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단체, 대중 신뢰 얻으려면?

영국 자선사업감독위원회 케네스 디블 수석법률고문 “영국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이 비영리단체와 협력하는 동시에 이들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비영리단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문제가 생길 경우 자국법만으로는 규제가 어렵기 때문.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경제·문화적 여건에 맞는 비영리 관련 법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비영리 관련 법 전문가들을 초청하고 있다.” 케네스 디블(Kenneth Dibble·사진) 영국 자선사업감독위원회(Charity Commission·이하 CC) 수석법률고문이 비영리 법제화의 트렌드를 전했다. 지난달 3일 ‘2015 국제 기부 문화 선진화 콘퍼런스’에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영국 비영리 민간 독립 규제 기관에서 30년 넘게 경력을 쌓은 그는 “건강한 비영리 관련 법은 자선 영역의 성장을 돕는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비영리 관련 법체계는 어떻게 발전해왔나. “1850년대 초까지 영국은 법원에서 개별 재판을 통해 비영리단체를 규제했다. 이 무렵 종교계 자선 단체들의 비리가 대규모로 적발되면서 비영리단체 규제 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1853년 최초의 규제 기관이 설립됐다. 그러나 CC처럼 비영리단체의 자격 심사와 기부금 사용 허가 등을 담당하는 통합 기관이 본격화된 것은 1960년 이후다. 당시 영국 정부는 비영리단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비영리 자선 단체 등록을 법제화했다. 1992년에는 비영리단체의 법적 행위를 구체화하고, 2006년에는 영국 법률상 처음으로 비영리단체의 목적을 서술했다.” ―비영리단체 규제 기관이 설립된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CC가 비영리자선섹터 및 대중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CC에 대한 신뢰도는 정당·은행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섹터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하면서 자선 영역도 계속 커지고 있다. 2014~2015 내부

“하루 3000명의 든든한 한 끼, 우리가 책임집니다”

인도 비하르주 ‘영양파우더 공장’ 완공 현장 1200평 폐공장을 구호식품 공장으로 바꿔 연령별 맞춤 파우더 공급… 주민 60명 고용하기도 미국 등 4개 지역 진출해 일자리 창출·소득 확산 인천에서 인도 뉴델리까지 9시간, 뉴델리에서 비하르주 파트나까지 다시 2시간을 날았다. 안개인지 먼지인지 모를 뿌연 창밖에 익숙해질 때쯤 비행기가 덜컹하고 도착을 알렸다. 전통 복장을 한 주민들의 호기심 어린 눈과 후끈한 날씨가 이방인을 맞이했다. 최종 목적지인 하지푸르(Hajipur) 지역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로 갈아탔다. 곧 무너져내릴 듯한 새카만 건물과 온갖 쓰레기가 나뒹구는 도로, 그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 좌판 음식을 팔고 소변을 누는 사람들이 끝없이 지나갔다. 엄청난 교통 체증과 사방에서 빵빵대는 클랙슨 소리에 심장을 부여잡기를 수십 번. 자동차가 ‘끽’ 흙먼지를 일으키며 공장 부지에 멈춰섰다. ◇폐공장, ‘꿈의 공장’이 되다 “많은 사람이 비하르가 매우 어둡고 뒤처진 곳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오늘을 시작으로 이 지역과 전 세계에 희망을 줄 수 있게 됐습니다.” 윌리엄 쿠마르(William kumar) 하지푸르 영양파우더 공장 CEO의 말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졌다. 지난 1일, 인도 비하르주 하지푸르 신공업단지에선 영양파우더 공장 완공식이 열렸다. 식량 지원 국제구호개발단체인 ‘(재)빈손채움’과 사회적기업 ‘GBM 네트워크 아시아(Networks Asia)’의 협력으로 세워진 공장이다. 쓰레기로 가득했던 1200평 규모의 폐공장이 지역 주민들의 자립을 돕고 세계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꿈의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처음 시작은 단순했어요.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제대로 된’ 구호 식품을 직접 만들어 보자고 했지요.”

발달 장애 예술강사의 편견 깨뜨리는 하모니

장애인 문화복지 사업, 어디까지 왔나 발달장애 청소년 ‘윈드오케스트라’ 단원 26명, 대학 음악학과 입학까지 하트해피스쿨, 초등학교 인식 개선 “발달장애인 예술강사 수요 커져 사회적일자리 운영 등 공급 맞춰야” “발달장애인의 문화복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슴 한편에는 ‘지속 가능할까’라는 불안감과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있습니다.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전문적인 지원 체계입니다. ‘발달장애인 문화복지 네트워크’는 바로 그런 이유에서 필요합니다.” 신인숙 하트하트재단 이사장의 말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졌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화복지를 통한 발달 장애인의 사회통합 방안모색’ 세미나에서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 시행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 하트하트재단을 포함한 전국 16개 복지관은 파트너십을 맺고 ‘발달장애인 문화복지 네트워크’ 출범식을 열었다. ◇불모지였던 발달장애인 문화복지 영역에 싹을 틔우다 ‘발달장애인 문화복지’라는 개념은 아직 국내에 생소하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는 아직 문화복지라는 연구와 통계자료도 없고 문화복지가 무엇인지 개념도 학자마다 다르다”며 “경제가 안정화됨에 따라 앞으로 문화 영역에 대한 요구와 논의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달장애인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김미옥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발달장애인은 문화와 동떨어진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아동·청소년들의 문화 향유권이 중요해지면서 빈곤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문화복지의 기회가 활발했던 것에 비해, 발달장애인의 문화복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다는 것. 척박했던 국내 문화복지 영역에서 하트하트재단은 지난 10년 동안 발달장애인 문화복지 사업을 계속해 왔다. 지난 2006년 발달 장애 아동으로 구성된

‘청년, 세상을 담다’ 비영리 명사 특강 “세상의 변화, 꿈꾸는 당신이 주인공”

“성과보다는 꿈·비전에 주목해야” 지난 10월 23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이 함께하는 소셜에디터(Social Editor) 양성 아카데미 ‘청년, 세상을 담다’의 비영리 명사 특강이 막을 열었다.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을 시작으로 김영걸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가 차례로 마이크를 잡았다. 세 명의 저명인사가 예비 저널리스트들에게 던진 조언은 무엇일까. “여러분이 생각하는 저널리즘, 혹은 저널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이원재 희망제작소장의 말에 청년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관찰자에 국한되던 저널리즘의 시대는 갔어요. 이제는 ‘솔루션 저널리즘’으로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원재 소장은 “최근 언론이 사회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이야기하는데 언론은 반드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비영리 영역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곳”이라며 “성과보다는 그 단체 혹은 개인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꿈과 비전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영걸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소통의 리더십’을 주제로 강단에 섰다. 김영걸 교수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제는 소통을 통해 조화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창조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어려움에 처한 주변 사람들이 부담없이 다가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일명 Go-To-Person)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고투퍼슨(Go-To-Person)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과 열린 마음 두 가지를 꼽았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무엇인가를 요청할 때 언제나 이렇게 대답하세요. I can do more than that!(부탁한 것보다 더해줄 수 있어요) 그리고 그대로 실천하세요.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여러분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공동대표는 “경쟁을

이웃 위한 따뜻한 밥 한 끼… 그들의 특별한 목요일

요리 재능기부단체 ‘한끼’ “경제적 상황 상관없이 누구나 맛있는 한 끼 먹었으면” 평균 24세 청년셰프 7명의 한식·일식·양식요리 협업 봉사 SNS에 활동 내용 올리며 재능기부 참여 이어져 휴일에 쉬고 싶지 않으냐고요? 맛있다는 말에 피로 싹 사라져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코를 감쌌다. 앞치마를 두른 청년 3명이 손바닥만 한 길쭉한 빵을 앞뒤로 굽더니, 이내 동글동글하게 빚은 고기 패티를 먹음직스럽게 익혔다. 다른 한쪽에서는 문어 모양으로 칼집을 낸 비엔나 소시지를 야채와 함께 볶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야채를 씻어 샐러드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제 버거, 치즈 그라탱, 상큼한 유자청을 올린 비엔나 샐러드가 완성됐다. 지난 12일, 평균 연령 24세의 파릇파릇한 청년 셰프들이 7명의 여자 아이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진수성찬이 차려진 곳은 아이들의 보금자리인 그룹홈 ‘세실리아의 집’. 이웃들에게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하는 요리 재능 기부 단체 ‘한끼’의 봉사활동 현장이다. “요리하는 사람들은 내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줄 때 행복감이 제일 커요. 경력 5년 미만의 초보 요리사들이지만 우리가 가진 재능으로 기쁨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죠.” 권웅(26·4년 차 이탈리안셰프)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한끼’는 양식, 일식, 한식, 제과·제빵 등 다양한 분야의 현업 요리사 7명으로 이루어진 요리 재능 기부단체다. 매주 목요일마다 사회복지시설 두 곳을 번갈아가며 아동·청소년들을 위한 따뜻한 밥 한 끼를 만든다. 봉사 당일에는 십시일반으로 2만원씩을 걷어 재료를 산다. “언니, 오빠가 오는 목요일이 가장 기다려진다”는

[희망 허브] 버려진 목욕탕의 변신… 쪽방촌 분위기도 활짝 피었습니다

[민관 협력한 ICT 복합문화공간… 용산구 동자희망나눔센터에 가다] – 노숙인들 술마시고 잠자던 공간 북카페·영화 감상실 등으로 변신… 1년내내 문화시설 즐기도록 도와 센터 내 바리스타·운영요원 등 동네주민 위한 일자리까지 창출 – 주거환경 개선에도 앞장서 자율방범대, 밤마다 폭력·음주 단속 경찰출동 17건… 작년비해 66% 감소 “지난번엔 어플을 사용해 사진을 하나로 모으는 콜라주를 했었죠? 오늘은 스마트폰으로 할로윈 이미지를 다운받고, 카톡에 공유하고 다시 콜라주 만드는 것까지 할게요.” 이영아 KT IT서포터즈의 말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주민 다섯 명은 능숙하게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 어플을 실행시켰다.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3장씩 고른 후 채팅창에 공유하라”는 서포터즈의 말에 ‘카톡 카톡 카톡’ 알림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선생님 이건 어떻게 하나요?” 모르는 것이 있을 땐 서로 앞다퉈 질문, 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드는 작업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어렵지 않으냐는 물음에 정은수(가명·73) 할아버지는 “아유 어렵지” 손사래를 치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정 할아버지는 IT 교육 이후 카세트가 아닌 어플로 음악 듣는 법을 배웠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을 때는 공원에서 음악 듣는 게 낙”이라고 했다. 황민경(가명·61)씨도 IT 교육 이후 부쩍 웃음이 늘었다. 황씨는 “어플로 사진 편집해서 보내주는데 친구들이 정말 좋아한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스마트폰 활용 교육이 이뤄진 이곳은 서울 용산구 ‘동자희망나눔센터’ 2층 다목적 프로그램실이다. 잘 정돈된 테라스, 통유리로 꾸민 깔끔한 외관까지…. 불과 지난해까지 흉가처럼 방치된 폐목욕탕 건물임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전명재 서울역쪽방상담소 행정실장은 “쪽방촌

장애인 부부 “13년만에 제주도로 첫 신혼여행 떠나네요”

강원랜드 행복더하기 희망여행… 제주로 떠난 130명의 장애인가족 “여보, 여기 좀 봐요!” 휠체어에 앉은 아내가 신이 난 목소리로 남편을 불렀다. 아내 옆에는 말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무서워”를 외치면서도 연신 손을 뻗는 아내가 사랑스러운지 남편은 아내를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찰칵’ 소리가 커질수록 부부의 웃음 소리도 커져갔다. 결혼 13년 만에 제주도에서 맞는 부부의 첫 신혼여행이다. 남편 최병철(49·지체장애 3급)씨와 아내 김정숙(55·지체장애 1급)씨 부부는 1992년 경기도의 한 교회에서 처음 만났다. 깨가 쏟아지는 부부지만 만남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정숙씨의 거절 때문이다.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열아홉 살 때부터 못 걸었어요.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든데 누구를 만나요. 그런데 이 사람이 8년을 쫓아다니더라고. 평생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병철씨의 끈질긴 구애 끝에 2002년 봄 두 사람은 결혼했다. 하지만 부부에게 제주도는 늘 가슴 아리는 곳이었다. 아내가 너무 아픈 바람에 제주도 신혼여행을 포기해야 했다. 부부는 “항상 마음속으로만 그리던 꿈을 이루게 돼서 기쁘다”며 두 손을 꼭 맞잡았다. 지난 10월 27일부터 3박 4일 동안 여성 장애인 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강원랜드가 지원하고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진행하는 ‘2015 강원랜드 행복더하기 희망여행’을 통해서다. 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 지긋한 노부부와 딸(정신장애 3급), 갱년기를 겪는 아내를 위해 여행을 결심한 로맨티시스트 남편(지체장애 1급) 등 43가구 130여 명은 여미지식물원, 주상절리, 성읍민속마을 등 제주 구석구석을 즐겼다. “문화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여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렵죠. 특히 여성 장애인들은

편리한 독서대, 앉아서 책 읽는 방… 점자책 많이 읽고 큰 사람 될게요

하트하트재단, 시각장애아동 위한 학교 도서관 새단장 프로젝트 보조공학기·의료비 지원 한계 느껴… “아이들 역량 계발할 환경 만들어주자” 시각장애학교 대상 도서관 건립 시작… 북콘서트 등 책 즐길 방법 알리기도 “우와~ 앉아서 책 읽을 수 있는 방이네! 바닥이 엄청 폭신폭신해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보조 받침대가 생겼어요. 이제는 책 읽을 때 목이랑 허리가 안 아플 것 같아요!” 손으로 벽을 짚고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선생님 목소리를 따라 손끝으로 공간을 구석구석 탐색하길 30여분.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 얼굴이 발그레 상기됐다. 이곳은 지난 7일 서울 성북구 한빛맹학교에 새로 생긴 도서관이다. 점역(글자를 점자로 고침)과 녹음 공간으로 같이 사용하느라 좁고 답답했던 공간이 탁 트인 ‘책 놀이터’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어두컴컴하던 조명은 환해졌고, 지저분하던 갈색 책상은 널찍한 사각 책상으로, 낡은 독서확대기는 탁상용 새것으로 바뀌었다. 한빛맹학교 관계자는 “점자 책은 일반 책에 비해 두께가 두껍고 길어서 일반 서가에 점자 책을 꽂기엔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번에 점자 책 규격에 맞는 서가로 변경했다”며 “새로 갖춘 독서확대기는 아이들 눈 상태에 맞춰 글자 크기와 색깔 등을 조절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저시력 아이들의 경우 책을 가까이서 보느라 웅크린 채 눈에 책을 붙이다시피 해야 했다. 하지만 각도 조절 보조책상이 4개나 마련돼 이런 걱정을 덜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건 ‘좌식 공간’. 맹학교의 특성상 통학에 동행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이들에게도 편안한 독서 공간이 생긴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公私를 구분 못 한 청첩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7일 제주의 한 사회복지기관 담당자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현직 회장 자녀의 결혼식이 적힌 업무 연락을 받았습니다. 피로연 일시와 장소는 물론 회장의 개인 연락처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기관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공동모금회는 기부금을 지역사회 복지 기관에 배분하는 ‘갑(甲)’입니다. 이튿날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해당 문서의 접수 취소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업무 연락을 다시 보냈습니다. ‘행정적 착오’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의 문서가 발송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작년에도 전 회장의 경조사 업무 연락을 받았지만 그때는 취소하지 않았다”며 “지역 언론사 기자가 이번 일에 대해 물은 적이 있는데 공동모금회에서 뭔가 눈치 챈것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또 다른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한 사회복지기관 관계자는 “경조사 부조금을 단체 후원금에서 지출하는 경우도 봤다”며 “문서상 ‘기관 연계비’나 ‘기관 방문비’로 작성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알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서로가 서로의 일을 챙겨야 한다는 경조사 문화가 유독 강합니다. 하지만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않는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신뢰를 잃은 후원자들이 하나둘 떠나갈 겁니다.

“제각각 재무 보고, 정보로서 기능 못해… 기부자 의사결정에 도움 안 된다”

최호윤 회계사가 말하는 ‘비영리단체 재무 정보와 신뢰도’ 비영리단체를 둘러싼 재정 투명성에 대한 논의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6일, ‘NPO CEO 포럼’에서 ‘비영리단체 재무 정보와 신뢰도’를 주제로 마이크를 잡은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한국NPO공동회의 전문위원)에게 현재 국내 비영리 재무 정보의 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물었다. 그는 최근 미국 비영리단체 공시 현황 등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 NPO를 둘러보고 왔다. ―해외에서는 비영리 재무 정보에 대한 시스템이 어떻게 마련되어 있나. “미국과 영국은 80년대 이전에 비영리 재무 보고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를 마쳤다. 영리와 비영리재무회계 전체를 아우르는 기준이 있고, 비영리에 대한 부분을 따로 만들어 별도로 운영한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재무보고기준(Charities SORP)’은 결산서의 종류, 재무상태표 작성법 등 상세한 규정들을 포함해 그 분량이 90쪽에 달한다. 일본도 ‘공익법인회계기준’과 ‘NPO법인회계기준’을 따로 두어, 분야별로 세분화된 회계기준이 마련돼 있다. 사례 모두 ‘비영리회계는 이렇게 가야 한다’는 방향성과 결산서 작성 기준이 명확하다. 미국의 비영리단체가 재무 보고 용도로 사용하는 F990은 미국 국세청의 공시 양식이다. 기본적인 재무 정보는 물론 단체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 사업의 항목 및 성격, 크게 기부한 사람이 누구인지까지 상세한 내용이 담겼다. 그렇게 따지면 현재 국내 비영리단체들이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는 결산서는 상당한 ‘요약 보고서’에 그친다. 외부 감사를 받은 정보들을 공시하게 되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이처럼 재무정보 비교가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기부자들의 의사 결정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국내 비영리 재무정보 시스템의 문제점은. “비영리단체 재무회계기준에

“사회문제 해결하는 혁신가들의 ‘작은 성공’ 이어져야”

‘사회적 혁신 생태계 3.0’ 출간한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비즈니스를 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 있다? 전 세계의 화두로 떠오른 사회적 기업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2007년 ‘사회적 기업육성법’ 시행과 함께 사회적 기업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정부 보조금이 끊기면 도산하는 등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다. 최근 “국내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경제가 대안 모델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따끔한 일침을 던진 책 ‘사회적 혁신 생태계 3.0’이 출간됐다. 책의 주저자인 장용석<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를 만나 국내 사회적 기업의 문제와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책에서는 국내 사회적 기업의 자생 능력,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많이 표했는데,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상당한 취약함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얻은 수익을 다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재투자하는 본래 취지는 잃어버리고 정부 보조금이 끊기면 도산하는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목격된다. 현재 사회적 기업은 ‘기업’이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가치를 창출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준비가 부족했다는 게 아쉽다.” ―사회적 혁신 생태계란 무엇이며, 사회적 혁신 생태계 3.0은 어떤 모델인가. “기업, 정부, 사회적 기업, NGO 등 모든 주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생태계를 일컫는다. 정부나 기업의 주도로 사회적 기업의 물리적 규모가 팽창하는 양적 성장의 단계(1.0단계),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있고 ‘착한 소비’에 해당하는 수요가 생기는 단계(2.0단계)를 거쳐 사회

생명의 ‘빛’ 선물 받은 아이들

어둠 밝히는 따뜻한 움직임 개도국서 흔히 발생하는 ‘트라코마’… 안질환 중 失明 주원인으로 손꼽혀 하트하트재단, 실명예방사업으로 필리핀 등 현지 의료인 3500명 교육 주민 약 12만명에게 안과 서비스 “걷지 못하는 지금도 불편하고 힘든데 눈까지 멀어질까 봐 무서웠어요. 희망을 보는 눈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다섯 살 사이디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탄자니아 남쪽 음트와라의 지와니 지역에 사는 사이디는 선천적으로 다리를 펴지 못한다. 다리를 질질 끌고, 팔로 기어서 매일 학교에 다닌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렇게 1시간을 가야 학교에 도착한다. 어느 날, 사이디의 눈에 자꾸 눈물이 고이고 가려운 증세가 나타났다. ‘트라코마’라는 병이라고 했다. 눈꺼풀 내부 표면을 거칠게 만드는 전염성 안질환인데, 위생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발생한다. 사이디가 살고 있는 탄자니아는 세계에서 트라코마 유병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영영 시력을 잃을까 두려워하던 사이디에게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다. 트라코마 치료 수술을 해준 하트하트재단이었다. 20여 분 동안 이뤄지는 간단한 수술이지만, 이 지역에서 그것은 ‘기적’과도 같은 수술이다. 사이디는 다시 꿈꿀 수 있는 ‘눈’을 갖게 됐고, 더이상 기어다니지 않도록 휠체어를 선물 받았다. 이은정 하트하트재단 탄자니아 지부장은 “트라코마는 전 세계적으로 실명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손 씻기와 간단한 수술로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며 “사이디와 같이 실명 위험에 놓이는 아이들이 없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명은 예방할 수 있다! 어둠을 밝히는 따뜻한 움직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시력이 손상된 인구는 전 세계 2억85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90%가 개발도상국에 산다. 아동이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