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00명의 든든한 한 끼, 우리가 책임집니다”

인도 비하르주 ‘영양파우더 공장’ 완공 현장

1200평 폐공장을 구호식품 공장으로 바꿔
연령별 맞춤 파우더 공급… 주민 60명 고용하기도
미국 등 4개 지역 진출해 일자리 창출·소득 확산

인천에서 인도 뉴델리까지 9시간, 뉴델리에서 비하르주 파트나까지 다시 2시간을 날았다. 안개인지 먼지인지 모를 뿌연 창밖에 익숙해질 때쯤 비행기가 덜컹하고 도착을 알렸다. 전통 복장을 한 주민들의 호기심 어린 눈과 후끈한 날씨가 이방인을 맞이했다. 최종 목적지인 하지푸르(Hajipur) 지역으로 가기 위해 자동차로 갈아탔다. 곧 무너져내릴 듯한 새카만 건물과 온갖 쓰레기가 나뒹구는 도로, 그 옆에 아무렇지도 않게 좌판 음식을 팔고 소변을 누는 사람들이 끝없이 지나갔다. 엄청난 교통 체증과 사방에서 빵빵대는 클랙슨 소리에 심장을 부여잡기를 수십 번. 자동차가 ‘끽’ 흙먼지를 일으키며 공장 부지에 멈춰섰다.

인도 비하르주 하지푸르 영양파우더 공장에서 크리스나(Krisna·52)씨가 일하는 모습. 현재 60명의 마을 주민이 공장에서 자립을 꿈꾸고 있다. /빈손채움
인도 비하르주 하지푸르 영양파우더 공장에서 크리스나(Krisna·52)씨가 일하는 모습. 현재 60명의 마을 주민이 공장에서 자립을 꿈꾸고 있다. /빈손채움

◇폐공장, ‘꿈의 공장’이 되다

“많은 사람이 비하르가 매우 어둡고 뒤처진 곳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오늘을 시작으로 이 지역과 전 세계에 희망을 줄 수 있게 됐습니다.”

윌리엄 쿠마르(William kumar) 하지푸르 영양파우더 공장 CEO의 말에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졌다. 지난 1일, 인도 비하르주 하지푸르 신공업단지에선 영양파우더 공장 완공식이 열렸다. 식량 지원 국제구호개발단체인 ‘(재)빈손채움’과 사회적기업 ‘GBM 네트워크 아시아(Networks Asia)’의 협력으로 세워진 공장이다. 쓰레기로 가득했던 1200평 규모의 폐공장이 지역 주민들의 자립을 돕고 세계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꿈의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처음 시작은 단순했어요.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제대로 된’ 구호 식품을 직접 만들어 보자고 했지요.” 채종욱 (재)빈손채움 이사장(GBM 네트워크 아시아 이사장)이 감격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영양파우더 공장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지난 2012년, 인도에서 활동하던 국제 NGO 단체를 만나면서다. 해당 단체 활동가들은 “미국에서 영양파우더를 수입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인도 자체 기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채 이사장은 이듬해 9월, 영양파우더 공장 설립을 위해 사회적기업 ‘GBM 네트워크 아시아’를 설립하고 부지 확보에 나섰다. 뭄바이, 델리 등 인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인도 28개주 중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비하르’를 택했다.

“비하르 지역 주민들의 평균 소득은 75달러로, 평균 소득인 1504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에요. 비하르 주민들의 9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개발이 안 된 낙후된 곳이긴 하지만 영양파우더를 만들기 위한 재료들을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죠. 공장 부지 안에 제대로 가동되는 공장도 50%에 불과해요.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을 쉽게 만들면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되겠다 싶었죠.” 정은경 GBM 네트워크 아시아 상무가 설명을 보탰다. 그러나 적절한 가격의 공장 부지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공장 매입 가격은 곧 공장 주인의 ‘빚’과 비례했다. 뉴욕 맨해튼 땅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공장 주인도 있었다. 포기하려는 찰나, 비하르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운영하던 윌리엄 대표가 힘을 보태면서 돌파구가 생겼다. 그를 통해 연결된 비하르주 정부가 2014년 4월 하지푸르 공단 부지의 장기임대를 약속한 것. 인도 주 정부에서도 환영했다. 워낙 소외되고 낙후된 탓에 투자하겠다는 외국 회사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비하르주 정부로부터 6억원에 달하는 지원금도 받았다. 금방이라도 ‘풀썩’ 내려앉을 것처럼 위태로웠던 건물과 짓다 만 벽돌 담벼락을 허물고, 철근과 슬레이트를 올렸다. 그렇게 1200평 폐공장 부지가 자재창고, 사무실, 구호식품 공장을 갖춘 꿈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까지 꼬박 2년 3개월이 걸렸다. 정 상무는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결국 이런 날이 오게 됐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영양파우더 공장의 첫 번째 생산품은 케냐 나이로비 ‘해피라이프’ 고아원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사진은 ‘해피라이프’ 고아원 아이들의 모습.
영양파우더 공장의 첫 번째 생산품은 케냐 나이로비 ‘해피라이프’ 고아원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사진은 ‘해피라이프’ 고아원 아이들의 모습.

◇한 끼에 20센트… 사람을 위해 움직인다

하지푸르 영양파우더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영양파우더는 총 4종류다. 6개월부터 6세까지 영·유아를 위한 파우더부터, 6~12세 아동용, 12세 이상부터 성인들을 위한 파우더, 임산부용까지 다양하다. 물에 타서 마시거나, 반죽을 해서 빵으로 먹거나, 죽으로도 먹을 수 있다. 제품의 전문성을 위해 첸나이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아쇼크 아용가(Ashok lyengar) 교수를 구호식품 개발 담당자로 섭외했다. 그는 파우더 개발을 위해 1년 이상 연구를 거듭했다. 연령별 영양 성분은 물론 ‘위생’과 ‘안전’을 핵심으로 7가지 설비 단계까지 갖췄다. 아용가 교수는 “불균형한 영양 섭취는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저해한다”며 “개발한 파우더는 여러 가지 성분이 몸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영양 밸런스를 고려해 만들었다”고 했다.

공장 가동으로 하지푸르 지역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모집 공고를 낸 지 하루 만에 70명이 “일하고 싶다”며 공장 문을 두드렸다. 현재 60명의 주민이 직원으로 일한다. 파우더의 주재료인 쌀, 콩, 옥수수, 밀가루는 현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사용한다. 1인 3끼 식사 분량(500g)으로 포장된 구호식품은 하루 평균 3000봉지까지 생산 가능하다. 이요셉 (재)빈손채움 사무총장은 “지역 물품을 사용하고, 지역민을 고용하고, 필요한 곳에 생산된 구호식품을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별 선호하는 식재료와 필요한 영양소를 고려해 맞춤형 생산하는 것은 기본. 하지푸르 영양파우더 공장의 첫 번째 생산품은 케냐 키수무와 나이로비의 ‘해피라이프 고아원’으로 전달된다. 1년치를 주문받았지만 우선 6개월치를 만들어서 보내고, 아이들의 영양 상태와 성장 과정을 분석한 후에 6개월치를 새로 만들어 보낼 예정이다.

협력 제안도 늘고 있다. 인도 정부에서 급식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영양파우더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고 제안했다. 남수단과 우간다 지역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한 달에 1만5000㎏, 약 3만달러 매출이 예상될 정도. 앞으로 4만 5000㎏, 약 9만달러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GBM네트워크는 인도 비하르 외에도 뉴델리, 에티오피아, 미국 등 4개 지역에 진출해 현지 일자리 창출과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확산하고 있다. 이렇게 창출된 수익의 30%는 (재)빈손채움으로 기부돼, 다양한 국제구호활동에 쓰인다.

채 이사장은 “공장의 목적은 ‘이익’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식품을 저렴하게 생산 및 공급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만든 영양파우더가 많은 NGO를 통해 필요한 곳에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파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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