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키워드 브리핑]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키워드 브리핑]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침수 위험” 해안가 부자들, 고지대로 이동 … 구도심 원주민들 밀려나

 몇 년 전부터 국내외 언론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낙후한 구도심에 고급 주거 지역이나 상권이 조성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래 거주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는기후 젠트리피케이션(Climate Gentrification)’이라는 말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가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미쳐 원주민이 주거지에서 내쫓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 주 남동부의 마이애미 비치(Miami Beach). ⓒGetty Images Bank

제스 키난(Jesse M. Keenan) 박사가 이끄는 하버드대 연구팀은 지난 4기후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닷가 주거지의 침수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해안가 고급 주택에 살던 부유층이 고지대로 이동해 기존 주민들을 밀어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는 게 논문 요지다.  

연구팀은 플로리다주 남동부 해변 지역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Miami-Dade County)를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 사례로 다뤘다. 이 지역에서도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두드러지는 곳은 마이애미 비치(Miami Beach)와 리틀 아이티(Little Haiti).

마이애미 비치는 미국의 대표적 휴양지이자 샤키라, 리키 마틴, 제니퍼 로페즈 등 팝 스타들이 사는 부자 동네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마이애미 비치를 미국 내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지목해왔다. 최근참여 과학자의 모임(the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2045년까지 마이애미 비치의 12000가구가 해수면 아래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아이티 이주민 집단 거주지인 리틀 하이티는 마이애미 비치로부터 약 12km 떨어진 내륙에 있는 데다, 고도가 마이애미 전체 평균보다 1.5~2배가량 높아 상대적으로 침수 위험이 적다. 마이애미 비치의 부유층이 리틀 아이티에 눈독 들이는 이유다. 지역 신문 마이애미 뉴 타임스(Miami New Time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동안에만 리틀 아이티의 평균 월세는 13%가 뛰었다. 현재 리틀 아이티 원주민들은 솟구치는 주택·가게 임대료를 내지 못해 수십 년 일궈온 터전을 떠나고 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유럽에서 벌어진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도 소개했다. 하나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사례다. 마이애미와 마찬가지로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위험이 커지면서 주택 보험료, 주택 유지비, 교통비 등 전반적인 생활비 부담이 늘어나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주민만 남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도시를 떠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녹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했다. 녹지 덕분에 생활환경이 개선됐고 이로 인해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경우다. 연구팀은 코펜하겐 사례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시설과 인프라 구축에 따른그린 젠트리케이션(Green Gentrification)’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지역의 높낮이뿐 아니라 ▲그늘지고 바람이 통하는가 ▲깨끗한 수자원이 확보됐는가 ▲지질학적으로 안정됐는가 ▲생물 다양성이 보장됐는가 ▲공해로부터 안전한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가 등의 조건이 부동산 시장 가치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 취약 계층의 보금자리를 위협할 수 있으므로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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