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가족에게 돈 보낸 죄?”…법원, 탈북민 송금 2년 만에 ‘무죄’

국내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에 남겨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송금을 도왔다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법원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제도적 송금 통로가 전무한 현실에서 생존을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비공식 송금’의 인도적 특수성을 사법부가 인정한 사례로 평가된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대표변호사 이준기)과 재단법인 동천(이사장 유욱)은 지난달 6일, 북한이탈주민 A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와 (사)통일법정책연구회가 협력해 약 2년간 프로보노(공익 변론)로 수행한 결과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무등록 외국환거래업’ 해당 여부였다. 이는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등록하지 않고 대한민국과 외국 간 지급·수령 업무를 수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현행 외국환거래법 제8조에 따르면 외환업을 영위하려면 일정한 자본과 시설을 갖춰 등록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흔히 말하는 ‘환치기’나 불법 외환 중개가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북한과의 공식 금융 거래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황에서 탈북민들이 가족에게 돈을 보낼 수 있는 ‘등록된’ 제도적 경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탈북민이 북한에 남은 가족에게 송금하려면 중국과 북한에 있는 브로커를 거치는 비공식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계좌를 제공하거나 전달을 돕는 행위가 법률상 ‘무등록 외환거래업’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그동안 정부와 수사기관은 탈북민의 가족 송금을 인도적 사안으로 보고 관례적으로 단속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그러나 2023년 상반기부터 기조가 급변했다. 경찰과 검찰은 대북 송금 중개 행위를 ‘인도적 도움’이 아닌 ‘금융 질서를 교란하는 불법 외환 범죄’로 규정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법조계와 북한인권 전문가들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국가안보 수사 기조가 강화되며, 비공식 송금망 전반에 대한 강경한 법 집행이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실제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대북 전문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전국 곳곳에서 송금 중개자들이 줄지어 기소되며 탈북민 사회의 송금망 약 60~70%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태평양과 동천 변호인단은 “가족 송금은 북한에 남은 가족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이를 일률적으로 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인도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법원 역시 브로커가 고액의 수수료를 취하는 ‘영업 행위’와, 피고인 A씨처럼 경제적 이득 없이 동료의 송금을 도운 ‘조력 행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이 송금 과정에서 수수료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고, 수사 과정에서 송금 경로조차 특정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태평양과 동천은 “이번 판결은 북한이탈주민의 특수한 처지를 고려한 신중한 기소가 필요함을 일깨워주었다”며 “앞으로도 이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법률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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