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신현상의 임팩트 비즈니스] 임팩트 이코노미 시대가 왔다

신현상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세계적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임팩트 이코노미(impact economy)’가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임팩트 이코노미는 2014 50조 원 규모에서 2018 250조 원 규모로 5배 성장했으며 그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 한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는 최근 발간된 보고서에서 2019년 임팩트 이코노미의 규모를 480조 원대로 추정했다. 여기서 임팩트는 빈곤, 실업, 질병, 환경오염, 차별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함에 따라 사람들의 삶이 종전보다 개선되고 사회에 긍정적 변화(positive change)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임팩트 창출은 전통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공섹터 및 비영리섹터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맥킨지는 왜 경제적 가치를 연상시키는이코노미라는 단어를 굳이 가져다 붙인 것일까?

기존의 경제학에서는 이코노미의 3대 주체를 소비자’ ‘기업’ ‘정부로 본다. 소비자는 예산 제약(budget constraints) 하에서 개인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이것이 모여 시장 수요(market demand)를 이룬다. 기업은 자원 제약(resource constraints) 하에서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이것이 모여 시장 공급(market supply)을 이룬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균형 가격(equilibrium price)이 생성된다. 가격은 시장 구성원들의 최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가능케 하여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말한 바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의 역할을 한다. 시장경제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시장경제가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독과점, 공공재, 외부효과 등의 문제로 인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시장실패(market failure)’라고 부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또는 공공섹터)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공정거래법을 통해 독과점을 막고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거나, 안보(군대·경찰)나 문화예술처럼 사회구성원이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공재를 직접 생산하기도 한다. 한편 외부효과(externality)는 경제주체의 활동이 제3자에게 긍정적인 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주위에 화훼농가가 있으면 양봉업자는 간접적 혜택을 입게 되는데 이를 긍정적 외부효과라 한다. 반면 기업이 공장 폐수를 배출하는 경우 상수도원을 오염시켜 지역 주민 등 제3자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는데 이를 부정적 외부효과라 한다. 보통 긍정적 외부효과는 시장의 최적수준보다 과소 생산되며, 부정적 외부효과는 과다 생산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늘리기 위한 인센티브 제도와 부정적 외부효과를 줄이기 위한 페널티 제도를 만들 수 있는데, 이를외부효과의 내부화(internalization of externality)’라고 부른다. 이상과 같은 정부의 공익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은 세금을 납부하며,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공무원 조직을 운영하여 정책을 실행한다.  

그러나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예산의 경직성, 관료주의, 포퓰리즘 등에 의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현대사회에서 사회문제가 점점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공무원들에게 사회문제 해결의 전문성까지 기대하기 어렵다. 이때 주목받게 된 조직이 비영리(NPO)·비정부(NGO) 조직이다. 이들은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열정과 경험,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며 현장에서 이해관계자들과 가까이 상호작용하면서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비영리·비정부 조직은 기부금 및 지원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재무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취약성을 가지며, 효율적인 자원배분 및 임팩트 규모의 스케일업(scale-up)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기 쉽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비즈니스 메커니즘이다. 경영의 본질은 치밀한 전략하에 사람, 기술, 돈 등 다양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단기적 성과를 달성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생존과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때 경영전략의 목적을 재무적 가치에만 둔다면 비즈니스는 (영리)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유용한 도구가 된다. 만약 그 목적을 사회적 가치에 둔다면 정부 및 공공섹터, 비영리·비정부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균형을 추구하는 경영목적을 세운다면 비즈니스는 이익을 내면서 사회문제를 효율적으로, 지속가능하게 해결하고, 임팩트 규모를 확대하여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가 있다.

사회혁신가의 글로벌네트워크인 아쇼카(Ashoka)의 설립자 빌 드레이튼(Bill Drayton) 1970년대에 사회적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uership)의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주창한 이후,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와 그라민뱅크가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에 사회적기업의 가능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 이후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CSV(Creating Shared Value), FSG 설립자 마크 크레이머(Mark Kramer)의 집합적 영향력(Collective Impact) 등은 임팩트 이코노미의 도래와 함께 일반 영리기업들도 자신들의 자원과 역량을 활용하여 사회적 가치 창출에 참여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재무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본 컬럼에서는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통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는 임팩트라는 것이 다소 먼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다. 전통적 경제학·경영학에서는 기업의 목적을 경제적 가치 극대화라고 본다. 기업이 기부와 자선 등 기업사회공헌(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활동으로 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임팩트 이코노미의 도래는 앞으로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임팩트 이코노미를 잘 활용하는 것은 단순히 사회적 가치 창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일자리 창출 및 경제적 가치 제고를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현상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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