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 교육’ 강의 듣고 건강·놀이법 배워 “며느리와 갈등 없이 손주 키우는 재미에 푹”

르포, 조부모의 손자녀 양육 현장 실제로 키워보니 10만원어치 기저귀 2주일 만에 다 써 어마어마한 양육비에 타던 차 소형차로 바꿔 시부모와 갈등 생겨 직장 관두는 여성 많아 어린이집 보낼 경우 최하 150만원 들어 문을 열고 들어서자 폭신한 담요 위에서 흔들리는 알록달록 모빌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나비가 움직일 때마다 아기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따뜻한 사람들, 기분 좋은 기운이 아기 주위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었다. “두 달 새 집안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아들 딸 키울 때랑은 느낌이 또 다르더라고요. 아기가 한 번 웃을 때마다 걱정이 하나씩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할아버지 이해영(61)씨가 손자 정원(1)이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리 안고 저리 안고, 좀처럼 품에서 떼어놓질 않는다. 기저귀·장난감·젖병 등 집안 구석구석 아기 용품이 가득했다. 부부 둘만 있을 때와는 달리, 이제는 보일러도 따뜻하게 땐다. 아기의 체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해영씨 부부는 관악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조부모교육 강의를 신청했다. 아들 내외가 맞벌이를 하는 터라 아기가 태어나면 직접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정원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전에 충분히 준비하고 싶었다. “예전에 우리 아이 키울 때랑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아이가 울 때는 어떻게 달래는 게 좋고, 어떤 걸 먹이는 게 좋은지, 제대로 알고 손주를 키우고 싶었어요.” 조부모교육은 총 3회에 걸쳐 진행됐다. 조부모의 삶과 건강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손자녀와 재미있게 놀이하는 방법, 양육 방식의 차이에 따른 갈등 사례를 토론하는 구체적인

[Cover Story] 난민에게 희망 전하는 ‘김종철·박진숙’ 부부

법률 지원으로 소송 돕고, 재능 지원으로 자립 기틀 마련 움켜쥔 인연보다 나누는 인연으로, 각박한 인연보다 넉넉한 인연으로 살았다. ‘왜’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돌이켜보니, 모든 순간이 마치 예정된 일처럼 소중하게 느껴진다. 머물 곳도, 돌아갈 곳도 없는 ‘난민(refugee,難民)’들에게 희망을 전한 지 벌써 7년. 만남은 용기를, 나눔은 행복을 가져다줬다. 김종철(42), 박진숙(39)씨 부부는 맘속에 차곡차곡 담아온 인연의 끈을 한 올 한 올 풀어내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남편이 낯선 손님들을 집으로 계속 데려오기 시작했어요. 몸집도 크고,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들이었죠. 알고 보니 박해를 피해 우리나라로 탈출한 난민들이었어요. 식구가 자꾸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어디론가 다시 떠나야 하는 아이들을 보면 입양을 고민할 정도였으니까요.” 전 세계 난민 수는 총 1050만 명(2009년 UN난민기구 통계)으로, 그 중 박해를 피해 우리나라로 들어온 난민신청자는 3300명(2010년 6월 말 기준)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중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들은 250명에 불과하다. 난민 인정 기준이 까다롭고, 법에 명시된 처리 기간이 없어 절차가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공익 변호사’ 김종철씨가 이들에게 눈을 돌린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탈북자·결혼이주여성 등 이주민의 권리옹호와 소송 절차를 돕는 중에 우리 사회의 절대적 약자는 바로 난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대부분의 난민 신청자들이 그 지위를 인정받기까지 2~3년 걸리고, 소송까지 갈 경우 5년 이상 소요됩니다.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이들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권리 외에 생계를 위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합니다. 당장 먹고 자는 것이 문제인데,

홍보·마케팅, 프로젝트 기획, 인권·안전 교육… ‘전문적 매개자’ 육성 위해 교육 지원 절실

NGO 역량강화 실태 실무자 설문 및 인터뷰 NGO 직원들의 역량강화… 기부자와 수혜자 모두 건강하게 만드는 일 직원의 역량강화 위해… 기업 마케팅·홍보전략 등 임직원 재능 나눔도 필요 직원의 역량강화는 곧 조직의 역량강화로 이어진다. NGO는 구성원의 확보와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조직이기에, 직원의 역량과 소신에 따라 업무의 성과가 좌우되곤 한다. 이에 본지는 2012년 NGO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키워드를 ‘역량강화’로 보고, 총 17곳 NGO 실무자들과 설문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설문 대상은 각 NGO의 정직원 수에 따라 초대형·대형·중형·소형으로 규모를 나눠 선정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NGO 실무자들의 고민은 한결같았다. 도움이 필요한 곳과 도움을 주려는 이들 사이의 연결, 즉 ‘능력 있는 매개자’ 역할에 대한 고민이었다.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마음, 따뜻한 시선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했다. 사회 변화의 흐름을 읽는 시각과 전문성을 키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이들 모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목말라 있었다. 직원의 역량강화를 위해 NGO가 가장 중시하는 교육은 역시 ‘모금(29%)’이었다. 사업을 전적으로 모금에 의존하는 NGO가 대부분인 만큼, 조직 내에 모금전문가를 키우려는 노력들이 눈에 띄었다. ‘홍보·마케팅·경영 및 조직 관리(24%)’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얼마나 성공적인 마케팅·홍보 전략을 세웠느냐에 따라 모금 효과가 달라지더라”면서 “최근 부쩍 마케팅 교육에 투자하는 NGO들이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모금 단체에 대한 신뢰 문제가 한창 이슈가 된 만큼, 조직 재정의 투명성에 가치를 두고 ‘회계·재무’ 교육을 중시하는 NGO도 17%에 달했다. ‘사업계획서 작성법·프로젝트 기획(14%)’교육에

칫솔·치약 기부하고… 치위생 교육도 전개해

동남아 소수민족 어린이 위한 치위생 프로젝트 ‘치카치카’ 국제협력단서 활동했던 한정화·오동준씨 라오스 오지 마을 찾아 “칫솔·치약 처음 쓴 아이들 잇몸에서 피 흐르더군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던 작은 마음이 라오스 산골 마을에 희망을 전달했다. ‘치카치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두 청년의 이야기다. 국제협력단(KOICA) 협력요원으로 활동했던 지난 2년 6개월이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됐다. 한정화(27)씨는 몽골에서, 오동준(32)씨는 라오스에서 나누는 기쁨을 배우고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소외된 이웃을 향한 마음은 이들을 다시 뭉치게 했다. 라오스 산골 마을 아이들을 위한 치위생 교육 프로젝트를 계획한 것이다. “치위생 교육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이었어요. 칫솔을 받아들고 이를 닦자마자 잇몸에서 피가 흐르더군요. 그래도 활짝 웃는 아이들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동준씨는 코이카 단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자비로 칫솔 800개와 치약 200개를 라오스 남부 카시 및 푸쿤 지역의 소수민족 마을에 기증을 했다. 청년 한 명이 일군 첫 번째 치카치카 프로젝트였다. 더 많은 아이를 돕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1월 말, 라오스 소수민족 9개 마을에 칫솔 치약을 기부할 계획을 세운 이들은 제일 먼저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컴퓨터 디자인학을 전공한 정화씨가 든든한 후원군이 돼줬다. “일반 시민들이 보다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도록 소셜 사이트 ‘업스타트’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죠.” 이틀 동안 약 50명의 시민들이 기부에 동참해 250만원을 후원했다. 지난 1월,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 청년작가로 뽑힌 동준씨는 라오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엽서로 제작해, 수익금을 기부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올해도 희귀 난치 환자 지원 등 계속 돼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올해 희귀 난치성 질환자들의 치료비, 의약품 지원과 함께 자살 예방사업을 더욱 강화해 자살 시도자의 상담을 유도하는 긴급 상담전화를 전국 자살 다발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치매환자를 위해서도 5개의 데이케어센터를 추가로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올해 16개 생명보험사들은 재단에 총 163억원을 출연했다. 삼성생명 기획2팀 이길호 팀장은 “생명보험사들이 출연한 기금이 재단을 통해 저출산 해소와 희귀 질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면서 더 많은 지원을 약속했다. 교보생명 전사마케팅기획팀 김욱 상무는 재단이 소외된 계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생명보험회사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더욱 기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대한생명 경영기획팀 도만구 팀장 역시 “앞으로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음지에서 고통받는 분들에게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길 바란다”며 응원을 보냈다.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어린이집… 전국 4곳에서 새싹 틔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올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약 100억원 투자로 구로·오산·이천·광주에 국·공립어린이집 건립키로 한국의 국·공립 보육시설 日·獨보다 현저히 떨어져 어린이집 건립 시급해 “5세 이하 어린이들이 갈 곳을 잃었습니다. 아파트만 크게 지으면 뭐합니까. 가구수에 비해 아이들이 걸어서 등원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한데요.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입소가 어렵습니다.” 지난해 10월 구로구 천왕동의 한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김현우(33)씨가 주거와 보육 현실의 모순을 지적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현우씨가 입주한 아파트 6개 단지에는 총 350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그 중 0~5세 아동의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500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각 단지에 마련된 어린이집 정원은 20~42명에 불과하다. 이는 주택 건설 기준에 드러난 허점 때문이다. ‘주택 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55조 4항에 따르면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상시 21명 이상, 5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상시 40명 이상의 영·유아 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가구 수가 3000을 훌쩍 넘는 공동주택의 경우 어린이집 규모를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하지만, 주택 건설 사업 주체들은 법 위반이 아니니 40명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는 답변만 늘어놓는다. 그러나 민간 어린이집을 늘리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운영시간이 학부모의 출·퇴근 시간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이용료는 소득 상위 30% 가정의 경우 월 22만원(만 4세 기준)으로 하위 70%는 특별활동비만 낸다. 월 40만~50만원을 받는 민간 어린이집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유아 나이가 0세(소득 상위 30%

환경파괴범 커피 찌꺼기, 거름으로 변신

버섯재배키트, 버섯종균이 카페인 분해 사무실 안은 고소한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책상, 선반 등 곳곳에 놓인 작은 상자 속에서 느타리버섯이 고개를 내밀었다. ‘꼬마농부’ 이현수 대표가 어깨에 메고 있던 커다란 자루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루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고 묻자, “커피 찌꺼기”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커피를 내릴 때 커피콩의 0.2%만 사용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나머지 99.8%는 이렇게 자루 안에 담겨 버려집니다. 일반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쓰레기와 함께 매립되는 것이죠. 이렇게 매립된 커피 찌꺼기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위험이 20배 이상 높은 메탄가스를 배출합니다.”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의 수는 약 9500개, 매장당 하루 커피 찌꺼기 배출량은 20㎏에 달한다. 연간 7만 톤에 달하는 커피 찌꺼기가 생활쓰레기로 매립되고 있다. 이 대표는 매일 인근 커피숍을 돌며 커피 찌꺼기를 자루 가득 담아오고 있다. “커피 찌꺼기 활용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커피 찌꺼기로 버섯농사를 짓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노하우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지만 영업비밀이라더군요. 그때부터 독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골방 한쪽에 커피 찌꺼기를, 다른 한쪽에는 버섯 관련 서적을 쌓아두고 실험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커피 찌꺼기에 버섯 종균을 넣고 발아시킨 뒤, 어떤 환경에서 느타리버섯이 가장 잘 자라는지 관찰했다. 최적의 배합조건, 배양 일수, 습도를 찾는 데 1년이 걸렸다. 방제를 위한 다른 약품을 가미했다면 시간을 단축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커피 찌꺼기만을 100% 재활용했고, 마침내 ‘지구를 구하는 버섯친구(www.0farmers.com)’란 이름의 버섯재배키트를 완성했다. “버섯은 죽은 나무나 낙엽, 동식물을

옥상텃밭 가꾸며 이웃과 소통… 회색빛 도시가 웃는다

더불어 사는 사회 일구는 ‘도시농업’ 집 안에서 텃밭 가꾸는 전 세계 도시농부 8억명 세류1동 주민센터는 옥상 재배 시작하면서 떠난 주민들과도 화합 SK청솔노인복지관은 직접 키운 유기농 야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 최근 ‘도시농업’이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곳곳에 텃밭, 옥상농원, 상자 재배, 베란다 텃밭 등 다양한 형태의 ‘씨티팜(City Farm)’이 등장하고 있다. 몬트리올에는 약 8200곳의 텃밭이 있으며, 뉴욕에는 옥상 텃밭을 둔 빌딩이 600개에 달한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 ‘도시농부’의 수가 8억명에 육박할 정도로, 다양하고 생산적인 여가활동에 대한 도시인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사회의 변화와 도시인의 욕구에 따라 조금씩 다른 형태로 발전돼왔다. 안전한 먹거리를 직접 재배하고 소비하던 초기 도시농업의 ‘생산적’ 역할은 점차 사회가 요구하는 경제적·생태적 기능으로 확대됐다. 농업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 정명일 박사는 “옥상텃밭과 벽면녹화를 병행하면 냉난방비를 30%까지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배 면적 100㎡(30평)당 성인 2명이 1년간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제공한다”면서 삭막한 도시환경 개선에 기여한 도시농업의 역할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요즘 새롭게 대두하고 있는 21세기 도시농업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 언급했다. 자기 먹거리만을 재배하던 개인적 활동에서 이웃과 함께 가꾸고 나누는 공동체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세류1동 주민센터는 지난해 4월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방문객이 없어 한가롭던 이곳에 주민들이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일 년에 한 번도 오지않던 주민들이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주민센터에 얼굴을 보인다. 한천희

‘꼬마농부 되어보기’로 수학능력 향상에 식습관 개선까지…

학습능력·사회성 돕는 ‘도시 농업’ 교육 작은 시도가 커다란 변화를 낳았다. 서울시 양천구 신월3동에 위치한 ‘구립 파란들 어린이집’ 이야기다. 지난해 3월, 어린이집 입구에 작고 아담한 화단이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유인숙 원장이 아이들의 애정과 손길이 담긴 1.5평 남짓한 텃밭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처럼 옥상과 마당이 없고, 규모가 작은 어린이집은 원예 프로그램을 시도할 엄두를 못 내요. 저도 이번 ‘꼬마농부 되어보기’ 프로젝트를 통해 실내외 협소한 공간에서도 텃밭을 가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배웠습니다.” ‘꼬마농부 되어보기’ 프로젝트는 농업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이 연구 개발한 원예 프로그램이다. 연구팀은 유치원 교육과정을 분석해 지난 2009년부터 유아의 탐구, 언어, 수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2011년 파란들 어린이집에서 상자텃밭, 자루 농법 등을 활용해 수학적 학습 체계를 접목한 원예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씨앗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그 개수를 세면서, 아이들이 10 이상의 수를 자연스레 더하고 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씨앗을 심는 과정에서는 한 뼘과 한 줌이 다른 단위라는 것과 한 되, 한 척 등 다양한 측정 방법을 배웠습니다. 무늬의 배열을 관찰해 식물생장과정을 예측하는 대수의 규칙성도 익혔고요.” 이번 연구를 진행한 농업진흥청 정순진 박사는 “6개월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대조군으로 선정한 인근 어린이집 아동들과 수학능력을 비교해봤다”면서 “수와 연산, 규칙성, 측정 등 파란들 어린이집 아이들의 실력이 월등히 향상된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비단 수학능력 향상뿐만 아니다. 권나현 담임선생님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가장 큰 변화는

마을비즈니스_지리산 매동마을

한옥 민박·할머니 손맛으로 둘레꾼 마음 사로잡아 안개 사이로 하늘에 맞닿아 있는 지리산이 눈에 들어왔다. 군데군데 얼음을 깨고 차갑게 흐르는 개울을 옆에 끼고,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울창한 소나무 숲을 뒤로 두르고 남쪽으로 자리를 잡은 아담한 마을이 나타났다. 매화를 닮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 ‘매동마을’. 겹겹이 포개진 푸른 기와지붕 아래로 할머니들의 구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다들 마음이 맑고 따뜻한가 봐. 우리 마을 찾은 손님들이 다들 그랬거든. 민박을 시작하고 마을 주민들 얼굴이 환해졌어. 매일 아들, 딸을 만나는 느낌이 든데.” 이영수 마을추진위원장과 함께 느린 걸음으로 마을 모퉁이를 돌았다. 그는 마을 곳곳에 세워진 안내판을 가리키며 매동마을에 얽힌 이야기를 한 올 한 올 풀어냈다. “2005년에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선정한다는 이야길 듣고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빙 둘러앉았어. 그리고 우리 주변에 활용 가능한 자원들을 하나 둘 모아봤지. 목기그릇, 고사리, 변강쇠공원, 신라고찰 실상사, 거기다 지리산까지. 그렇게 적다 보니 우리 마을만큼 체험마을로 제격인 곳이 또 없더라고. 사업비 2억원을 받아서 목기체험관을 설치하고 두부 만들기, 떡 메치기, 짚신 꾸러미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지.” 그리고 이듬해 4월 매동마을 앞으로 지리산 둘레길이 열리면서 외부 손님의 발길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만든 주차장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직행버스나 자동차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생긴 덕분에 매동마을이 둘레길 시작점이 됐다는 이야기다. “둘레길에 차 세울 공간이 없으니 다들 저 도로 밑에까지 주차를 하더라고. 보기도 안 좋고 사고

공동체 육아 ‘가족품앗이’

이웃끼리 자녀 돌봐… 엄마는 친구가 아이들은 형제가 생겼어요 매주 돌아가면서 품앗이 프로그램 기획, 각자 재능 나누며 보람도 여성가족부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연령대에 맞게 연결 지원… 품앗이 장소 제공도 “작은 용기가 아이들에겐 또 하나의 가족을, 엄마들에겐 둘도 없는 친구를 만들어줬어요. 이젠 급한 일 때문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없습니다. 교육 관련 정보를 몰라 불안해할 필요도 없어졌고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 털실·단추·스티커를 들고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그만 손이 움직일 때마다 눈사람 얼굴에 눈과 귀가 그려지고, 알록달록 옷이 입혀졌다. 지난 1월 7일 부산시 사하구에서 가족품앗이(‘파워레인저’)를 하고 있는 네 가족의 토요일 오후 모습이었다. 인터넷 ‘맘(Mom)카페’에 올라온 글귀 하나가 이들의 만남을 이끌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엄마들끼리 모여보자는 글이었죠. 사실 많이 망설였어요. 처음 보는 엄마들과 과연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이 됐거든요.” 박미란씨가 첫 모임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벌써 3년째,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 다양한 체험과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 여성가족부에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운영하고 가족품앗이 그룹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모임의 체계가 잡혀가기 시작했다. 가족품앗이란 이웃에 사는 사람들끼리 자녀 돌봄, 자신이 가진 노동력·물품 등을 교환하는 모든 형태를 말한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지역사회 가족들이 서로 품을 나누는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품앗이 장소를 제공하고 각 그룹에게 소정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3~11월까지 총 3만6976명이 가족품앗이를 진행했고, 8만1511명이 공동육아나눔터를 이용했다. 박건화씨는 “가족품앗이를 하면서 엄마들이

“빗물에 대한 편견 버리세요 깨끗하고 안전한 물입니다”

30년간 빗물 연구해온 ‘빗물 박사 ‘ 무라세 마코토 “빗물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빗물이 홍수를 유발하고 처리하기 어려운 물이란 건 잘못된 편견입니다. 빗물을 어떻게 모으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주민들의 삶의 질과 물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빗물을 ‘하늘이 내린 생명수’라고 부르죠.” 지난해 11월 14일, 경남 고성에서 당대 최고 ‘빗물 박사’ 무라세 마코토씨를 만났다. 그의 표정, 눈빛, 말투 전부에서 빗물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30여년간 빗물 활용을 연구해 온 무라세 박사는 ‘빗물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전 세계 빈곤 국가들을 찾아가 빗물 활용으로 식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연구 및 전수하고 있다. 2002년엔 세계의 역사를 바꿀 연구자로서 롤렉스상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선정하는 ‘미래를 바꿀 80인’에 선정됐다. 2012년 도쿄의 새로운 심벌이 될 ‘도쿄스카이트리(634m)’에 설치되는 2635t의 지하 빗물탱크 역시 그의 작품이다. 오염된 물에 질병 시달리는 방글라데시에 빗물공장 세워 전세계 빈곤 국가 돌며 빗물로 식수 해결하는 법 알려 “80년대 초반, 도쿄 스미다구에 빗물이 자꾸 역류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빗물이 흡수될 수 있는 땅이 사라지고 콘크리트가 들어오면서 빗물이 숨을 쉴 공간이 없어졌던 거죠. 당시 스미다구 말단 공무원이던 제가 구청장을 찾아가 설득을 거듭했습니다. 당장 빗물 저장소와 빗물 활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요.” 그의 노력은 곧 결실을 맺었다. 1984년, 스미다구에 빗물 1000t을 저장할 수 있는 일본 최초의 빗물저장탱크가 설치됐고, 500㎡ 이상의 모든 건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