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1일(토)
[모두의 칼럼] SH-사회주택, 공존과 경쟁을 촉구합니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지난 8월 유튜브 채널 오세훈TV는 “2014억 원…사회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낭비된 서울시민의 피 같은 세금” 등의 표현으로 사회주택을 비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사회주택 업계는 ‘신뢰할 수 없는 통계로 사회주택을 왜곡하며 주택 정책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서울시장의 SH 공사가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사업을 사회적경제주체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공급한 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다. 이는 서울시 임대주택 정책이 SH 중심의 공급으로 회귀할 것을 시사한다. 반문하자면, 사회적경제주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굳이 SH가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사의 공공성에 대한 믿음은 LH 사태를 겪으며 이미 무너졌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독점 구조는 부작용을 낳는다. 주거복지 영역에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겠다는 민간 조직이 나선만큼, 이러한 사회적경제조직과 공공이 더 좋은 주거를 두고 경쟁·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실 사업자 문제는 경쟁 과정에서 걸러지고, 책임 있는 감독을 통해 해결할 부분이다.

서구 유럽의 여러 주거복지 선진국에서는 민간 비영리단체 등이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하여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공급하는 사회주택이 일찍이 활성화되었다. 사회주택의 총량이 누적되면서 프랑스 파리는 20%, 네덜란드는 전체 시장의 30%를 훌쩍 넘는다. 공급자가 많고 다양해질수록 경쟁을 통해 공급 비용은 낮아지고, 주거의 질은 높아진다는 것은 주거복지 영역에서도 동일하다. 민간 사업자의 확대는 민간 자본 확대로 이어져 공급 총량도 늘어날 수 있다.

과거 대단지 획일적인 주택 개발·공급에 있어서는 공공 중심의 공급이 적합했을지 모른다. 이를 통해 빠르게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을 높일 수 있었으나 총 주택 수의 8%, 여전히 한 자리 수에 머물러 있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프레임을 벗어나야 비약적 성장이 가능하다. 기존 4인 가족 중심의 주택 수요도 크게 달라졌다. 다양한 구성원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협동조합 주택, 역세권 다세대주택이나 빌라 등을 재건축, 리모델링한 1인 청년 주택, 장애인, 노인 편의시설에 특화된 유니버설디자인 주택, 예술인 등 특정 직군의 직주 모델 등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야 한다. 주거는 물리적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와 네트워크의 총체적 공간이며, 주거 취약계층일수록 이와 관련한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서비스가 민간 사회복지시설 등을 통해 제공되는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주거복지 영역 역시 민간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적이다.

주거복지를 목적으로 주택 공급에 뛰어든 사회적경제조직은 기존 건설사와 비교해 재무 건전성이나 역량이 낮을 수 있다. 그러나 민간 사회주택사업자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지난 수년 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민간 조직의 노력으로 현재 100여개의 조직이 생겨나 성장하고 있다. 수도권 자가점유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값과 임대료가 치솟는 현재, 민·관 모두 임대주택 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급주체를 가르고 내칠 때가 아니다. 공공이 동일한 지원을 제공하는 경우, 지방 공사와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이 경쟁하며 어떤 성과를 만들어내는지 좀 더 지켜보자. 거주안정성, 서비스와 네트워크가 어우러진 주거복지 공간이 한자릿수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훌쩍 뛰어넘어 임대주택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하는 때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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