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5일(목)

“교육·의료·일자리… 한국을 바꿀 수 있는 사회적 혁신가들 배출”

아쇼카 3개국 리더 대담
글로벌 리더 양성하는 아쇼카 한국 공식 출범
사회혁신가 ‘아쇼카 펠로’ 올해 말까지 3~4명 선발 3년간 교육·생활비 지원
비전 세우고 진화하는 사회적기업가 정신 요구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빈민을 위한 소액대출은행)의 창립자이자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무함마드 유누스(Muhammad Yunus), 미국 인문대생들에게 ‘취업하고 싶은 직장’ 1위로 뽑힌 비영리단체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를 만든 웬디 콥(Wendy Sue Kopp). 이들은 모두 아쇼카(Ashoka)가 선정한 ‘아쇼카 펠로(fellow)’다. 아쇼카는 지난 33년간 70여개국 3000명에 이르는 사회혁신가들을 아쇼카 펠로라는 이름으로 발굴하고 지원해왔다. 이제 곧 한국에서도 아쇼카 펠로를 만날 수 있다. 지난 5일, ㈔아쇼카 한국이 공식 출범식을 갖고 ‘세상을 바꿀 혁신가’ 찾기에 나섰다. 베벌리 슈월츠(Beverly Schwartz) 아쇼카 글로벌 본부 부회장, 와타나베 나나 ㈔아쇼카 일본 대표, 이혜영 ㈔아쇼카 한국 대표 등 한·미·일 3개국 리더는 ‘더나은미래’와 대담을 통해 아쇼카 한국 출범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편집자 주


와타나베 나나 대표 / 이혜영 대표 / 베벌리 슈월츠 부회장
와타나베 나나 대표 / 이혜영 대표 / 베벌리 슈월츠 부회장

사회=아쇼카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게 되나.

이혜영 대표(이하 이혜영)=아쇼카의 비전은 ‘모든 사람이 체인지메이커(Change Maker)가 되는 세상’이다.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사회적기업 등이 많아졌지만, 정작 ‘사회적기업가 정신’은 얘기되지 않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해결하는 게 아니라, 아예 그 문제의 뿌리(원인)부터 제거하자는 게 사회적기업가 정신이다. 아쇼카 한국은 앞으로 전 세계의 아쇼카 펠로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국내의 아쇼카 펠로를 찾아 나설 것이다. 우선 올해 말까지 3~4명의 아쇼카 펠로를 뽑고, 향후 매년 5명 정도씩 선발할 계획이다(이혜영 대표 또한 10년 동안 바스피아(BASPIA: Blanket And Sponge Project In Asia)단체 대표를 맡아 탈북자 인권운동을 해온 ‘체인지메이커)다.

사회=아쇼카 펠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되는가.

베벌리 슈월츠 부회장(이하 베벌리 슈월츠)=총 5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추천이다. 2단계는 ‘1차 오피니언 면접(first opinion interview)’으로써 현지 아쇼카 스태프들이 후보자를 만난다. 3단계는 해외 아쇼카 면접관을 만나는 ‘2차 오피니언 면접’이 있다. 총 20명 정도의 면접관이 있는데, 이 중 5~6명은 아쇼카의 창립멤버로 아쇼카의 미션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4단계는 패널인터뷰다. 현지에서 사회적기업가 정신이 투철하고 사회문제에 통찰력을 가진 3~4명 정도의 패널리스트가 꾸려져 일대일로 후보자를 만나는 것이다. 만장일치로 통과가 되면, 글로벌 이사회에 최종 후보로 등록된다. 이사회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정보를 검토해 최종적으로 ‘아쇼카 펠로’로 승인한다.

이혜영=펠로 면접은 아니지만, 나도 아쇼카 임직원들과 인터뷰를 했었다. 가장 마지막 면접에선 빌 드레이튼 회장을 직접 만났다. 빌은 내가 초등학교 때 어떤 아이였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 어떤 변화를 시도해봤냐’는 것이었다. 난 학대당하던 옆집의 아이 얘기를 했다. “아빠에게 구타당하고 내쫓기기 일쑤인 아이였는데, 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그게 상처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기억도 새로운 변화에 대한 자극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와타나베 나나 대표(이하 와타나베 나나)=일본에서 아쇼카 펠로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가와조 다카시(30)씨의 경우, 그가 28세 때 처음 만났다. 당시에는 열정은 있었지만 추상적인 비전만을 가진 상태였는데 3년간 꾸준히 관계를 쌓으며 펠로까지 됐다. 다카시씨는 ‘케어프로(CarePro Inc.)’라는 영리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영리기업을 하는 사람을 추천받았을 때는 그 목적을 잘 간파해야 한다. 다카시씨가 영리기업을 만든 이유는 일본에서 비영리 단체를 운영할 경우 모금이 어렵고, 회계 시스템도 엄격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조직 구조에서는 본인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수익들은 다시 미션을 성장시키는 데 재투자된다. 이런 부분들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특히 젊은 사람의 경우 자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오면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처리하는지 굉장히 눈여겨본다. 뼛속까지 사회적기업가인지 보려고 노력한다.

베벌리 슈월츠=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마음만 굳건하다면 영리기업을 운영하거나, 제휴를 맺는 것도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사회=아쇼카 펠로로 선정되면 3년간 컨설팅·교육·생활비 등을 지원받는다. 한국에서도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있다. 아쇼카의 지원 프로그램이 갖는 강점은 뭔가.

와타나베 나나=3명의 펠로 중 생활비를 지원받는 사람은 준토 오키(26)씨뿐이다. 준토씨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위키피디아(다국적 온라인 백과사전)를 만드는데, 초기 단계라 시행착오가 많다.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시니어 펠로(senior fellow)’인 가타야마 마스에(71)씨와 영리기업을 운영 중인 다카시씨는 생활비를 받지 않는다. 이렇듯 지원이 일괄적이지 않다. 금전적인 지원보다 가치 있는 것은 아쇼카의 네트워크다. 다카시씨는 본인의 모델을 다른 나라에 적용할 방법을 찾지 못했는데, 얼마 전 인도의 아쇼카 직원들을 만나 인도 진출의 기회를 마련했다.

베벌리 슈월츠=나나 대표가 다카시씨 얘기를 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다카시씨와 만나면 좋을 것 같은 인도의 펠로 4명이 떠올랐다. 이런 식으로 가치가 계속 더해질 수 있는 것이다.

와타나베 나나=일본에는 ‘아쇼카 펠로 스피커 시리즈’가 있다. 외국의 펠로들을 초청해 함께 만드는 자리다. 의료 혁신 비영리 단체 ‘임팩트(Project Impact)’의 데이비드 그린(David Green) 대표가 여기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일본의 노인 건강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됐다. 얼마 후 아쇼카의 글로벌 파트너 중 하나인 ‘베링거 인겔하임(Boehringer-Ingelheim)’ 일본 지사까지 그 논의가 연결됐다. 이런 것이 네트워크의 힘인 것 같다.

이혜영=우리 정부는 사회적기업에 3년간 인건비를 지원한다. 아쇼카는 회사나 조직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이를 조직화했을 때 얼마든지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지원하면 하고자 했던 모델이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방법을 계속 찾아나서고 결국 성공한다.

베벌리 슈월츠=제루 빌리모리아(Jeroo Billimoria) 같은 사람이 대표적이다. 그는 노숙 아동들에게 금융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처음 아쇼카 펠로가 됐을 때는 ‘차일드라인(Childline)’이라는 것을 운영했었다. 문제를 겪고 있는 아동에게 도움을 주는 전화연결 서비스다. 그 활동을 하면서 “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국제 청소년 금융(Child and Youth Finance International)’이라는 기관을 세웠다. “아이들이 길바닥으로 내몰리는 것은 저축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단체는 현재 75개국에 퍼져 있다. 이것이 바로 아쇼카가 말하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이다. 본인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 계속 새로운 해결책을 내고, 아이디어를 보완해가면서 진화하는 것이다.

사회=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혁신가에게 희생과 헌신이 요구된다. 아쇼카 한국의 설립이 이런 문화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베벌리 슈월츠=아쇼카의 역할이 바로 그런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사회적기업가 정신은 이제 북미를 넘어 중남미, 아프리카까지도 확산되고 있다. 사회혁신가들에 대한 보상도 점점 늘어나는 시대가 됐다. 보상이라는 건 돈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인정과 존경이라는 뜻도 있다. 가장 최근에 추천했던 사람은 이미 돈이나 명예를 다 가진 분이였다. 하지만 ‘아쇼카에서 인정받는 사회적기업가’라는 브랜드를 갖고 혁신에 도전하고 싶어 했다. 나는 오래 전 높은 보수를 받는 글로벌 광고회사에서 일했다. 하지만 지금 스스로의 삶을 ‘체인지메이킹’했고 돈 이외에 보상을 만끽하고 있다. 이런 보상이 얼마나 심장을 뛰게 하는지, 얼마나 삶을 풍족하게 하는지 경험한 사람들은 이 분야를 떠나지 못한다.

이혜영 대표=사람들은 아쇼카에 대해 “이런 변화가 가능한가”를 묻는다. 이는 잘못된 질문이다. “이런 변화에 대한 각오가 돼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변화를 원하면 언제나 효과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아쇼카 한국이 만들어가야 할 문화라고 생각한다.

진행=박란희 편집장

정리=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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