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단체, 대중 신뢰 얻으려면?

영국 자선사업감독위원회
케네스 디블 수석법률고문

/이경민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이경민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영국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이 비영리단체와 협력하는 동시에 이들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비영리단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문제가 생길 경우 자국법만으로는 규제가 어렵기 때문.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경제·문화적 여건에 맞는 비영리 관련 법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비영리 관련 법 전문가들을 초청하고 있다.”

케네스 디블(Kenneth Dibble·사진) 영국 자선사업감독위원회(Charity Commission·이하 CC) 수석법률고문이 비영리 법제화의 트렌드를 전했다. 지난달 3일 ‘2015 국제 기부 문화 선진화 콘퍼런스’에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영국 비영리 민간 독립 규제 기관에서 30년 넘게 경력을 쌓은 그는 “건강한 비영리 관련 법은 자선 영역의 성장을 돕는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비영리 관련 법체계는 어떻게 발전해왔나.

“1850년대 초까지 영국은 법원에서 개별 재판을 통해 비영리단체를 규제했다. 이 무렵 종교계 자선 단체들의 비리가 대규모로 적발되면서 비영리단체 규제 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1853년 최초의 규제 기관이 설립됐다. 그러나 CC처럼 비영리단체의 자격 심사와 기부금 사용 허가 등을 담당하는 통합 기관이 본격화된 것은 1960년 이후다. 당시 영국 정부는 비영리단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비영리 자선 단체 등록을 법제화했다. 1992년에는 비영리단체의 법적 행위를 구체화하고, 2006년에는 영국 법률상 처음으로 비영리단체의 목적을 서술했다.”

―비영리단체 규제 기관이 설립된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CC가 비영리자선섹터 및 대중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CC에 대한 신뢰도는 정당·은행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섹터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하면서 자선 영역도 계속 커지고 있다. 2014~2015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7000개(전년도 대비 8% 증가)가 넘는 자선 단체가 신규 등록을 신청했고, 이 중 4700개가 승인을 받았다. 현재 영국 연간 기부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전체 농업 생산액과 맞먹는다.”

―규제의 핵심은 ‘투명성 확보’인가.

“신뢰가 없으면 자선도 없다. CC의 역할은 대중들을 위해 비영리 자선 단체의 목록과 재정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아시아 일부 국가는 특히 이 부분에서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몇 년 전 파키스탄의 정부 관계자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비영리 자선 단체의 등록에 대한 어떤 법적 절차나 규제도 없더라. 비영리단체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없다면 대중의 신뢰를 얻는 것도 어려워진다.”

―한국은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공익 법인의 공시 기준을 강화했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공시는 어떻게 이뤄지나.

“세금, 기부금 내역, 운영비 내역 등 모든 재정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단 기부자 명단 등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정보는 비공개로 할 수 있다. CC는 비영리단체 재무를 위한 공식 가이드라인과 수탁자들을 위한 재무 행동 지침서(SORP·State of Recommended Practice)를 발간하는데, 수탁자의 법인 계좌 관리 방법, 비영리 법인 회계 지침 등 비영리 재무 담당자를 위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재정 보고 및 재무 관련 법률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있다. 비영리 자선 단체들은 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신들이 비영리섹터 재무 관련 법률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

―한국의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비영리 관련 법률 개정이나 정책 발의를 할 때 책임감·투명성·공익성의 공통 원칙을 잘 따르고 있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비영리섹터에 대한 규제 방식에 정답은 없다는 점이다. CC 역시 잉글랜드-웨일스 정부가 도입한 하나의 모델일 뿐이다. 비영리섹터에서 공통 원칙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시켜야 한다.”

오민아 기자

고병윤 청년기자(청세담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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