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홍보·마케팅, 프로젝트 기획, 인권·안전 교육… ‘전문적 매개자’ 육성 위해 교육 지원 절실

NGO 역량강화 실태 실무자 설문 및 인터뷰
NGO 직원들의 역량강화… 기부자와 수혜자 모두 건강하게 만드는 일
직원의 역량강화 위해… 기업 마케팅·홍보전략 등 임직원 재능 나눔도 필요

직원의 역량강화는 곧 조직의 역량강화로 이어진다. NGO는 구성원의 확보와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조직이기에, 직원의 역량과 소신에 따라 업무의 성과가 좌우되곤 한다. 이에 본지는 2012년 NGO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키워드를 ‘역량강화’로 보고, 총 17곳 NGO 실무자들과 설문 및 인터뷰를 진행했다. 설문 대상은 각 NGO의 정직원 수에 따라 초대형·대형·중형·소형으로 규모를 나눠 선정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NGO 실무자들의 고민은 한결같았다. 도움이 필요한 곳과 도움을 주려는 이들 사이의 연결, 즉 ‘능력 있는 매개자’ 역할에 대한 고민이었다.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마음, 따뜻한 시선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했다. 사회 변화의 흐름을 읽는 시각과 전문성을 키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이들 모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목말라 있었다.

미상_사진_NGO직원역량강화_직원들_2012직원의 역량강화를 위해 NGO가 가장 중시하는 교육은 역시 ‘모금(29%)’이었다. 사업을 전적으로 모금에 의존하는 NGO가 대부분인 만큼, 조직 내에 모금전문가를 키우려는 노력들이 눈에 띄었다. ‘홍보·마케팅·경영 및 조직 관리(24%)’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얼마나 성공적인 마케팅·홍보 전략을 세웠느냐에 따라 모금 효과가 달라지더라”면서 “최근 부쩍 마케팅 교육에 투자하는 NGO들이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모금 단체에 대한 신뢰 문제가 한창 이슈가 된 만큼, 조직 재정의 투명성에 가치를 두고 ‘회계·재무’ 교육을 중시하는 NGO도 17%에 달했다.

미상_그래픽_NGO직원역량강화_중시교육_2012‘사업계획서 작성법·프로젝트 기획(14%)’교육에 관심을 갖는 NGO도 많았다. 이는 NGO와 기업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 변화였다. 실제로 많은 NGO들이 기업에 프로그램 제안서를 제출하고, 기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고충도 많았다. “기획안을 작성할 때 도움이 필요한 사람보다는 ‘펀더(funder, 자금제공자)’의 입장에서 일을 하게 되더군요. 수혜자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열심히 기획하고도, 펀더의 입맛에 맞지 않아 포기한 제안서가 수두룩합니다.”

그 밖에 ‘콘텐츠 및 지역개발’, ‘온라인·SNS’, ‘인권·성희롱예방·안전교육’에 중점을 두는 NGO도 각각 10%, 4%, 2%를 차지했다.

설립 초기, NGO 활동가들은 외로운 싸움을 했다. 콘텐츠 개발부터 프로그램 기획, 강사 섭외, 모금, 홍보까지 한 명의 직원이 전부 도맡아 하던 시스템이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업무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팀을 나누고, 직무 분석에 들어갔다. 조직이 안정되자, 직원 역량강화 교육도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설문에 참여한 모든 NGO가 내부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굿네이버스는 내부 인재개발팀을 중심으로 승진자·관리자·해외파견자 교육을 따로 진행하고, 일정 기준에 따라 직원의 언어 및 대학원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월드비전은 직원들이 자기계발계획서를 작성하면, 일 년에 세 번 리더들이 그 진척사항을 점검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아대책은 기혼자를 대상으로 연 2회 가정생활세미나를 진행해 직원의 가족생활을 돕고 있으며, 컴패션은 내부 구성원들의 고민을 상담하고 이들을 케어하는 전문가(Specialist)를 따로 두고 있다.

외부 강사를 초빙(95%)하거나, 타 기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곳(76%)도 많았다. 대부분 업무와 관계된 외부 강의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쁜우리월드처럼 웃음치료, 응급처치, 생활 재테크 등 조직문화개선을 위한 교육에 적극적인 단체도 있었다. 어린이재단과 해비타트는 사내강사를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외부 교육에 참여한 직원은 다른 이들에게 교육 내용을 공유하고, 내부 교육 강사로 활동한다.

조직 역시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교육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싶다. 그러나 비용과 시간적 한계가 발목을 잡는다. 양질의 외부교육 비용은 70만~100만원 수준, 4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초빙 강사도 있다. 설문에 참여한 NGO 17곳이 직원의 역량강화를 위해 편성한 예산은 1인당 평균 15만원으로, 2009년에 산출된 500대 기업의 1인당 평균 교육비(50만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직원 역량강화를 위해 모금액을 사용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교육 시간을 업무의 연장으로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직원 한 명이 맡은 업무량과 강도가 상당하기 때문에, 대다수가 교육에 참여할 엄두를 못 낸다. 이에 몇몇 NGO에서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스터디를 조직해, 새벽에 함께 모여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NGO 직원 역량강화는 기부자와 수혜자를 동시에 건강하게 만든다.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NGO 실무자들의 모습.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제공
NGO 직원 역량강화는 기부자와 수혜자를 동시에 건강하게 만든다.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NGO 실무자들의 모습.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제공

NGO 직원들의 역량강화는 기부자와 수혜자 모두를 건강하게 만든다. 건전하고 따뜻한 사회를 위해 정부·기업·NGO·일반시민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17곳의 NGO 실무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일단 매개자로서의 우리 역할에 충실해야겠지요.” 소통과 나눔이 원활해지면 신뢰는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 방향을 찾는 건 어떨까요. 인식 전환을 위한 고민과 노력은 계속돼야 합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기업의 마케팅, 홍보 전략을 배우고 싶어 하는 단체가 많습니다. NGO 역량강화를 위한 임직원의 재능 나눔도 CSR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NGO 간의 소통이 부족하단 지적도 나왔다. 정기적으로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NGO에 특화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공공기관, 기업, 학교, NGO, 시민들이 서로 협력할 때, 우리 모두가 바라는 ‘더 나은 미래’에 한 발짝 먼저 다가설 수 있습니다.” 그들의 희망이 이뤄지는 순간이 더 빨리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설문에 참여한 NGO 명단: 구세군, 국제옥수수재단, 굿네이버스, 굿피플, 기쁜우리월드, 기아대책, 메디피스, 아시아협력기구, 어린이재단, 월드비전, 월드투게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은평천사원, 세이브더칠드런, 컴패션, 하트하트재단, 한국해비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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