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쌀 수출을 금지하면서 전 세계에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특히 인도 쌀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2일(현지 시각) “인도 정부의 쌀 수출을 금지 조치로 인해 전 세계 수십억명의 식량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20일 자국 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백미 수출을 금지했다. 인도 쌀 주요 수입국인 미국과 캐나다 식료품점에서는 쌀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 이 장면이 전 세계에 보도되면서 쌀 가격이 더 상승하는 등 국제 쌀 시장이 들썩였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경제학자는 “이번 수출 금지 조치로 국제 쌀 가격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올해 곡물 가격이 최대 15%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 쌀 가격은 작년 초부터 꾸준히 상승해 지난 6월 이후 이미 14%가 오른 상태다.
인도는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이다. 지난해에만 140국에 2200만t의 쌀을 수출했다. 전 세계 쌀 무역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이다. 이 중 600만t은 이번에 수출이 금지된 백미 품종 중 하나인 인디카 백미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전 세계에 유통되는 쌀 중 70%를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인도 쌀은 중국, 필리핀, 나이지리아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된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인도 쌀은 42국에서 전체 쌀 수입량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국가에서 쌀 소비량이 늘어나,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인도 쌀은 80%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 델리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기관 인도국제경제관계연구위원회(Icrier)의 아쇼크 굴라티와 라야 다스 관계자는 “세계 백미 가격은 분명히 급등할 것”이라며 “많은 아프리카 국가의 식량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인도가 G20에서 책임 있는 지도자 역할을 하고 싶다면 이번과 같은 갑작스러운 수출 금지 조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자국 내 물가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이후 인도 내 쌀 가격은 30% 이상 비싸졌다. 장마, 홍수 등 예상치 못한 기상현상으로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비료 가격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면서 정치권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생을 살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불안해진 세계 식량 시장에 혼란을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Ifpri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량 수출을 제한한 국가는 3국에서 16국으로 늘었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아르헨티나는 쇠고기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튀르키예와 키르기스스탄도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
셜리 무스타파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쌀 시장 분석가는 “이번 조치는 소득의 대부분을 식료품 구매에 지출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새로운 작물이 공급되기까지 아직도 약 3개월 정도 남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인도의 수출 금지 조치는) 세계 식량 안보에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