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5일(목)

[키워드 브리핑] 대기 중 탄소 잡는 ‘탄소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이 뜬다

대기 중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탄소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이 넷제로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DAC는 대형 팬에 공기를 통과시켜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내는 기술이다.

DAC 기술 보유 스타트업 ‘노야(Noya)’는 11일(현지 시각) 1100만달러(약 144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헤지펀드 GMO의 창업자 제레미 그랜섬도 DAC 스타트업 ‘서스테라(Sustaera)’에 1000만달러(약 131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세계 각국 정부도 DAC 지원하고 나섰다. 미국은 DAC 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세액공제 정책인 ‘45Q 텍스 크레딧(Tax Credit)’을 개정해 탄소배출 감축 시 세금 혜택을 부여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20년 예산 118억달러(약 15조4600억원)를 10개년 DAC 연구 프로그램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탄소직접공기포집(DAC) 스타트업 클라임웍스(Climeworks)는 아이슬란드에 세계 최대 규모 탄소 포집·저장시설 ‘오르카(Orca)’를 설치했다. /클라임웍스

DAC는 대기에 누적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로, 탄소 포집 기술로 알려진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과는 차이가 있다. CCUS는 석유화학·시멘트 공장이나 대규모 산업 시설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 저층에 저장하거나(CCS), 합성가스·고분자화합물·벽돌 등으로 변환시켜 활용(CCU)하는 기술이다. CCUS 설비는 탄소가 배출되는 공장 굴뚝이나 석탄발전소에 설치된다. 반면 DAC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식이기 때문에 여러 장소에 설치할 수 있다. DAC를 통해 포집된 탄소는 영구 저장되거나 합성항공유 등의 연료와 건축자재, 탄산음료에 사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8개의 DAC 시설이 캐나다, 유럽, 미국에서 가동되고 있다. DAC 상용화에 나선 대표적인 민간 기업들은 캐나다의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 미국의 ‘글로벌서모스택(Global Thermostat)’, 스위스의 ‘클라임웍스(Climeworks)’ 등이다. 특히 클라임웍스는 지난해 기준 6억5000만달러(약 8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한해 DAC 기술을 통해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20만t이다.

IEA는 오는 2030년 DAC 기술로 이산화탄소 1억340만t을 포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DAC가 갖는 효율성, 경제성 등의 한계를 돌파했을 경우다. 현재 DAC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권이균 공주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겸 한국CCUS추진단장은 “석유화학·시멘트·화석연료공장 등 흔히 다배출원이라고 불리는 시설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에는 이산화탄소량이 10% 이상 포함돼 있다”며 “반면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현저히 옅은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2040 탄소중립을 약속한 국가들은 당장 대량으로 배출되는 탄소량을 줄이는 게 시급하기 때문에 DAC보다는 CCUS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인 한계도 있다. 탄소 포집 기술은 포집 단가를 기준으로 정량적 비교를 할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산업 분야에서 포집하는 이산화탄소 단가는 1t당 30~70달러(약 4만~9만원)다. 반면 DAC 기술을 활용해 이산화탄소 1t을 포집하는 비용은 200~400달러(약 26만~52만원)에 달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피해 저감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DAC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지구온난화 현상은 과거에 배출된 온실가스가 축적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DAC를 통해 대기 중 탄소를 줄여나가야 온난화가 심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DAC에 대한 연구개발이 꾸준히 이뤄져 기술 수준이 향상되면 탄소 포집 효율성은 오르고, 포집 비용은 자연스레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EA는 2030년 탄소 포집 단가가 1t당 100달러(약 13만원) 이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이균 교수는 “석탄화력발전소·LNG 시설 등 산업배출원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CCUS를 통해 감축할 수 있지만, 인간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탄소까지 다 포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궁극적으로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기 중에 있는 탄소까지 포집하는 DAC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탄소중립과 관련된 각국의 정책적 기조만 유지된다면 상용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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