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모두의 칼럼] 산업보조금은 살리고, 사회보조금은 죽이고?

얼마 전 대통령실은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내년도 보조금 예산을 5000억원 이상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 내년 예산안을 다시 작성할 것을 요구했고, 재검토 과정에서 국고보조금 사업이 대거 삭감·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고보조금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올해 국고보조금 규모는 약 102조원이다. 이 중 81%가 지방자치단체, 19%가 민간에 교부된다. 민간보조금은 개인, 영리법인, 개인사업자, 공공기관·학교, 비영리법인에 교부되는데, 분야별로 살펴보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22%, 농림수산 20%, 문화·관광 18%, 교통·물류 9%, 사회복지 8% 등이다. 대부분이 산업과 농수산, 관광 분야에 지출되고 비영리단체들이 주로 활동하는 분야인 사회복지는 8%에 불과하다. 지난해 사회복지 분야 예산 비율은 16%였는데 1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대통령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도 비영리민간단체(이하 비영리조직) 국고보조금 규모는 3조4452억원(직접지원과 매칭펀드 국비)으로, 전체 민간보조금 22조8800억원의 15%에 불과하다. 나머지 85%가 영리기업과 개인, 공공기관 등에 교부됐지만, 15%의 비영리조직에 대해 집중 감사가 진행된 것이다. 그리고 감사 결과를 근거로 비영리에 대한 예산 축소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보조사업자 중 주식회사 감사에서 부정수급 사례가 발견됐다면서 향후 주식회사에 대한 보조금을 감축하겠다는 꼴이다. 이해 가능한 정책인가. 보조사업자의 도덕적 해이, 부정한 집행이 문제라면 개인, 영리, 비영리 등 구별 없이 위반 사례를 조사하고 문제 단체를 강력히 제재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에서 민간 단체 보조금이 급증했다며 비영리조직에 대한 특혜가 있었던 것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이 기간 민간보조금뿐 아니라 전체 국고보조금이 66조9000억원(2018년)에서 102조원(2022년)으로 증가했다. 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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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칼럼] 휴전선 너머 가족 잇는 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김정은 집권 이후 국경 경비가 강화된 데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탈북 경로가 거의 막힌 상황이다. 어렵게 탈북에 성공하더라도 제3국을 거쳐 한국에 입국하는 여정은 목숨을 건 위기의 연속이다. 탈북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은 중국에서 숨어지내는 중 자녀를 낳게 되고, 일부는 한국행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공안에게 붙잡혀 북송된다. 남겨진 자녀는 한순간 어머니를 잃을 뿐 아니라 한국 국적자임을 입증할 방법도 묘연해진다. 의뢰인은 탈북민 어머니와 중국 동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강제 북송된 이후 아버지와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아버지가 탈북민과 재혼하면서 계모의 자녀로 주민등록됐고 한국인으로 생활했다. 하지만 청소년 시절 지속된 계모의 학대에서 벗어나고자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판결을 받으면서 한국 국적을 상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루아침에 무국적자가 되자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 취업은 할 수 있을지 불안의 날들이 이어졌다. 의뢰인은 국적을 얻기 위해 국적판정신청서를 제출하려 했지만 담당자는 어머니가 없는 상황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없다며 서류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이러한 의뢰인의 사정이 전해지면서 대한변호사협회, 법무법인 태평양, 재단법인 동천, 법무법인 바른 등에서 지원 변호사단을 구성해 북송된 어머니를 피고로 한 ‘친생자관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다행히 준비과정에서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친모의 고종사촌을 찾게 됐다. 기쁨도 잠시, 고종 5촌 관계는 유전자 검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좌절했지만, 5~6촌 관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검사 방법을 개발 중인 회사를 찾아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1심은 어머니의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고,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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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칼럼] “비영리의 인건비는 ‘사업비’다” 법원 판결이 불러올 나비효과는?

늦은 밤. 동료들의 전화 통화, 타이핑 소리가 이어진다. 학교에서 부당한 처분을 받은 발달장애 학생에 대한 구제 사건, 외국인보호소에 수 개월째 구금된 난민에 관한 사건, 북송된 어머니와의 친생자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탈북민 자녀 사건…. ‘공익변호사’들은 소송의 결과를 예측하지 않는다.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 뿐이다. 이런 간절함으로 재판을 하고, 서면을 쓰고 관계자를 설득하는 노력들이 사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비영리의 활동가, 연구자들도 마찬가지다. 성폭력 피해를 당한 여성을 상담하고, 구제받을 길을 함께 찾고,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기획하는 일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인건비가 사업비가 아닌 단순 운영비로 치부돼 법적 규제 대상이 되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같은 경우였다. 주무관청은 ‘공익법인의 상근임직원의 인건비는 운용소득의 20% 이내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내부 기준을 이유로 들며 독립운동가와 친일 역사를 규명하는 공익사단법인의 연구자 직원 정수 승인을 거부했다. 연구원 인건비 지급을 위한 기부회원들의 기부금 사용도 동결시켜 기부금이 쌓여 있음에도 임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수개월째 이어졌다. 결국 연구자들은 소속을 바꿀 수밖에 없었고 수십 년간의 쌓아온 연구소의 연구 기능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공익법인은 주무관청을 설득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처분을 다투는 행정 소송을 진행했고, 1년여 기간을 다툰 끝에 지난 12월 법원은 공익법인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주무관청의 상근임직원 정수승인신청 반려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주무관청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 기준에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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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칼럼] 공익사업도 사람이 합니다

비가 새는 집에 남매가 라면 하나를 나눠 먹는 광고를 보면 많은 사람이 채널을 멈추고 지갑을 연다. 이렇게 모인 돈이 아이들의 생활비로 지급되면 당장의 위기를 넘길 수 있으니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잠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은 제한적이고, 연말 지갑을 여는 속도는 더욱 심화하는 양극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최저주거기준 상향, 아이들만 집에 두고 보호자가 일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육아기 가정 지원과 돌봄 시스템, 기초생활수급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연구, 입법운동, 캠페인, 연대활동이 필수적이다. 기부금 긴급 지원에서도 전달되는 금액보다 스스로 도움을 구할 수조차 없는 수요자 발굴, 기존의 복지 시스템과의 연계, 정서적 유대관계를 통한 회복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일은 오롯이 사람의 몫인데, 우리나라 제도는 사람이 일하는 것을 지독히 싫어한다는 데 있다. 공익단체의 인건비가 높으면 횡령이라도 한 듯 비난과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진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은 단체에 운영비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부금품법은 모집비용을 15% 이내로 사용하도록 제한한다. 심지어 지난달 16일 대구지방법원 항소심은 단체 인건비는 전액 위 모집비용에 해당한다며, 모집비용 초과 등을 이유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법인과 사무총장을 형사처벌하는 판결을 하였다. 기부금품법상 모집비용이란 모집에 필요한 비용뿐만 아니라 모집과 사용, 결과보고에 이르기까지 모집목적 사업을 진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법인의 인건비로 사용된 금액은 모두 모집비용에 포함된다는 것이 판결의 취지이다. 무료급식소 주방 직원들, 가가호호 방문하여 도시락을 배송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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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칼럼] SH-사회주택, 공존과 경쟁을 촉구합니다

지난 8월 유튜브 채널 오세훈TV는 “2014억 원…사회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낭비된 서울시민의 피 같은 세금” 등의 표현으로 사회주택을 비판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게재했다. 사회주택 업계는 ‘신뢰할 수 없는 통계로 사회주택을 왜곡하며 주택 정책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서울시장의 SH 공사가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사업을 사회적경제주체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공급한 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다. 이는 서울시 임대주택 정책이 SH 중심의 공급으로 회귀할 것을 시사한다. 반문하자면, 사회적경제주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굳이 SH가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사의 공공성에 대한 믿음은 LH 사태를 겪으며 이미 무너졌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독점 구조는 부작용을 낳는다. 주거복지 영역에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겠다는 민간 조직이 나선만큼, 이러한 사회적경제조직과 공공이 더 좋은 주거를 두고 경쟁·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실 사업자 문제는 경쟁 과정에서 걸러지고, 책임 있는 감독을 통해 해결할 부분이다. 서구 유럽의 여러 주거복지 선진국에서는 민간 비영리단체 등이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하여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공급하는 사회주택이 일찍이 활성화되었다. 사회주택의 총량이 누적되면서 프랑스 파리는 20%, 네덜란드는 전체 시장의 30%를 훌쩍 넘는다. 공급자가 많고 다양해질수록 경쟁을 통해 공급 비용은 낮아지고, 주거의 질은 높아진다는 것은 주거복지 영역에서도 동일하다. 민간 사업자의 확대는 민간 자본 확대로 이어져 공급 총량도 늘어날 수 있다. 과거 대단지 획일적인 주택 개발·공급에 있어서는 공공 중심의 공급이 적합했을지 모른다. 이를 통해 빠르게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을 높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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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칼럼] 시민공익위원회 의의와 한계

정부 100대 과제에 포함되어 2017년부터 준비되어온 정부 공익법인법 전부 개정안이 7월 30일에 발의되었다. 법무부는 시민공익위원회를 설치하여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공익법인의 주무관청을 대체하고, 공익법인을 체계적·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감독을 강화하여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개정안을 설명하였다. 전국 공익법인을 관리·감독하는 위원회가 설치되고 민간 위원이 위원회의 다수를 구성하는 점, 운영경비 보조 등 지원이 확대되며 민법에 없던 합병을 인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대상범위나 내용상 한계가 자명하여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독립된 행정기관으로 운영되는 영국, 호주 사례와 달리 개정안은 시민공익위원회를 검찰·행형 등을 담당하는 법무부 산하에 설치하는 내용이다. 가까이 일본의 경우에는 공익위원회 위원 전원을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하지만, 개정안은 일반직 공무원이 위원에 포함되고 위원장과 사무기구를 관장하는 상임위원을 법무부장관이 제청한다. 당초 입법예고안에 포함되어 있던 위원회 독립성에 관한 규정과 위원장의 예산 요구·집행권에 대한 규정도 삭제되었다. 주요 인사권과 예산권이 법무부에 있는데 비상임 민간위원이 다수라는 것만으로 공익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위 상황에서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나 시민공익위원회의 대상은 2만여 개의 비영리법인 중 4000여 개의 공익법인이다. 현재 세제 혜택을 받는 세법상 공익법인은 4만여개이므로 10% 정도에 불과하다. 전국적인 공익법인 지원·관리 체계로서 시민공익위원회를 설립한다고 하기에는 현저히 제한적이다. 한편 개정안은 공익목적사업을 추가하고, 민법상 비영리법인이 시민공익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여 대상 법인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민법상 비영리법인이 시민공익법인이 되면 상당한 규제가 따른다. 또 시민공익법인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고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모두의 칼럼] 시민단체가 알아야 할 ‘공증 예외 제도’

코로나19 초기의 충격과 혼돈을 지나 시민사회도 웨비나, 온라인 캠페인 등 활동을 다변화하며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돌봄,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단체 내부 의결도 대부분 온라인 총회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지역 회원 등 회원 참여가 더욱 확대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동안 시민단체는 상근 활동가 중심의 운영과 활동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회원 모집 시 정기 기부 역할만 하는 기부회원을 모집하거나 대의원제도를 별도로 두고 일반회원에게는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구조를 취하는 경우도 많았다. 사단법인의 정의상 회원이 법인의 실체라고 할 것이지만 이사회 수준의 회원 수만으로 총회를 운영하는 곳도 다수 있다. 총회 의결을 위해서는 통상 구성원의 2분의 1 이상이 참석하여야 하고, 정관을 변경하려면 총 사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위와 같은 정족수를 채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사의 임기가 종료되면 새로운 임원을 총회에서 선임해야 하지만 총회 정족수 미달로 이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장기간 실체와 등기가 불일치한 상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이 거의 없어 해산 해야 할 상황이지만, 해산을 의결할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방치된 사단법인도 여럿 있다. 총회에 참석하지 않는 회원이 늘어나면 위와 같이 단체 운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초래되므로 총회 구성원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여 왔던 것이다. 그러나 제도적 한계를 우회하기보다는 온라인 총회와 연계하여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정면승부가 필요하다. 수백 명의 회원이 온라인 공간에서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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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발언대] 사회적협동조합의 지정기부금 추천 ‘적신호’

얼마 전 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정기부금단체 추천 마감일을 이틀 앞두고 추천이 불가능하다는 주무관청의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지정기부금 기간 만료로 재지정을 신청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올해 받은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기부자들은 경비처리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고, 조합은 받은 기부금에 대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미 사용한 기부금을 돌려줄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대체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 사회적협동조합이 지정기부금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정관의 내용상 협동조합기본법 제93조 제1항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업(지역사회 문제 해결, 사회서비스 사업,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 중 하나를 수행해야 한다. 민법상 비영리법인은 공익성 요건으로 수입을 공익 목적으로 사용하고 사업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일 것만 요구한 것에 비해, 사회적협동조합은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사업만 그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기본법은 위 세 가지 사업 외에도 국가·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제4호), 그 밖에 공익증진에 이바지하는 사업(제5호)을 사회적협동조합의 주 사업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위 사례는 사회적협동조합의 주사업 유형 구분이 제5호로 돼 있다는 이유로 주무관청에서 지정기부금단체 추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제5호 사업은 제1호~제3호에 포섭되지는 않지만 공익성이 인정되는 다양한 사업을 포괄하기 위한 규정이다. 제5호 사업으로 인가를 받았다면 공익증진에 이바지하는 사업으로 인정받은 것인데, 위 사업을 지정기부금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규제는 이렇게 경직돼 있고, 급변하는 사회는 창의성과 혁신을 요구하니 사회적협동조합의 길은 점점 험난해진다. 주무관청의 해석과 달리 법인세법시행령은 사회적협동조합이 제1호~제3호 사업을 ‘주 사업’으로 할 것으로 한정하고 있지는 않다.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지정기부금단체’ 관리 국세청 일원화…실효성은 글쎄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얼마 전 기획재정부의 ‘2019 세법개정안’이 발표됐다. 개정안에는 ‘공익법인의 공익성 및 투명성 제고’라는 주제로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여러 정책이 포함됐다. 가장 큰 구조적 변화는 지정기부금단체 지정 및 사후관리를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기존에 주무 관청에 하던 지정기부금 신청과 의무 이행 보고를 국세청(소재지 관할 세무서)에 하고, 국세청은 사후 관리의 주체로서 단체에 기부금 모금·지출 세부 내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익법인의 공시가 국세청 홈택스에서 이뤄지는 등 다수 자료가 국세청에 모이는 점을 고려할 때 국세청으로 지정기부금 신청 및 관리를 일원화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다. 문제는 위와 같은 제도 변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단체에 대한 각종 중복 행정은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참에 불필요한 중복 행정을 없애고 실질적인 감독이 가능한 곳으로 진정한 의미의 일원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비영리법인은 설립에서부터 기본재산 처분, 정관 변경 등 단체 운영 전반에 대해 주무 관청의 감독을 받는다. 주무 관청은 매년 사업 계획 및 결과 보고, 예·결산 보고를 받아 단체를 관리·감독한다. 시민들이 모여 만든 결사체의 운영을 주무 관청이 감독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나마 근거는 세제 혜택에 대한 국가의 관리 책무인데, 지정기부금단체 추천 및 관리 권한마저 국세청으로 이관된다면 이와 별도로 주무 관청이 비영리법인의 예·결산을 관리할 실익이 없다. 개정안과 같이 변화하는 경우 지정기부금단체는 국세청이 관리하고, 세제 혜택을 받지 않는 비영리법인, 특히 일반 사단법인은 회원들의 의사에 따라 자유롭게 운영될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강제징용 판결, 일본과 한국의 해석은 왜 다른가?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 등에 대한 강제징용 판결로 촉발된 한일 간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 선제공격과 같은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를 들으며, 일본제철의 1조 원대 소송에 대응했던 지난 수년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들은 강했고, 무자비했다. 일본제철은 오랜 기간 증거를 수집하고 우호 증인을 확보한 후 전략적 최적지인 일본과 미국에서 포스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 치의 양보 없이 기획된 바에 따라 진행된 소송에서 맞대응만이 최선의 방어였다.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 역시 치밀한 계획과 분석이 전제됐을 것으로 예측된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이나, 쉽게 물러설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냉철한 분석과 계획이 필요하다. 발단이 된 강제징용 판결을 살펴보면, 원고들은 제철소 화로에 석탄을 넣고 철 파이프 속에 들어가 찌꺼기를 제거하는 등 화염의 공간에서 대가없는 노역에 시달렸다. 일체의 개인행동이 허락되지 않았으며 도주하다 발각될 경우에는 심한 구타를 당했다. 1965년 ‘피징용 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청구에 대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합의한다’는 내용의 대일청구권협정이 체결됐다. 이 협정에 피징용 한국인의 노역에 대한 급여 등이 포함됨은 명확하다. 문제는 강제 노역과 그 과정에서 일어난 각종 인권 유린, 즉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일본은 합의된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에 위자료가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은 재산상 채권·채무 관계는 당국과 일본 간의 특별약정으로 처리하도록 한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근거해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합의하고자 체결된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법 만드는 시민들 ‘크라우드법 운동’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제러미 하이먼즈는 “초연결된 대중이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권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먼저 우위를 차지한 소수가 독점적 힘을 누리던 곳곳에 연대한 대중이 나타나 판을 바꾸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힐튼을 넘어섰고, 할리우드의 신과 같았던 하비 와인스틴은 미투 운동으로 추락했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틈타 그들만의 리그로 가고 있던 입법의 영역에서도 이와 같은 새로운 흐름이 반영되고 있는데, 미국 뉴욕대 거버넌스 랩(Governance Lab)이 이끌고 있는 ‘크라우드법 운동’이 대표적이다. 크라우드법 운동은 2017년 베스 노벡(Beth Noveck)에 의해 처음 주창됐다. 집단적 숙의와 소통을 기반으로 집단지성을 모아 성안, 발의, 이행 및 평가 등 입법 절차 전반에 시민의 직접 참여를 목표로 하는 운동으로,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한다. 대표적 사례로 언급되는 핀란드의 경우 정부 공식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 제안을 받고 있다. 6개월 이내에 시민 5만 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은 발의안은 의회에 제출돼 일반 법률안과 동일한 심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통해 ▲모피산업 금지법 ▲여성 할례 금지법 등 다양한 의제가 발의·공론화됐다. 핀란드 유권자의 3분의 1 정도가 시민 발의에 서명했을 만큼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유사한 제도로 우리나라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나 ‘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를 떠올릴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시민 참여의 확대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건설적인 정책 반영이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보다는 정쟁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혐오 표현이나 다수가 소수자를 억압하는 낯부끄러운 청원들이 이슈가 되기도 한다. 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의 경우 시민 제안,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시민운동 새로운 축 ‘시민 모임’, 별도 지원 체계 갖춰야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최근 법인화·조직화를 고민하는 시민 모임의 자문 요청이 잦다. 혼자 아이를 키우기도 힘든데 양육비를 받기 위해 소송과 집행을 거듭해야 하는 한부모 여성들이 모임을 만들어 양육비 제도 개선을 외치고 있고, 이념적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통일 담론에 지친 청년들이 혁신의 관점에서 통일 논의를 재구성한다. 돌봄·건강·소비 등 마을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 단위 시민 모임이 확장되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 기반 시민 모임도 늘고 있다. 민주주의 플랫폼 빠띠(Parti)에서는 1인 가구의 권리를 위한 ‘1인당’, 유전자 조작 관련 안전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GMO, 나는 알아야겠당’ 등 프로젝트 중심의 다양한 모임과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비조직·비정형적 다수 시민운동의 힘은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된 미투 운동, 2016년 광화문을 물들인 촛불 집회 등을 통해 증명됐다. SNS 공지, 구글 설문지, 유튜브 홍보 등 새로운 툴을 활용해 운영이 보다 용이해지고 있고,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발전과 함께 시민 모임의 확산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시민 모임은 활동을 이어가면서 법인화·조직화에 대한 고민에 부딪힌다. 좀 더 적극적인 운동을 펼치기 위해선 재정이 필요한데, 기부를 받는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공익성이 높고 창의적인 활동을 개발하더라도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 없이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비를 받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민 모임의 조직화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재단법인 설립을 위해서는 최소 3억원의 기본 재산이 필요하다. 사단법인도 통상 수천만원의 기본 재산이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