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1일(토)
[모두의 칼럼] 공익사업도 사람이 합니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비가 새는 집에 남매가 라면 하나를 나눠 먹는 광고를 보면 많은 사람이 채널을 멈추고 지갑을 연다. 이렇게 모인 돈이 아이들의 생활비로 지급되면 당장의 위기를 넘길 수 있으니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잠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은 제한적이고, 연말 지갑을 여는 속도는 더욱 심화하는 양극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최저주거기준 상향, 아이들만 집에 두고 보호자가 일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육아기 가정 지원과 돌봄 시스템, 기초생활수급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연구, 입법운동, 캠페인, 연대활동이 필수적이다. 기부금 긴급 지원에서도 전달되는 금액보다 스스로 도움을 구할 수조차 없는 수요자 발굴, 기존의 복지 시스템과의 연계, 정서적 유대관계를 통한 회복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일은 오롯이 사람의 몫인데, 우리나라 제도는 사람이 일하는 것을 지독히 싫어한다는 데 있다.

공익단체의 인건비가 높으면 횡령이라도 한 듯 비난과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진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은 단체에 운영비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부금품법은 모집비용을 15% 이내로 사용하도록 제한한다. 심지어 지난달 16일 대구지방법원 항소심은 단체 인건비는 전액 위 모집비용에 해당한다며, 모집비용 초과 등을 이유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법인과 사무총장을 형사처벌하는 판결을 하였다. 기부금품법상 모집비용이란 모집에 필요한 비용뿐만 아니라 모집과 사용, 결과보고에 이르기까지 모집목적 사업을 진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법인의 인건비로 사용된 금액은 모두 모집비용에 포함된다는 것이 판결의 취지이다. 무료급식소 주방 직원들, 가가호호 방문하여 도시락을 배송한 직원들의 인건비도 모집비용이라 하니, 대체 무료급식소의 기부금 중 나머지 85%는 어디에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료급식소에서 직접 밥을 지어 배식하는 것은 위법이고, 현금을 나눠주는 것만 허용된다는 것인가. 그렇다고 조리사들과 도시락 배송 직원들에게 무보수로 매일 일하게 한다면 그 또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정인이 사건으로 전 국민이 분노에 가득 차 있을 때, 배우 이시영은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법제도 개선, 소송과 연구, 교육에 사용해달라며 2000만원을 기부하였다. KB국민은행은 노후 보일러 교체와 청소년 대상 환경교육에 사용해달라며 1억원을 기부하였다. 법제도 개선을 위해 연구를 하고, 환경 운동 교육을 하는 사람들의 인건비가 모집비용이라면, 이러한 기부자들의 기부 목적은 애초에 달성될 수 없다.

다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자들에 대한 최고의 보답은 가장 효율적이고 가치 있는 사용과 그로 인한 사회 변화다. 그러자면 현장에서 발로 뛰는 전문적인 활동가들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인건비를 제한하는 각종 규제와 사회적 편견으로 기존 활동가들도 떠나는 상황에서 유능한 청년들의 진입은 언감생심이다. 이 분야에서도 장기 근속하며 전문성을 쌓으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공익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 공익사업도 사람이 하는 일이며, 역량 있는 사람을 키우는데 비용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기부자 관점에서도 기부 목적과 무관하게 인건비 사용을 제한하는 법 해석에 대한 재고가 있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모집비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여 기부자의 다양한 선택권을 제한하는 기부금품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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