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국채를 녹색채권으로 전환해 환경 보호에 투자하는 ‘DNS(Debt for nature swap·자연부채교환)’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는 21일(현지 시각) “유럽투자은행이 올해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DNS를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DNS는 국제금융기관, 국가, NGO 등에서 개도국의 채권을 인수하고, 인수금액의 일정 비율만큼 환경보호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이를 테면 NGO가 개도국의 국채를 인수해 금융기관에 양도하고, 금융기관에서는 국채를 담보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식이다.
최초의 DNS 체결은 1987년 세계자연기금(WWF)-국제자연보호협회(TNC)와 에콰도르와 간에 이뤄졌다. 이후 35년간 약 140건이 체결됐다. 1991년에 미국이 폴란드 채권을 DNS로 인수한 이후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가 2021년 중미 국가 벨리즈와 TNC가 약 6억달러의 DNS를 체결하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제 금리 상승에 따른 개도국의 부채 부실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에는 크레디트스위스와 에콰도르가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물다양성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DNS를 맺었다. 규모는 16억달러(약 2조원) 수준이다. 램지 이싸 크레디트스위스 상무이사는 “이번 계약이 환경 투자의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투자은행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5~10국과 DNS 체결을 계획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앙골라, 케냐, 나이지라, 우간다 등을 DNS 체결 후보국으로 꼽았다. 마리아 쇼 바라간 유럽투자은행 이사는 “DNS 체결을 위해 여러 국가와 접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정 국가의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국가명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투자은행의 첫 번째 DNS 체결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백승훈 인턴기자 pojac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