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동아시아 첫 아쇼카 U 가입… “사회 혁신 물결 이끌어 갈 인재 양성”

국내 최초의 ‘사회혁신융합전공’ 개설, 국내 대학 최초의 ‘사회혁신센터’ 설립. 지속적으로 사회 혁신 행보를 밟아온 한양대가 새로운 타이틀을 획득했다. 지난 4월 글로벌 사회 혁신 대학들의 네트워크인 아쇼카 U(Ashoka U)의 ‘체인지메이커 캠퍼스(Changemaker Campus)’로 최종 선정된 것. 국내는 물론 동아시아 대학 중에선 최초다. 아쇼카 U가 설립된 2008년 이후 전 세계 9개국 45개 대학만이 체인지메이커 캠퍼스로 승인받았는데, 대부분이 미국 코넬대, 브라운대, 존스홉킨스대 등 유수 명문 대학들 위주다.

이번 아쇼카 U 가입으로 한양대는 글로벌 사회 혁신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아쇼카 U 가입 절차를 주도한 김종걸 한양대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사회 혁신을 향한 비전과 전략, 체계적 사회 혁신 인재 양성 교육과정, 국내와 아시아·태평양, 글로벌을 잇는 사회 혁신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제시했다”면서 “현장 심사에서 대학 차원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우수한 사회 혁신 커리큘럼을 갖춘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쇼카 U에 가입하려면 사회 혁신 관련 교과목과 학생 활동, 사회 혁신 펀드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360도 캠퍼스 스캔(서류 심사)부터 2박 3일간의 현장 심사, 아쇼카 글로벌 패널의 심층 인터뷰 등 총 세 차례의 꼼꼼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한양대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아쇼카 U 가입을 준비해온 끝에, 올해 4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아쇼카 글로벌 패널 심사에서 최종 승인을 얻어냈다.

한양대생들이 창업한 소셜벤처 ‘카이나’가 필리핀 현지조사를 떠난 현장. ‘카이나’는 한식 프랜차이즈로 현지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다. ⓒ한양대 사회혁신센터
 
 
◇교내 지원 체계·거버넌스, ‘사회 혁신’으로 재편

 

한양대가 글로벌 사회 혁신 대학으로 발돋움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교내 체인지메이커의 성장을 돕는 지원 체계가 갖춰진 것이 한몫했다. 한양대는 20여 년 전 전국 최초로 설치했던 교내 사회봉사단을 탈바꿈해 지난해 ‘사회혁신센터(Social Innovation Center)’를 설립했다. 사회혁신센터는 교내외 다양한 사회 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소셜벤처 창업 지원, 인턴십 연계,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 여러 자원을 연계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거버넌스도 ‘사회 혁신’ 키워드를 중심으로 재편했다. 지난해 한양대는 ‘3S 혁신 전략(Smart· Start-Up·Social innovation)’을 발표하며 사회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같은 해 11월 이영무 총장을 필두로 ‘한양사회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에는 재학생과 교수진, 글로벌기업가센터, 링크플러스 사업단, 사회혁신센터 등 교내 이해관계자뿐만 아니라 대학과 인접한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의 외부 전문가까지 총 41명(여성 13명)이 참여해, 학교의 사회 혁신 물결을 이어갈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졌다.

체계적인 사회 혁신 커리큘럼도 강점이다. 한양대는 지난해부터 ‘사회 혁신’과 관련된 기존 교과목들을 한데 모으는 작업을 진행했다. 경제학입문(경제학), 디자인과 기술혁신(산업융합학부), CSR전략(경영학), 협력적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조건(글로벌CEO창업융합전공) 등 사회 혁신 관련 교과목이 무려 150개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 혁신의 이론과 실무를 망라하는 사회 혁신 학부 과정을 만들자는 논의가 진전됐고, 이 중 30여 개 과목을 추려내 국내 최초의 2018년 1학기에 ‘사회혁신융합전공’이 만들어졌다. 올해부터 사회 혁신 교과목을 36학점 이상 이수한 학생들은 사회혁신학사 학위를 받게 되며, 석사과정인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와 연계해 사회 혁신 전문가로 성장할 길도 열렸다.

특히 ‘사회혁신실습’ ‘사회적 기업가 정신’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등 실습형 교과목은 학생들을 ‘체인지메이커’로 키워내는 발판이 되고 있다. 현재 지하철 2호선 한양대입구역에 설치된 소액 기부 플랫폼 ‘대트리스’ 역시 경제금융학부 4학년 최규선씨가 ‘사회적 기업가 정신’ 수업에서 낸 아이디어다.

한양대 기부플랫폼 ‘대트리스’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한양대 소셜벤처 ‘카이나’ 팀. ⓒ한양대 사회혁신센터

◇캠퍼스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사회 혁신 바람

한양대 사회 혁신의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지난해 한양대는 ‘HUGE(Hanyang University for Global Engagement) 플랫폼’을 운영하겠다고 천명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사회 혁신 교육을 하고, 국내외 체인지메이커의 네트워킹을 지원하며,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펀딩(재정 지원)까지 한다는 것이 골자다. 사회 혁신 교과목 안에도 글로벌 활동이 연계돼 있다. 계절학기 동안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과목을 수강한 학생은 다음 방학 2주간 해외 현장에 파견돼 실제 문제해결을 실습한다.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과목을 수강했던 배상은(23·한양대 경영학부 4년)씨는 지난해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청년교류프로그램(APYE)’에서 아시아 전역 200여 명의 청년을 만났다. 해외 대학생들과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재난에 취약한 현지 마을을 위한 재난 대피 교육 방안을 만드는 것. 이를 계기로 그는 ‘사회혁신’ 현장에 눈을 떴고, 사회혁신센터의 추천으로 아시아개발은행(ADB) 본부 인턴십의 기회도 얻었다. 배씨는 “이제 국제금융기구와 주요 정책 기관에서 ‘경제발전정책전문가’로 활동할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학생과 해외 대학생이 함께 소셜벤처를 창업한 사례도 있다. 한양대 학생 4명과 필리핀 대학생은 지난해 ‘소셜벤처 청년교류프로그램(SVYE)’에서 만나 소셜벤처 ‘카이나(KAINA)’를 창업했다. 카이나는 필리핀 나가시(市)의 싱글맘 마을 ‘마오그마 빌리지’ 여성들에게 김밥, 제육볶음 등 요리를 가르쳐 한식 프랜차이즈 창업을 돕는 기업이다. 벌써 싱글맘 2명을 고용해 오는 6월 현지에 카이나 1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창업에 필요한 초기 자금 일부인 1500만원(링크플러스 사업단)도 지원했다. 지난해 카이나를 포함해 총 3곳의 소셜벤처가 초기 창업 지원금을 받아 사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소셜벤처 청년교류프로그램(Social Venture Youth Exchange)’에 참가한 한양대 및 해외 대학생들. ⓒ한양대 사회혁신센터

◇십시일밥·인스팅터스 키워낸 소셜벤처의 산실(産室)…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 혁신 꾀한다

한양대 학생들의 소셜벤처 창업 또한 사회 혁신 바람에 가속도를 붙인 요인이다. 각 대학에 공강 봉사활동 식권 기부 운동을 일으킨 ‘십시일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호영(28·한양대 경영학부 졸업)씨가 2014년 재학 당시 시작한 ‘십시일밥’운동은 현재 건국대, 연세대, 경희대 등으로 확산되며 전국 29개 대학, 3000명이 넘는 봉사자가 공강 시간을 기부하고 있다. 대학가 최초 금융협동조합 ‘키다리 은행'(2016년), 친환경 콘돔 이브(EVE)로 유명한 ‘㈜인스팅터스'(2015년) 등이 모두 한양대 학생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한양대 사회혁신센터는 이제 학교기업 설립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학교기업은 학생들의 현장실습 프로젝트 수익을 학생들의 장학금, 현장학습비 등에 재투자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필리핀 현지 여성을 고용해 재봉틀과 일감을 제공하는 소셜 벤처 ‘니노니나 클로딩(NinoNina Clothing)’의 제품 디자인과 생산에 의류학과 학생들이 참여해 함께 브랜드를 론칭하는 식이다. 센터는 올 상반기 중 학교기업 설립을 준비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학교기업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이번 아쇼카 U 가입은 글로벌 이슈 해결이라는 큰 책임을 함께 떠맡겠다는 선언”이라며 “앞으로도 내부 혁신을 통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더욱 높이고, 글로벌 사회 혁신 대학으로서 위상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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