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7일(목)

“제각각 재무 보고, 정보로서 기능 못해… 기부자 의사결정에 도움 안 된다”

최호윤 회계사가 말하는 ‘비영리단체 재무 정보와 신뢰도’

비영리단체를 둘러싼 재정 투명성에 대한 논의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6일, ‘NPO CEO 포럼’에서 ‘비영리단체 재무 정보와 신뢰도’를 주제로 마이크를 잡은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한국NPO공동회의 전문위원)에게 현재 국내 비영리 재무 정보의 문제와 개선 방향에 대해 물었다. 그는 최근 미국 비영리단체 공시 현황 등을 알아보기 위해 미국 NPO를 둘러보고 왔다.

지난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NPO CEO포럼’ 현장 모습. 최호윤 회계사는 해외 사례와 국내 사례를 비교하며 국내 비영리 재무 정보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NPO공동회의 제공
지난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NPO CEO포럼’ 현장 모습. 최호윤 회계사는 해외 사례와 국내 사례를 비교하며 국내 비영리 재무 정보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발표했다. /한국NPO공동회의 제공

―해외에서는 비영리 재무 정보에 대한 시스템이 어떻게 마련되어 있나.

“미국과 영국은 80년대 이전에 비영리 재무 보고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를 마쳤다. 영리와 비영리재무회계 전체를 아우르는 기준이 있고, 비영리에 대한 부분을 따로 만들어 별도로 운영한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재무보고기준(Charities SORP)’은 결산서의 종류, 재무상태표 작성법 등 상세한 규정들을 포함해 그 분량이 90쪽에 달한다. 일본도 ‘공익법인회계기준’과 ‘NPO법인회계기준’을 따로 두어, 분야별로 세분화된 회계기준이 마련돼 있다. 사례 모두 ‘비영리회계는 이렇게 가야 한다’는 방향성과 결산서 작성 기준이 명확하다. 미국의 비영리단체가 재무 보고 용도로 사용하는 F990은 미국 국세청의 공시 양식이다. 기본적인 재무 정보는 물론 단체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 사업의 항목 및 성격, 크게 기부한 사람이 누구인지까지 상세한 내용이 담겼다. 그렇게 따지면 현재 국내 비영리단체들이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는 결산서는 상당한 ‘요약 보고서’에 그친다. 외부 감사를 받은 정보들을 공시하게 되어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이처럼 재무정보 비교가 가능하며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기부자들의 의사 결정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국내 비영리 재무정보 시스템의 문제점은.

“비영리단체 재무회계기준에 대한 총괄적이고 공통된 규정이 없다. 비영리법인을 설립, 감독하는 관련 법률에 따라 주무부처가 달라지는데 부처별로 요구하는 결산서 종류와 형식, 작성 기준이 다르다. 그나마 2003년도 한국회계연구원에서 발표한 ‘비영리조직의 재무제표 작성과 표시지침서’에서 비영리 재무 정보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지만 강제성이 없는 지침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세법 기준이 재무 보고 기준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상속세법및증여세법(이하 상속세법)’에서 매년 4월 말까지 공익 법인들에게 결산서류 공시를 의무화했다. 출연 재산이 출연 목적에 맞게 제대로 사용됐는지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취지였다. 그런데 결산공시의 양식을 시행 규칙으로 두고, ‘이렇게 하라’며 양식을 정해놓았다. 세법 규정이 회계처리 규정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출연 재산을 목적대로 잘 썼는지 보여달라는 것과 의사결정할 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재무 정보의 취지가 전혀 다른데 그 차이가 고려가 안 된 거다. 이는 우리나라 비영리단체가 어떤 기준으로 재무정보를 보고하고 회계처리할지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의무규정이 생기다 보니 발생했다고 본다.”

―비영리단체들이 재무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선 방향은 무엇인가.

“국내 비영리단체의 재무회계기준이 가야 할 방향성과 어떤 재무 정보가 포함될지에 대한 기본 개념 정립이 급선무다. 그다음은 국세청 결산공시가 절차 및 내용 면에서 개선되어야 한다. 미국은 외부 평가가 활발하다. 평가기관들이 활동할 수 있었던 배경은 누구나 국세청 공시 양식인 F990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도 국세청 공시 사이트의 개방성을 높인다면 더 활발한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정보 이용자 입장에서 공시 사이트의 검색 편의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는 공익 법인을 찾는 기준이 단체 명칭이다. 단체 명칭을 모른다면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단체 분류 기준이 포괄적이다. 기부자들은 의사 결정할 때 단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현재는 그런 분류가 전혀 없다.”

―당사자인 NPO들은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현장’이 제일 중요하다. 우리 단체의 결산서가 어떻게 만들어져야 기부자들에게 도움이 될지, 단체 내부에서 유용한 정보의 속성에 대한 고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한국NPO공동회의에서도 오는 10월 중으로 국회 관련 부처와 여러 NPO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간담회를 열고, 추후 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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