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일(금)

해외본사는 공정무역 훨훨 나는데, 왜 한국에선 전시만 할까

스타벅스 공정무역 커피 실태

조선일보 DB
조선일보 DB

“공정무역 커피, 주문할 수 있을까요?”

지난달 29일 오후, 기자는 서울시 마포구 홍익대 근처 스타벅스에서 ‘공정무역 커피’를 주문했다.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원두를 90% 이상 사용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종업원은 전시된 커피 원두 봉지를 가리키며 “전시용만 판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에게 “한국에서는 전국 640여 매장에서 ‘전시용’으로 포장된 공정무역 인증 원두만 판매하고 있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스타벅스는 2000년부터 공정 거래 기구인 ‘트랜스페어 USA(TransFair USA)’ 제휴, 공정무역 인증 커피를 지속적으로 늘려 왔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2012년 한 해 동안 공정무역 원두 4450만파운드(약 2만185t)를 구매했고, 단일 기업으로는 전 세계 최대 물량”이라면서 “전체 원두 구매량의 93%가 공정무역을 포함한 제3자 인증 제도를 거쳤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2015년까지 공정무역을 포함한 윤리적 구매 원두량을 100%까지 늘릴 계획을 밝혔다.

한국에서는 왜 ‘전시용’으로만 판매할까.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 태동 단계라 1년 중 5월과 10월 각 일주일씩만 ‘오늘의 커피’ 메뉴에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A 공정무역 단체 관계자는 “업계 관계자들은 스타벅스코리아의 공정무역 유통량은 1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며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하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커피 농장 농민이 아닌 기업이 높은 마진을 올리는 구조”라고 했다.

반면 영국 스타벅스는 지난 2008년, 에스프레소 음료를 제조하는 기본 음료용 원두에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영국 내 ‘윤리적 소비’에 대한 인식이 높아서다. 공정무역 제품은 선급금 제도(1년치 계약의 60% 비용을 미리 지불), 커피 농장 농민의 최저임금 제도 보장 등 윤리적 원칙에 따라 거래되기 때문에 일반 상품에 비해 비싸다. 제품 생산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계약에 대한 부담은 유통업체가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다. 1992년 해외 원조 단체인 ‘옥스팜’과 ‘크리스천 에이드’ 등이 모여 ‘공정무역재단(The Fairtrade Foundation)’을 설립한 지 20년째인 지난 2012년, 영국 소비자 중 78%는 ‘공정무역 인증 마크’를 인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무역 매출액 또한 15억파운드(약 2조6000억원)에 달했다(한국은 130억원에 불과하다).

이강백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대표는 “영국의 공정무역은 학교·교회·대학·기업 등 커뮤니티들이 조직적으로 동참하게 되면서 촉발됐다”면서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공정무역은 비용이 많이 들어 반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윤리적 소비’에 동참한다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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