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본사는 공정무역 훨훨 나는데, 왜 한국에선 전시만 할까

스타벅스 공정무역 커피 실태 “공정무역 커피, 주문할 수 있을까요?” 지난달 29일 오후, 기자는 서울시 마포구 홍익대 근처 스타벅스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주문했다.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원두를 90% 이상 사용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종업원은 전시된 커피 원두 봉지를 가리키며 “전시용만 판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에게 “한국에서는 전국 640여 매장에서 ‘전시용’으로 포장된 공정무역 인증 원두만 판매하고 있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스타벅스는 2000년부터 공정 거래 기구인 ‘트랜스페어 USA(TransFair USA)’ 제휴, 공정무역 인증 커피를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2012년 한 해 동안 공정무역 원두 4450만파운드(약 2만185t)를 구매했고, 단일 기업으로는 전 세계 최대 물량”이라면서 “전체 원두 구매량의 93%가 공정무역을 포함한 제3자 인증 제도를 거쳤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2015년까지 공정무역을 포함한 윤리적 구매 원두량을 100%까지 늘릴 계획을 밝혔다. 한국에서는 왜 ‘전시용’으로만 판매할까.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 태동 단계라 1년 중 5월과 10월 각 일주일씩만 ‘오늘의 커피’ 메뉴에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A 공정무역 단체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들은 스타벅스코리아의 공정무역 유통량은 1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커피 농장 농민이 아닌 기업이 높은 마진을 올리는 구조”라고 했다. 반면 영국 스타벅스는 지난 2008년, 에스프레소 음료를 제조하는 기본 음료용 원두에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영국 내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서다. 공정무역 제품은 선급금 제도(1년치 계약의 60% 비용을 미리 지불), 커피

더나은미래 그후… “세상은 아직 우리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호펜 프로젝트’ 임주원씨·4년 전 해외봉사 다녀온 청년 5인방 ‘커뮤니티매핑센터’ 임완수 박사 중고 학용품 기부 프로젝트의 여고생 리더… 대학서 경영학 배워 관리 시스템 개선 해외 자원봉사 다녀왔던 대학생들… NGO·회사 내 공익 분야에서 활약 뉴욕 공공 화장실 위치 알리던 박사… 동네 위험지역 지도 만드는 활동 이끌어 2012년 중고 학용품을 기부받아 개발도상국에 전달하는 ‘호펜 프로젝트’ 리더로 소개〈본지 2012년 10월 9일자〉된 여고생 임주원(20)씨는 이제 대학생이 됐다. 고려대 경영학부 2학년생인 이씨는 “경영정보시스템·물류 관리 등의 과목을 수강하면서 조직을 경영하는 방법은 물론, 호펜의 실질적인 재고·수량 관리 시스템 개선 방법을 배우고 있다”면서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공부라 굉장히 즐겁다”고 말했다. 동료도 늘었다. 지금은 같은 과 동기·선배 5명(구현우, 티파니 장〈Tiffany Zhang〉, 팔라비 카우쉭〈Pallavi Kaushik〉, 박준호, 손승하)과 함께 호펜의 ‘물류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호호호’ 프로그램도 신규 개설했다. 전국 24개 분점뿐 아니라 일반 단체나 개인도 참여할 수 있고, 1~2년 단기 참여도 가능하도록 했다(참여는 blog.naver.com/hopenproject). 카타르 항공사와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 DHL 등과 협업까지 이뤄지고 있다. TED 강연에서 임씨의 이야기를 들은 한 관객의 지인이 카타르 항공사 직원을 소개하면서, 휴가 때 봉사를 나가는 승무원의 수화물칸(100㎏) 중 일부를 빌려 학용품을 전송한 것이다. DHL도 CSR 마케팅의 일환으로 호펜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임씨는 “논산의 연무고에선 전교생의 3분의 1이 호펜 동아리에 지원했는데 면접 때 ‘호펜은 봉사활동 시간 인증서가 발급되지

탈북 청소년 캠프·남북청년 토크쇼 여는 이유는?

공익분야, 통일을 준비하다 한국 교육봉사단 ‘티치포올코리아’ 여름인턴 리크루팅 미국서 진행돼 탈북 학생 참여… 비영리 공익 분야 움직임 활발해져 탈북자 인권·사회부적응 등 숙제 있어 공익소송 지원 등…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한국의 교육봉사단 ‘티치포올코리아’ 여름인턴 리크루팅이 미국에서 진행됐다. 탈북 학생이 참여하는 ‘차세대 통일리더캠프’ 봉사자를 구하기 위해서다.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등 한인 유학생 80여명이 참석했다. 최유강 티치포올코리아 대표는 “현재 탈북 청소년들은 남북한 간 교육과정 차이로 ‘영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통일 과도기의 취약 계층인 탈북 청소년을 충분히 지원하면, 이들이 통일 한국의 인재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학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지영(27·미국 위스콘신 메디슨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씨는 “통일 직후 북한 아이들의 부적응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고,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정서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씨는 메디슨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부생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는 동아리도 만들었다. 이씨는 물론, 동아리 멤버인 미국인 친구, 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씨의 룸메이트도 ‘차세대 통일리더캠프’ 인턴십 지원서까지 냈다(인턴십은 서류·인터뷰 과정을 거쳐 선발된다). 최유강 대표는 “하루 2~3건의 이메일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고 수시로 스카이프 인터뷰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오는 5월 12일에는 여의도 국회에서 ‘통일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주제로 ‘글로벌 교육 콘퍼런스'(GELC)를 연다. 마허 나세르(Maher Nasser) 유엔 공공정보부서 대외협력부문 총괄디렉터, 체스터 핀(Chester Finn) 스탠퍼드 후버연구소 시니어 펠로(前 미국 교육부 차관보) 등이 특별강연자로 참석한다. 최유강 대표는 “통일이 되면 320만명의 학령기 북한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

후원금 42억 손실난 K단체, 책임 놓고 갈등 공방

前회장 사후 이사회·사무국 갈등 표면화 42억 투입한 ‘선한이웃병원’ 파산 책임 서로 미뤄 社內 대폭 물갈이… “징계 조치” “보복성 인사” 대립 국내 대표 NGO 중 하나인 K단체(이하 K단체)가 고(故) 정정섭 회장 사후 극심한 내분에 시달리고 있다. 차기 회장으로 선임됐던 김영걸(54) 카이스트 교수는 올 1월 초 자진 사퇴했고, 이후 선교사로 재직 중이던 이성민(57) 캄보디아 지부장이 회장 업무대행이 됐다. 이성민 회장 업무대행은 올 2월 정기총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됐고, K단체 5개 법인(사단법인 K단체, 사회복지법인 K단체, (재)국제개발원, (재)섬김, (재)행복한나눔)의 회장이 됐다. 그 과정에서 정 회장 당시 총괄본부장이었거나 회장이었던 이들은 권고 사직을 당하거나 손해배상을 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지난 1일 윤희구(69) 사회복지법인 K단체 이사장은 언론사에 호소문을 보내 “사단법인 K단체 두상달 이사장은 사퇴하고, K단체는 공공 NGO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K단체 내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42억원 투입된 선한이웃병원, 책임은 누가 지나 이번 사태가 불거지게 된 데에는 42억원이라는 K단체의 후원금이 투입된 ‘선한이웃병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11월 K단체는 CCC(한국대학생선교회) 산하의 ‘아가페의료봉사단’이 단독 운영하던 선한이웃병원에 20억원을 투입하면서 공동 운영을 시작했고, 이후 수차례에 거쳐 총 42억원을 넣었다. 하지만 경영 상황은 계속 악화됐고 결국 지난해 ‘법인회생절차’까지 밟아 현재 운영이 정지된 상태다. 윤희구 사회복지법인 K단체 이사장은 호소문을 통해 “2008년 선한이웃병원에 경영 참여를 결정하면서부터 소란에 휩쓸리게 되었고, 급기야 두상달 이사장과 정정섭 회장은 그 책임을 지기로 했고 차기 이사장·회장이 선임될

사회적기업은 디자인 중요성 느끼고 디자이너는 또 다른 길 경험해 “모두 윈윈”

‘스프링’ 프로그램 도입한 디자인 회사 슬로워크 임의균 대표 1년 2번, 디자인 전공 대학생 선발해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활동 참여 ‘비영리단체와 디자이너, 모두 윈윈(win-win)할 순 없을까.’ 디자인 회사 ‘슬로워크’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스프링’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다. 스프링은 슬로워크가 1년에 두 번, 디자인 전공 대학생을 선발하는 ‘예비 디자이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다. 선발된 학생들은 두 달 동안 슬로워크 인턴으로 활동하며 디자인 실무를 경험하고, 이후 두 달은 파견단체(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4개월간 급여는 슬로워크가 부담한다. 조성도(사진 오른쪽·31) 슬로워크 디렉터는 “비영리단체·사회적기업엔 조직 내부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이고, 디자인 전공생들은 친환경·사회적 디자인이라는 ‘제3의 길’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기 스프링 프로그램에 선발돼 ‘열린옷장'(잘 입지 않는 정장을 가진 사회 선배들과 면접용 정장이 필요한 청년 구직자들을 연결하는 공유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이혜인(25)씨는 “사업 초기라 명함부터 소책자까지 다양한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고, 김소령 열린옷장 공동대표는 “디자인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업을 기획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6개 단체에 6명의 디자이너를 파견했고, 3기 ‘스프링’ 프로그램은 오는 6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탄생은 10년이 넘는 비영리단체와의 파트너십에서 비롯됐다. 임의균(사진 왼쪽·38) 대표가 회사를 창업한 2002년, 첫 고객이 비영리단체였다. “아름다운재단에서 공익광고 CF를 만든다고 1500만원 정도 예산을 책정했어요. 사실 그 돈이면 40초짜리 영상물에 음원, 더빙작업만 하면 끝이에요. 거기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 다른 스튜디오에서 퇴짜를 맞았나봐요. 제가 시민단체에서 디자인 작업도 했으니, 해줄 수 없겠냐고 찾아왔습니다.”(순수 회화를 전공했던

아프리카 분쟁지역 광물 쓰지 말자 미국發 규제, 한 달 앞으로 내 기업도 대책 분주

포스코·한전 등 8개 기업 사용여부 보고 위반 땐 상장 폐지 삼성전자·LG전자도 해외서 사용 규제 요청 거세 대비 중 미국발(發) 분쟁광물 규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12년 8월 미국증권거래위원회(이하 SEC)가 ‘미국의 모든 상장사는 분쟁광물 사용 여부를 보고해야 한다’는 세부 시행령을 공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EC에 상장된 한국기업들도 오는 5월 31일까지 의무적으로 ‘분쟁광물 사용 여부’를 보고해야 한다. 대상은 LG디스플레이, 포스코, 한국전력, SK텔레콤, KT,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총 8개사다. 대기업은 2년, 중소기업은 4년의 유예기간을 거치며 이를 위반하면 상장폐지까지 가능하다. 한편 미국 상장사는 아니지만, 삼성전자·LG전자와 같은 제조업 기반의 대미수출업체들도 해외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강해지면서 분쟁광물에 대한 대비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분쟁 국가 불법 채취 광물 사용 금지 이번 시행령에 따르면, DR콩고·수단·르완다 등 아프리카 10개 분쟁 국가에서 불법적으로 생산되는 주석·탄탈룸·텅스텐·금 등 4개 광물 사용이 규제된다. 이 중 탄탈룸은 휴대폰, PC 등 전자기기의 축전지에 사용되는 광물로, 아프리카 10개 국가의 매장량이 20%에 달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분쟁지역의 무장단체나 군벌이 전자부품 공급업체들이 분쟁광물을 팔아 돈을 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선 이 같은 규제 움직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14’에서 브라이언 크라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노동 착취나 유혈 분쟁에 연루된 소재는 쓰지 않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애플이 ‘공급자 책임 보고서’에 아이폰·아이패드 등 제품에 쓰이는 주요 광물을 채굴한

“10일 공청회… 사회적경제원 만들어 통합적인 정책 펼치도록 지원할 예정”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위 유승민 위원장 인터뷰 올해 1월 새누리당은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경제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유승민(3선) 위원장을 포함해 의원 18명 , 자문위원 19명, 4개 분과로 구성됐다. 지난달에는 여야 정당과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전문가 등이 모여 ‘전국사회적경제매니페스토실천협의회’를 출범, 새누리당에서는 유승민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신계륜 의원이 상임대표를 맡았다. 3일 오전 사회적경제언론인포럼(대표 김현대) 초청으로 유승민(사진) 새누리당 의원을 만났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제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진척 상황은 어떤가. “오는 10일 공청회를 연다. 정부 부처가 참여하지 않고, 특위에서 초안을 만들었다. 기재부는 협동조합, 안행부는 마을 기업,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 등 부처 간 칸막이 문제가 지적되고 있어서다. 사회적경제기본법에서는 ‘사회적경제원’을 만들어 통합적인 정책을 펼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총리실이 주도할 것인지 기재부가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독립 청을 만들지는 고민 중이다. 우선 ‘사회적경제’ 개념을 법에 명시했고, 공공 구매, 사회적금융 등 주요 내용도 포함했다. 설립 목적과는 달리 영리만 추구하고 있는 농·수·축협과 신협, 새마을금고도 기본법 적용 대상으로 고려 중이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사회적경제’의 개념이 궁금하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경제활동을 말한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지만, ‘경제’를 무시해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 A라는 가게가 아무리 좋은 사회적 가치를 말하더라도 매출이 ‘0’이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는 새누리당이 추구하는 ‘시장경제’와 맞닿아 있고, 더 강력하게 ‘사회적경제’를 추구할 이유도 된다. 경제활동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지 특정 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회적경제 가능성을 무엇으로 보나.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성장도

NGO 활동가부터 기업 CFO까지… 지금은 “주주 자본주의 뛰어넘는 대안 모델 꿈꿉니다”

[인터뷰] 임팩트 투자회사 D3쥬빌리 이덕준 대표 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까지 따지는 투자 방식美 사회적자본시장 Socap 콘퍼런스 돈과 가치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놀라 이덕준(49·오른쪽 사진)씨는 80년대엔 빈민운동 활동가로, 90년대엔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2000년대엔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재무이사(CFO)로 활약한 인물이다. 이씨는 2011년 임팩트 투자기관 ‘D3쥬빌리’를 설립, 국내외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까지 따지는 투자방식이다). 다채로운 이력의 그가 ‘임팩트 투자’의 선봉장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씨의 본격적인 사회생활은 NGO에서 시작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간사로 일하며 활동가의 꿈을 꿨지만 이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것. 그는 한국신용평가정보에 취업, 기업을 분석하는 업무를 4년간 맡았다. 이후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으로 1년간 유학길을 떠났고, 영국계 자산운용사 슈로드, 시티은행, 크레딧스위스(CSFB) 등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7년 반가량 일하며 자본주의의 첨단을 맛보았다. 이씨는 “투자은행에서 상무까지 올랐지만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인생의 전환점은 2005년 당시 중소 규모 벤처였던 G마켓과의 만남을 통해 시작됐다. G마켓은 성장세였지만 아직 손실이 나고 있었다. 그는 “중소 상인이 비즈니스를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사업 모델이 좋았다”면서 “특히 이익이 나기 전부터 ‘후원쇼핑’이란 서비스를 론칭, 고객이 해당 상품을 구입하면 일정 금액이 기부금으로 적립되는 모델을 만들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후원쇼핑은 판매자가 상품 등록 시 후원상품으로 설정하면 G마켓은 상품 전시 점수에 인센티브를 적용해 노출 우선권을

친환경 장난감에서 빈곤층 생계업으로… 커피 점토 부엉이의 꿈

커피점토 회사 ‘커피큐브’ 대표 임병걸 커피 만들고 남은 찌꺼기 식품첨가물 등 넣어 점토로 부엉이 공예품 ‘씨울’ 제작 화학제품·방부제 없는 점토 아토피 아이도 만질 수 있어 유치원·초등학교에 납품 지역자활센터와 연계해 재활용 전문가도 배출 예정 ‘수많은 카페에서 매일 배출되는 커피 찌꺼기는 어디로 갈까?’ 2008년 여름, 강남의 한 카페 앞을 지나던 임병걸(36·사진)씨. 그는 20㎏ 포대에 가득 담긴 ‘커피 찌꺼기’를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한 해 생활 쓰레기로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는 27만t,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9만2000t이 넘는 수준이다. 임씨는 이날부터 커피 찌꺼기와 동거를 시작했다. 퇴근 후엔 인근 카페에서 커피 찌꺼기를 수거해 방 안에서 말렸고, 주말엔 제약회사 연구실 한쪽을 빌려 말린 찌꺼기 재활용 실험을 했다. 밤 10시만 되면,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온다고 가족에게 핀잔을 듣는 것도 일쑤였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임씨는 3년간의 연구 끝에 커피 찌꺼기에 식품첨가물 13종과 물을 넣고 말려 뭉친 커피 점토를 만드는 데 성공, 2011년엔 커피 점토 분말 국내외 특허도 취득했다. 2012년엔 서울시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에서 최우수 수상작으로 뽑히면서 사회적 가치까지 인정받았다. 지난해 6월에는 8년간 근무했던 대기업 영업직을 그만두고 ‘커피큐브’를 창업, 커피 찌꺼기에 인생을 걸었다. “커피 큐브(커피 찌꺼기로 만든 네모 조각)는 찰흙이나 지점토, 비누 대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학교 미술 시간에 조각용으로 쓰고 버리는 비누가 1년에 10만 개 이상이라고 해요. 칼로 깎다 보면 위험하기도 하고, 잘못해서 먹을 수도 있잖아요. 커피 큐브는 사포나 줄로 모양을 간단히 만들

“서울·인천이면 세계에 통한다” 한국에 둥지 짓는 국제기구들

떠오르는 기부강국 한국, 강력한 IT 인프라까지 갖춰 서울·인천 국제기구 현황 한국인은 세계로 나가고, 세계는 한국으로 들어온다. 반기문 UN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에 이어 지난달에는 소재향(52·여)씨가 국제금융기구 세계은행(World Bank·WB)에서 공채 출신 한국인으론 최초로 국장급 간부가 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유엔본부·아태경제사회위원회(ESCAP)·세계식량계획(WFP) 등 59개 국제기구에 총 480명의 한국인이 진출해 있다. 한편 세계는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국제회의(300명 이상·5개국 이상·외국인이 40% 이상 참석, 3일 이상 일정이 이루어지는 회의) 개최 건수가 2001년 134건에 불과하던 한국은 2012년엔 569건으로, 싱가포르·일본·미국·벨기에에 이어 세계 5위를 달성했다. 2013년 12월에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과 세계은행 한국사무소를 인천 송도에 유치, 유럽·미주 지역에 집중된 국제기구 사무국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보인다. 더나은미래는 서울과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국제기구 현황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IOM·UNHCR 역할 커지고, WHO 문 닫고… 2007년, 국제이주기구(이하 IOM) 서울사무소는 한국대표부로 지위가 승격됐다. 10년간 한국 내 이주자 수가 급격히 많아졌기 때문이다. 2000년 6459건이었던 국제결혼은 2011년 19만5000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박미형 IOM 한국대표부 소장은 “이주민을 교육하고 정부와 함께 사회통합 캠페인을 벌이거나, 동남아 성(性)관광 반대 등 이주민 여성 강제 성매매 애드보커시(Advocacy) 활동을 한다”고 했다. 지난해 ‘난민법(난민신청자 절차적 권리 보장·난민인정자 처우 개선 등)’이 통과되면서 유엔난민기구(이하 UNHCR) 한국대표부와 함께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졌다. UNHCR이 법적으로 난민 지위를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면, IOM은 난민이 사회에 재정착하도록 돕는다. 2013년 한국 정부는 UNHCR 연간사업에 273만달러를 기탁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 추가로 320만달러를 기탁했다. 2014년부터 2016년 말까지

한 아이의 행복보다 지역 전체를 키워요

해외 후원 패러다임 바꾸는 비영리단체들 국제아동돕기연합 – “예쁜 아이들만 후원받더라” 후원 불균형 현상 고민하다 치료 급한 아이들 결연하는 ‘한 달에 한 생명 살리기’ 운영 1년에 최대 12명의 아동 도와 채리티워터 – 후원금 100% 우물 파기에 써 기부금과 운영비 따로 받아 조직 운영과정 투명성 확보 지구촌나눔운동 – 소득 증대, 지역 지도자 육성 베트남 가정 2103곳에 암소 지원하고 축산 교육 “얼굴이 예쁘고 잘생긴 아이들에게 후원금이 몰리더라고요. 유전자가 좋은 가정은 다섯 아이 모두 후원자가 있는데, 어떤 집은 아예 지원을 못 받는 불균형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2004년 설립된 토종 NGO 국제아동돕기연합 신세용 이사장이 5년 전, ‘해외아동 일대일 결연’을 없앤 이유다. 1년간의 고민 끝에, 새롭게 도입한 것은 ‘한 달에 한 생명 살리기 결연’. 당장 치료가 시급한 아이를 후원자와 결연을 하여, 의약품과 영양제 등 필요한 의료지원을 받게 해주는 후원방식이다. 1년이면 최대 12명의 아동을 돕게 된다. 탄자니아 아동건강관리센터(ECHC)에서 치료가 필요한 5세 미만의 아동으로 대상도 좁혔다. 내가 원하는 국가와 후원아동을 맘대로 정할 수 없기에 반발도 컸다. 1500명가량 되는 후원자에게 일일이 전화해 후원방법을 설명했지만 ‘왜 내 아이를 마음대로 바꾸느냐’, ‘그만 후원하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신 이사장은 “당시엔 단체에 큰 타격을 입은 결정이었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후원자는 3개월에 한 번씩, 지원했던 3명의 아이에 대한 ‘진료카드’를 피드백으로 받는다. 현재 ‘한 달에 한 생명 살리기 결연’에 참여하는 후원자는 1000명 정도다. 효율성에 대한 고민에서 사업은

[기업, 철학이 바뀐다] ② 황제 경영? 이 회사는 직원이 황제랍니다

기업, 철학이 바뀐다 ② 주성진 여행박사 대표 정년·비정규직 없는 회사 간부는 선거 통해 뽑아 3년 차부터 승진하려면 70% 넘는 지지율 필요 직원들 주인의식 생기니 파산선고 받았던 위기도 십시일반 23억 모아 탈출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법인카드 내역 공개 “이익 10%는 사회 환원” 복지기관에 여행 지원도 매년 가을이 되면, 팀장급 이상 간부를 직원 투표로 뽑는 회사가 있다. 2013년 총매출액 2000억원에 달하는 중견 여행업체 ‘여행박사’ 이야기다. 사장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말, 여행박사 신창연(51) 창업주는 79.2% 지지를 받아 대표직을 물러났다(그는 선거 공약으로 80%의 지지율을 내걸었다). 대신 당시 주성진(30·사진) 일본팀 패키지팀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사장이 직원을 뽑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사장을 뽑는 것이다. ‘오너의 황제 경영’에 대한 부작용이 세간의 이슈가 되는 지금, ‘기업, 철학이 바뀐다’ 시리즈 2번째 주인공은 ‘여행박사’다. 지난달 27일, 서울시 용산구 갈월동에 있는 여행박사 사옥에서 대표 취임 2개월 차에 접어든 주성진 대표를 만났다. 그는 19세라는 젊은 나이에 입사, 12년 동안 여행박사의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회사 경영 상황이 나빠져 연봉 1원 계약을 한 적도 있고, 1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은 적도 있다. 주 대표가 말하는 여행박사의 경영 철학은 ‘직원의 만족을 우선시한다’이다. 투표제도 여기서 출발했다. “설립된 지 3년쯤 됐을 때 사원 한 명이 팀장으로 승진했는데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있었습니다. 창업주가 ‘너희랑 일할 사람은 너희가 뽑아라’고 시작한 것이 간부 직선제의 계기죠.” 여행박사에서는 간부(팀장, 본부장, 이사,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