버샷 카메라 67대를 무료로 기증했다. 홍지은 소니 코리아 홍보실 과장은 “소니 본사에서 저개발국에 카메라를 기증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는데, 이를 우리 실정에 맞게 변형했다”며 “기초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태 체험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며, 더 나아가 소니가 가진 자산인 사진을 이용한 교육으로 감성을 키워주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날 난지 수변학습센터에서 생태 환경과 간단한 사진 조작법을

부족한 어린이집 해결 생보사가 팔 걷고 나섰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국공립 어린이집 사업 구로 생명숲 어린이집 개원 저출산 문제 도우려고 생보사들이 건립 지원 전국에 30곳 더 짓기로 “예쁜 마음, 고양이 등처럼.” 진현주(31) 교사가 읊조리자, 교실에 모인 20명의 아이가 손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천천히 엎드린다. 등을 꼿꼿이 세우고 고개를 드니 영락없는 고양이 모양이다. “자, 이제 호흡하자”라는 말에 가부좌를 하고 심호흡을 한다. “무슨 시간이냐”는 질문에 김혜린(6)양은 “호흡”이라며 “오늘이 네 번째 해보는 것인데, 몸에 좋아요”라고 한다. 진현주 교사는 “요가와 명상을 같이 하면서 마음을 진정하는 시간”이라며 “처음에는 많이 소란스러웠는데, 차츰 아이들이 안정되고, 집중도 잘하게 되더라”고 했다. 지난 18일 방문한 서울 구로구 천왕동의 ‘생명숲 어린이집’. 연면적 899㎡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어진 이 어린이집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건립·운영하는 국공립생명보험어린이집 1호점이다. 2층 교실로 향하는 복도엔 오후의 햇살이 들어찼다. 박혜선 생명숲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이 창밖 구경도 하고, 햇볕도 많이 쐬라고 창을 널찍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복도는 곡선 형태다. 안전을 위해 날카로운 직선 형태 구조물을 피한 것이다. 벽면은 자작나무로, 페인트는 친환경 수성 페인트로, 교구재는 원목을 사용하는 등 모든 내장재는 친환경 자재를 이용했다. 3층에서는 아이들의 미술 치료가 진행 중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를 지켜보던 김민희(26·차의과대학원) 미술 치료사는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그림을 통해 마음 상태가 잘 드러난다”며 “앞으로 꾸준히 지켜보며 아이들 마음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문제가 보인다면 원장님과 상의해 조치를 취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생명숲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팍팍한 삶… 공유 통해 ‘인생의 기쁨’ 나눈다

공유경제 서비스 정장 대여하는 ‘열린옷장’ 면접 경험 공유도 함께 유명인사의 기부 이어져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며 밥 같이 먹는 ‘집밥’모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주거 문화·생활까지 공유하는 ‘서울소셜스탠다드’ 취업 준비생 이모(여·23)씨는 지난 6월 지원한 기업에서 면접 제의를 받았다. 경험 삼아 이력서를 넣었던 곳이었기에 몇십만원을 들여 면접용 정장을 사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인터넷으로 방법을 검색하던 중 ‘열린옷장’의 기사를 접하고 무작정 사무실을 찾아갔다. 1만원이라는 싼 대여 가격과 깨끗한 품질의 옷에 놀랐다. 치마 두 벌과 블라우스, 재킷까지 빌렸고 1차 면접을 통과했다. 이씨는 2차 면접에서도 ‘열린옷장’ 서비스를 사용했다. 제러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 시대를 예견한 지 10여년 만에 옷, 음식, 집, 공간 등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2008년 미국 하버드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된 말로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이다. 높은 집값, 취업난, 비싼 물가 등으로 허덕이는 청년들 사이에서 이 공유경제가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물품뿐 아니라 서로의 경험과 삶을 공유하는 방식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청년 구직자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열린옷장’ ‘열린옷장’은 기증받은 정장을 구직자에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대여하는 서비스다. 회사원 한만일(31)씨는 2011년 희망제작소 ‘소셜디자이너스쿨’에서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 책임연구원 박금례(33)씨와 카피라이터 김소령(41)씨를 만났다. 한씨는 “사회 선배들은 잘 입지 않는 정장을 갖고 있고, 청년 구직자들은 정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매칭해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

병원없는 마을 찾아다니며 진료… 아이들의 건강 위해 달리는 버스

지멘스 건강검진버스 4월부터 버스 개조해 도서·산간지역 찾아가 매회 80개 지역 신청 2차 검진비용 지원해 “숨을 한번 크게 내쉬어볼까?” 초음파 진단기기가 배꼽 위에 닿자, 이수아(10)양이 몸을 잔뜩 움츠린다. “괜찮아. 우리 몸속이 얼마나 건강한지 가르쳐주는 친절한 기계야.”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지자, 언제 긴장했느냐는 듯 수아양이 이내 눈을 반짝인다. “뱃속에 상처가 났는지도 가르쳐주나요?” “제 몸속은 어떻다고 하나요?” 검진이 이뤄지는 5분 내내 쉴 새 없이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수아는 건강해서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네.” 의사 선생님의 답변을 들은 수아양이 진찰대를 내려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신건우(12)군이 들어간 곳은 높이 1m40㎝에 달하는 하얀색 박스. 헤드셋을 낀 채 눈을 지그시 감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빨간색 버튼을 눌렀다. 고병관 한국 지멘스 보청기 사업부 직원은 “증폭을 측정해서 난청이 있는지, 실제 청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장비”라며 “아이들은 난청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이어폰을 끼고 자거나 큰소리를 지속적으로 접하면 귀에 나쁘다는 점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5일 오전 11시,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치동 본량농협 건물 앞. 토요일 오전이면 한산하던 이곳이 60명의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다. 이날은 서울에서 아주 특별한 ‘손님’이 왔다. 초음파 진단기기와 소변검사 기기, 청력검사 장비 등 최신 의료장비가 가득 찬 이동식 건강검진 버스가 도착한 것이다. “이곳엔 문구점도 병원도 없어요.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려면, 1시간에 한 번 오는 버스를 두 번씩 갈아타야만 했어요. 인근에 보건소가 있지만 독거노인을 위한 방문진료를 중점적으로 하고

[12가지 핵심과제] ⑩ 의료… ‘협력’으로 건강해지는 마을

하나로 뭉친 보건의료진… 지역사회 튼튼해진다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 보건소와 1차 병원 손잡아 예방·교육·진료 통합… 3차병원 이용 줄어들어 각계 의료진 정기모임해 정보 네트워크 구성하고 음악회 등 지역축제 마련 의료기관·주민이 소통해 신뢰 관계 형성해야… 일본 미야기현에 위치한 작은 마을 와쿠야쵸(通谷町)에는 주민 1만7000명이 모여 산다. 센다이시로부터 50㎞ 떨어진 시골이지만,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건강한 마을로 꼽힌다. 1년 동안 와쿠야쵸 주민 한 명이 사용하는 평균 의료비는 25만엔(357만원)으로 일본 지자체 35곳 중 셋째로 의료비 지출이 적다. 1인당 사용하는 국민보험료도 넷째로 낮다. 병원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와쿠야쵸 마을 중앙에는 일본 대도시 주민도 부러워할 만한 400병상 규모의 주민의료복지센터가 있다. 진료뿐만 아니라 건강관리, 영양 교육, 수술, 재활, 간병 등이 모두 한곳에서 이뤄진다. 방문간호·재활 서비스도 활발해, 인근 지자체 10곳이 도움을 받을 정도다. 충분한 진료 시간이 확보되고, ‘마을 주치의’로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이 부여되기 때문에 이곳에 근무하는 보건의료인력·사회복지사들은 물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던 1972년, 와쿠야쵸 마을엔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다스리지 못해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노인들이 많았다. 젊은 층은 계속 마을을 빠져나갔다. 그 해 1월, 마을회관에 주민들이 빙 둘러앉았다. 몇 주에 걸친 토론 끝에 “보건의료와 복지가 결합된 지역 공동체 모델을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1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센터 건립을 위해 자신의 땅을 선뜻 내놓았다. 이렇게 모인 땅이 3만평에 달했다. 건강추진위원회를 결성한 이들은 주민 1만명의 서명을 받아 와쿠야쵸 군수를 찾아갔고, 군수는

아동 폭력 예방 지침만 알려주는 건 도움 안돼

박은숙 초록우산 서울아카데미 원장 인터뷰 초록우산 서울아카데미는 ‘캡(CAP·아동 폭력 예방)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다. 박은숙(43) 원장은 아동 실종 분야 전문가로, 지난 2009년 국내에 캡 프로그램을 도입한 주역이다. 잇따른 아동 폭력 문제에 대한 해법을 듣기 위해 박 원장을 찾았다. ―캡 프로그램의 특징은 뭔가. “우리는 지금까지 아동 폭력 예방 지침만 알려줘왔다. 하지만 ‘낯선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라’고 하는데, 이런 지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침에 나오지 않는 사례가 너무 많아, 아이들이 일일이 따를 수가 없다. 유괴나 성폭행 위협이 되는 낯선 사람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하면, 미국 아이들은 평범한 사람을 그린다. 반면, 우리 아이들은 마스크 쓰고 지저분하고 무섭게 생긴 남성의 모습을 그린다.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고, 위험한 상황을 분별하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게 캡 교육의 목적이다.” ―이런 교육을 통해 어떤 효과가 있는가. “우리나라는 성폭력 관련해 신고율이 10%밖에 안 된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캡 교육이 끝난 후 한 아이의 소감문에 ‘저는 성폭력을 경험한 일이 있었다. 마음이 불편해서 포커페이스를 했다. 역할극을 보고 내 잘못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고 썼더라. 역할극을 통해 또 강조하는 것은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반드시 얘기하라’고 한다. 학교와 집에 신뢰할 만한 어른이 누가 있는지 교육 시간에 질문한다. 우리가 아동 교육뿐 아니라 부모 교육, 교사 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하는 이유다. 30분 동안 리뷰 타임을 통해 나온 상담

길거리 캠페인 벌이고 SNS 메시지 보내고… 아동 인권 보호 앞장

어린이재단 아동 애드보커시 활동 온·오프라인 다방면 활동… 아동 포르노 불법 다운 퇴치 학교 폭력 예방 콘서트도 지난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임마누엘 교회 앞에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의 아동폭력 예방 가두 캠페인이 열렸다. 이번 캠페인은 아동폭력 예방 사업을 알리고, 성폭력 피해 아동을 위한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10시부터 3시간 동안 무려 60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너무 무서워요.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예지(10·전인기독학교)양은 서명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마천종합사회복지관 김민영 대리는 “친구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으면 도망가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배에다 힘을 꽉 주고 고함을 치는 거야”라고 했다. 이날 캠페인을 통해 고액의 정기후원자도 생겼다. 길거리에서, 인터넷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각종 온·오프라인 채널을 이용한 아동 애드보커시(Advocacy·권리옹호)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어린이재단은 지난해 4월부터 ‘나영이의 부탁(조두순 사건 피해아동)’ 캠페인을 벌여 50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나눔대사 공지영 작가, 민주당 신낙균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35만명의 서명을 국회 법사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는 18대 국회에서 ‘아동 대상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들끓었다 금방 사그라드는 이슈에 대해 지속적인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대구·영주 중학생 자살사건 이후 어린이재단은 집중적으로 ‘학교폭력예방’ 캠페인을 진행했다. 피해 학생을 위한 모금 캠페인뿐만 아니라 ‘무관심이 폭력을 증가시킨다’는 슬로건을 걸고 인식 전환에 힘쓰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어린이재단과 친구를 맺은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지난 17일에는 ‘STOP 학교폭력 콘서트’를 벌였다.

[100만개의 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② CAP 아동폭력예방교육

“나는 내가 지킨다”… 위기의 순간, 대처능력 키운다 “위급한 상황 닥쳤을 때 배에 힘 주고 고함치세요” 어른 개입 불가능 상황 속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실감나는 역할극 통해 간단한 호신술 가르쳐 아이들뿐만 아니라 학부모·교사도 함께 교육 “아~~~~~~~~.” 여효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리(연수종합사회복지관)가 고함과 함께 팔을 휘두르며 교실을 휘젓는다.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안전한 곳까지 뛰어가면서 내지르는 ‘특별한 고함소리’다. 우렁찬 고함과 과도한 몸짓에 놀란 아이들이 술렁거린다. “평소에 내는 소리와는 다르지?” 시범을 마친 여효선 대리가 말한다. “캡(CAP) 고함이라고 부르는 건데, 우리 뱃속에 들어있는 호신용 호루라기 같은 거야.” 이번에는 아이들 차례다. “횡경막에 주먹을 대고, 목이 아닌 배로 깊게”라는 설명에 아이들은 주먹을 배로 가져가며 호흡을 가다듬는다. 곧이어 학급 전체가 일제히 내지르는 함성은 교실을 뚫고 학교 전체에 퍼져 나간다. 고함에 놀란 옆 반 아이들이 4학년 2반 창문 아래 모여든다. “너무 잘했어요.” 여효선 대리는 아이들을 독려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으니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만 써야 해요”라는 당부를 덧붙인다. 지난 19일, 인천가현초등학교 4학년 2반 교실에서 아동폭력예방교육이 진행됐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캡(CAP, Child Assault Prevention) 프로그램’이다. 1978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처음 시작돼 현재 전 세계 18개국 35개 지역에서 이뤄지는 아동폭력 예방교육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2009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교육철학의 핵심은 ‘임파워먼트(Empowerment)’다. 어른의 개입이 불가능한 위험 상황에서도 아동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힘을 키워준다는 것이다. 교육은 아동들이 가진 권리와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