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키워드 브리핑] 산림복원에 투자하는 ‘리스토어펀드’… 애플 주도로 5300억원 조성

산림이나 해양·습지 복원 활동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리스토어 펀드(Restore Fund)’에 글로벌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11일 이산화탄소 흡수를 위한 산림복원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펀드를 추가로 2억달러(약 2655억원) 조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애플은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국제보존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 국제금융사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함께 2억 달러 규모로 리스토어 펀드를 출범시켰고, 이번에 기금을 2억달러 늘려 총 4억달러(약 5310억원) 규모로 키웠다.

펀드의 첫 프로젝트는 브라질과 파라과이에서 진행된다. 2025년까지 브라질과 파라과이에서 각각 6억700만㎡과 4억400만㎡ 규모의 자생림과 초원, 습지를 복원할 계획이다.

이번 펀드는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이 적용된 최초의 사례다. 자연기반해법은 2016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자연의 본래 기능을 해치지 않고, 생태계를 보호하며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 행동을 의미한다. 박찬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자연기반해법은 자연의 보존, 보호, 복원을 핵심 가치로 이뤄지는 인간활동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에너지분야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금융권의 ESG 펀드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애플과 국제보존협회는 지난 2020년 케냐 치울루 힐스 지역에서 산림복원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로 파괴됐던 생태계를 복원한 바 있다. /애플
애플과 국제보존협회는 지난 2020년 케냐 치울루 힐스 지역에서 산림복원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로 파괴됐던 생태계를 복원한 바 있다. /애플

애플은 투자금 회수 방식이 구체적이지 않아 그간 주저하던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명확한 수익 구조도 밝혔다. 애플은 비영리 환경단체 국제보존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 국제금융사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와 함께 산림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해 매년 이산화탄소를 100만t 제거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크레딧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산림을 복원하고, 산림이 흡수한 탄소를 바탕으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모델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금전적·기후적 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기반해법을 적용한 펀드는 그간 호주 정부의 탄소배출 저감 기금(Emissions Rduction Fund) 등 정부나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운용됐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자연기반해법 펀드를 운용하기에는 토지 이용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어 대부분 탄소저감, 저장기술 등 기술적인 투자가 주를 이뤘다”며 “애플의 리스토어 펀드가 안정적으로 정착해 수익률이 발생하기 시작해 좋은 선례로 정착하면 비슷한 개념의 투자 상품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기반해법에 투자해도 단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산림 조성이 완료되는 기간을 명확히 정하기 어렵고, 실제 탄소 상쇄 데이터를 얻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설명이다. 최순영 선임연구원은 “자연기반해법 펀드의 경우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장기적인 호흡이 필요해 비교적 투자가 덜되는 분야”라며 “공항, 전철 등 인프라 투자의 경우 회수가 평균 10년 안에 이뤄지는 데 반해 자연기반해법 펀드의 경우 약 10~30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연기반해법 펀드 등이 자리 잡기 위해서 명확한 측정과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찬 교수는 “명확한 측정을 통한 탄소 데이터 마련, 정확한 검증과 보고가 이뤄진다면 자연기반해법 펀드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자연기반해법 펀드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방법으로 5년간의 데이터를 평균을 낸 후 1년 단위로 공시하고, 데이터 결과값을 후보정하는 방향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자연기반해법을 통한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보전 연구가 올해 4월부터 5년간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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