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 어린이집… 전국 4곳에서 새싹 틔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올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약 100억원 투자로
구로·오산·이천·광주에 국·공립어린이집 건립키로
한국의 국·공립 보육시설 日·獨보다 현저히 떨어져 어린이집 건립 시급해

“5세 이하 어린이들이 갈 곳을 잃었습니다. 아파트만 크게 지으면 뭐합니까. 가구수에 비해 아이들이 걸어서 등원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한데요. 특히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 입소가 어렵습니다.”

 안심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확충이 시급하다. 구립 어린이집에서 전통 악기 연주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 모습.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안심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확충이 시급하다. 구립 어린이집에서 전통 악기 연주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 모습.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지난해 10월 구로구 천왕동의 한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김현우(33)씨가 주거와 보육 현실의 모순을 지적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현우씨가 입주한 아파트 6개 단지에는 총 350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그 중 0~5세 아동의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500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각 단지에 마련된 어린이집 정원은 20~42명에 불과하다.

이는 주택 건설 기준에 드러난 허점 때문이다. ‘주택 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55조 4항에 따르면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상시 21명 이상, 5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는 상시 40명 이상의 영·유아 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가구 수가 3000을 훌쩍 넘는 공동주택의 경우 어린이집 규모를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하지만, 주택 건설 사업 주체들은 법 위반이 아니니 40명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는 답변만 늘어놓는다.

그러나 민간 어린이집을 늘리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운영시간이 학부모의 출·퇴근 시간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이용료는 소득 상위 30% 가정의 경우 월 22만원(만 4세 기준)으로 하위 70%는 특별활동비만 낸다. 월 40만~50만원을 받는 민간 어린이집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유아 나이가 0세(소득 상위 30% 가정 기준, 38만원)부터 5세(16만원)로 올라갈수록 보육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민간 어린이집의 경우 3세 이상 아동은 잘 받지 않는다.

미상_그래픽_국공립어린이집_비중_2012운영시간도 문제다. 영유아보육법이 규정하는 어린이집의 법정 보육시간은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다.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를 받는 국·공립 어린이집과 달리 민간의 경우 이를 잘 지키지 않고 규제도 어렵다. 현우씨는 “민간 어린이집은 오후 5시만 되면 전화를 걸어 ‘다른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댁의 자녀만 혼자 남아있다’며 무언의 압박을 넣기 일쑤다. 차량 운행을 하지 않거나 야간 연장제를 거부하는 곳도 많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 정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공립 보육시설의 비중은 5.3%(시설 수 기준)로 일본(58.5%), 독일(40%), 스웨덴(75%)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서울시 보육 포털에 따르면 연간 10여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이 신규 건립되고 있지만, 서울시만 봐도 그 누적 대기자수가 16만7000명(2010년 말 기준)을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올해 약 100억 원을 들여 국·공립생명보험어린이집(생명보험어린이집)을 건립, 운영하기로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 부모들의 고민을 덜어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재단은 전국 공모를 통해 서울 구로구, 경기 오산시, 경기 이천시, 광주 남구 등 4개의 자치단체를 선발했다. 10월이면 전국에 있는 4개의 생명보험어린이집이 모두 문을 연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어린이집 건축에 사용되는 모든 내장재에 친환경 자재를 이용, 탄소 배출을 줄이는 청정에너지 설비도 구축할 계획이다. 유기농 급식은 물론 수준 높은 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시형 이사장은 “올해도 재단이 복지 현장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겠다”며 2012년 재단 사업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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