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아진 2024년, 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4 ·10 총선을 40여 일 남겨둔 가운데, ‘기후 유권자’가 새로운 유권자 층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유권자’란 최근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며 생긴 용어로, 기후 의제를 중심으로 투표 선택을 고려하는 유권자를 의미한다.
로컬에너지랩과 더가능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1만7000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기후정치바람은 ▲‘온실가스’·‘탄소중립’ 등 8개 기후 관련 용어를 알고 있는 지 평가한 기후정보지수 8점 만점에 3.8점 이상 ▲기후위기로 얼마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느끼는지 등을 측정한 기후민감도지수 56점 만점에 25.6점 이상을 충족하는 동시에 기후문제를 투표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응답한 유권자를 ‘기후 유권자’로 정의했다. 해당 조사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인 33.5%가 ‘기후 유권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유권자의 등장에 따라, 최근 정치권에서는 기후 선거를 주도할 인재 영입과 함께 ‘기후 후보’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후 전문가인 김소희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을 영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1호 영입인재’는 헌법재판소 기후소송에 참여했던 박지혜 변호사다. 녹색정의당은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영입했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서울 성수동에서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발표했다.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19일 인천 영종도 앞바다에서 “기후 정치를 전면에 내걸겠다” 선언한 뒤 입수하는 영상을 올려 해수면 상승을 경고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기후 문제는 뚜렷한 정치 의제가 되고 있다. 기록적인 산불과 홍수가 발생한 2022년 호주 총선, 기후위기 대응을 주요 의제로 한 노동당이 승리했다. 홍수로 2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2021년 독일 총선에서 녹색당은 118석이라는 역대 최다 의석을 얻었다. 지난 1월 미국 콜로라도대 ‘환경미래센터’ 연구진이 발표한 ‘기후변화 여론과 최근 대통령 선거’ 보고서는 2020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주요 요인 중 하나를 기후 이슈로 분석했다. 이제 유권자들은 정치인에게 ‘기후 변화 대응책’을 묻는다. 이에 따라 2024 총선에서 ‘기후 공약’ 없이는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