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일(금)

부족한 어린이집 해결 생보사가 팔 걷고 나섰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국공립 어린이집 사업
구로 생명숲 어린이집 개원 저출산 문제 도우려고 생보사들이 건립 지원 전국에 30곳 더 짓기로

구로구 천왕동에 위치한 생명숲어린이집 전경.
구로구 천왕동에 위치한 생명숲어린이집 전경.

“예쁜 마음, 고양이 등처럼.”

진현주(31) 교사가 읊조리자, 교실에 모인 20명의 아이가 손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천천히 엎드린다. 등을 꼿꼿이 세우고 고개를 드니 영락없는 고양이 모양이다. “자, 이제 호흡하자”라는 말에 가부좌를 하고 심호흡을 한다. “무슨 시간이냐”는 질문에 김혜린(6)양은 “호흡”이라며 “오늘이 네 번째 해보는 것인데, 몸에 좋아요”라고 한다. 진현주 교사는 “요가와 명상을 같이 하면서 마음을 진정하는 시간”이라며 “처음에는 많이 소란스러웠는데, 차츰 아이들이 안정되고, 집중도 잘하게 되더라”고 했다.

지난 18일 방문한 서울 구로구 천왕동의 ‘생명숲 어린이집’. 연면적 899㎡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어진 이 어린이집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건립·운영하는 국공립생명보험어린이집 1호점이다. 2층 교실로 향하는 복도엔 오후의 햇살이 들어찼다. 박혜선 생명숲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이 창밖 구경도 하고, 햇볕도 많이 쐬라고 창을 널찍하게 했다”고 설명한다. 복도는 곡선 형태다. 안전을 위해 날카로운 직선 형태 구조물을 피한 것이다. 벽면은 자작나무로, 페인트는 친환경 수성 페인트로, 교구재는 원목을 사용하는 등 모든 내장재는 친환경 자재를 이용했다.

3층에서는 아이들의 미술 치료가 진행 중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를 지켜보던 김민희(26·차의과대학원) 미술 치료사는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그림을 통해 마음 상태가 잘 드러난다”며 “앞으로 꾸준히 지켜보며 아이들 마음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문제가 보인다면 원장님과 상의해 조치를 취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생명숲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세라토닌 키즈 프로그램’이 가장 중점적이다. ‘세라토닌’은 몸을 평온하게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의 이름. 아이들의 올바른 습관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식습관, 몸 습관, 마음 습관 등 3가지 영역에서 9개의 생활 습관을 연습한다. 요가와 명상은 안정적인 마음을 갖기 위한 습관이다. 박혜선 원장은 “천천히 꼭꼭 씹어 먹고, 걷기 시간을 갖는 것은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하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소홀하게 다뤄지는 부분”이라며 “이를 체계적으로 연결해서 프로그램화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어린이집 내 모든 교사 9명이 세라토닌 프로그램 연수를 따로 받기도 했다. 아동의 자아 성장을 지원하고 심리 안정을 위해 차(CHA) 의과대학교와 연계해 미술 심리 치료도 진행한다. 따로 미술 치료실을 마련해, 주 1회 미술 심리 치료를 진행하는데 이는 향후 지역 내 아동을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제이에이(JA) 코리아를 통해 동화로 만들어진 어린이 경제 교육 프로그램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아동 폭력 예방(CAP) 교육도 제공받는다. 박혜선 원장은 “이런 활동들은 어린이집의 일반적인 운영비로는 감당키 힘든 부분으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며 “향후 지역사회나 다른 어린이집과도 이런 프로그램들을 공유하며, 선도적인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가와 명상을 통해 마음 습관을 다듬고 있는 아이들. 박혜선 원장은“아이들 시기에 습관 교육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가와 명상을 통해 마음 습관을 다듬고 있는 아이들. 박혜선 원장은“아이들 시기에 습관 교육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명숲 어린이집의 탄생은 보육에 대한 사회적 고민을 덜기 위한 재단의 의지와 취학 전 아동의 보육 시설이 부족해 고민하던 구로구가 만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성자 구로구 보육지원과장은 “천왕동 1지구는 취학 전 아동(만 0~5세)이 1990명인데 반해, 시설에서 보육할 수 있는 수는 589명 정도”라고 했다. 임대 아파트 지역으로 신혼부부, 다자녀, 다문화, 맞벌이 등의 가정이 주로 입주하다 보니, 타 지역에 비해 보육을 요하는 아동 수가 월등히 높았던 것. 정성자 과장은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거리가 있는 개봉동이나 고척동까지 가서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도 있었다”고 했다.

지난 1일 생명숲 어린이집이 개원하면서 1세 아들을 맡기게 된 학부모 정지훈(37)씨는 “집 근처를 알아봤는데 맡길 곳이 없어 오류동에 있는 어린이집에까지 신청을 했었다”며 “결국 시골에서 노모가 올라와서 아이를 맡아줬다”고 했다. 구로구는 마침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국공립 어린이집 공모 사업을 접했고, 적극적인 소통 끝에 1호 어린이집을 유치한 지자체가 됐다. 정성자 과장은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나라는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70% 이상이고, 일본만 해도 40% 이상이 넘지만 우리나라는 5% 정도”라며 “출산 장려가 국가적인 방향인 만큼, 공보육 활성화를 위한 민간 기업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시형 이사장은 “국공립 생명보험 어린이집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생명보험사들의 염원이 모여 추진되는 사업”이라며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올해 말까지 추가로 경기 오산과 이천, 광주 남구 등 3곳의 국공립생명보험어린이집을 개원하며, 향후 30곳의 어린이집을 건립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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