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굿네이버스 공동기획
[2021 기부의 재발견]
③기부에 관한 오해와 진실
비영리단체는 칭찬보다 매 맞는 일이 익숙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영리단체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면 기다렸다는 듯 분노의 댓글이 수백 건씩 달린다. 비영리 투명성 논란이 일 때마다 관련 뉴스에 달리는 댓글 의견 역시 비난 일색이다.
비영리단체를 향한 대중의 불신 속에서도 국내 모금 총액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개인 기부금은 2011년 7조1000억원에서 2015년 7조9000억원, 2019년 9조2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차가운 여론과 매년 경신되는 기부 총액의 온도 차.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중이 모금 단체를 미워하고 신뢰하지 않는다면 왜 매년 모금액은 느는 걸까.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는 모금 단체에 대한 부정 여론은 실제 대중의 인식과 얼마나 일치할까. 더나은미래와 굿네이버스는 지난 12일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모금 단체와 기부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조사했다. 조사에는 국내 성인 남녀 1040명이 응답했다.
10명 중 7명, 비영리단체 연봉 실제보다 높게 인식
‘인건비나 운영비는 최소화하고 모금액 대부분을 현장으로 보내야 한다’는 것은 모금 단체들이 가장 많이 듣는 비난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대중은 ‘적정 운영비’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까. 더나은미래는 이번 설문에서 ‘비영리단체가 모금액의 몇 퍼센트를 운영비로 쓰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 결과 모금액의 ‘20~30%’가 적당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27.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10~20%’(26.9%) ‘10% 미만’(21.1%) ‘30~40%’(12.2%) ‘40~50%’(6.6%) 순이었다. 모금액 절반 이상을 운영비로 써도 무방하다고 답한 비율은 6.0%였다.
기부금품법 13조에 따르면 기부금 모집 규모에 따라 최대 15% 내에서 기부금 모금·마케팅, 관리, 운영, 인건비, 결과 보고 등에 필요한 비용을 사용할 수 있다. 대중이 생각하는 적정 운영비보다 훨씬 덜 쓰는 셈이다. 세부 기준을 살펴보면 모금액 10억원 이하는 ‘15% 룰’이 적용된다. 10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는 13%, 100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는 12%, 200억원 초과는 10% 기준을 적용받는다. 이를테면 1억원짜리 사업은 1500만원, 20억원짜리 사업은 2억6000만원까지 쓸 수 있다. 소규모 비영리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원 대상자를 발굴하고 전달 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모두 사람이 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이면 지원 사업의 효율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모금이 잘 이뤄지고 사업 규모도 크면 운영비 사용에 비교적 자유롭지만, 소규모 단체들은 항상 빠듯하게 돌아가면서도 운영비 사용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했다.
양용희 한국비영리학회장은 “운영비가 낮다고 반드시 효율이 좋은 단체라고 볼 순 없다”면서 “지원 대상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단체,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단체, 자립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 등 세 곳만 비교해봐도 인건비 지출 규모는 상당히 차이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사업 목적이나 규모에 따라 인건비 지출 비율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운영비 지출 비율이 낮다고 기부금을 잘 쓰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비영리단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예상해보라’는 질문에는 ‘25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18.8%로 가장 많았다. ‘3000만원 이상 3500만원 미만’(18.7%)을 지목한 응답자는 둘째로 많았다. 더나은미래가 지난 1월 추산한 국내 비영리단체 직원의 평균 연봉은 2163만~2472만원이다. 서울시NPO지원센터와 아름다운재단 등에서 발표한 조사 자료와 일자리 정보 사이트인 크레딧잡, 워크넷에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계산한 수치다. 비영리 실제 평균 연봉 수준인 ‘2000만원 이상 2500만원 미만’을 지목한 응답자는 전체의 14.4%였다. ‘20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10.1%를 제외하면 응답자의 약 75%가 비영리단체 직원들의 연봉을 실제보다 높게 생각하고 있었다.
연령대 높을수록 ‘투명성 이슈’에 더 민감
기부자들은 어떤 계기로 기부를 결심하게 될까. 이번 조사에서 최근 2년 내에 개인이나 단체에 현금 또는 물품을 기부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1%였다. 이 가운데 기부하게 된 계기로 ‘시민으로서 해야 할 책임이라서’를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35.0%(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남을 돕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에’(33.2%) ‘불쌍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 (30.0%)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14.6%) ‘가족·지인이 추천해서’(10.3%) ‘경제적 여유가 생겨서’(10.1%) 순이었다.
지난해 코로나 확산 이후 정기 기부를 시작했다는 김효성(35·부산 연제구)씨는 “한 달에 10만원 정도 기부할 생각으로 비영리단체를 찾아봤는데 한 곳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주변에 기부하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기부금 집행 내용을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하는 5곳을 골랐고 월 2만원씩 내고 있다”고 했다.
막상 기부를 결심해도 모금 단체를 선택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연간 모금액은 얼마인지, 주력 사업은 무엇인지, 모금액은 어떻게 쓰이는지 등 확인할 항목도 많다.
이번 조사에서 기부 단체 선택 기준을 묻자 ‘투명성과 신뢰도’(68.5%)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투명성과 신뢰도를 선택 이유로 꼽은 응답자의 세대별 비율을 살펴보면 20대가 42.9%, 30대 57.6%, 40대 68.3%, 50대 78.4%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투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외 선택 기준으로 ‘모금 단체의 활동 분야나 수혜자에 대한 관심’(15.4%), ‘지인 소개나 권유’(10.6%), ‘인지도’(5.5%) 등을 꼽았다.
20대 “기부는 편리해야”… 40대 “기부자 예우 강화 필요”
기부자든 비기부자든 기부에 대한 의지는 높았다. 기부자 중에 앞으로 기부 금액을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65.2%로 나타났다. 현재 기부액을 유지한다는 응답은 5.5%였다. 한 비영리단체 직원은 “특정 단체가 투명성 문제를 일으켜 모금업계 전체가 손가락질받게 되면 작은 단체들은 존립을 걱정할 정도로 큰 타격을 받는다”면서도 “이렇게 단체가 힘들어질 때 기존 후원자들이 오히려 단체에 신뢰를 보여주고 응원하며 후원금을 늘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번 조사에서 최근 2년 내에 기부 경험이 없다고 답한 조사 대상자의 55.2%는 향후 1년 내에 기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주변에 기부하는 사람이 증가했는지에 대한 문항에 긍정 응답 비율은 40.1%로 부정 응답 25.8%에 비해 높았다. 기부 계획이 없다는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모금 단체를 신뢰하지 못해서’(46.4%) ‘기부할 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43.4%)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16.2%) ‘모금 단체나 기부 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10.4%) 등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모금 단체의 투명성 강화’(43.3%)를 지목했다. ‘사회 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 확대’(19.1%) ‘기부자에 대한 예우 강화’(18.4%) ‘소득공제 확대 등 세금 혜택 강화’ (13.1%) ‘기부 방법의 편리성 증대’(4.0%) 등도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기부자 예우 강화’는 30~40대에서 비교적 높은 비율로 나타났고, ‘기부 방법의 편리성 증대’는 20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글 싣는 순서>
①모금이 탄생하는 시간
②’빈곤 포르노’를 휴지통에 버리시겠습니까?
③기부에 관한 오해와 진실
④MZ가 말하는 기부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