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2000명 살린 ‘생명의전화’, 13년 만에 새 단장

[현장]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비:리브유(Be:live U)’ 생명존중 캠페인

“정답은 없어. 네가 선택한 길이 최선이었을 거야. 힘들 땐 언제나 주변사람에게 털어놓는 걸로 하자!!”

“나, 너 그리고 우리 모두의 10년, 20년을 응원합니다.”

캠페인에 참석한 시민들의 종이비행기. /조기용 기자
캠페인에 참석한 시민들이 직접 응원의 메시지를 적은 종이비행기. /조기용 기자

지난 15일 오전,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오색찬란한 종이비행기로 가득 찼다. 여기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하 생명보험재단)의 ‘비:리브유(Be:live U) 생명존중 캠페인’ 현장. 이날 캠페인에 참여한 관계자, 시민 등 100여 명은 종이비행기에 ‘세상의 모든 나에게 전하는 응원메시지’를 적어 하늘에 날렸다. 진심을 담아 한 글자씩 메시지를 써 내려가는 참가자들 중에는 눈시울이 붉어진 이도 있었다.

SNS에서 캠페인 소식을 전해 듣고 참석했다는 대만 국적의 30대 여성은 “캠페인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더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일하는 40대 여성은 “평소 직무와 관련돼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며 “자살예방이라는 주제가 무겁지만 오늘 캠페인처럼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진행한 '비:리브유(Be:live U) 생명존중 캠페인’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진행한 ‘비:리브유(Be:live U) 생명존중 캠페인’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비:리브유 생명존중 캠페인은 ‘SOS 생명의전화(이하 생명의전화)’ 전면 리뉴얼을 기념해 기획한 대중 참여형 공익 캠페인이다. 이장우 생명보험재단 이사장은 “자살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일상에서도 서로 응원의 말을 주고받는 생명존중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생명의전화는 2011년부터 생명보험재단이 한강 교량 내 설치한 긴급 상담 전화기로, 현재 마포대교, 한강대교 등 서울시 관할 19개 한강 교량 74대, 춘천소양1교 1대 총 75대가 설치돼있다. 365일 24시간 연중무휴로 전화상담을 진행한다. 지난 13년 동안 9838건의 상담을 진행하고 2203명의 투신 직전 자살 위기자를 구조했다.

올해, 지난 13년간 한강의 ‘생명지킴이’ 역할을 했던 생명의전화가 디자인부터 통화연결음까지 바뀐다. 이번 리뉴얼은 시민이 직접 참여해 의미가 깊다. 지난 5월 약 5주간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해 간판, 본체 등의 아이디어도 얻었다.

특히 기존 기계음은 목소리 기부로 참여한 배우 신애라의 목소리로 바뀐다. 생명보험재단 관계자는 “한국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높은 수준이다”라며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노후화된 기기도 교체하고, 생명 존중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리뉴얼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행사장 입구에 배치된 '응원부스'와 부스 내부. /조기용 기자
행사장 입구에 배치된 ‘응원부스’와 부스 내부. /조기용 기자

행사장 입구에서는 지난 9월 11일부터 12일 양일간 신촌명물거리에서 진행한 캠페인 때 사용된 ‘응원부스’를 만날 수 있었다. 부스에서 시민들은 ‘생명의전화’를 연상케 하는 수화기를 통해 음성으로 응원 메시지를 녹음하고 손 글씨로 메시지 카드를 작성했다.

부스 내부는 이미 벽의 빈 곳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메시지 카드로 가득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나도 포기하지 않고 화이팅.”, “아들, 괜찮아 잘하고 있어. 항상 고마워.”… 스스로를 위로하는 목소리부터 딸이 아빠에게 혹은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음성도 부스에 설치된 태블릿으로 들어볼 수 있었다.

지난 9월 11일~12일 신촌 명물거리에서 진행된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의 녹음된 희망메시지를 들어볼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됐다. /조기용 기자
지난 9월 11일~12일 신촌 명물거리에서 진행된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의 녹음된 희망메시지를 들어볼 수 있도록 자리가 마련됐다. /조기용 기자

김지혜 서울생명의전화 팀장은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생명이 우리 일상과 밀접한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한 여성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들으면서 같은 엄마로서 공감이 돼 더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시민들이 서로 일상에서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행사에서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는 수난구조대와 한강경찰대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윤봉준 119여의도 수난구조대 소방장은 “8년 동안 근무하면서 구조한 순간보다 오히려 구조하지 못한 순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며 “현장에서는 더 빠르게 출동하는 등 새로운 구조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시민들 사이에 ‘생명 존중 문화’가 자리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수 한강경찰대 경위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많은 분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더 깨닫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며 “한 생명을 더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게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cuse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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